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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아름다운 그녀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 최정원

“절 누구보다 자랑스러워 하는 남편과 딸아이의 응원 덕분에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ㆍ문경선‘자유기고가’ ■ 사진·정경택 기자 ■ 메이크업ㆍ컬쳐&네이쳐

입력 2004.08.03 11:29:00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을 맡은 최정원.
그는 98년 뉴욕에서 처음 공연을 본 후 7차례나 공연장을 찾을 정도로 이 작품에 푹 빠졌다고 한다.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에 서는 최정원의 뮤지컬 이야기와 ‘국내 수중분만 1호’ 엄마로 화제를 모은 그의 딸사랑, 남편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 최정원

한국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루시 역을 맡은 최정원(35). 그는 이번 공연에 남다른 각오로 임하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그가 출연하는 스무번째 뮤지컬이자 98년 처음 보았을 때 그를 매료시킨 작품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 공연을 보고 푹 빠져서 뉴욕에 머무는 동안 일곱 번이나 공연장을 찾았어요. 공연을 볼 때마다 새롭더라고요. 음악도 들을 때마다 다르게 느껴졌고요. 루시가 무대 위에서 뿜어내는 열정에 푹 빠져들었죠.”
‘지킬 앤 하이드’는 유능한 의사 지킬이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하다 시시각각 정신이 선과 악으로 분열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스릴러. 97년 브로드웨이 진출 이후, 1천5백여 회 공연 내내 전례 없는 기립박수로 뮤지컬 팬들의 환호를 받은 작품이다. 98년 따뜻한 가족애를 그린 창작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 뉴욕 공연차 브로드웨이를 방문했던 그는 당시 뉴욕 공연 출연료를 몽땅 ‘지킬 앤 하이드’ 관람에 쏟아 부었다고 한다.
그는 귀국한 뒤에도 ‘지킬 앤 하이드’에 대한 감흥이 남아 한동안 한국에서의 명성을 다 포기하고 브로드웨이로 오디션을 보러 갈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영어로 된 가사를 모두 외우고 언젠가 ‘지킬 앤 하이드’ 한국 공연 무대에 설 날을 기다리며 마음을 달랬다고. 그런 그에게 마침내 6년 만에 꿈을 실현할 기회가 찾아왔다.
“원래는 ‘토요일 밤의 열기’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공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출연 제의가 들어왔을 때 두 작품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죠. ‘토요일 밤의 열기’ 연출자인 윤석화씨가 ‘지킬 앤 하이드’에 대한 제 열정을 이해하고 흔쾌히 중도하차를 허락했어요. 잘하라는 격려도 해주었고요.”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 최정원

최고의 작품을 만났을 때 무대 위에서 불꽃처럼 사라지고 싶다는 그는 새로운 작품을 대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과 성의를 다한다고.


이번 작품에서 그가 맡은 루시는 선의 상징인 지킬을 사랑하는 여인. 클럽에서 일을 하던 루시는 어느 날 악의 상징인 하이드로부터 상처를 입고 지킬을 찾아갔다가 그의 친절한 치료에 감동을 받고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루시는 지킬의 또 다른 모습인 하이드에게 살해되고 만다. 결국 한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죽음을 당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게 되는 것.

수중분만으로 태어나 밝고 건강하게 자라는 네살배기 딸

7월24일부터 공연되고 있는 ‘지킬 앤 하이드’에는 최정원 외에 영화배우 조승우와 ‘오페라의 유령’에서 ‘라울’ 역으로 열연했던 류정현, 가수 소냐와 김소현 등이 출연한다.
“같이 연습하는 멤버들이 있어서 재미있고 좋아요. 지난 모노드라마 공연 때는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에 부담도 부담이었지만 무척 외로웠거든요. 지금은 더 신나게 연습에 임하고 있답니다(웃음).”
최정원은 지난 5월 막을 내린 모노드라마 ‘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11세 딸아이를 둔 35세의 여가수로 열연했다. 여자로서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한 충고와 자신이 겪었던 사건들을 딸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의 공연은 그에게도 적지 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때문에 그는 공연 도중 딸로서, 엄마로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고.
“엄마 생각만 하면 너무 죄송해요. 그래서 가끔 미안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쓰곤 하는데 엄마는 오히려 무대 위에 있는 제 모습을 볼 때마다 ‘저렇게 훌륭한 배우가 내 딸이구나’ 하며 감격스러워하신대요. 이런 걸 ‘내리사랑’이라고 하나봐요. 저도 수아에게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줄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 최정원

