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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부동산재테크 특집|내집마련 성공기

2천만원으로 시작, 결혼 5년 만에 23평형 아파트 입주한 양희영 주부

“재테크 관련 책 보며 혼자 공부해 실전에 성공했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김주영‘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09. 02

99년 2천만원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해 결혼 5년 만에 송파구 문정동의 23평형 아파트에 입주한 주부 양희영씨. 쓸 땐 쓰면서 지혜로운 재테크로 내집마련에 성공한 그가 들려주는 ‘내집마련 성공 비결’.

2천만원으로 시작, 결혼 5년 만에 23평형 아파트 입주한 양희영 주부

다섯살, 세살배기 두 아이를 둔 주부 양희영씨(29)는 결혼 5년 만인 지난 5월 시가 3억2천만원이 넘는 송파구 문정동의 새 아파트에 입주했다. 보통 직장인이 월급을 모아 서울에서 내집을 마련하려면 18년이 걸린다는 통계청 발표와 비교하면 무척 빨리 내집을 마련한 셈이다. 그렇다고 양씨 부부가 부모에게 큰돈을 물려받은 것도, 자린고비로 악착같이 돈을 모은 것도 아니다.
“아직 20대라 결혼 안 한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아무래도 무조건 절약하고 아끼는 게 힘들어요. 돈을 써야 할 땐 써야죠. 가끔 명품도 사곤 해요. 대신 남들보다 재테크에 대해 더 공부하고 노력한 것이 내집마련 노하우인 것 같아요.”
99년에 결혼하면서 양씨는 인천에 3천만원짜리 전세를 얻어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2천만원은 결혼 전 남편이 모은 돈이었고, 1천만원은 시집에서 빌린 것이었다. 하지만 시집에서 빌린 돈 1천만원은 3년에 걸쳐 모두 갚았으니 결혼 당시 가지고 있었던 재산은 2천만원이 전부였던 셈이다.
“신혼 초엔 특별한 재테크 노하우랄 게 없었어요. 남편이 결혼 전에 월 60만원씩 내는 보험예금 상품에 가입했는데, 해약하면 돌려받는 돈이 너무 적어 계속 불입했어요. 또한 시집에서 빌린 돈을 매달 30만원씩 갚아 나갔고요. 월 60만원씩 비과세 상품으로 저축을 한 게 전부였어요.”
결혼 1년 후, 남편이 필리핀 주재원으로 발령이 났다. 그는 남편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기에 고민 끝에 한국에 남기로 했다. 젊은 나이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야 내집마련을 앞당길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는 친정에 들어가 살면서 직장생활을 계속했다.
“남편이 필리핀으로 간 후 큰아이가 태어난 데다 남편과 떨어져 사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힘들었어요. 그래서 1년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남편이 있는 필리핀에 가기로 결심을 했죠.”
그때 문득 필리핀으로 가더라도 집 장만은 해놓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갈수록 예금 금리가 떨어져 저축만으로는 수익이 많이 나지 않는데다 경기가 풀리고 있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인천에서 전세를 끼고 살 만한 아파트를 찾아보았다. 중국과의 교역이 시작되고 인천공항이 완공되면 이 지역 부동산 값이 오를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때만 해도 집을 사느라 대출을 받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세금 3천만원 안팎으로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찾다 결국 인천 계양구에 있는 24평형 아파트를 6천만원 전세를 끼고 8천9백만원에 샀어요.”

주식투자와 저축으로 종자돈 불려 나가
필리핀으로 떠나며 그가 한국에서 가져간 것은 재테크 관련 서적들이었다. 당시 그는 월 60만원씩 부은 2년 만기 적금을 타서 1천6백만원 정도의 현금이 있었다. 이 돈을 어떻게 굴릴까 생각하다가 주식을 하기로 결심하고 관련 서적을 가져간 것이다. 그는 결혼 전에 소액 주식투자를 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는 필리핀에서 한국의 경제신문을 구독하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씩 주식공부에 매달렸다. 또한 6개월 정도 모의투자를 하면서 자신감을 얻은 후 본격적으로 주식투자에 나섰다.
“1년 이상 장기 보유를 목표로 투자를 했어요. 목표 수익률은 100%로 잡았고요. 하지만 단기간에 갑자기 20% 이상 상승하면 바로 팔았어요.”

2천만원으로 시작, 결혼 5년 만에 23평형 아파트 입주한 양희영 주부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사두고 주식투자를 한 것이 5년 만에 내집마련을 한 바탕이 되었다.


그가 관심을 가진 종목은 IT주, 항공주, 삼성계열사 주식들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수익을 많이 올린 주식은 항공주였다. 당시 테러가 많았는데, 한번 테러가 일어나면 항공주가 가장 많은 타격을 입었다. 따라서 테러가 발생해 항공주가 폭락했을 때 샀다가 주가가 회복되면 파는 방법을 몇 차례 반복했다. 그가 올린 수익률은 연평균 20% 정도.
“주식투자는 항상 돈을 버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익이 나면 따로 빼내 저축을 했어요. 물론 남편 월급에서도 일정 부분을 저축했고요.”
그는 주식투자를 하면서도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늦추지 않았다. 당시 한국은 모든 아파트 가격이 다 오르는 시기였다. 그가 사둔 인천 아파트도 가격이 올랐지만 서울의 아파트들은 비교도 안 되게 급상승을 하고 있었다.
“많이 후회가 됐어요. 아무리 인천 집값이 오를 호재가 많아도 서울의 상승세를 못 따라간다는 것을 확인했죠. 대출을 좀 받아서라도 서울에 샀더라면 훨씬 더 높은 수익을 얻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서울에 아파트를 사야겠다고 생각한 그는 여러 차례 청약을 넣었지만 번번이 떨어졌다.
“청약에만 매달리다가는 내집마련이 어렵겠다 싶어 분양권을 사거나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것으로 방향을 전환했어요. 그래서 2002년에 그동안 투자했던 것들을 모두 현금화했죠.”
인천의 아파트를 1억2천5백만원에 팔아 전세금 6천만원을 빼고 6천5백만원의 현금을 쥐게 됐다. 처음에 3천만원을 투자했으니 3천5백만원의 수익을 남긴 셈이다. 또한 1천6백만원으로 시작한 주식이 3천4백만원으로 불어나 있었다. 그동안 모인 저축액도 1천만원 가량 되어 총 1억1천만원 정도가 되었다.
2천만원으로 시작, 결혼 5년 만에 23평형 아파트 입주한 양희영 주부

