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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클로즈 업

‘파충류 소녀’에서 CF 요정으로 떠오른 김 디에나

■ 기획·이한경 기자 ■ 글·조희숙 ■ 사진·홍중식 기자

2004. 05. 04

SBS ‘TV 동물농장’에서 징그러운 뱀을 목에 휘감고 생글거리던 ‘파충류 소녀’ 김 디에나. 이제 그를 CF 요정이라 불러야 할 듯싶다. 데뷔 6개월만에 휴대전화, 화장품 CF까지 무려 9개 광고모델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CF 모델에 이어 연기자, 가수 데뷔까지 앞두고 있다는 열여섯 살 소녀 디에나의 싱그러운 매력 탐구.

‘파충류 소녀’에서 CF 요정으로 떠오른 김 디에나

“그렇게 늙어보여요?” 성숙해보인다는 말에 금세 뾰루퉁해진 김 디에나(16). 철부지가 아니라 어른스럽다는 뜻이라고, 말해주자 다시 배시시 웃는 모습이 딱 열여섯 살 소녀다. SBS ‘TV 동물농장’에서 ‘파충류 소녀’로 인기를 얻은 그가 요즘 밀려드는 방송 출연과 CF섭외 요청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얼마 전에 학교에 갔는데 같은 반 친구들이 사인해달라고 조르는 거예요. 친구끼리 왜 그러느냐며 함께 막 웃었어요. 식당에 가면 맛있는 것도 더 주고 사람들이 ‘파충류 소녀’라고 알아보는 게 기분좋고 재미있어요.”
출연중인 CF만 해도 LG싸이언을 비롯해 헤르시나, 우들스, 마로쥬얼리 등에다 계약을 앞둔 CF까지 합하면 무려 9개. 젊은 모델들이 선호하는 휴대전화와 화장품 CF까지 석권(?)했으니 CF계의 요정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인기의 바로미터인 팬카페도 짱짱하다. 작년 8월 모델로 활동할 때부터 만들어진 다음의 팬카페 회원만 4만여명. ‘From 디에나’ 코너에 디에나가 올린 글 하나에 달린 리플이 8백개나 될 정도로 디에나 열풍이 뜨겁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웃는 입매가 시원스러운 디에나는 주한미군 출신인 아버지 댄 헨드릭스씨와 한국인 어머니 김영신씨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하지만 ‘혼혈’이라 불편한 일은 없었다고 한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사람들이 미국사람이라며 자꾸 쳐다보는 게 조금 이상하긴 했어요. 그치만 혼혈이라서 불편한 점은 전혀 없어요. 오히려 연예인이 되면서 학교에서 인기도 더 많아졌고 영어를 배우고 싶은지 영어로 말 거는 친구들도 많거든요.”

한국말 못해도 인기좋은 ‘부평 얼짱’
디에나의 방송데뷔는 SBS ‘TV 동물농장’이 처음이지만 연예계 데뷔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다. 2년 전 부평의 한 쇼핑몰 모델 선발대회에 출전, 동상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패션지 모델로 활동했던 것.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부평 얼짱’으로 불렸던 디에나는 모델로 뽑힌 이후 연예인이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도 했다.
“쇼핑몰 모델로 뽑히고 나서 지금의 매니저 오빠를 만났어요. 우연히 ‘TV 동물농장’에서 아버지가 운영하는 파충류 농장으로 촬영을 나온 거예요. 그것을 계기로 오락 프로그램에도 나가고 CF도 찍고, 이젠 드라마까지 하게 됐어요.”
디에나의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지는 겨우 2년 반.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텍사스 댈라스에서 자랐다는 디에나는 한국말을 못해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익히기 위해 일부러 일반 중학교에 편입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벙어리 신세였어요. 두 달쯤 지나니까 한국 말이 귀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친구들이랑 금방 친해졌어요. 미국에 있을 때는 과학이랑 수학을 제일 좋아했는데 한국에 오니까 설명을 하나도 못 알아듣겠더라고요. 지금은 체육이 제일 좋아요.”
디에나는 요즘 연기연습에 한창이다. 5월초 방영 예정인 SBS 일일극 ‘소풍가는 여자’에 출연하기 때문. 맡은 배역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건너온 러시아 여성 소냐 역할로 상대역은 탤런트 박광현이다. 극중에서 댄서로 등장하는 그는 소문난 ‘몸치’라 여간 고역스러운 게 아니라고 털어놓는다.
“러시아에서 한국에 돈 벌러온 스물한살 아가씨 역할이에요. 촬영 전에는 너무 떨렸는데 막상 촬영장에서는 하나도 안 떨리고 오히려 재미있고 즐거웠어요. 요즘 러시아 회화랑 민요, 재즈댄스 등을 배우느라 정신없어요.”

‘파충류 소녀’에서 CF 요정으로 떠오른 김 디에나

여섯 살때부터 꿈이 수의사였다는 디에나. 현재 그의 아버지는 부평에서 파충류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도 디에나의 가족은 애완동물 가게를 운영한 탓에 디에나의 동물사랑은 각별하다.
“원래 수의사가 꿈이었는데 지금은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연예인의 인기는 한계가 있잖아요. 기회가 되면 수의사 공부를 하든지 아니면 번 돈(?)으로 동물병원을 차리고 싶어요.”
방송출연 이후 또래 친구들보다 주머니 사정도 두둑해졌다는 디에나. 어릴 때부터 절약하던 습관이 몸에 밴 터라 용돈이라 해봐야 친구들과 어울려 먹는 떡볶이값 정도가 전부다. 한창 이성에 눈뜰 나이지만 안타깝게도 남자친구는 없다는 디에나는 대신 이상형만큼은 확실하게 세워두고 있다.
“제가 얼굴 보는 눈은 낮은 편인데 성격보는 눈은 아주 높거든요. 좋아하는 연예인은 차태현이나 류승범처럼 재미있고 개성있는 사람들이고 아직 남자친구가 없지만 언제든지 사귈 수 있으니까 걱정 안해요.”
그는 올 3월에 인천 외국어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입학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정작 입학식은 가보지도 못했다며 다시 뚱해진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다닐 나이에 그러지 못하는 것이 못내 속상한 눈치다.
디에나는 드라마 연기자에 이어 가수로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매주 노래연습도 빠지지 않고 열심이라는 디에나의 애창곡은 가수 보아의 노래들. 평소 즐겨듣는 노래는 ‘자전거 탄 풍경’의 노래와 같은 발라드곡을 좋아한다고. 처음부터 디에나의 연예활동을 적극 지원했던 부모님께 활발히 활동하는 디에나의 모습은 큰 자랑거리.
“아빠는 평소에 무뚝뚝한 편인데 농장에는 제 광고 사진을 쭉 붙여놨어요. 일하시다가 TV에서 제가 출연하는 CF 음악만 나와도 하던 일을 멈추고 TV 앞으로 달려가신다니까요.”
2년 남짓 살았을 뿐이지만 한국의 모든 것이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디에나. 한국 드라마를 즐겨보고 한국 노래를 좋아하며 감자탕, 족발, 보쌈같은 음식들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2년 전에는 아예 어머니의 성을 따라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도 했다는 갈색눈 소녀. 그의 계속되는 변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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