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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전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18년 만에 처음 해본 베드신 연기, 체력 달려 꿀물 먹어가며 촬영했어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김성남, 김형우 기자

입력 2004.09.01 16:11:00

각종 시상식에서 아슬아슬한 옷차림으로 화제를 모으면서도 정작 한 번도 노출 연기를 하지 않았던 김혜수가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속살을 공개했다. 연기 인생 18년 만에 처음 도전한 베드신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보여준 김혜수의 속내를 들여다봤다.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전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밤새 한잠도 못 자고 왔어요. 영화를 보는 동안 입에 침이 마르고, 가슴이 벌렁거렸죠. 영화 속의 낯선 감정들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조바심이 나기도 했고요.”
각종 시상식에서의 대담한 옷차림과 똑 부러진 말투로 당당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김혜수(34). 하지만 지난 7월 말 영화 ‘얼굴없는 미녀’ 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그의 얼굴에서는 약간의 흥분과 긴장이 교차하고 있었다.
지난해 KBS 드라마 ‘장희빈’에서 표독스럽고 요염한 장희빈을 연기해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던 김혜수가 영화 ‘얼굴없는 미녀’로 관객들 앞에 섰다. 영화 ‘얼굴없는 미녀’는 성격장애를 앓고 있는 유부녀 지수(김혜수)와 아내를 잃은 정신과 전문의 석원(김태우)이 벌이는 치명적이고 위험한 사랑을 그린 영화. 2002년 동성애를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해 화제를 모았던 ‘로드 무비’의 김인식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제작 당시부터 김혜수의 노출 수위가 관심의 초점이 됐었다.
“여배우의 노출은 관객의 입장에서 큰 관심사일 수밖에 없죠. 하지만 제가 영화를 선택할 때는 노출이 어느 정도냐는 크게 상관하지 않았어요. 매력적인 캐릭터였고, 같이 작업하고 싶은 감독의 작품이라 선택했던 거죠.”
‘장희빈’을 찍고 있을 때 시나리오를 처음 받은 그는 매니저로부터 김인식 감독의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는 시나리오를 펼쳐보지도 않은 채 “하겠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김인식 감독의 전작 ‘로드 무비’가 자신의 취향에 꼭 맞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시나리오를 열어보자 지수라는 인물을 연기하는 것이 자신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 같아서 무력감이 밀려왔다고.
‘얼굴없는 미녀’에서 지수는 ‘경계선성격장애’라는 생소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김혜수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지수의 정신적 고통과 그로 인해 표출되는 비정상적인 행동들을 관객들이 납득할 수 있게 표현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정신과 전문의가 쉽게 기술한 의학서적을 참고했어요. 알고 보니 경계선성격장애는 이름 자체는 낯설지만 현대인들에게서 쉽게 발견되는 증상이더라고요. 우리 주위에서도 스트레스가 너무 심하면 과소비, 폭식, 자살기도 같은 것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또 순간 기억상실부터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까지 경계선성격장애의 범주는 아주 넓더라고요.”
그는 경계선성격장애에 있어 반 전문가가 된 듯했다. 이러한 깊이 있는 연구는 극중 인물을 이해하고 연기에 몰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시상식에서는 과감한 옷차림 즐기지만 실제로는 상식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
김혜수는 이번 영화에서 섬세한 심리 묘사만큼이나 베드신에서도 열연을 펼쳤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전라 노출을 감행한 그는 영화 속에서 세 명의 남자와 차례로 정사를 나누는데 특히 4분30초 동안 계속되는 첫사랑 한정수와의 베드신은 밤새 수십 회 반복 촬영했다고 한다. 끼니를 챙겨 먹을 상황이 못 돼 꿀물을 먹어가며 촬영에 임했는데 끝내 체력이 달려 신물이 올라올 정도였다고.
파격적인 옷차림으로 화제를 모으면서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노출을 하지 않았던 김혜수. 그가 30대 중반의 나이에 영화 속에서 전라의 연기를 선보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혜수는 최근 발매된 ‘신동아’ 9월호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 부분에 대해 특유의 달변으로 명쾌하게 설명했다.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전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개인적으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배우로선 특별할 게 없어요. 누드사진을 찍는 게 아니잖아요. 일본이나 할리우드를 보세요. 70대 할머니 배우라도 노출신이 꼭 필요하다면 배우 스스로 판단해서 하잖아요. 나이는 관계가 없어요.”
그는 시상식이나 쇼프로에서 과감한 옷차림을 하는 건 순전히 자신의 취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연기를 할 때는 안 되지만 토크쇼를 진행할 때나 시상식 사회를 볼 때는 개인 김혜수의 취향이 반영될 수 있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평소 김혜수가 꽤나 과감한 옷을 입는 것 같던데 왜 과감한 연기는 안 하는 거지?’ 하고 생각하죠. 하지만 성격이 과감하다고 해서 과감한 배우일 순 없는 거예요. 내성적인 배우도 과감한 연기를 할 수 있듯이. 그리고 ‘김혜수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고 평소에도 참 화려한 여자’라는 선입견이 크더라고요. ‘김혜수는 돌출행동을 즐긴다’는 것도 마찬가지죠. 그러나 실제의 저는 상식적인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에요.”
그는 시상식에서의 화려한 옷차림은 배우로서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반영된 것일 뿐 평소 ‘럭셔리’를 추구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얼굴없는 미녀’에 함께 출연한 김태우 역시 “많은 사람들이 김혜수가 너무 당당하고 기가 세서 함께 일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갖는데 남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이라고 했다.
배우 차원에서 연기에 필요한 노출을 하는 것이니 특별할 게 없다고 말하는 그. 그렇다면 그는 이제껏 노출이 요구되는 배역을 제의 받은 적이 없는 것일까.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전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얼굴없는 미녀’에 함께 출연한 김태우는 김혜수가 털털하고, 남을 많이 배려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제의가 있었던 건 제가 영화적으로 고민할 이유가 없는 영화, 에로영화였죠. 영화의 캐릭터를 두고 노출신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우리 영화계에서 여성 연기자가 과감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건 비교적 최근 일이거든요.”
그는 한때 네티즌들 사이에 누드집을 내면 가장 잘 팔릴 연예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누드집을 찍고 싶지 않을 뿐더러 아직까지 누드 촬영 제의를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첫사랑은 대학 3학년 때, 연예인 하지 않았으면 평범한 주부 되었을 것
86년 영화 ‘깜보’로 데뷔한 김혜수는 올해로 연기 경력 18년째를 맞고 있다. 지금껏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는 45편 내외. 그는 데뷔 후 줄곧 스타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대표작이 없는 배우’로 불리기도 한다.
“10대에 데뷔해서 주로 20대에 연기를 많이 했는데 대표작을 염두에 두고 하진 않았어요. 그래서 대표작이 없는 게 배우로서 초라하다거나 핸디캡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죠. 그때는 창의적인 사람들 틈에서 일하며 자극받는 게 제게 가장 큰 의미가 있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 ‘과연 창의적인 사람들 틈에서 창의적 자극을 받은 것에만 만족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이 들긴 해요. 그게 제 황금기의 전부라면 나이 들어서 약간은 억울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영화 ‘얼굴없는 미녀’에서 전라로 열연한 배우 김혜수

