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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행복이 가득한 집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아빠 닮아 씩씩하고 사교적인 딸, 잘 키워야 한다는 기분 좋은 책임감 느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조영철, 박해윤 기자

2004. 09. 10

탤런트 김형일이 결혼 4년 만에 얻은 늦둥이 딸 예원이의 돌잔치를 치렀다. 부모가 되니 더 열심히 살게 된다는 김형일과 부인 한복희씨가 들려준 육아와 결혼생활 이야기.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지난 8월7일 김형일(43)·한복희(39) 부부의 얼굴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은 바로 늦둥이 딸 예원이의 첫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서울 마포 홀리데이인서울호텔에서 돌잔치를 연 두 사람은 하객들에게 가족의 행복한 순간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고, 예원이가 돌상에서 집은 물건을 맞춘 사람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등 특별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했다.
“그날 예원이가 처음에는 연필, 두 번째는 공책을 집었는데 그럴 줄 알았어요. 예원이는 책을 너무 좋아해서 가만두질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 대본이 성할 날이 없다니까요.”
돌잔치에 이어 지난 8월11일 서울 망원동 자택에서 다시 만난 김형일은 당시의 일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읽은 듯 보행기를 타고 놀던 예원이는 금세 아빠 앞으로 달려와 눈웃음을 치며 온갖 재롱을 부렸다. 그때 붕어빵처럼 쏙 빼닮은 이들 부녀의 정겨운 모습을 바라보던 예원이 엄마 한복희씨는 “예원이는 아빠를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예원이가 처음 한 말도 엄마가 아니라 아빠였어요. 저와 같이 있는 시간이 훨씬 많은데도 아침에 일어나면 꼭 아빠부터 찾아요. 남편도 예원이가 깨우면 아무리 피곤해도 벌떡 일어나 놀아주고요. 예원이가 워낙 늦게 본 자식인데다 애교덩어리라 남편은 아이만 보면 어쩔 줄을 모른다니까요.”
그 말에 아빠 김형일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들어오면 쪼르르 와서 안기고 아침마다 아빠 하며 침대로 기어올라 오려고 할 때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에 젖어들어요.”
예원이는 요즘 보행기를 타고 놀거나 엄마 아빠의 손을 붙들고 한 걸음씩 떼며 걸음마 배우기에 한창이다. 김형일은 평소 노는 모습은 왈가닥이 따로 없는데 걸음마를 배울 때는 연약한 척하는 예원이를 보면 ‘그래도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난다고 한다.

