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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풍경화

와당탕탕∼ 말의 기세로 달려오는 파도

2004. 04. 02

와당탕탕∼ 말의 기세로 달려오는 파도

월터 크레인, 포세이돈(넵튠)의 말들, 1892년경, 캔버스에 유채, 86×215cm, 뮌헨, 노이에 피나코테크


구름 속에는 참 많은 사물이 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구름을 한참 바라보고 있으면 강아지도, 자동차도, 엄마 얼굴도 보이지요.
그런데 월터 크레인이라는 화가는 파도를 볼 때 구름을 보는 것처럼 다른 사물의 형상이 보였나 봅니다. 크레인이 그린 파도는 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여러 마리가 힘차게 달려오는 모양이 마치 군대가 용감하게 돌진하는 것 같군요. 발 아래 닿는 것들을 모두 짓밟을 기세입니다. ‘와당탕탕’ 밀려오는 파도의 기세가 꼭 그렇지요. 띠처럼 늘어선 파도의 하얀 거품이 화가로 하여금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려오는 백마를 생각나게 한 것 같습니다. 바다로부터 온 백마는 당연히 바다를 다스리는 신 포세이돈의 말이겠지요. 그렇게 생각한 화가는 말들을 호령하는 포세이돈도 함께 그렸습니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풍경이 이처럼 옛 신화의 풍경으로 바뀌니 우리의 마음도 저 아득한 상상의 세계로 나래를 폅니다. 상상 속에서는 나도 하늘을 나는 말들을 호령하는 올림포스의 신이 될 수 있겠지요.

한가지 더∼
월터 크레인(1845-1915)은 문학적이고 신화적인 주제를 즐겨 그린 영국의 화가입니다. 잘 그리는 것 못지 않게 깊이 생각하고 많이 상상하는 것을 중요시했지요. 상상을 통해 풍경에 신비로운 힘을 불어넣은 크레인을 미술사에서는 상징주의 화가로 분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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