김혜수는 평소 청바지와 셔츠를즐겨 입는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연기생활을 시작해 일찍이 스타덤에 오른 그는 20대 초반 심각한 슬럼프에 빠진 적이 있다고 한다. 철이 들고 자의식이 생긴 뒤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직접 소통하지 않고 반드시 누군가(매니저)를 거친다는 점에서 ‘내가 내 인생을 주도하고 있는 것 맞나’ 하는 회의가 들었던 것. 그러나 연기가 좋았기 때문에 연기자가 된 걸 후회해본 적은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연기를 저의 전부라곤 생각지 않아요. 그러면 제가 힘들어지거든요.”
고교시절 외교관이 되고 싶어 외무고시를 알아본 적도 있다는 그는 그러나 연예인이 되지 않았다면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하다가 지금쯤 주부가 되어 아기 셋을 낳고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고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껏 연예인을 사귀어본 적이 없다는데 동국대 연극영화과 3학년 때 과 선배와 2년 8개월 동안 사귀다 헤어진 것이 첫사랑이라고. 딱히 이상형을 정해놓지는 않았지만 정서적으로 통하고, 자신을 자극할 수 있는 남자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키 170cm에 몸무게 52kg. 상체가 짧고 팔다리가 긴 전형적인 서구형 몸매를 지닌 그는 20대까지만 해도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주저 없이 먹었지만 30대가 되면서부터는 몸매 관리에 신경이 쓰인다고 한다. 20대에는 육류를 즐겨 먹고, 곡류를 거의 먹지 않았던 반면 요즘은 채소류와 곡류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한다고. 패스트푸드, 라면, 탄산음료는 원래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휴식기를 갖고 있는 그는 영화 다음 작품 선정은 당분간 미뤄둘 생각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9월 4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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