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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스타의 솔직한 모습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의 진상, ‘불새’ 촬영 뒷얘기 털어놓은 이서진

“럭셔리한 남자로 통하지만 실제로는 국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우는 소박한 남자예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2004. 07. 05

드라마 ‘불새’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이서진이 여대생들을 만났다. 서울여대 언론정보학과 특강에 나선 것. 그는 스타가 되기까지 겪었던 좌절과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의 진상, 드라마 ‘불새’에 얽힌 흥미로운 뒷얘기까지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의 진상, ‘불새’ 촬영 뒷얘기 털어놓은 이서진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세요.”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탤런트 이서진(31)이 서울여대 언론정보학과의 초청을 받아 강단에 오른 지난 6월4일. 그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학생들 사이에서 작은 소란이 일자 이서진은 특유의 환한 미소를 지으며 농담을 던졌다. 순간 5백여 명의 학생들이 들어찬 강의실은 환호성에 휩싸였다.
이날 그가 맡은 강의 주제는 ‘연예인과 언론과의 공생관계-연예인이 바라보는 언론관과 그 폐해’. 이서진은 언론정보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하는 동안 질문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며 다정한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연예인 관련 보도 행태에 대한 불만과 그동안 불거졌던 스캔들에 대한 입장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여러 차례 박수를 받았다.
“솔직히 저는 언론과 그다지 친한 편이 아니에요. 하지만 배우와 언론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라고 할 수 있어요. 특히 배우는 영화나 드라마를 새로 시작할 때 홍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언론의 도움이 필요하죠.”
그는 일부 연예기획사에서 연예인의 사생활에 관심을 갖는 언론의 생리를 악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기도 했다. 유명 스타와의 스캔들을 꾸며내거나 사생활을 노출시켜 화제를 모은 뒤 방송이나 영화에 출연시키는 경우가 많다는 것. 반면 단역배우 생활을 오래 한 뒤 연기력이 돋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아 스타가 되는 사례도 있다며 대표적인 예로 선배 연기자 조재현을 꼽았다.
그는 배우라면 ‘스타’가 되어 일시적인 관심을 모으는 것보다 실력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하면서 이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고 말했다. 지난 99년 SBS 드라마 ‘파도 위의 집’으로 데뷔한 그는 영화 ‘공포택시’와 MBC 드라마 ‘왕초’ ‘그 여자네 집’ ‘다모’ 등을 거치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연기 생활이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신인시절 출연하는 작품마다 반응이 좋지 않아 상심한 적도 많았다는 그는 “그래서 언론에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한 적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언론에서 저를 최고의 유망주라고 소개하면 솔직히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로서 잘 되지도, 실패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시기를 거치면서 많이 힘들었는데 그때는 내심 제 이름이 언론에 나오기를 바랐죠.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신인시절 저를 기분 좋게 해주었던 얘기들이 오히려 저를 자만심에 빠뜨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지금은 실력을 쌓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연기자로 어정쩡한 시기 보낼 때는 언론에 이름 오르내리는 것 좋아해
일찍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에 비하면 그는 데뷔가 늦은 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후 연예계에 진출했으니 늦깎이 스타인 셈.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자신의 늦은 데뷔에 전혀 아쉬움이 없다고 말한다.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의 진상, ‘불새’ 촬영 뒷얘기 털어놓은 이서진

이서진은 서울여대에서 강의를 하는 동안 지난 6년간 연예인으로 생활하며 느낀 점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여러 차례 박수를 받았다.


“평범한 대학 생활을 하고, 군대에 다녀온 것이 제 연기 생활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일찍부터 얼굴이 알려지면 그만큼 사생활에 제약도 많을 테니까 평범한 대학 생활이나 군대 생활이 불가능했겠죠.”
그가 언론의 끊임없는 주목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그의 남다른 이력 때문이다. 그는 미국 뉴욕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엘리트로 소위 명문가 자제. 덕분에 그의 이름 뒤에는 ‘럭셔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곤 하는데 그는 정작 “주변에서 만들어준 이미지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언론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시청자로부터 호응을 얻으면 연기자를 드라마 속 주인공의 이미지로 포장하거나 그 연기자를 둘러싼 환경을 들어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해요. 저와 친하게 지내는 차인표 선배도 젠틀하고 멋진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머 감각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에요. 요즘은 코믹 연기도 하잖아요. 저도 그동안 맡은 배역 때문에 ‘럭셔리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실제 모습하고는 많이 달라요.”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의 진상, ‘불새’ 촬영 뒷얘기 털어놓은 이서진