“1억1천만원에 대출을 더해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강남지역 유명 브랜드 아파트를 살펴보았는데, 그런 아파트는 아무리 많은 대출을 받아도 살 수가 없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생각을 바꿨어요.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아파트보다는 몇 가지 단점 때문에 저평가된 아파트를 찾아보기로 했죠.”
당시 그는 필리핀에 있었기 때문에 발로 뛸 수는 없었다. 대신 인터넷 부동산 사이트를 꼼꼼히 뒤지고 인터넷으로 부동산 전문가와 상담을 한 끝에 마음에 드는 아파트 3곳을 고를 수 있었다. 전세와 대출을 끼고 살 수 있는 강남구의 아파트와 광진구와 송파구에 각각 짓고 있는 아파트였다.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 결정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그는 한국에 들어와 현장을 답사했다. 강남구의 아파트는 낡기는 했지만 아직 재건축을 기대할 수는 없었다. 또한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이어서 한국에 돌아왔을 때 살 곳을 따로 마련해야 하고, 대출도 너무 많이 받아야 했다. 광진구의 아파트는 앞으로 주변 환경이 개선될 여지는 많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반면 송파구 문정동의 아파트는 2동뿐이었지만 주변이 모두 대단지 아파트였고, 인근 아파트보다 시세도 저렴했다. 무엇보다 주변 환경, 자녀교육 환경이 좋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는 2002년 10월 분양가 1억4천5백만원인 아파트 분양권을 프리미엄 5천8백만원을 더해 샀다.
“2억원 정도 주고 샀는데, 현 시세가 3억2천만원 정도 돼요. 하지만 곧 이곳에 법조타운이 조성되고, 아파트 바로 앞에 공원이 만들어질 예정이라 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여요.”

2천만원으로 시작, 결혼 5년 만에 23평형 아파트 입주한 양희영 주부

양씨는 쓸 때는 쓰지만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면서 아낄 것은 아낀다고 한다.


지난 5월, 그는 아파트가 완공될 무렵 한국으로 발령이 난 남편과 함께 입주해 살고 있다. 인천에 아파트를 소유했었지만, 실제 들어가 살아본 적이 없는 그는 요즘 처음으로 생긴 자기 집을 예쁘고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낙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 있는 호재를 들으면 기분이 좋아요. 기대도 되고요.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결혼해서 처음으로 내 집에 산다는 거예요. 남의 집 전세로 사는 것과는 기분이 다르더라고요(웃음).”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하루 종일 눈 돌릴 시간도 없는 그이지만 아직도 재테크 공부를 늦추지 않고 있다. 결혼 때부터 부어왔던 남편의 저축보험예금이 최근 만기가 되어 4천만원 정도가 생겼다. 이 돈으로 대출금의 일부를 상환했지만 아직도 7천만원 정도의 대출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목표는 대출금 7천만원을 조기상환하는 것. 이를 위해 그는 남편과 3년 만기 1천만원짜리 적금을 일년에 하나씩 넣기로 약속했다고 한다. 그는 또한 주식을 조금씩 사 모으고 있다고 한다.
“전 장기적으로 봐요. 우량주만 조금씩 사고 있어요. 주가가 내려갈 수도 있지만 개의치 않아요. 우량주는 언젠가는 오르거든요.”
대출금 7천만원, 게다가 아이 둘을 키우는데 저축과 주식투자가 가능할까?
“저는 외식도 하고, 꼭 갖고 싶은 물건은 그냥 사요. 그렇지만 제가 더 부지런히 노력해서 절약할 수 있는 것이라면 쓸데없이 돈 쓰지 않아요.”
그의 부지런함은 아이들 키우는 데서 드러난다. 큰아이 유치원 보내는 것을 빼고는 남들 다 시키는 학습지조차 시키지 않는다. 대신 일주일에 한 번씩 구립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몇 시간 동안 책을 읽어주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을 대여한다. 또한 도서관 문화센터에서 무료로 상영하는 만화영화, 인형극에 데리고 다닌다. 게다가 미술, 음악, 한글, 영어 교육은 그가 직접 자료를 만들어 가르쳐준다. 따라서 사교육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
“어떤 선생님이 내 아이를 저만큼 잘 알고 잘 가르칠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가르치면 아이한테도 좋고, 돈도 절약되잖아요.”
23평형 아파트라면 결혼하면서부터 가지고 시작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노력해서 마련한 것이기에 더욱 값져 보인다. 그의 다음 목표는 5년 안에 32평형 아파트로 집을 넓혀가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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