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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Global Village|영국 생활문화 즐기기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정윤숙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09. 14

한때 전세계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영국.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영국인들은 지금도 현대적인 편리함 대신 불편하지만 오래된 전통을 추구한다. 영국의 옥스퍼드에서 5년 동안 살다 온 손병덕·최애숙씨 부부로부터 영국인들만의 독특한 생활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들어보았다.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버버리 코트, 비틀스로 유명한 나라 영국. 하지만 정작 영국의 생활문화에 대해서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영국의 옥스퍼드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5년간 머물다 지난해 귀국한 손병덕(39)·최애숙씨(38) 부부는 영국에 대해 ‘전통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말한다.
“학교에 들어갈 때 의례적으로 치르는 입학식에 참석하지 않으면 입학 허가가 나지 않아요. 재판을 할 때도 판사들은 예전부터 써오던 하얀색 가발을 여전히 착용하고 있고요. 또 지금도 대부분의 집에 찬물과 따뜻한 물이 따로따로 나오는 구식 수도꼭지가 달려있어 샤워를 할 수 없죠. 그럼에도 영국인들은 편리한 것과 상관없이 옛것을 고수하는 편이에요.”
시내에 있는 아파트 역시 좁고 허름한 옛 건물들이 대부분이지만 새로 지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거주지를 둘러싼 그린벨트 지역을 그대로 묶어두었기 때문에 집을 크게 늘릴 수도 없다고. 최씨는 이런 모습이 답답하고 융통성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이것이 그들 나름의 전통과 문화를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일찍 귀가해 가족이 함께 시간 보내
손씨는 우리가 흔히 유럽 하면 떠올리는 자유분방한 이미지와 달리 영국은 철저한 가족 중심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가정의 자녀 수는 보통 3명 정도이고, 많으면 4∼5명까지 낳아 기르는데 육아 정책이 비교적 잘되어 있어 아이를 기르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고. 아이들은 누구나 만 16세까지 무상으로 교육받을 수 있으며, 안과나 치과 등의 의료비까지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주기 때문에 아이를 키우는 경제적인 부담이 크지 않다고.
손씨 부부는 이런 정부의 정책 외에 그들의 생활방식에서도 쉽게 가족 중심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
“보통 오후 4시 정도만 되면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저녁에 거리를 배회하는 청소년들을 거의 찾아볼 수가 없어요.”
영국인들은 집 안에서도 TV를 보는 것보다는 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누거나 정원 가꾸기, 집 안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드는 DIY 등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이웃끼리 모여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하면서 즐거움을 나눈다고.
영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볼 때 물가가 매우 비싼 편이다. 옥스퍼드나 런던 시내에 있는 방 3개짜리 아파트의 월세가 2백∼2백50만원 정도이고, 가장 싸고 대중적인 음식인 ‘피시 앤드 칩스(Fish & Chips)’의 가격이 1만2천원 정도라고.
“처음에는 엄청난 물가에 놀라 마트에 가서 장보는 것도 겁났지만 차차 적응하면서 별 어려움 없이 살 수 있었어요. 특히 유학생 자녀에게도 교육비 혜택이 있어 큰 도움이 되었지요.”
손씨 부부의 두 아들인 재현(10)과 서현(7)은 옥스퍼드 내에 있는 공립 유치원에서 무료로 교육받았다. 영국인과 유학생 자녀의 학비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데, 영국 학생 1인당 일년에 약 2천만원 정도의 지원비를 사용한다고 한다. 우리와 달리 과외활동이 많은 편인 영국에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럭비, 필드하키, 축구 등의 스포츠는 물론 누구나 하나 이상의 악기를 다룰 정도로 음악 교육에도 열성을 보인다. 이런 활동을 위한 지원도 정부에서 해주는데 악기가 없는 학생들을 위해서는 일주일에 2천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에 대여해준다. 그러나 이런 조건은 공립학교에 다닐 경우에만 해당한다.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영국 옥스퍼드에서 5년간 머물다 지난해 귀국한 손병덕씨 가족. 그들은 영국이 전통을 중시하는 가족 중심의 사회라고 말한다.