물건 살 때도 아기용품부터 먼저 사게 된다는 부부
예원이는 아빠 김형일을 쏙 빼닮았다. 둘의 돌사진을 놓고 보면 누가 누군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 엄마 한씨는 그것이 모두 자신의 염원 때문이라고 했다. 임신 내내 아기에게 ‘아빠만 닮아라’ 했더니 외모와 성격은 물론 우렁찬 목소리까지 빼닮았다는 것.
“예원이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겁이 없어요. 큰 개를 보고도 무서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달려들어 머리를 잡아당겨요. 또 아무한테나 잘 안기고 인사를 잘해서 어디를 가든 사랑받아요. 출산 예정일보다 3주나 일찍 태어나 혹여 약골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태어날 때는 2.24kg의 작은 아기였던 예원이는 아빠를 닮아서인지 하루가 다르게 부쩍 자라 또래보다 크고 씩씩해졌다. 김형일은 이를 모두 육아를 도맡아온 아내의 공으로 돌렸다.
“아내는 아이가 엄마의 심장 박동을 느낄 수 있도록 포대기 대신 슬링을 써요. 아이 건강을 생각해 출산 후 줄곧 모유를 먹였고요. 얼마 전부터 이유식을 시작했는데 몸에 좋다는 것은 다 넣어 만들어주더라고요.”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한씨는 요즘 예원이에게 유기농 식품점에서 구입한 가루 상태의 청국장, 케일, 바나나, 사과 등을 물에 개서 젖병에 넣어 먹이거나 즙을 낸 시금치와 호박, 당근, 고구마, 감자에 밥을 넣고 믹서에 갈아 만든 죽을 먹인다. 또 간하지 않은 된장국에 아욱을 넣고 믹서에 갈아 죽처럼 만들어 먹이기도 한다.
“저희 집에서는 남편과 아이가 함께 이유식을 먹고 있어요. 남편은 전에는 촬영 때문에 꼭두새벽에 나갈 때면 입맛이 없다며 아침식사를 거를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유식으로 만든 죽을 훌훌 마시고 나가요. 영양가가 많은데다 소화가 잘돼서 식사 대용으로 손색이 없거든요.”
김형일은 아빠가 되니 더욱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부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친한 형과 동업으로 집 근처에 고기집을 내고, 서울 강남에 포장마차를 차린 것. 때문에 새벽녘에 귀가하는 날이 많아 모처럼 시간이 나면 아이에게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아이가 좋아할 만한 선물을 사다 주며 미안함을 대신하고 있다.
“집사람이나 저나 실용적이면서도 앙증맞은 것을 좋아해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는 외국에 나가면 자그마한 그릇이나 인형을 사왔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용품점을 찾아다니며 예원이 선물부터 사요. 소파 위에 얹어놓은 매트도 예원이 선물로 사온 것인데 오래 앉아 있어도 땀이 차지 않아 좋아요. 최근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오면서는 비눗방울 인형을 사왔는데 아이가 마음에 들어 해서 저도 흐뭇했어요.”
아이 태어난 후 더 성실하고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이들 가족은 최근 예원이의 첫돌을 기념해 5박6일 일정으로 말레이시아 여행을 다녀왔다. 한씨는 말레이시아 민속춤을 구경할 때 김형일이 펼친 깜짝 이벤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남편이 민속춤을 구경하다 말고 화장실에 간다며 나갔는데 금방 오지 않더라고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 수 있었죠. 여자들이 무대 위에 일렬로 서서 춤을 추는데 남편이 여자 복장을 하고 그 틈에 끼여 민속춤을 추고 있었어요. 더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저를 무대 위로 불러놓고 관객들을 향해 안 되는 영어로 ‘좋은 밤이다. 우리 아이 첫 생일이라 추억할 만한 일을 만들고 싶어 올라왔다. 많이 축복해달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터져 나오는데, 남편한테 프러포즈를 받았을 때보다 더 감격스러웠어요. 남편은 그렇게 가끔 한 번씩 깜짝 이벤트로 저를 감동시켜요.”
이들 부부는 예원이의 돌을 기념해 커플링도 맞춰 끼었다. 말레이시아에서 서로 손을 맞잡은 모양을 본떠 만든 양초를 켜고 그 앞에서 커플링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더 열심히 잘 살자”고 맹세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는 ‘증인’ 예원이도 있었다.
이들 부부는 예원이를 두고 ‘효녀’라고 입을 모은다. 그도 그럴 것이 출산 예정일보다 3주 일찍 나와 순조롭게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던 것. 또한 김형일은 아이의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로 돼 있었는데 외국으로 떠나기 전날 태어나 아이의 탄생을 지켜볼 수 있었다고 한다.
“아이가 생기니 단둘이 살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에요. 가장으로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책임감도 들고, 건강을 더 챙기게 돼요. 이 녀석이 클 때까지 건강해야 하니까 몸에 약간이라도 이상이 보이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고, 술도 거의 안 마셔요.”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늦둥이 예원이가 클 때까지 열심히 뒷바라지 하기 위해 건강 관리에 더욱 힘쓰고 있다는 김형일 한복희 부부.


