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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받은 박찬욱 감독

■ 기획·김유림 기자 ■ 글·조희숙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7.05 19:24:00

박찬욱 감독이 영화 ‘올드보이’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그는 내심 자신의 수상보다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했다고 한다.
11월부터 또 다른 영화 촬영에 들어가는 그를 만나 수상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받은 박찬욱 감독

제57회 칸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41)의 ‘올드보이’가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올렸다. 2년 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칸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은 감독이 된 것이다.
박감독이 받은 심사위원 대상은 작품상인 황금종려상에 이어 2등에 해당하는 영예로운 상이다. 하지만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화씨 911’이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영화로서는 박감독의 ‘올드보이’가 실질적인 1등을 한 셈이다.
지난 5월25일 ‘올드보이’ 주연배우인 최민식과 함께 ‘금의환향’한 박찬욱 감독은 곧바로 프라자 호텔로 자리를 옮겨 기자회견을 가졌다. “‘올드보이’가 개봉된 이후 가장 큰 사건이다” 하고 말문을 연 박감독은 정작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는 덤덤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솔직히 상을 받을 때는 상상했던 것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았어요. 오히려 한국에서 ‘올드보이’가 개봉할 당시에 예매가 잘 된다는 소식을 듣거나 손해 안 보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가 더 기뻤던 것 같아요. 하지만 현지에서 영화 시사회 후 영화 관계자와 일반 관객들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을 때는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때는 상을 안 받아도 아쉬움이 없을 것 같았어요.”
내심 ‘올드보이’ 주연배우인 최민식의 남우주연상 수상을 기대했다는 박감독은 “평소 상금이 있는 상을 타본 경험이 없어 수상을 기대하긴 했다”며 “받은 상장은 연기자들과 컬러복사를 해서 나눠 가질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칸영화제의 수상에 이어 박감독은 최근 겹경사를 맞기도 했다. 지난 6월4일 열린 제41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올드보이’가 감독상을 포함해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을 석권한 것. 게다가 할리우드에서도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는 제의가 오고 있어 박찬욱 감독은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한 박찬욱 감독은 지난 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처음 영화감독으로 데뷔를 했다. 하지만 데뷔작에 이어 두번째 작품이었던 ‘삼인조’까지 연달아 흥행에 참패하면서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그는 이 시기를 영화감독으로서 가장 어려웠던 시절로 꼽으며 “당시 타란티노 감독이 ‘펄프픽션’ 홍보차 방한해 인터뷰를 하게 됐는데, 내 영화를 만들어야 할 시기에 남의 영화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는 사실에 매우 쑥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두편의 영화 흥행 실패로 좌절 겪은 적 있어
그가 본격적인 흥행감독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0년 개봉한 ‘공동경비구역 JSA’ 덕분. 박감독은 그해 최고 흥행작으로 떠오른 ‘공동경비구역 JSA’ 덕분에 그간의 부진을 단번에 씻고 흥행감독 대열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그가 영화 속에서 주요 소재로 삼는 것은 ‘복수’다. 일본만화를 원작으로 한 ‘올드보이’는 그가 구상한 복수 시리즈 3부작 중 두번째에 해당하는 작품. 첫번째 작품이었던 ‘복수는 나의것’은 흥행에 실패했지만 ‘올드보이’의 성공에 힘입어 벌써부터 세번째 작품 ‘친절한 금자씨’(가제)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쏟아지고 있다.
유독 ‘복수’를 영화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 그는 “금지된 욕망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그는 “매일 복수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만 실천해본 적은 없으며, 그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올드보이’로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받은 박찬욱 감독

칸영화제에서 금의환향한 ‘올드보이’의 박찬욱 감독과 배우 최민식.


촬영 현장에서 남다른 카리스마를 보여주지만 그는 실제로 아담한 체구에 부드러운 인상을 가진 사람이다. 아주대 공대 학장을 지낸 부친 덕분에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한 그는 처음 영화를 시작했을 때에도 부모님의 반대보다 지지가 더 컸다고 한다.
“부모님께서 영화를 무척 좋아하셨어요. 덕분에 제가 영화를 하는 것에 대해 특별히 반대를 하지 않으셨죠.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하려면 부모님의 반대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인데 그런 면에서 저는 큰 장애가 없었던 셈이에요.”
초등학생 딸을 두고 있는 그는 자상한 아버지로도 알려져 있다. ‘올드보이’ 촬영 내내 그를 옆에서 지켜봐왔다는 최민식은 박감독을 두고 “가족에게 참 잘 하는 사람이다”며 “세심하게 신경 쓰지는 못해도 이번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함께 밟을 수 있게 할 정도로 자상한 가장이다”라고 평가했다.
평소에도 해외 영화제에 가족을 동반한다는 박감독은 이번 칸영화제에도 아내와 딸을 동반해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바쁜 일정 탓에 현지에서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그는 “잠시 시간을 내 가족과 함께 다녀온 기차여행이 참 인상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박찬욱 감독의 가정에서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집에 못 들어가는 일이 다반사이고 가족과 함께 있어도 많은 대화를 못한다”며 “집에 있을 때도 주로 시나리오를 쓰고, 머릿 속에 항상 영화 생각만 가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얼마 전 박감독은 영화사 ‘모호필름’을 설립하고 제작자로 변신하기도 했다. 현재 한·중·일 3개국 합작영화인 ‘쓰리 몬스터’ 후반 작업을 하고 있는 그는 11월부터 복수 시리즈의 완결편이 될 ‘친절한 금자씨’의 촬영에 들어간다. ‘친절한 금자씨’는 감옥에서 출소한 여자가 딸을 데리고 복수를 한다는 내용이다. 흥행 보증수표가 되어버린 박감독의 차기작인 만큼 여주인공 자리를 두고 여러 명의 배우가 거론됐지만 그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인연을 맺은 이영애로 낙점했다. 이영애는 박감독의 복수 시리즈 완결편의 헤로인이 된 셈이다.
내년 미국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올드보이’는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등에 수출돼 4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골드보이’가 되었다. ‘올드보이’로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박찬욱 감독의 바람은 “앞으로 최소한 스무 편의 영화를 찍는 것”이라고 한다.

여성동아 2004년 7월 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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