“영국 부모들 역시 자녀 교육에 대한 열의가 대단히 높은 편이에요. 학비를 모두 지원받을 수 있는 공립학교 대신 사립학교를 고집하는 부모들도 많죠. 사립 유치원으로 유명한 ‘드래건 스쿨’이라는 곳은 일년에 드는 비용이 4천만원 정도지만 임신했을 때부터 대기명단에 올려놓아야 입학할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인기가 좋아요.”
영국의 전체 학교 중에 사립학교의 비율은 10% 정도. 그러나 사립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명문대에 입학하기 때문에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일반적으로 공립학교에 들어가면 대학 진학과 취업 희망자로 나뉘어 교육을 받는다. 사립학교와 공립학교 외에 그래머 스쿨(Grammar School)이라는 곳도 있는데, 공립학교지만 사립학교 식의 교육을 하는 곳이라 인기는 높지만, 학교 수가 적고 몇 년 이상 그곳에 거주한 사람만 입학할 수 있는 등 기준이 까다로워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사립학교를 고집하는 부모들은 보통 두 가지 부류로 나뉘어요. 귀족 출신이거나 부유한 사람들, 아니면 교육열이 높은 서민층이죠. 사립학교는 학비는 물론 수업 외 모든 과외활동 비용을 모두 개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큰데도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사립학교에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 편이에요.”
영국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차 문화다. 하루에 몇번씩 얼그레이나 실론티 등의 홍차와 함께 간단한 비스킷이나 스콘 등을 먹는 티타임을 갖는다. 부인 최씨가 처음 영국에 갔을 때 가장 낯설었던 것이 티타임이었다고.
“오전과 오후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을 갖는데, 이때가 되면 온 영국이 모두 쉬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예요.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낯설었지만 지금은 습관이 되어서 한국에 돌아온 후로도 남편과 차를 즐겨 마셔요.”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영국에 머무는 동안 찍은 가족사진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경계에 있는 석상 앞(왼쪽). 옥스퍼드 내 운동장에서 찍은 것으로 영국에는 이런 푸른 잔디가 곳곳에 깔려 있다(오른쪽).


대부분의 영국인들은 향이 은은한 얼그레이 티를 마시는데, 티백이 아닌 티포트에 찻잎을 우려 마시는 전통 방식으로 차를 즐긴다. 차 외에 영국인들이 즐겨 먹는 것은 바로 생선이다. 생선과 감자를 튀겨 만든 ‘피시 앤드 칩스’는 영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요리라고.
“영국인들은 아침에는 보통 소시지와 달걀프라이, 베이컨을 먹고 점심에는 바게트샌드위치와 물, 아니면 간단한 파스타를 먹죠. 대신 저녁에는 레스토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즐겨요.”
레스토랑에도 어린이를 위한 놀이시설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오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많다고 한다. 또 식사를 마치고 나면 가볍게 술을 마시기도 하는데 보통 축구 경기를 하는 날에 맞추어 맥주나 와인을 즐긴다고. 또한 영국에는 간단한 음식과 술을 파는 펍(Pub)이 많은데 대개의 영국인들은 술도 250∼500cc 정도만 마시고 일찍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느리게 사는 여유로움 지녀
손씨는 영국인들에게는 검소함이 몸에 배어 있다고 말한다. 어느 지역에나 중고 물품을 파는 세컨더리 숍(secondary shop)이 즐비하고, 자신이 쓰던 물건을 내놓고 파는 개라지 세일(garage sale)도 지역별로 나뉘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영국에서 사 모은 정교하게 만들어진 미니어처 집과 자동차들.


“영국인들은 자전거를 많이 타고 다녀요. 수영장이 있는 대저택에 사는 사람들조차도요. 자동차는 10년 이상 타고 다니는 것이 기본이고 대부분 큰 차 대신 소형차를 몰아요. 또 집 안에서 물을 쓸 때는 반드시 큰 그릇에 따로 받아서 사용할 만큼 절약 정신이 몸에 배어 있지요.”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세컨더리 숍에서 구입한 책상과 의자. 책상은 어느 노교수가 사용하던 것이라고.


TV 프로그램 중에 특정 지역을 직접 찾아가 진귀한 앤티크 제품인지 아닌지를 판명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프로그램이 대중적인 인기를 모을 정도로 영국인들은 오래된 물건에 애착을 보인다고 한다.
“영국인들은 매사에 여유로움을 잃지 않아요. 성격이 급하고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이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죠. 건물 하나 짓는 데도 우리나라의 두 배 이상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아요. 아주 간단한 행정처리도 몇 시간씩 걸릴 만큼 느려서 처음에는 무척 답답했어요. 그렇지만 이렇게 매사에 여유롭다보니 당연히 실수가 적고 일처리도 정확한 편이에요. 느린 만큼 빨리 간다고나 할까요?(웃음)”
영국인들에게서 느리게 사는 여유로움을 배우고 왔다는 손씨 부부는 가족과 전통을 사랑하는 그들의 사고방식이 지금의 영국을 만든 숨은 힘이라고 말한다.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영국 유학생 출신 손병덕·최애숙 부부가 들려주는 영국인들의 음식문화 & 라이프 스타일

■ 준비할 재료
연어 4토막, 레몬 1개,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버터 3큰술, 감자 4개, 우스터소스·사워크림 적당량
■ 만드는 법
① 연어는 손질한 뒤 레몬즙을 뿌려 비린내를 없애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린다.
② 연어에 버터 2큰술을 고루 펴바른 다음 170℃의 오븐에서 20∼25분 정도 구워낸다.
③ 감자를 껍질째 깨끗이 씻어 물기를 말린 다음 버터 1큰술을 껍질 겉면에 고루 발라 알루미늄 포일로 감싼다.
④ 180℃로 예열한 오븐에 감자를 넣고 15분 정도 굽다가 꺼내 윗면에 칼집을 넣고 다시 10분 정도 굽는다. 감자가 익으면 꺼내 위에 사워크림을 얹는다.
⑤ 접시에 연어구이를 담고 우스터소스를 뿌린 다음 감자구이와 버터롤, 크림수프와 샐러드를 곁들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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