그는 최수종이 단장인 일레븐축구단의 멤버로 일요일마다 이덕화, 박상면, 허준호, 최재성 등과 함께 조기축구를 한다. 또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고, 틈틈이 스트레칭 체조를 하며 건강 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
그는 따로 보약이나 보양식을 챙겨 먹지는 않지만 대신 복분자차, 오미자차, 구기자차 같은 건강차를 물처럼 즐겨 마시고 매일 비타민과 클로렐라를 먹는다. 카페인이 많은 커피나 탄산음료는 절대 사절.
예원이가 태어난 후 건강에 관심이 많아진 건 아내 한씨도 마찬가지. 한씨는 예원이를 낳고 한동안 산후 우울증으로 고생했다고 한다.
“남편과 둘이서 자유롭게 살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환경이 아이 중심으로 바뀌고, 임신 때문에 불었던 살이 잘 안 빠져서 맞는 옷이 없으니까 속상하더라고요. 남편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서운함을 느껴 눈물이 났고요. 처음에는 몰랐다가 이게 우울증이다 싶어서 남편과 친정어머니에게 털어놓았더니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어요. 당시 무척 바빴는데도 저를 위해 시간을 내서 기분전환을 시켜주고, 산후조리원에서 먹고 자면서도 불평불만 없이 이것저것 챙겨주는 남편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어요.”
취미생활도 함께, 가계부도 함께 쓰는 부부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한씨는 남편 김형일에 대해 한마디로 “참 멋있는 남자”라고 했다.
“남편은 성실하고 가정적인 사람이에요. 거칠어 보여도 자상하죠. 집에 들어오면 벗어놓은 것들을 꼭 제자리에 두고, 정리정돈도 잘해요. 처음 봤을 때는 놀기 좋아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사귀면 사귈수록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결혼해서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고요.”
김형일은 한씨의 여자답고 착한 성품에 반해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성격도 잘 맞고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해 어디를 가든 호흡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여행과 낚시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두 사람도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여행과 낚시를 하며 데이트를 즐겼다. 그때는 김형일이 직접 요리를 담당하는데, 특히 조개구이, 어묵꼬치, 양념닭구이를 잘한다고. 그런데 민박을 하고 나올 때는 약속이나 한 듯 둘 다 방안을 깔끔하게 정돈하고 나왔다고 한다.
“어디를 가서 잘 때는 깔끔하게 정리정돈을 해놓고 나와야 마음이 편한데 아내도 그렇다고 해요. 자연을 좋아하는 것도 같고요. 예원이가 태어난 후에는 아이가 아직 어려 낚시를 못 다녔는데 좀더 크면 함께 데리고 다니면서 좋은 추억거리를 많이 만들어줄 거예요.”
이렇듯 잘 맞는 두 사람도 가끔 부부싸움을 하는데 오래 가진 않는다. 한 사람이 말을 걸면 상대방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풀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다혈질이지만 뒤끝 없는 성격인 김형일은 아내가 삐친 것 같아 보이면 밖으로 불러내 술을 한잔씩 하면서 푼다고 한다.
“저는 싸움을 오래 끌지 않아요. 될 수 있으면 남편을 편하게 해주고 싶거든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내조하기 힘든 직업이라고 해서 결혼 전 1년 동안 남편의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따라다녔는데, 밤샘도 많이 하고 제때 식사를 챙기지도 못하고 정말 고생스럽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고 집에서 편하게 해주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흔 넘어 낳은 늦둥이 딸 돌잔치 치른 김형일·한복희 부부

김형일은 물건도 한번 정이 들면 쉽게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승용차는 13년째 타고, 휴대전화는 10년째 쓰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휴대전화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며 안타까워했다.
“저는 오래된 물건에 애착이 많아요. 망가졌다고 바꾸기보다는 고쳐서 쓰죠.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외면하기보다는 조금 거리를 두었다가 다시 잘 지내요. 시간이 지나면 친해질 수 있는 계기가 생기거든요. 할머님이 살아생전 ‘인생의 절반은 남의 도움으로 산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저도 그 말에 깊이 공감해요.”
‘쓸 때는 쓰고, 아낄 때는 아껴야 한다’는 생활철학도 같은 이들 부부는 각자 가계부를 쓰고 있다. 수입의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주고 나머지는 무조건 통장에 넣는다는 김형일은 현금 대신 주로 카드를 쓰면서 그날그날의 지출을 적고, 아내는 아내대로 가계부를 써온 것. 덕분에 생활규모를 파악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여 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출연해온 KBS 대하사극 ‘무인시대’가 끝나 현재는 KBS ‘6시 내고향’에만 출연 중인 김형일은 조만간 이 프로그램도 그만두고 한두 달 정도는 가게 운영에 주력하면서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낼 계획이다.
“아이와 많이 놀아주고, 가족 여행도 다닐 거예요. 서울 근교에도 좋은 곳이 많거든요. 저는 예원이를 흙 만지며 놀 수 있는 전원에서 키우고 싶어요. 아내도 전원생활을 좋아하고요. 그래서 언젠가는 제가 좋아하는 강화도 바닷가 근처에 아담한 집을 지어 강아지도 키우고 채소도 기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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