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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그녀

1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탤런트 명세빈 프라이버시 인터뷰

“일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사랑으로 채우고 싶은 마음 저 역시 마찬가지예요”

■ 글·조희숙 ■ 사진·박해윤 기자

2004. 05. 04

자분자분한 말투와 살포시 짓는 미소가 매력적인 명세빈. 그런 그가 망가지기로 모진 마음을 먹었다. MBC 새 미니시리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첫사랑에게 치질 수술을 받는, 억세게 운나쁜 사회부 여기자 역을 맡은 것이다. 1년 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명세빈의 일과 사랑에 관한 인터뷰.

1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탤런트 명세빈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를 생각하면 데뷔 초 한 CF에서 백혈병 친구를 따라 하얗게 밀어버린 머리를 내보이며 쑥쓰럽게 웃던 모습이 떠오른다. 쌍꺼풀 없는 눈매와 선이 가는 고전적 외모로 ‘커다란 눈망울’이 주는 청순함과는 또다른 매력을 보여주었던 명세빈(28). 그러나 정작 본인은 “명세빈, 하면 청순가련에 우울한 이미지였잖아요. 솔직히 그게 너무 지루했어요” 하고 말한다.
따지고보면 그가 드라마에서 줄곧 ‘청순가련형’ 역할만 맡았던 것도 아니다. SBS 드라마 ‘그래도 사랑해’에서는 선머슴처럼 욕도 잘하는 건설현장의 일꾼이었고, ‘태양 속으로’에서는 똑 부러지고 야무진 여의사였다. 하지만 데뷔 7년차 연기자치고는 이렇다할 변신이 없었던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
명세빈이라고 왜 ‘이미지 변신’에 대한 갈망이 없었을까. “이제는 재미있고 밝아지고 싶다”는 그는 1년 만에 출연하는 드라마 복귀작으로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를 택했다. 4월21일 방송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세 여자의 일과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로 명세빈은 앵커를 꿈꾸는 방송국 사회부 기자 ‘이신영’ 역을 맡았다.
“시놉시스를 읽자마자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맡은 ‘이신영’이란 인물은 일도 사랑도 뜻대로 안되고 연일 사고만 치거든요. 솔직히 너무 무리한 변신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고 하고 싶은 일은 꼭 하고야 마는 캐릭터를 꼭 연기해보고 싶었어요.”
‘앵커를 꿈꾸는 기자’ 역할이다보니 최고의 참고서는 뭐니뭐니해도 TV 뉴스였다. 뉴스 끝무렵에 취재기자가 하는 ‘000, 누구입니다’라는 멘트는 꼭 따라해본다는 그. 촬영 첫소감을 묻자 “기자라는 직업이 참 만만치 않다”며 도리어 ‘기자’를 위로한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언제든 함께 떠나줄 수 있는 사람
1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탤런트 명세빈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날씬’보다는 ‘마른’에 가까운 체형이다. 하지만 주연을 맡은 관계로 극중 상당분량에 출연해야 한다. 악으로, 깡으로 견디고 버틴다고 해도 막대한 촬영분량을 감당하기에 체력적으로 못 미더워보인다. 게다가 ‘영광의 상처’라며 여기저기 긁히고 멍든 자국을 보여주는 그에게 “보약은 먹고 다니냐”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골프도 치고 나름대로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전혀 시간을 못 내고 있어요. 차에서 틈틈이 하는 스트레칭이 전부죠 뭐. 솔직히 체력이 떨어질까봐 걱정스러워서 비타민은 꼭 챙겨먹고 있어요. 보약보다는 ‘밥심’으로 버티려고 세끼 밥 거르지 않고 열심히 먹는 중이고요.”
아니나다를까 촬영은 벌써부터 강행군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촬영을 마치고 헤어질 때 주고받는 인사가 “내일 봐요”가 아니라 “이따 봐요”일까. 얼마 전 그는 촬영 중 얼굴에 큰 상처를 입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산비탈에서 구르는 바람에 눈밑부터 뺨까지 10cm 가량 심하게 긁히는 상처가 난 것. 그럼에도 그는 이튿날 인조피부를 붙인 채 촬영장에 나가는 투지를 보였다.
“다쳐서 응급실에 실려가 누워 있는데 괜히 피식 웃음이 나오는 거예요. 덤벙대다 다쳐서 누워있는 제 모습이 딱 드라마 속 ‘이신영’ 같았어요. 눈가의 상처는 다행히 치료가 잘 돼서 지금은 괜찮아요.”
SBS ‘태양 속으로’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한 그는 지난 1년간 원없이 쉬었다고 한다. 남들은 ‘공백’이라고 하지만 그에게는 단지 ‘휴식’일 뿐이었다. 평소 다작을 하지 않는 그는 한 작품이 끝나면 적어도 6개월 정도 재충전 시간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1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탤런트 명세빈 프라이버시 인터뷰

그는 MBC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서 변정수, 이태란과 함께 30대 여자들의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갈 예정이다.


