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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마차, 가라오케 사업으로 4억원 모은 알뜰 개그맨 정준하

“제가 바보라서 재테크를 못할 거라는 편견을 버리세요. 그건 저를 두번 죽이는 거예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최은성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3.10 15:19:00

‘논리적인 바보’ 연기로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
9년 동안 무명 시절을 보낸 그는 97년 연예인으로는 처음으로 포장마차를 개업했는가 하면 가라오케를 운영하는 등 뛰어난 재테크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개그와 사업 양 분야에서 드라마틱한 인생역전을 일구어낸 그의 재테크 스토리.
포장마차, 가라오케 사업으로 4억원 모은 알뜰 개그맨 정준하

데뷔 9년 만에 MBC ‘코미디하우스’의 ‘노 브레인 서바이버’ 코너에서 ‘논리적인 바보’ 캐릭터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33). 그는 그 인기를 증명하듯 지난 연말 MBC 코미디부분 최우수 연기상, 시청자가 뽑은 인기상을 수상했다.
뒤늦게 성공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정준하는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때까지 부반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 있는 모범생이었지만 4수를 하고도 대학 진학에 실패하자 냉동창고에서 아이스박스를 나르는 등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는 93년 초 MBC에서 소품 나르는 일을 하다 ‘경찰청 사람들’의 FD로 발탁되면서 방송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에게 온 첫번째 기회는 지인의 소개로 개그맨 이휘재와 댄스그룹 쿨의 로드매니저를 맡은 것. 그는 개그맨을 웃기는 매니저로 소문이 나면서 94년 ‘테마극장’에 단역으로 고정출연하는 기회를 얻었다. 비록 단역으로 시작했지만 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자 94년 프로그램의 제목이 ‘테마게임’으로 바뀔 때는 첫회 주연을 맡는 행운을 안았다.
“시쳇말로 이제야 진짜 뜰 기회가 왔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촬영중에 저와 함께 공동주연을 맡은 중견 탤런트 조형기 선배가 부상을 당했어요. 그 바람에 저까지 교체되고 말았죠.”
교체 배역은 김국진과 김용만. 두 사람은 ‘테마게임’으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준하는 여전히 때밀이, 폭주족, 도둑, 개장수 등의 단역을 전전해야 했다.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는 느낌이었어요. 될 듯 될 듯하다가 미끄러지고….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한때는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닐 정도였어요. 하지만 제가 원래 낙천적이고 아버지의 군인정신을 닮아 끈기 하나는 끝내주거든요. 한번 해보자, 코미디를 평생 직업으로 할 건데, 어려운 시절이 가면 좋은 시절이 오겠지 뭐, 하는 오기로 버텼죠.”

방송 쉬면서 시작한 포장마차 2년 만에 대성공
그는 ‘언젠가는 정준하식 코미디의 진가를 보여주고 말겠다’는 오기와 방송에 대한 열정으로 그 시절을 버텨냈다. 하지만 방송에 대한 열정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었다. ‘정준하’란 이름 석자를 알릴 만하면 프로그램이 없어지거나 도중에 ‘잘리는’ 바람에 당장 눈앞의 생계가 문제였다.
정준하는 97년 생계를 위해 강남에 포장마차 ‘오리궁뎅이’를 개업했다. 포장마차를 선택한 것은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자신이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했기 때문.
‘오리궁뎅이’란 상호는 사실 정준하의 별명이다. 신체 부위에서 엉덩이가 유독 볼록하게 튀어나와 약간 씰룩거리며 걷는 모습 때문에 붙여졌다고. 투자금은 5천7백만원. 보증금 2천만원에 주방시설, 인테리어, 재료 등을 갖추는데 3천7백만원이 투자됐다. ‘오리궁뎅이’는 연예인 포장마차 1호점으로 대성공을 거두면서 다른 동료들이 일명 ‘포차’ 부업에 뛰어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포장마차, 가라오케 사업으로 4억원 모은 알뜰 개그맨 정준하

데뷔 9년 만에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개그맨 정준하는 무명시절 알뜰 재테크로 적지 않은 돈을 모았다.