늘 아낌없는 뒷바라지를 해주었던 친정어머니는 현재 손녀 수아(4)를 맡아 기르며 그의 뮤지컬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아무런 강요나 제약을 받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뮤지컬을 선택할 수 있었던 것처럼 수아에게도 무엇이든 강요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다양한 공연을 보여주고 음악을 들려주고, 직접 발레와 탭댄스 등을 가르치면서 수아가 정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물론 딸아이가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하면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고, 함께 무대에 설 수도 있기 때문에 더할 나위 없이 좋죠. 하지만 선택은 수아 몫이에요. 남편은 ‘한 세대에 최고의 뮤지컬 배우는 한 명밖에 나올 수가 없기 때문에 수아가 뮤지컬 배우가 되면 엄마보다 밑져서 안 돼’ 하며 가끔 저를 비행기 태우는 농담을 해요(웃음).”
수중분만으로 태어나 더욱 유명한 수아는 바쁜 엄마에게 투정 한번 부리지 않는 밝은 아이로 자라고 있다고 한다. 수아는 특히 엄마가 뮤지컬 배우라는 사실을 무척이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한번은 친구들 앞에서 엄마를 “뮤지컬 배우 최정원”이라고 소개하는 모습을 보고 그는 뿌듯함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꼈다고 한다. 엄마가 너무 바쁜 탓에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것이 싫을 법도 한데 아침마다 연습실로 향하는 엄마를 향해 웃으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다고.
“수아는 제가 매일매일 공연을 하러 가는 줄 알아요. 그래서 아침마다 오늘은 공연이 몇 개냐고 물어요. 한 개라고 하면 제가 일찍 들어올 줄 알고 팔짝팔짝 뛰면서 좋아하고, 두 개라고 하면 힘내서 잘하고 오라고 격려까지 해줘요(웃음).”
딸이 이처럼 엄마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데는 남편 임영근씨(35)의 역할이 컸다. 남편은 행여라도 딸아이가 바쁜 엄마를 원망할까봐 “엄마는 멋진 공연을 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주어야 해. 그러니까 엄마가 바빠도 우리가 이해를 해주어야겠지?” 하고 입버릇처럼 말한다는 것. 그는 이런 남편의 외조 덕분에 연습실이나 무대 위에서는 딸에 대한 걱정도,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깨끗이 접어둔다고 한다.

공연 준비 때마다 연습실 냉장고에 먹을거리 가득 채워놓는 남편
“연습할 때는 무조건 휴대전화를 꺼놔요. ‘수아가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는 소식을 듣는다고 해도 공연 중에 집으로 달려갈 수는 없잖아요. 엄마와 배우로서의 생활은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집에서는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죠.”
지난해 7월 ‘토요일 밤의 열기’ 공연 당시 그는 남편으로부터 “좋은 아내, 좋은 엄마보다 좋은 배우가 되어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남편 임씨는 얼마 전 한 잡지사에서 선정한 ‘트로피 남편(Trophy Husband·성공한 아내 대신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을 일컫는 말)’에서 1위를 차지했을 만큼 최정원에 대한 외조가 각별하기로 소문나 있다.
“그 소식을 듣고 남편한테 정말 미안했어요. 남편이 성공하도록 제가 내조를 잘했어야 하는데 거꾸로 된 거잖아요. 그런데 남편은 트로피 남편으로 선정된 것이 무척 기쁘대요. 제가 자신의 아내란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하던걸요.”
요즘도 그는 공연을 막 끝내고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남편의 손을 잡으면 떨림이 느껴진다고 한다. 결혼 전 공연 첫날에는 꽃다발을 한아름 안겨주고 마지막날에는 꼭 특별한 선물을 준비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남편 임씨는 요즘도 종종 최정원을 위해 이벤트를 마련한다고.



국내에서 초연되는 ‘지킬 앤 하이드’ 헤로인 최정원

23인치의 날씬한 허리를 자랑하는 최정원은 수영과 스쿼시로 체력을 단련하며 커피, 콜라 등 카페인 음료를 피하고 간식으로 호두나 잣, 뻥튀기 등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연습을 시작하는 날에는 연습실 냉장고에 각종 과일과 초콜릿, 음료수 등을 다른 멤버들과 함께 먹을 수 있도록 가득 채워놓아요. 그리고 곳곳에 메시지를 남겨놓는데 그걸 찾는 재미가 쏠쏠하답니다(웃음).”
그는 남편과 딸이 응원을 보내줄 때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희생하고 갖는 공연인 만큼 더욱 최선을 다해서 최고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한다고.
다시 태어나도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말하는 최정원은 최고의 작품을 만났을 때 관객들 앞에서 불꽃처럼 사라지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작품을 마주할 때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열과 성을 다한다고.
“물론 그런 작품을 영영 못 만날 수도 있어요. 최선을 다해도 공연이 끝나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번 작품은 특별히 애착을 가지고 있고 훌륭한 작품인 만큼 제 생애 마지막 무대라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려고요.”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잘하게 되었고 직업으로까지 가지게 되었으니 자신은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말하는 최정원. 그는 언젠가 자신이 출연했던 작품의 주옥 같은 음악들을 모아 콘서트 무대 위에서 들려주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8월 4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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