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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투병 아내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 1억원 기부한 탤런트 임현식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10.11 10:51:00

중견 탤런트 임현식이 최근 국립암센터에 1억원을 기부해 화제다. 폐암 투병 중인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폐암 연구 기금으로 써달라며 내놓은 것.
그가 병마와 싸우며 힘들어 하는 아내를 지켜봐야 하는 가슴 아픈 심경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폐암 투병 아내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 1억원 기부한 탤런트 임현식

‘순돌이 아빠’ 임현식(60)이 지난 9월7일 국립암센터 발전기금에 1억원을 기부했다. 국립암센터 발전기금은 암 치료법 개발 등 암 관련 연구와 불우한 암환자의 진료비 지원사업에 사용되는데 그의 거액 기부는 아내의 폐암 투병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아내가 폐암이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아내에게 암 퇴치를 위해 1억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어요. 하지만 치료를 시작하면서 기부하려니 아내에게만 특별대우를 해달라고 하는 것 같아 망설였죠. 그러다 아내의 병세가 악화될수록 아내와의 약속이 마음에 걸려 기부를 했어요. 힘겹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는 물론 모든 암 투병 환자들이 하루 속히 암의 고통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람에서요.”
그의 아내 서동자씨(54)가 폐암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1월. 처음에는 늑막에 물이 차 늑막염인 줄만 알았는데 정밀 검사를 통해 폐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하지만 그는 아내에게는 ‘간단히 제거할 수 있는 암세포가 발견된 정도’라고 말해 안심시키고 일산 국립암센터에 다니며 통원치료를 받게 했다. 아내가 받을 충격과 고통을 생각하면 차마 사실대로 알려줄 수 없었던 것. 지난 2월 기자가 서씨의 암 투병 사실을 알고 ‘대장금’ 촬영장을 찾았을 때도 그는 혹여 아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될까봐 노심초사하며 비밀에 부쳐줄 것을 부탁했다.
“암은 죽음에 이르는 병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암환자들은 암으로 인한 고통보다 죽어간다는 생각 때문에 몇백 배 더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대요. 아내는 이 사실을 알면 죽을 만큼 힘들어 할 거예요. 어쩌면 치료를 받겠다는 의지마저 포기할지도 몰라요. 아내의 병세가 가볍지는 않지만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쾌유할 수 있도록 도울 거예요.”
하지만 결국 자신의 병명을 알게 된 서씨는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한다.
“늑막염에 간단한 종양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폐암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겠어요. 그 뒤로 교회에 다니며 전보다 더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더라고요.”
‘대장금’이 끝난 후 아내와 함께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려고 했던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아내 서씨가 두통을 호소해 비행기를 탈 수 없었던 것.
현재 8개월째 투병 중인 서씨는 처음 5개월 동안은 치료를 받으면서 차도를 보였으나 약에 대한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바꾼 뒤로 병세가 악화됐다고 한다. 현재는 혈액 이상이라는 합병증까지 생겨 면역 능력까지 많이 떨어진 상태. 임현식은 “계속 통원치료를 받다 40일 전부터는 사람을 잘 알아보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해서 아예 입원을 시켰다”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 많아
현재 SBS 주말드라마 ‘작은 아씨들’에 출연 중인 그는 촬영이 없을 때는 대부분의 시간을 병원에서 보낸다. ‘대장금’ 이후에는 일체의 활동을 접고 아내 곁을 지키고 싶었는데 아내가 원치 않아 ‘작은 아씨들’에 뒤늦게 합류했다고 한다.
“방송사에서 저를 많이 배려해주고 있어요. 스튜디오 녹화든, 야외촬영이든 시간에 맞춰서 빨리 끝내주는 스태프들과 제 상황을 많이 이해해주고 걱정해주는 동료들에게 고마울 뿐이에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의지가 되고 있는 것은 세 딸.
“아이들이 너무 대견해요. 철없고 어린 줄만 알았는데 어려운 상황에서도 각자 일 열심히 하면서 씩씩하게 잘 견디고 있어요. 엄마의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알면 난리가 날 것 같아 좋은 쪽으로 얘기해줘서 그럴 수도 있지만 엄마를 대하는 거나 마음 쓰는 게 저보다 낫더라고요.”

폐암 투병 아내와의 약속 지키기 위해 1억원 기부한 탤런트 임현식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라는 백일홍을 만지며 추억에 잠긴 임현식(왼쪽). 지난 2월 더 늙기전에 예쁜 추억을 만들자며 아내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요즘 그는 딸들과 교대로 아내의 병석을 지키고 있다. 간병인이 따로 있긴 하지만 가족 중 한 명은 같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촬영이 있거나 자리를 비워야 할 때는 딸들과 돌아가면서 교대하는 것.
“저는 아내 얼굴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몰라요. 호흡도 가쁘고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죠.”
28년 동안 교직에 있다 3년 전 그만두었다는 그의 아내 서씨는 원래 사촌여동생의 친구였는데 그를 유난히 따라 6년 교제 끝에 결혼했다고 한다. 그런 두 사람의 결혼생활도 어느덧 27년째. 그는 언젠가 기자에게 아내 서씨를 “27년 동안 함께해온 나의 분신”이라고 표현했다. 그만큼 아내를 각별하게 생각하는 그이기에 지금 느끼는 고통도 더할 듯했다. 더구나 “괴로워도 주위 사람들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혼자 삭인다”는 그의 심정이 오죽할까.
“아내는 마지막 순간까지 힘든 내색하지 않으려고 혼자 화장실에 갔어요. 속으로 얼마나 고통스러웠겠어요. 사실 제 인생에 이렇게 힘든 적은 없었어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잠이 안 올 때는 근처 포장마차에서 소주 한잔 하고 자요. 그러면서도 아이들을 생각하며 내가 너무 감상적이 되면 안 되지 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아내도 제가 꿋꿋하게 잘 견디기를 바랄 테니까요.”
때늦은 감은 있지만 아내에게 했던 ‘1억원 기부’ 약속을 지켜 마음이 후련하다는 그는 “아내와 사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소중하다”며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고 바란다”는 안타까운 속내를 털어놓았다.

여성동아 2004년 10월 4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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