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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회장 VS 전 부인 배인순 자전소설 둘러싼 법정 공방 밀착 취재

‘명예훼손 인정되지만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은 기각’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3.10 13:50:00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이 법원에 낸 전 부인 배인순씨의 자전소설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었다. 하지만 법원은 자전소설이 최회장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사실상 인정, 자전소설을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판결 내용과 양측의 입장을 취재했다.
최원석 회장 VS 전 부인 배인순 자전소설 둘러싼  법정 공방 밀착 취재

최원석 회장측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전부인 배인순씨의 ‘30년 만에 부르는 커피 한잔’(이하 ‘…커피 한잔’)을 둘러싼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난 12월2일 최회장이 배씨와 출판사 대표를 상대로 낸 ‘…커피 한잔’에 대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2월3일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책은 이미 초판 24쇄가 인쇄돼 적어도 그 발행부수가 수만부에 이르고, 인터넷사이트나 신문 등 기타 언론매체를 통해 주요 내용은 모두 공개되어 다수의 일반인이 그 내용을 알고 있고, 이니셜로 표시된 연예인의 실명을 두고 실제 연예인 몇몇이 거론되기도 했다’며 ‘책을 계속 발행하더라도 추가로 발생하는 명예훼손 등 피해가 이미 입은 손해에 비해 급박하다고는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또한 ‘서적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경우 배씨와 출판사는 본안 소송에서 다툴 기회도 없이 영업과 신용에 위협을 받게 될 위험이 크므로 판매금지와 같은 가처분은 통상의 보전처분보다 높은 소명을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책 내용 일부가 의도적으로 과장되거나 허위라고 볼 여지가 있고, 내용의 전체적 흐름이나 구체성 등에 비춰보면 독자들로 하여금 결과적으로 최회장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하거나 인식을 왜곡해 사회적 평가를 저해할 우려가 있어 책 발행은 위법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설령 책 내용 전부가 사실이고, 신청인을 공인으로 볼 수 있다 해도 신청인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 인식이 담긴 이 책은 사생활 공개의 한도를 넘는 것으로 명예를 훼손하며 공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해 ‘…커피 한잔’이 명예훼손과 위법성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결국 명예훼손은 인정하되 책의 판매금지는 기각하는 결정을 내린 셈이다. 그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배씨와 출판사의 최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는 판매금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로 본안(명예훼손) 소송을 통해 최종적인 판단을 받으면 된다’고 했다.
이로써 ‘…커피 한잔’은 계속 판매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서점에서는 판매가 거의 끊긴 상태다. 찬섬출판사 조필대 대표는 “초반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는 등 잘나가던 책 판매가 법정싸움이 이어지면서 독자들의 외면을 받아 사실상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지금까지 10만부 정도가 팔렸다고 한다.
최회장측은 여기에서 법정공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한강의 이지은 변호사는 명예훼손 소송에 들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최회장과 부인 장은영씨, 소송을 주도했던 장남 모두 이를 통해 사회적으로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소송 시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현재 최회장의 공적자금 유용 혐의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따라서 두 개의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은 재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공적자금유용 혐의에 대한 재판이 끝난 후에 명예훼손 소송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라며 당장 소송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그는 “법원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통한 금전적 배상을 거론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일생일대의 치명적인 손상을 입은 사람들에게 금전 배상만으로 그 치유가 가능할지 안타까움이 남는다. 민·형사상 모든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사자인 배인순씨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2월말 32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발매한 배씨는 앨범 발표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송 결과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쁠 것도 좋을 것도 없다. 오직 음악에만 전념하고 싶다”고만 했다.

최원석 회장 VS 전 부인 배인순 자전소설 둘러싼  법정 공방 밀착 취재

배인순씨는 책과 관련된 일은 잊고 가수활동에 전념하고 싶다고 한다.


배씨의 앨범작업에 참여한 탤런트 오욱철씨가 몇몇 스포츠신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배씨는 최회장쪽과 더 이상 어떤 연관도 갖지 않을 생각이지만 만약 저쪽(최회장 측)에서 고소를 하면 ‘책에 언급된 연예인의 실명을 법정에서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며 “배씨는 문제가 더는 확대되지 않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고 말해 그 의도를 놓고 파문이 일기도 했다. 최회장쪽에서 명예훼손 소송을 거론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배씨에게 ‘책에 언급된 연예인 실명 공개 여부’를 확인했을 때 배씨는 “그 일에 대해서 더는 말하고 싶지 않다. 이젠 가수 배인순으로만 봐달라”며 언급을 피했다.
배씨는 지난해 12월 기자와 단독으로 만났을 때 ‘명예훼손 소송시 실명공개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그런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상황이 온다면 나로서도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실명공개의 가능성도 포함한 대답이었다. 다시 그에게 “지금도 그 마음이 여전하냐”고 묻자 “다 끝난 일이다. 그쪽에서도 더 이상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회장측에서는 명예훼손 소송을 할 것을 분명히 했다”고 하자 그는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하고는 입을 굳게 닫았다.
한편, 배씨는 지난 2월말에 ‘늦어서 미안해요’를 타이틀로 한 앨범을 내며 가수활동을 재개했다. 타이틀곡 ‘늦어서 미안해요’는 탤런트 오욱철씨가 작사한 것으로 가사를 듣자마자 코꺍÷?시큰해지면서 ‘내 이야기고, 내 노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배씨는 또한 2년 전부터 가요계 복귀를 준비했으며 1년 전 과거의 스승이었던 작곡가 신중현씨를 찾아가 컴백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춘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신씨는 과거 펄시스터즈의 이미지를 실추시킬 뿐이라며 만류했다고.
“솔직히 많이 두려웠어요. 하지만‘엄마가 원하는 음악을 다시 하면서 사는 걸 보고 싶어요’ ‘더 이상는 고통받지 말고 오직 음악으로 승리하세요’라는 둘째 아들의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되었어요.”
모든 것을 잊고 새출발을 하려는 배씨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최회장과의 공방은 앞으로도 쉽사리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기 힘들 것 같다.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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