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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베일을 벗고

백윤식 주연의 뮤직비디오 ‘담백하라’로 화제 모은 ‘미스터김’ 김태욱

“딸 채니와 아내 덕분에 말 못하는 병 이겨내고 가수로 돌아올 수 있었어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강수진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팜엔터테인먼트 제공

2004. 07. 05

탤런트 백윤식이 출연한 뮤직비디오 ‘담백하라’로 화제를 모은 ‘미스터김’의 정체가 김태욱으로 밝혀졌다. 지난 99년 ‘울지 말아요’ 이후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표한 것. 4년 전 탤런트 채시라와 결혼한 이후 사업에 매진해왔던 그가 그동안 노래를 할 수 없었던 사연과 함께 아내 채시라와 딸 채니를 향한 각별한 사랑을 들려줬다.

백윤식 주연의 뮤직비디오 ‘담백하라’로 화제 모은 ‘미스터김’ 김태욱

가수 김태욱(35)이 오랜만에 팬들 앞에 서 환한 웃음을 전하고 있다. ‘개꿈’ ‘그래 이제부터가 시작이야’ ‘울지 말아요’ 등의 히트곡을 가진 그가 새 앨범을 발표한 것은 5년 만이다. 2000년 3월 탤런트 채시라(36)와 결혼한 그는 그 후 이렇다 할 연예활동을 하지 않았다.
결혼대행업체를 운영하며 사업가로 완전히 변신한 듯싶었는데 뜻밖에 김태욱은 올초 4집 앨범을 내놓고 라디오와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 자신의 노래 ‘담백하라’를 맘껏(?) 알려오고 있었다. 단지 치밀한 작전으로 ‘담백하라’를 부른 ‘미스터김’이 바로 김태욱 자신이라는 것을 감춰왔을 뿐.
그동안 누구도 얼굴 없는 가수 ‘미스터김’의 정체를 몰랐다. 백윤식을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내세운데다 “진짜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냐”는 질문에 베테랑 연기자 백윤식이 천연덕스럽게 “나야, 나!”로 일관했기 때문. 그러다가 지난 5월초 김태욱이 비로소 미스터김의 정체를 밝히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도대체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에 김태욱은 뜻밖에도 “영영 가요계를 떠날 생각을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말을 한마디도 못한 적도 있어요. 종이에 써서 의사표현을 해야 했었죠. 아내가 ‘아침에 뭘 먹고 싶냐’고 물으면 종이에 ‘김치찌개’라고 썼을 정도예요.”
그는 스트레스로 인해 목소리가 안 나오는 이상한 병에 걸려 무려 2년 동안 고생을 했다고 한다. 이 같은 증상이 처음 나타난 건 99년. 목소리가 거칠어지더니 급기야 2000년 말에 들어서는 목소리가 거의 안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한다. 목소리가 생명이나 다름없는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었다. 채시라와 결혼해 단란한 신혼생활을 하고 있던 그는 안 다녀본 이비인후과가 없을 정도로 치료에 애를 썼다고 한다.
“아내가 여러모로 신경을 써줬지만 차도가 전혀 없었어요. 가는 곳마다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진단이 내려졌죠.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설명뿐이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김태욱은 2000년 당시 위암 3기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었다. 더군다나 한 집안의 가장이 돼 가수에서 사업가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적잖은 중압감에 시달렸다. 병원에서도 “결혼을 통해 알게 모르게 달라진 주위의 상황과 이에 따른 책임감이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그런 증상은 2001년 초 성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호전됐고 같은 해 7월 딸 채니가 태어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깨끗이 사라졌다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싶을 정도로 힘든 나날이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많이 운 적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제 자신을 반성할 수 있었고, 또 살아 있는 것에 얼마나 감사해야 하는지를 깨달은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처가와 우리집 모두 가톨릭 신자라고는 하지만 성당에 잘 안 나갔어요. 우리에게 성당에 나오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해요.”

백윤식 주연의 뮤직비디오 ‘담백하라’로 화제 모은 ‘미스터김’ 김태욱

김태욱의 ‘담백하라’ 뮤직비디오에 백윤식이 출연하게 된 건 채시라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준 덕분이라고 한다.


이렇다 보니 딸 채니는 그에게 감사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는 그런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자 채니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를 오랜 시간에 걸쳐 하나 둘씩 만들고, 아내 채시라와의 달콤했던 연애시절을 떠올리며 곡을 쓰기도 했다. 그렇게 제법 많은 노래들이 쌓이자 앨범을 내고 싶어졌다고. 딸을 위한 깜짝 이벤트를 펼치기 위해 한곡 한곡 준비해온 것이 음반 발표로 이어진 것이다.
그는 결국 딸을 위한 곡 ‘아빠의 자장가’와 아내를 위한 ‘사랑 그 설레임’을 비롯해 불독맨션의 멤버 이한철이 만든 ‘담백하라’, 델리스파이스의 멤버 김민규가 만든 ‘진주조개’ 등을 묶어 올초 앨범을 발표했다. 이렇게 정성이 가득 담긴 음반을 내면서 굳이 자신의 정체를 감춘 이유가 뭘까. 그는 “결혼을 하고 나서 생긴 ‘사업가’ ‘채시라의 남편’ 같은 꼬리표 때문에 내 음악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부담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김태욱은 자신을 대신해 립싱크 해줄 사람을 물색하던 중 최근 영화 ‘범죄의 재구성’으로 뒤늦게 주목받고 있는 백윤식에게 도움을 청했다.
“백윤식씨가 영화 ‘범죄의 재구성’ 홍보차 언론사를 방문할 때마다 제 앨범 ‘미스터김’에 대한 이야기를 꼭 덧붙인다고 들었어요. 이번 활동이 무척 인상 깊었다면서 좋아하시더라고요.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모습 그대로 CF에 출연해달라는 제의를 받기도 했다더군요.”
실제 그의 음반은 크게 화제를 모았다. 미스터김의 정체가 김태욱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김태욱, 미스터김, 백윤식 등 세 단어는 한동안 유명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오를 만큼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다.
백윤식 주연의 뮤직비디오 ‘담백하라’로 화제 모은 ‘미스터김’ 김태욱

아빠를 쏙 빼닮은 네살배기 딸 채니. 김태욱의 새앨범 ‘미스터김’은 채니를 위한 이벤트로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화려한 컴백에 “아내의 내조는 없었냐”고 묻자 그는 “제 노래 ‘담백하라’가 어느 드라마에 삽입된 줄 아세요?” 하고 반문한다. 채시라가 출연중인 KBS 주말드라마 ‘애정의 조건’ 엔딩 타이틀곡이 바로 ‘담백하라’였던 것. 김태욱은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후원을 해줬는지 모른다. 음반이 나오자 그 누구보다 좋아한 사람이 바로 아내다. 그런 아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사실 백윤식씨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또 도움을 청한 것도 아내였다”며 쑥스러워 했다.
현재 회사를 운영중인 그는 이번 컴백이 향후 연예활동에만 전념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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