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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함께 살면서 외모도 닮아가는 우리 부부, 5년 뒤 셋째 가질 거예요”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장옥경‘자유기고가’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06. 04

보조개 쏙 들어가는 미소가 여전히 귀엽고 예쁜 방송인 이연경이 결혼 10주년을 맞았다. 꾸준하게 방송활동을 하면서도 살림 잘하기로 소문난 그와 남편 현재원씨를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 두 아들과 아웅다웅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남편과 친정 부모님, 아이들까지 모두 여섯 식구가 제주도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경기도 분당의 아파트를 찾았을 때 이연경(35)은 막 여행에서 돌아왔다며 반갑게 맞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는 5월,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에게 선물이 될 가족여행을 다녀왔다는 것. 벌써 10년 넘게 방송활동을 하며 오락 프로그램 MC와 패널로 활약해온 이연경은 최근 매니지먼트사와 새로 계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연기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때문에 최근 몇 주 동안 드라마 배역을 고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몇 주라고 해야 겨우 2주에 불과해요. 그동안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러나 곧 아내이자 엄마, 자연인 이연경으로서 부족했던 부분들을 살필 수 있는 귀한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가족들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여전히 앳되고 귀여운 모습이지만 이연경은 오는 6월23일이면 결혼 10주년을 맞는다.

재잘재잘 종달새처럼 지저귀고 잘 웃는 아내 따라 남편의 성격도 바뀌어
“처음엔 신랑 성격이 너무 차갑다며 만나지 말라고 말리는 사람도 있었어요. 잘 웃지도 않고 무뚝뚝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웃기도 잘하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아하는 부드러운 사람이 됐어요(웃음).”
그와 남편 현재원씨(39)는 EBS 퀴즈 프로그램에서 출연자와 연출자로 처음 만났다. 어려운 영어문제가 나와 당황해하는 이연경에게 당시 프로듀서였던 남편이 다른 출연자들 몰래 손가락으로 답을 가르쳐주었고, 그 호의가 고마워 차 한잔 마신 것이 결국 결혼으로까지 이어졌다. 남편은 무뚝뚝한 자신과 달리 소녀처럼 생글생글 잘 웃는 이연경의 모습에 반해 프러포즈를 했다고 한다.
“아내가 늘 ‘재잘재잘’ 종달새처럼 지저귀고 잘 웃으니까 저도 덩달아 많이 웃게 돼 좋더라고요(웃음).”
금실 좋은 부부는 살면서 닮아간다고 했던가. 동글동글한 눈매와 부드러운 얼굴 선이 오누이처럼 꼭 닮은 두 사람은 결혼 10년차가 되니까 짜릿한 맛은 없지만, “훨씬 편안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신혼 초에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란 터라 티격태격 다투기도 많이 했는데 지금은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취향도 비슷해져 싸울 일이 없다고 한다.
“저는 결혼 전까지 여행 다니는 걸 두려워했어요. 오죽했으면 호주로 신혼여행을 갔는데, 외국인이 무서워 못 돌아다녔겠어요. 저쪽에서 외국인이 걸어오면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가기도 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남편이 ‘겁쟁이’라고 많이 놀렸어요(웃음). 반면 남편은 여행을 무척 좋아해요. 독일에서 유학을 하기도 해 낯선 곳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는 사람이죠. 여행 다니기 좋아하는 남편과 살다 보니 이제는 저도 안 가본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 즐거워졌어요.”
한편 남편 현재원씨는 원래 운동을 싫어해 집에 들어오면 가만히 앉아 있는 스타일이었는데 운동을 좋아하는 이연경과 살면서 수영도 하고, 볼링도 치고, 스키와 골프도 배우는 등 운동 마니아가 됐다고.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함께 산 지 10년이 되었는데 아직도 연애하는 연인처럼 손을 잡고 다니고, 마주 앉을 때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할 이야기가 많다는 두 사람. 이연경은 “남편의 가장 큰 장점은 저를 무진장 좋아하는 거예요” 하며 ‘닭살 멘트’를 날린다.
그러나 2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두 사람이 한 집에 사는 동안 늘 좋기만 했던 건 아니다. 솔직한 성격의 이연경은 결혼 초 시집과의 관계에서 어려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결혼 초엔 시집 문제로 남편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정말 유치하고 사소한 일로 싸움을 했어요. 남편이 무슨 이야기를 할 때 ‘우리 엄마가…’ 하고 시작하면 왠지 저를 소외시키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아직도 엄마 그늘에 있는 아들인 줄 아느냐며 엄마가 아니라 어머니로 바꿔 부르라고 타박을 했죠. 남편은 처음엔 어색해하더니 지금은 어머니라고 불러요(웃음).”
이연경은 결혼 초 8개월 동안 시부모와 함께 살았다. ‘연예인’이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인지 시어머니는 그를 앉혀놓고 수시로 “네가 수입이 많아도 남편 기죽여서는 안 된다. 아침밥은 꼭 챙겨줘야 한다” 등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이연경은 자신도 유념하고 있는 것들을 시어머니가 거듭 강조하자 처음엔 ‘다 알아서 할 텐데 굳이 저렇게 말씀을 하셔야 할까’ 하는 생각에 서운한 마음이 들어 남편이 퇴근해 돌아오면 붙잡고 많이 울었다고. 그리고 그때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시어머니 때문에 속이 상해 이야기를 하면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들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한다. 덕분에 이연경은 시어머니로부터 잔소리를 들은 날은 가슴에 새겨두거나 남에게 하소연하지 않고,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고.
하지만 이제 한식구가 된 지 10년째 되고 보니 이연경은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잔소리로 들리기보다는 세심한 성격에서 비롯되는 극히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돼 신경을 곤두세울 일도, 기분 상할 일도 없다고 한다. 또한 시어머니가 한해 한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친근한 인상과 따뜻한 미소를 지닌 이들 가족은 여러 편의 CF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첫째 준영이는 열살, 둘째 우영이는 일곱살이다.


