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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가슴 찡한 사연

백혈병 아들 완치 빌며 골수기증운동과 제대혈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는 탤런트 김명국

■ 기획·김동희 ■ 글·장옥경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7.12 14:03:00

햄버거 CF와 KBS 드라마 ‘무인시대’ 등을 통해 주목받은 탤런트 김명국. 최근 그의 여덟살 난 아들 영길이가 백혈병이 재발돼 제대혈 이식수술을 받았다. 골수가 온전히 자리잡기까지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완치의 희망을 걸고 간호중인 그를 만났다.
백혈병 아들 완치 빌며 골수기증운동과 제대혈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는 탤런트 김명국

“영길이의 검사 결과를 본 의사들이 후유증도 심한 편이고 폐의 상태도 좋지 않다고 하지만 저는 우리 영길이가 나날이 좋아지고 있다고 믿어요. 검사 수치가 정확하긴 하겠지만 꼭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나 ‘자신감’까지 잡아내진 못하잖아요.”
서울대병원 어린이병동 8층 입원실에서 만난 김명국과 부인 박귀자씨(41)는 “부모와 자식 간에는 통하는 믿음이 있다”며 영길이 손을 꼭 잡았다.
“지난 2월 제대혈 이식수술을 하고 상태가 호전되어 퇴원했는데 4월 말에 감기 증상이 있어 다시 입원했어요. 열흘 정도면 되겠지 했는데 이식한 골수가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면역체계에 이상이 일어나 팔에 대상포진이 생겼어요. 혹시라도 전염이 될까봐 따로 격리돼 치료받고 있죠.”
김명국(40)은 아이가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 쉽지 않지만, 이 정도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수술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거나, 집안 사정이 어려워 치료를 포기하는 어린이들도 많아요. 영길이는 다행히도 조직과 일치하는 제대혈을 기증받아 수술도 하고 쾌유를 기다리는 상황이니 정말 감사하지요.”
KBS 드라마 ‘무인시대’에 이어 ‘불멸의 이순신’에 캐스팅된 김명국은 요즘 지방 촬영으로 몹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병실을 지키는 건 거의 박귀자씨의 몫.
“영길이가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만 세살이 되던 2000년 3월이었어요. 감기 증세가 한달 이상 가고 등과 배에 손바닥만한 멍자국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을 받았어요. 너무 슬프고, 가슴 아프고, 왜 이런 일이 우리집에, 내 아들에게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죠.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신을 차리기까지 6개월이 걸렸어요.”

백혈병 재발로 좌절 겪다 제대혈 이식으로 희망 찾아
영길이의 경우 급성인데다 백혈구 수치가 워낙 높아 처음부터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눈다면 말기에 가까웠다. 그래서 처음부터 항암제 투여량을 늘렸고 몇 개월간의 집중적인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재발했다.
“재발을 하니 부작용과 위험을 감수하고 항암제 투여량을 어린이 기준치를 넘어 성인 수준으로 높이는 수밖에 없었어요. 그런데도 듣지를 않아 골수이식만 유일한 희망으로 남게 되었어요.”
김명국은 영길이 누나인 소슬이(11)의 조직이 영길이와 맞지 않아 이식을 할 수 없게 되자, 골수기증자를 백방으로 수소문했다. 영길이뿐 아니라, 백혈병 환자들을 위한 골수 이식의 절실함을 널리 알리기 위해 6박7일간 하루에 40∼50km씩 달려 중국 고비사막을 가로지르기도 했다. 골수 이식이 영길이를 살리는 유일한 길이었지만 남에게 이식받을 경우 조직이 맞을 확률은 100만분의 1에 불과했다. 이때 대안으로 강구된 것이 제대혈 이식. 제대혈은 아기가 태어날 때 버려지는 탯줄 안에 있는 혈액으로, 이 안에는 골수와 같이 혈액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가 들어 있다.
영길이의 절박한 사정이 알려지자 백혈병 어린이 재단은 물론 방송도 거들고 나섰다.
“방송에 나갈 때 무척 고민을 했어요. 영길이가 아픈 걸 알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요. 한참을 고민한 끝에 좋은 일은 감춰도 병은 소문내라고 했던 옛 말이 생각나서 방송 출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다행스럽게도 영길이의 조직과 일치하는 제대혈을 기증받아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백혈병 아들 완치 빌며 골수기증운동과 제대혈 바로 알리기에 앞장서는 탤런트 김명국

김명국 가족의 단란한 한때. 백혈병을 앓기 전 영길이의 모습이 밝다.


김명국과 박귀자씨는 연극 극단인 ‘우리극단’의 멤버로 만나 ‘사랑’ 하나만 믿고 결혼했다. 세 가구가 화장실 한 칸을 공동으로 써야 하는 산동네 지하 셋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 연극에 대한 열정과 공감이 있어 행복했다. 두 사람은 영길이의 병이 재발했을 때도 영길이를 살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이들 부부는 영길이에게 “너는 뭐든 할 수 있는 아이다. 강한 아이니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끊임없이 말을 해준다. 그래서인지 영길이도 매일 맞는 주사나 검사가 싫어 떼를 쓰다가도 무의식중에 “나는 할 수 있다”고 중얼거리곤 한다고.
영길이가 백혈병에 걸린 이후 집안의 모든 일은 영길이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자 “우리집에는 영길이만 있냐”는 딸 소슬이의 불평이 이어졌다. 주말에 엄마 아빠와 놀러가기는커녕 주중에도 얼굴 한번 제대로 보기가 힘들기 때문. 할머니가 낮에 잠깐 와서 봐준다고 해도 78세 고령이라 소슬이의 외로움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요즘 소슬이가 많이 어른스러워졌다.
“예전에는 영길이를 간호하느라 병원에 있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를 걸어 ‘엄마 언제 와, 보고 싶어’ 하며 징징거렸어요. 그런데 요즘은 전화를 자주 안 걸어요. 부모에게 기대려는 것도 없어지고. 전화를 자주 할 때는 귀찮았는데 부쩍 철이 들자 그것도 가슴 아프네요.”
박귀자씨는 소슬이가 냉장고나 신발장, 혹은 아빠의 지갑 속에 ‘엄마 아빠 힘내, 그리고 사랑해요’라고 쓴 메모지를 잔뜩 붙여놓고 식구들을 응원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아무리 괴로워도 아이 앞에서는 웃음만을 보여주려는 남편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찡해진다고.
“백혈병 환자 가족들은 너무 힘들어요. 치료비가 한두 푼이 드는 게 아니거든요. 영길이만 해도 제대혈 이식을 받던 두달 동안 8천3백여 만원이 들었어요. 또 면역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에 조금만 열이 나도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4월 말에서 6월1일까지 중간 정산된 입원비만 6백만 원 가까이 돼요. 보통의 경제력을 가진 부모가 감당하기엔 정말 버겁습니다.”
예전엔 이미지에 맞지 않는 역할이 들어오면 부인 박씨가 나서서 말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치료비 마련을 위해 들어오는 일은 무조건 마다하지 않는 남편을 보면 안쓰럽기 그지없다고. 김명국은 아들을 위해 어떤 일이든 기꺼이 할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며 앞으로 제대혈 바로 알리기 운동과 골수기증운동을 꾸준히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대혈 기증 문의 080-264-9380, www.celltree.co.kr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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