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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스타의 속 깊은 이야기

‘신부수업’에서 몸짱 이미지 벗고 신부복 입은 권상우

“데뷔 4년째, 요즘엔 사색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을 돌아봐요”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이승재‘동아일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9.01 16:43:00

영화 ‘신부수업’에서 검은 신부복(수단)을 입은 소심한 신학생으로 등장한 권상우.
그의 근육질 몸매를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모성애를 자극하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것이 ‘편견과 담배’라고 말하는 그는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신을 둘러싼 오해와 편견에 대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신부수업’에서 몸짱 이미지 벗고 신부복 입은 권상우

웃통을 벗지 않는 권상우(28)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그는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열등감만큼이나 불타오르는 근육질 몸매를 드러내며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난 8월6일 개봉된 로맨틱 코미디 ‘신부수업’에서 그는 육감적인 근육 혹은 수컷기질을 까만 옷 속에 감췄다. ‘몸짱’ 권상우가 검은 신부복을 입은 소심한 신학생으로 등장한다는 것은 권상우로선 ‘의도된 배신’이다.
“늘 무뚝뚝하고 말을 툭툭 내뱉는 기생오라비 같은 역할만 해왔잖아요. 그런데 권상우가 신부라? 처음엔 제가 생각해도 웃겼어요. 매번 저에겐 ‘몸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니는데 차라리 나약하고 소심한 모습으로 변하면 어떨까 생각했죠. 이번엔 모성애를 자극하는 외로움이 느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얻어맞거나 쥐어 패는 액션신이 전혀 없는 이 영화에 대해 권상우는 “섹스·폭력·욕설이란 흥행의 3대 요소 없이 만드느라 정말 힘이 들었던 영화”라고 말했다.
“영화 찍으면서 난생 처음으로 힘이 남더라고요. 촬영을 마친 후에도 ‘내가 뭔가 덜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어요.”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화장실에서 볼일 볼 때 불편한 것 빼고는 신부복이 너무 멋져 마음에 든다”면서 “여자 때문에 (하느님의) 시험에 든다는 점에서는 예비신부(神父)나 남자 연기자나 비슷한 처지”라며 신학생 연기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지막 서품식(사제가 되는 의식) 장면에서 NG가 많이 났어요. 하느님과 봉희(하지원)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눈물이 잘 안 나와서요. 나 권상우는 하느님과 여자 중 하나를 택하라면 당연히, 확실히 여자를 택할 텐데…. 몰입이 안 됐던 거죠(웃음).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찍을 때는 극중에서 내가 사랑하는 최지우씨가 죽으니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떨어지던데(웃음).”

“남들이 못 가진 걸 극대화해 모자란 부분 채우겠다”
‘신부수업’에서 몸짱 이미지 벗고 신부복 입은 권상우

그는 “당연히 나도 여자 때문에 고민한 적이 있다”면서 “이 여자에게 고백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그냥 지나가버린 적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상대배우 하지원을 여자로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는 “되게 착하더라”면서 그냥 웃었다.
‘신부수업’에서 요리와 십자수가 취미인 신학생 규식은 왈가닥 소녀 봉희와 우연히 난생 처음 입맞춤을 하게 된다. 그 뒤 소문에 휘말리며 결국 굳건했던 신심마저 흔들린다. 첫 키스의 기억은 누구에게나 남는 법이지만, 권상우는 남다른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전 여자친구와 헤어지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해요.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없이 헤어지게 되면 그땐 다 잊어버려요. 앞으로 내 앞에 나타날 사람 혹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위해서라도 그런 건 기억하고 싶지 않고…. 첫 키스란 그렇게 추억으로 담아두는 게 아니에요.”

‘신부수업’에서 몸짱 이미지 벗고 신부복 입은 권상우

권상우는 최근 의사들이 뽑은 ‘건강연예인’으로 선정됐을 정도로 철저히 자기관리를 해 오고 있다.