“쉬면서 여행을 많이 다녔어요. 미국이랑 뉴질랜드, 그리고 타이티에 갔었는데 여행은 언제나 좋은 것 같아요. 특히 타이티는 하늘에서 내려다 본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어요. 나중에 결혼하면 남편이랑 아프리카에 꼭 가보고 싶어요. 같이 사파리 여행을 하면 정말 멋질 것 같지 않아요?”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보니 가족과도 더 친밀해졌다. “재작년 오빠가 결혼했는데 저희집이 이사하는 바람에 잠시 오빠집에 머물게 됐어요. 떨어져살다 같이 모여 살게 되니 올케랑 사소한 일로 신경전을 벌이게 되더라고요. 그러면서 서로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됐고 지금은 둘도 없는 친구가 됐어요.”
얼마 전 그는 스물여덟번째 생일을 맞았다. 바꿔 말하면 결혼 적령기란 뜻이다. 지난해 유명 원로배우의 아들과 결혼설이 나돌기도 했거니와 이번 드라마 역시 30대 여성의 일과 사랑을 다루고 있어 자연스럽게 그의 결혼관에 관심이 쏠렸다.
“여자라면 누구나 결혼을 꿈꿀 거예요. 저도 초등학교 때부터 결혼하고 싶었으니까. 왜 그런 거 있죠, 일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사랑으로 채우고 싶은 거. 저도 마찬가지예요. 생각해보면 결혼은 어른이 되는 과정이 아닐까 싶어요. 가정을 이끌고 엄마도 되면서 책임감을 느끼고…. 그러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어가는 것 아닐까요.”
“작은 눈 때문에 속상한 적 많지만 손댈 생각 해본 적 없어요”
그렇다면 결혼하고 싶은 남자는? 그는 “같이 여행다닐 수 있는 남자가 좋아요” 하고 짧게 답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그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줄 수 있는 남자만큼 최상의 남자가 또 어디 있겠느냐는 것이다. 질문을 돌려서 다시 “경제적인 여유는 있지만 구속하는 남자와 평범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게 해주는 남자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자 그는 신중하게 “구속한다고 해도 상대를 배려해주는 사람이라면 선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인가를 먼저 보는 게 정답이겠죠” 하고 답했다.
배우가 맡은 역할에 빠지는 일만큼 바람직한 일도 없을 터.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명세빈은 반 기자가 다 됐다. 목소리가 커지고 제스추어도 과격해졌다. 웃음소리도 화통해지고 요즘에는 ‘예뻐졌다’ ‘달라졌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심지어 은근히 성형수술 ‘운운’하며 떠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1년 만에 드라마 복귀한 탤런트 명세빈 프라이버시 인터뷰

“예전에는 청순한 이미지 때문에 웃을 때도 80%쯤 웃었다면 지금은 아니에요. 맡은 배역이 활달한 성격이라 그런지 웃을 때도 입꼬리를 끝까지 올려서 활짝 웃게 돼요. 그래서 달라졌다는 소리를 많이 들을 거예요. 제가 눈이 작은 편이잖아요. 다른 연기자들은 눈이 커서 조금만 울어도 감정이 잘 드러나는데 저는 그렇지 않아 속상한 적이 많아요. 그렇다고 손을 대면 명세빈이 아닐 것 같아서 그런 (성형 수술) 생각은 안해요.”
극중 상대역은 탤런트 유준상과 가수 이현우. 앞으로 그는 두 남자 사이에서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게 된다. 처음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이들에 대해 ‘다섯글자’로 말한다면 유준상은 ‘편안한 남자’이고 이현우는 ‘재밌는 남자’라고 한다.
그는 3월 경남대 문화콘텐츠학부 문화공연예술 겸임 교수가 됐다.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 출신이지만 연기자로서의 경력을 인정받아 강단에 서게 된 것. 그는 매월 특강형식으로 학생들에게 ‘드라마 연기와 스타’를 강의한다.
“전공이 연기도 아니고 전문 강사는 더더욱 아니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해요. 첫강의 때 학생들 눈빛을 보니까 대충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눈빛이 얼마나 초롱초롱한지 몰라요. 학생들이 ‘세빈 언니’라고 부르길래 강단에 연기자로 서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더니 금세 ‘명교수님’이라고 하는 거예요. 왠지 쑥스러워서 웃었어요.”
그의 요즘 최대 고민은 어떻게 하면 맡은 인물에 완전히 빠져들 수 있을까 하는 것. 그나마 쉬는 동안 읽은 만화책에서 작은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유리가면’이라는 만화를 보면 천재형 연기자와 노력형 연기자가 나와요. 그 책을 읽고 나서 아무리 연기 천재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어요. 신인 때는 모니터를 봐도 어디가 문제인지 잘 몰랐는데 지금은 모니터 속의 제 모습이 객관적으로 보이거든요. 계속 나아지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요즘은 활달한 성격을 가진 배역을 맡은 탓인지 항상 ‘업’ 되어 있다는 명세빈. 그가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에 출연하는 동안은 ‘청순한 명세빈’은 잠시 잊어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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