이번 강의를 하면서 이서진은 여학교 선생님을 해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명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국만 있으면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정도로 식성도 소박하다고 밝혔다. ‘불새’의 장세훈처럼 냉철한 성격이 아니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잘 웃고 장난도 잘 치는 편이다. 너무 솔직한 성격이라 매니저들이 인터뷰를 못하게 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간 자신을 둘러싸고 떠돈 스캔들에 대해서도 솔직한 입장을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해 가수 이정현과 사귄다는 소문이 나돈 데 이어 최근엔 ‘불새’에서 상대역으로 출연중인 이은주와 염문설이 나돌았다.
“스캔들 기사가 나도 화를 낼 수 없는 건 기사 내용을 읽어보면 굳이 뭐라 할 만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MBC ‘천생연분’이라는 짝짓기 프로그램에 출연해 한 여가수와 커플이 된 적이 있어요. 프로그램 특성상 밤새 게임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친해져서 함께 식사를 했어요. 정말 밥만 먹었는데 스캔들이 나더군요.”
그는 이은주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드라마 배역상 친하게 보이는 것일 뿐 각별한 사이는 아니라고 말했다.

운명적 사랑을 믿기에 적극적이지 못한 장세훈 마음에 안 들어
‘다모폐인’에 이어 ‘불새리안’까지 누구보다 네티즌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 그는 “다모폐인 덕분에 지난 한해 행복했다”고 말하면서도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가슴에 담아두지는 않는다고 한다.
“드라마 게시판을 보면 ‘머리는 왜 그런가’ ‘옷은 왜 그 모양이냐’ 등 갖가지 글들이 올라와요. 안 좋은 이야기도 많은데 크게 개의치 않죠. 공인이라고 해서 사생활까지 제약받는 건 부담스러워요. 그냥 평범한 사람들처럼 법을 잘 지키고 도덕적으로 살면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는 드라마 ‘불새’에 얽힌 흥미로운 뒷얘기도 들려주었다. 극중에서 장세훈으로 등장하는 그는 자신이 맡은 ‘장세훈’이란 배역이 실제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인물이라고 밝혔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그로서는 10년 만에 사랑했던 여자를 다시 만났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장세훈의 태도가 불만이라고.
알려진 대로 ‘불새’의 작가 이유진씨는 그의 초등학교 동창. ‘불새’도 이유진씨가 그를 염두에 두고 쓴 작품이라 일찌감치 출연이 결정되었다고 한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친 첫 작품이 반응이 좋아 다행스럽다는 그는 “하지만 정민(에릭)에게 지은이(이은주)를 빼앗긴 데 이어 미란이(정혜영)에게까지 당하는 걸 보니 앞으로 이작가와 친구하기 힘들 것 같다”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연기 외에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시사프로. 지난해 SBS ‘세븐 데이즈’의 진행을 맡았던 그는 당시 방송을 위해 따로 시사 공부를 할 만큼 애착이 컸다고 한다.
“시사성이 강한 프로그램은 문성근 선배나 유인촌 선배의 몫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제게 기회가 오니 영광스럽더라고요. 손석희씨 정도는 못 돼도 그날 다루는 사건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신문이나 잡지를 닥치는 대로 읽으며 공부했어요. 3개월 진행했는데 3년치 공부를 한 느낌이에요(웃음). 앞으로 시사프로그램은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보고 싶어요.”
데뷔 6년 만에 최고의 스타 자리에 오른 그에게 “연기자로서 최고의 목표가 뭐냐”고 묻자 “박근형 선배님을 보면 아직도 연기에 욕심을 내는 모습이 대단하게 느껴져요. 끝이 없는 게 연기인 것 같아요” 하며 꾸준히 노력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 코믹 연기를 통해 이미지 변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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