그가 서서히 내면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쏟아내기 시작했다. “스스로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점이 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속내를 뜨겁게 토해냈다.
“저한테 사람들이 항상 얘기하는 거죠. 발음이 안 좋다, 발성이 안 좋다는 거. 그래요. 뭐, 옛날에는 그게 정말 큰 콤플렉스였어요. 그렇다고 제가 혀가 진짜 짧은 게 아니거든요. 사실 (발음) 습관이 잘못되었을 뿐인데. 생활하는 데 불편은 없어요. 배우가 아닌 일반인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저보다 발음이 안 좋은 사람들도 많던데, 전 배우이다보니 단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제가 한석규씨나 성우들처럼 완벽하게 발음을 하게 된 다음에 작품을 해야 할까요? 만약 억지로 성우 같은 악센트를 쓰면서 연기를 한다면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을까요? 가장 중요한 건 감정연기라고 생각해요.”
다소 흥분한 그는 “내 단점이 있다면 대신 남들이 못 가진 걸 극대화해 모자란 부분을 채우면 된다. ‘말죽거리 잔혹사’ 때도 남들과 구별되는 액션을 보여주려고 피땀을 흘렸다”고 힘줘 말했다.
‘말죽거리 잔혹사’는 그의 연기인생에 큰 변환점이 된 것 같았다.
“‘말죽거리…’ 촬영을 마친 뒤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어요. 제가 연기가 부족한 걸 알지만, 이 영화를 찍고 나서는 정말 영화배우가 된 느낌이었어요. ‘말죽거리…’의 현수 연기는 지금 와서도 후회가 없어요.”
왠지 그의 얼굴이 수척해 보였다. “고민 있냐”고 물었더니 권상우는 “몸무게는 줄지 않았지만 얼굴 살이 부쩍 빠졌다. 요즘 이런저런 생각이 많다”면서 말을 이었다.
“욕심을 버려야겠다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해요. 데뷔할 때는 ‘나 혼자 먹고 자고 할 수 있는 원룸 하나만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원룸을 얻었어요. 그 다음은 걸어 다니기가 힘든 거예요. 그래서 조그만 스쿠터를 샀죠. 그랬더니 ‘아냐, 스쿠터는 좀 위험해. 차가 있어야 돼’ 하는 욕심이 들었어요. 또 좋은 차를 샀어요. 그 다음엔 엄마를 모시고 살 좋은 집을 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집도 샀어요. 이렇게 계속하다보니 밑을 보지 못하고 위만 숨 가쁘게 쳐다보는 거예요. 어느 순간 확 깨어나면서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과연 나한테 중요한 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거 같아요. 전 평생 부를 좇아서 살진 않을 거예요.”
그는 “이런 말하면 남들이 웃을 것”이라면서 “진짜 내가 약간 이상해졌다. 요즘엔 문득 혼자 시골로 차를 몰고 가 하루 종일 올갱이(‘다슬기’의 방언)를 잡을 때도 있다”며 멋쩍은 듯 웃었다.

현실에 최선을 다하지만 평생 부를 좇아 살지는 않을 터
아마 그의 얼굴이 좀 어두워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지게 된 건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사는 일을 종종 겪게 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한 영화 시상식에 하지원씨와 제가 참석했어요. 하지원씨는 백금으로 된 드레스를 입었고, 저는 제 차가 아니지만 멋진 스포츠카를 타고 갔어요. 전 그런 축제 같은 분위기에서는 연예인으로서 뭔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도리이고 서비스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다음날 어떤 신문에 ‘권상우의 벤츠와 하지원의 백금 드레스보다 상을 타진 않았지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안성기씨의 웃음이 더 값진 것이었다’는 기사가 난 거예요. 하루아침에 굉장히 의식없는 사람이 돼버렸죠. 그런 오해가 있을 때마다 마음이 답답해져요.”

‘신부수업’에서 몸짱 이미지 벗고 신부복 입은 권상우

권상우는 최근 의사들이 뽑은 ‘건강연예인’으로 선정됐다. 이는 그가 ‘몸짱’이란 평가에 그치지 않고 이미지 관리를 철저히 해왔다는 증거다. 그는 “이 세상에서 내가 가장 싫어하는 건 편견과 담배”라고 못 박았다.
“원래 담배는 못 배웠고요. 술은 조금 먹는데, 특히 도수가 낮은 맥주 같은 술은 정말 ‘쥐약’이에요. 조영구씨가 진행한 한 TV 인터뷰에서도 맥주를 딱 한 잔 했는데, 화면에는 얼굴이 온통 시뻘건 만취 상태의 얼굴로 나와 무척 당황했어요. 술을 마셔야 할 자리라면, 아예 센 걸로 마셔버리고 바로 잠들어버리죠(웃음).”
원빈, 송승헌과 특히 친하게 지낸다는 그는 “원빈씨와는 컴퓨터 축구 게임도 자주 했다. 예전엔 내가 늘 이겼는데, 원빈씨가 ‘태극기 휘날리며’를 장시간 촬영하는 동안 짬짬이 연습을 해 요즘엔 내가 진다”면서 “솔직히 친구라도 라이벌 의식 같은 게 있지만 누가 잘 되고 누구는 안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내년 초에 어두운 누아르 영화에 출연해 또다시 연기변신을 시도할 계획. 그는 차기작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며 “남성적이고 무척 비주얼한 영화가 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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