포장마차의 성공비결은 맛있는 안주 개발에 있었다. 개업 전 몇달 동안 유명 포장마차를 돌아다니면서 인기있는 안주를 직접 맛보고 수십번의 실패 끝에 그 조리법을 익혀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연예인이 하는 포장마차라는 점이 홍보에 유리해 잘된 면도 컸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후에도 장사가 잘된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맛과 가격이다. 그는 좋은 맛은 싱싱한 재료에서 나온다는 생각으로 매일 아침 가락시장과 노량진 수산시장에 나가 야채와 해산물 등 재료를 직접 사서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또한 물가가 비싸기로 소문난 강남에서 8천∼2만원 정도로 안주가격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한 것도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데 한몫했다.
새벽부터 한밤까지 포장마차에 정성을 기울인 결과 ‘오리궁뎅이’는 큰 성공을 거두어 월 평균 5백만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 결과 정준하는 2년 만에 1억원이 넘는 돈을 모을 수 있었다. 그러기까지 그는 차비 외에는 돈을 전혀 쓰지 않고 월 수입의 80∼90%를 저축하는 ‘짠돌이’생활을 했다.
“저축은 주로 수시입출금 통장 이용해서 했어요. 비과세저축이 금리면에서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사업이란 게 항상 현금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유동자금 확보가 중요해요. 수시입출금 통장이 편리해요.”
포장마차가 한창 잘되던 98년, 정준하는 MBC에 신설된 ‘여기는 코디미 본부’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는 이때를 진짜 자신이 개그맨이 된 시점이라고 말한다. 서경석 김효진 조혜련 등 ‘잘나가는’ 개그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출연했고, 동료들로부터도 조금씩 인정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후로 ‘코미디 하우스’ ‘오늘은 좋은 밤’ 등에 주로 바보 역할로 출연했다. 한마디로 ‘노 브레인 서바이버’에서 발휘하는 바보 연기의 내공은 그 시절에 갈고 닦은 것.
포장마차, 가라오케 사업으로 4억원 모은 알뜰 개그맨 정준하

정준하는 97년 연예인 최초로 포장마차를 여는 사업수완을 발휘했다.


코미디언으로서는 코미디 프로에 간간이 얼굴을 내밀며 겨우 개그맨의 명색을 유지하고 있던 때지만 그는 99년 포장마차의 성공에 힘입어 몇몇 동료 개그맨들과 공동 출자해 가라오케 ‘한’을 오픈했다. 또한 지난해에도 동료 연예인들과 함께 또다른 가라오케 ‘몽’을 열었다.
최근 그의 주가가 날로 높아지자 방송가에서는 그의 월 소득이 6천만원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실이냐고 묻자 그가 특유의 웃음을 지었다.

“바빠진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예요. 수입이 좀 늘어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제가 얼마나 벌 것 같아요? 가라오케와 방송 출연료를 합해 월 수입이 1천만원을 좀 넘는 정도예요. 그건 부풀려진 소문이에요.”
가라오케는 공동 출자 형식이기 때문에 개인 수입면에서는 포장마차를 혼자 운영할 때와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포장마차, 가라오케 사업으로 4억원 모은 알뜰 개그맨 정준하

그의 자산은 방송 출연료보다는 사업으로 모은 돈이 대부분으로 97년부터 모은 자산이 총 4억원에 이른다. 자산은 지난해 가라오케를 추가 오픈하면서 거의 재투자되어 있는 상태다. 사업자금은 수시입출금, 신탁, 정기적금 등 다양한 저축상품을 이용해 모았다.
주식이나 펀드 등은 고수익 고위험 상품인데다 투자방법도 복잡해 안전성이 높은 저축을 자산증식 방식으로 선택했다. 수시입출금 통장은 유동자금 확보와 결제대금 계좌로, 1천만∼3천만원의 목돈이 마련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형 등으로 신탁예금을 들었다. 정기적금은 1년 이상의 가입기간에 세금우대를 받는 상품에 가입해 절세 혜택을 보고 있다.
현재는 세금우대저축, 내집마련 청약통장, 사업자금 등 재테크 목적별로 분류한 저축통장을 3개 갖고 있다. 사업에 재투자한 이후 다시 저축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로 월 2백50만원씩 하고 있다고 한다.
여러 동료들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단독 사장으로 알려져 있어 주위의 시선이 조금은 거북하다고 말하는 정준하. 하지만 가라오케가 성업중인 데는 ‘포차’시절부터 익힌 사업 수완과 단골들의 취향을 일일이 기억할 만큼 고객관리에 철저한 정준하의 노력이 한몫했다. 연예인 단골이 많은 집으로 유명하지만 일반인과 연예인의 비율은 반반 정도. 그만큼 고객층이 두텁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준하에게는 두 가지의 꿈이 있다. 하나는 코미디가 안방에서 가장 사랑받는 장르로 자리잡는 그날까지 오랫동안 사랑받는 개그맨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할 정도로 바빠진 요즘도 일주일에 3일은 ‘노 브레인 서바이버’ 작가, 동료 개그맨들과 함께 웃음 소재를 찾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올해 새로운 외식사업에 진출할 계획이에요. 제 꿈 중에 하나가 새로운 사업체를 갖는 것이거든요. 이를 위해 지난 1년간 일본을 여러 차례 오가며 사업 아이템을 구상했어요.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밝힐 수 없고요. 곧 새로운 맛으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개그맨으로 사업가로 바쁜 나날을 보내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정준하. 그의 성공이 돋보이는 건 오랜 무명 시절의 설움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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