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SBS 사극 ‘왕의 여자’에서 ‘왕의 여자’ 양화당 역으로 농익은 연기를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탤런트 이혜숙(42). 그가 최근 KBS 수목드라마 ‘4월의 키스’에서 단란주점의 마담 역을 맡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동안 착하고 순한 역만 하다보니 이미지가 굳어져서 좋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덕이’ ‘명랑소녀 성공기’ ‘위풍당당 그녀’ 등에서 다양한 변신을 시도했어요. 처음에는 연기 변신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잘한 것 같아요. 덕분에 연기폭이 넓어졌으니까요. 그래서 이번에 마담 역할이 들어왔을 때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흔쾌히 수락했어요.”
원래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인 그는 현재 출연중인 KBS 일일극 ‘백만송이 장미’의 참하고 순종적인 며느리 역도 잘 맞지만 ‘위풍당당 그녀’에서 맡았던 이의정 엄마처럼 푼수끼있고 귀여운 캐릭터를 연기할 때가 재미있다고 털어놓는다.
“제가 코믹한 연기를 좋아해요. 그래서 가장 하고 싶은 것도 시트콤이에요. 구성이 탄탄하고 재미있는 시트콤에 꼭 한번 출연해보고 싶은데 아직까지 기회가 없네요(웃음).”
운동과 반신욕으로 건강 관리
‘백만송이 장미’ 촬영과 새 드라마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최근 ‘뉴욕 인 러브 스토리’라는 일본 드라마까지 찍었는데도 전혀 힘든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보통 새벽 4시에 잠이 들어요. 딸아이를 등교시켜야 하니까 아침 6시에는 일어나야 하고요. 집에서 하루종일 쉴 때도 있지만 생활이 불규칙하고 잠이 부족해서 찌뿌드드할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운동을 하면 몸이 가뿐해져요. 주로 조깅을 하고, 아령운동과 스트레칭 체조까지 하면 두 시간 정도 걸려요.”
그가 건강을 유지하는 또다른 비결은 반신욕. 선배 연기자 김성환의 권유로 2년 전부터 반신욕을 해왔다고 한다. 주로 헬스클럽에서 운동을 마친 후 반신욕을 하는데, 촬영이 많을 때는 아침 일찍 일어나 반신욕만 하고 나간다고.
“저는 온도를 조금 뜨겁게 해서 15분 정도 반신욕을 하는데 몸도 가벼워지고 피로가 금방 풀려서 좋아요. 또 반신욕을 하고나면 몸안에 있는 노폐물이 빠지기 때문에 칙칙하고 푸석푸석한 피부가 윤기있고 매끄러워져요. 그리고 저는 세안 후 물기를 닦아내지 않고 계속 두드려줘요. 그럼 얼굴이 붉어지면서 물기가 스며드는데, 악건성 피부에 참 좋아요. 저도 그렇게 해서 악건성을 고쳤거든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좋은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으로 건강관리를 철저히 해온 그는 지금껏 끼니를 거르거나 다이어트를 한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먹고 싶은 만큼 먹고나서 운동으로 체중조절을 하는 것. 평소 된장, 청국장, 젓갈 같은 발효식품을 즐겨먹는데, 특히 된장찌개를 좋아한다.
“매일 아침 된장찌개를 먹는 데도 물리지 않아요. 된장찌개 하나만 있으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거든요.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어요. 개고기만 빼고 뭐든 잘 먹어요. 이제는 엄마들도 자신을 위해 투자해야 돼요. 엄마가 건강하고 즐거워야 집안 분위기도 밝아지거든요.”
지난 1992년 영화사업가인 한기은씨와 결혼해 딸 서원을 낳은 그는 주위의 부러움을 살 만큼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손발이 척척 맞는 부부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들 부부도 서로 다른 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까지 숱한 ‘전쟁’을 치렀다고 한다.
“처음에는 남편이 옷을 아무 데나 벗어놓고, 치약을 아껴쓰지 않는 것도 눈에 거슬려 잔소리를 했는데 그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불만, 불신이 생겨 싸움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던 어느날 내가 원하는 대로 남편이 맞춰주기를 강요하는 건 너무 이기적인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남편을 제가 꿈꾸는 이상형으로 만들려고 하니 저도 무척 피곤했고요. 그래서 마음을 비우니까 저도 편해지고, 남편이 오히려 저를 더 챙기더라고요. 부부 사이도 줄다리기 같아요. 잡으면 도망가고 놔주면 다가오니 말이죠.”