“사진을 통해 10년 전과 달라진 어머니 모습을 보면 가슴이 ‘찡’해요. 고부관계는 한쪽에서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번씩 시집에 가는데 어머니께서는 갈 때마다 뭐든 싸주시려고 해요.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에 ‘김치 다 먹었니?’ 하고 물으시면 집에 많이 남아 있어도 ‘떨어졌어요’ 해요. 또 어머니께서 해주신 음식 중 맛있는 게 있으면 제가 할 줄 아는 음식이라도 ‘이건 어떻게 만드셨어요? 정말 맛있네요’ 하고 여쭤봐요. 그러면 어머니께서 무척 좋아하며 자상하게 가르쳐주세요. 제가 살갑게 대할수록 어머니께서도 예쁘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일보다는 가정이 우선 쉬는 날은 대청소하며 시간 보내
방송에서 주부 대상 프로그램을 여러 편 진행한 이연경은 실제로도 알뜰 살림꾼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은 2년 전에 이사를 왔는데 여러 인테리어 잡지를 참고해 ‘심플’과 ‘모던’을 주제로 이연경이 직접 꾸몄다고 한다. 베란다에는 화초를 심어 자칫 삭막해질 수 있는 집안 분위기를 ‘자연주의’로 살렸다. 그의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을 보여주는 건 인테리어뿐만이 아니다. 열살, 일곱살짜리 개구쟁이 사내아이가 둘이나 있는 집이라고 하기엔 집안이 너무나 깨끗하고, 정리정돈이 잘되어 있다.
“남편이 저보고 결벽증이래요(웃음). 나갔다가 들어왔을 때 집에 먼지가 있는 걸 워낙 싫어하거든요. 청소는 대개 아침에 해요. 남편 출근시키고, 아이들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고 난 뒤 청소와 빨래를 하죠. 집안일을 다 끝내놓고 방송을 하러 가야 속이 편하거든요.”
아이들이 아직 어려 학교나 유치원에 갔다가 일찍 돌아오기 때문에 아이 돌보는 일은 도우미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집안일은 지금껏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혼자 해왔다. 방송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와 저녁 준비를 하고, 아이들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이연경은 집안일이며 육아가 자신의 적성에 꼭 맞아 즐겁다고 한다.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이연경은 방송 출연 섭외가 들어오면 가장 먼저 남편과 상의한 뒤 출연을 결정한다고 한다.


“어쩌다 방송이 없는 날은 집안 구석구석에 쌓인 먼지를 말끔히 털어내는 대청소로 시간을 보내요. 냉장고 청소를 시작했다가 주방에 있는 그릇을 모조리 꺼내서 닦고, 옷장 정리며 베란다와 유리창 청소까지 해버리죠. 그러고 나면 뿌듯해요. 얼룩 하나 없이 깨끗하게 닦인 유리창을 바라보고 있으면 제 마음까지도 맑아지는 기분이 들거든요.”
30대 중반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처녀 적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방송과 가사를 병행하며 하루 24시간을 바쁘게 움직이며 생활하는 덕이다.
“제가 원래 식탐이 있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 건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부지런히 움직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많은 주부들이 육아 문제로 고민을 하고, 아이 없이 두 사람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이연경은 나이 마흔살이 되면 셋째 아이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고, 살림하는 것이 즐겁다고. 그렇다고 그가 늘 아이들과 붙어 있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결혼 후에도 방송활동을 꾸준히 해온 그는 아이들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시켰다고 한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문밖에 벌을 세우기도
“어릴 때부터 두 아이에게 엄마가 밖에 나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려줬어요. 그래야 엄마가 곁에 없어도 이해해줄 테니까요.”
결혼 10년, 두 아이 키우며 단란하게 살아가는 이연경·현재원

방송이 끝나고 약속이라도 생기는 날이면 남편보다 아이들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엄마가 평소보다 조금 늦게 집에 들어가야 하는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고 한다. 그 덕분에 준영이와 우영이는 어려서부터 엄마가 집을 비우는 동안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척척 알아서 잘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우애가 생겼다고. 자립심도 제법 있고, 다른 집 아이들보다 의젓하지만 사내아이들이다 보니 싸우는 일도 잦다고 한다. 그럴 때면 따끔하게 혼을 내고 회초리를 들 때도 있다. 부모 무서운 줄 알아야 밖에서도 어른들을 깍듯이 대하고, 그래야 칭찬받는 아이가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신에 매를 들 때는 반드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엄마의 사랑을 확인시켜준다고 한다.
“가끔 우영이가 말을 안 들으면 현관문 밖으로 내보내 반성할 때까지 벌을 세워요. 이웃에서 보면 ‘아이를 왜 저렇게 혼내나’ 하고 흉볼지도 모르지만, TV에 나오는 엄마라고 해서 아이를 ‘오냐오냐’ 하며 키울 순 없죠. 사회적으로 아무리 성공을 해도 자식농사를 망치면 아무 소용 없잖아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벌써부터 커서 뭐가 됐으면 좋겠다 하는 구체적인 생각은 안 해봤어요. 다만 두 아이 모두 야무지고 당차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자기 일을 하기 위해 아이와 남편에게 소홀하는 건 자아실현이 아니라 자기 욕심을 채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방송이나 광고 섭외가 들어와도 이른 아침에 시작하거나 밤늦게 끝나면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방송에 출연할 때는 반드시 사전에 남편과 상의한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그랬던 것처럼 두 사람은 앞으로도 그렇게 부부가 의논하고 적극적으로 도와가며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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