지금껏 남편과 결혼한 것을 운명으로 여기며 ‘내 생애 이혼은 없다’는 신조를 가지고 살아온 그는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반드시 지키는 철칙이 있다. 자존심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는 것. 덕분에 부부싸움을 숱하게 했어도 후유증을 남기지 않고 금방 풀어졌다고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내면 다시 주워담을 수도 없고, 결국은 부부 사이에 금이 가기 때문에 아무리 화가 나도 말을 가려서 해요. 그리고 남편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예쁜 자식을 어떻게 얻을 수 있었을까, 남편의 외조가 없었다면 좋아하는 연기생활을 어떻게 마음 편히 할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면 모든 게 고맙게 느껴져요.”
남편 한씨에 대해 그는 ‘웃어른을 잘 공경하고, 아내와 자식을 따뜻하게 보살피는 건실한 남자’라며 자랑했다. 결혼 후 한동안 시부모의 뜻에 따라 연기 생활을 접었던 그가 다시 활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부모를 설득한 사람도 남편이었다. 당시 남편은 그에게 “당신을 데리고 와서 배우생활을 못하게 하면 평생 당신한테 내가 짐이 되지 않겠느냐. 배우 아내를 얻었으면 연기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남편에 대한 고마움 때문에 가족을 더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적어도 하루에 한번은 어떻게 하면 가족이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거든요. 자기 욕심을 버리고 서로 상처주지 않으려고 노력하면 잘 살 수 있어요. 사실 평생 부부가 함께 살라는 건 어찌보면 형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자식을 주시는 것 같아요. 가정을 만들어 살더라도 자식이 없으면 깨지기 쉽잖아요.”
잠자리에 들기 전 딸아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친구처럼 얘기하는 시간이 가장 즐겁다는 이혜숙.
결혼 후 1년 동안 신혼을 즐기고나서 아이를 가진 그는 딸 서원이가 아장아장 걸을 때부터 다시 일을 시작해 늘 곁에 있어주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혼자 자란 아이같지 않게 밝고 야무진 서원이를 보면 대견하고 고마운 생각이 든다고.
“서원이는 장난기도 많고, 몸과 마음이 건강한 아이에요. 사교성이 좋아서 친구들과도 아주 잘 지내고요. 더욱이 서원이는 엄마 아빠가 바빠서 그런지 뭐든 스스로 해요. 저도 서원이가 어려서부터 스스로 판단해서 결정하도록 가르쳤고요. 특활 과목 하나를 정할 때도 아이가 원하는 것을 배우게 했거든요. 또 어릴 때부터 자가용보다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많이 걸어다니게 했어요. 그래서인지 서원이는 ‘내가 할게’라는 말을 잘했어요. 얼마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도 자기 짐을 직접 챙기는 것을 보면서 많이 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는 딸아이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친구같은 엄마다. 서원이도 그런 엄마에게 뭐든 시시콜콜 털어놓는다. 두 모녀는 주로 잠자리에 들기 전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둘만의 비밀일기를 써가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한다.
남편 한씨가 1남1녀중 장남이라 집안의 외며느리이기는 하지만 그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없다는 그는 시집 식구들과도 잘 지내고 있다.
“시부모님은 저를 친딸처럼 아껴주시고, 저도 시어머니를 모시고 절에 갈 때가 가장 좋아요. 또 시누이는 저를 친언니처럼 따라요. 특히 시누이와는 생김새가 많이 닮아서 친자매냐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남편과 시누이가 효자, 효녀라 매주 일요일 저녁에는 가족들을 데리고 본가에서 식사를 해요. 부부 중심으로 단촐하게 살다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그렇게 가족 모두 한 자리에 모이니까 어른에 대한 공경심도 생기고, 가족 간에 유대감도 강해져서 아이들한테 좋은 교육이 되는 것 같아요.”
일하는 주부로서 늘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어떤 자리에서든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는 이혜숙. 그는 매일 아침 자신에게 ‘엄마이자 아내, 연기자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자’고 최면을 건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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