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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글거리는 퍼머머리, 맛깔스러운 연기로 주목받는 신인 신이

■ 기획·구미화 기자 ■ 글·조희숙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4.03.04 15:15:00

TV 출연 두달 만에 CF 출연 제의가 잇따르고, 인터넷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신인 연기자 신이.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해 신세대 스타로 떠오른 명랑 아가씨 신이의 성공기를 들어보았다.
뽀글거리는 퍼머머리, 맛깔스러운 연기로 주목받는 신인 신이

“벗으라면 벗겠어요~.” 이 한마디로 신세대 스타로 떠오른 신이(25·본명 장승희). SBS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에 출연중인 신이의 연기가 요즘 장안의 화제다. 뽀글거리는 퍼머머리에 목 둘레가 늘어진 면티와 무릎 나온 운동복을 입은 모습만 보아도 심상치 않다는 느낌이 드는데 능청스러운 표정과 코믹한 대사까지 더해지면 보는 사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한다.
“‘벗으라면 벗겠어요’라는 대사는 ‘발리에서 생긴 일’에 처음 등장할 때 애드리브로 했던 건데 순간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돼서 촬영이 지연될 정도였어요. 그뒤로 다른 연기자들이 저와 함께 나오는 장면을 찍을 때마다 웃음을 못 참고 NG를 많이 내더라고요.”
‘발리에서 생긴 일’은 네 남녀의 어긋난 사랑을 그린 청춘물로 시청률 20%를 웃도는 인기 드라마. 그가 맡은 역할은 주인공 하지원과 함께 사는 친구 ‘방미희’로 노래방 도우미를 하며 스타를 꿈꾸는 연예인 지망생이다. 이번 드라마는 그의 첫 TV 출연작이지만 ‘색즉시공’ ‘낭만자객’ 등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준 그는 방송에 출연하기 전부터 이미 5천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린 스타.
대구 대경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지난 99년 서울 국립극단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해 ‘태’ ‘자전거도둑’ ‘수궁가’ 등에 출연하며 연기경험을 쌓았고, ‘여고괴담’으로 영화에 데뷔했다. 그후 ‘노랑머리2’ ‘색즉시공’ ‘위대한 유산’ ‘낭만자객’ 등에서 코믹하고 엽기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일단 카메라 앞에 서면 몸을 사리지 않기로 유명한 그는 드라마에서 하지원과 함께 깡패들에게 맞는 장면에서는 이마가 뻘겋게 부어오를 정도로 싸우는 연기에 몰두했고, 영화 ‘색즉시공’에서는 과감하게 상반신을 노출하기도 했다.
“배우가 작품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보여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색즉시공’에서의 노출신도 꼭 필요한 장면이었기 때문에 역할에 충실히 했을 뿐이에요. 물론 부모님께서 걱정하실까봐 미리 전화를 드렸죠. 그랬더니 ‘네가 알아서 잘하겠지’ 하시더라고요.”


“극중 ‘방미희’는 반지하방에 살며 배우의 꿈을 키우던 저랑 꼭 닮았어요”
신이는 미인이 많기로 유명한 대구 출신으로 1남3녀 중 둘째딸이다. 한번 마음먹은 일은 꼭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라 목표가 생기면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린다고 한다. 대학 재학중 ‘연기자가 되겠다’는 꿈 하나를 안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온 것도 이런 성격 때문이다.
“대학 때 서울의 한 연예기획사 대표가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때 그분한테서 받은 연락처를 들고 무작정 서울로 올라와 그 사무실을 찾아갔죠. 거기서 잔심부름하고 커피도 타면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어요. 그러던 중 ‘여고괴담’의 오디션에 참가해 처음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기회를 잡았죠.”
이런 점에서 극중 산동네에서 가난하게 살며 연예인의 꿈을 버리지 않고 살아가는 ‘발리에서 생긴 일’의 ‘방미희’는 실제 그의 모습과 닮은 점이 많다. 그는 친구가 살고 있던 화양리 반지하 단칸방에서 처음 서울살이를 시작했고, 노래방 도우미는 아니지만 생계를 위해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길거리에서 전단지 돌리는 아르바이트는 그나마 쉬운 일에 속했다고 한다. 예식장 도우미, 사진작가 조수, 심지어 장례식장에서 음식 나르는 일까지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뽀글거리는 퍼머머리, 맛깔스러운 연기로 주목받는 신인 신이

“학창시절에 누구나 한번쯤 아르바이트를 하잖아요. 다른 점이라면 저는 생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것뿐이죠. 하지만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일부러 해보지 않은 일을 찾아다니면서 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연기할 때 모두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어요.”
드라마 출연후 인기가 높아지면서 CF 출연 제의가 잇따르자 수입도 늘었다. 형편이 나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돈을 함부로 쓰지 않는 ‘짠순이’다.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 물이나 전기를 낭비하는 것은 눈뜨고 못 본다고. 명품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옷 한벌 살 때도 몇 시간씩 둘러본 후에 구입할 정도로 알뜰하다. 덕분에 지금은 반지하방에서 독립해 비록 월세지만 서초동의 한 빌라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용돈만 남기고 수입의 대부분은 고스란히 부모님께 송금하는 효녀이기도 하다.
“다들 그렇게 하지 않나요? 지금까지 키워주시느라 고생하셨는데 당연히 부모님께 드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큰돈을 벌지는 못해 살림에 보태는 정도이지만 앞으로는 부모님께 더 잘 해드리고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는 활달하고 발랄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 그는 매우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한다. 심지어 중학교 시절에는 친구들에게 ‘왕따’를 당했을 정도로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촬영장에서도 대본만 들여다볼 정도로 낯가림이 심한 편이라고 한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극중 친구로 나오는 하지원 정도. 동갑내기인데다 영화 ‘색즉시공’에 이어 드라마를 같이 하게 된 인연으로 촬영장에서 둘도 없는 단짝처럼 지낸다고.
“한집에 살고 있는 설정이라서 (하)지원이랑 같이 촬영할 때가 많은데 서로 웃느라고 NG를 많이 내요. 솔직히 처음엔 지원이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어요. 그 친구는 스타이다 보니 왠지 새침할 것 같잖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성격도 털털하고 연예인 같지 않은 연예인이더라고요.”
친하게 지내는 선배 연예인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최수종·하희라 부부를 든다. 신이와 이들 부부는 현재 같은 소속사에서 한솥밥을 먹는 식구다.
“(최)수종 오빠는 연기지도를 많이 해주시고, (하)희라 언니는 배우로서 겸손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늘 말씀하세요. 특히 희라 언니는 집으로 불러서 맛있는 음식도 자주 해주시고 친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줘서 너무 고마워요.”
요즘 그는 드라마 촬영이 끝나는 대로 영화 촬영장으로 달려간다. 공포영화 ‘령’을 촬영중인 것. 이번에는 극중 주인공 김하늘의 친구로 나온다. 이번 영화를 통해 그동안 보여주었던 코믹한 이미지를 벗고 색다른 모습으로 변신할 것이라는 그는 어렵지만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것이 마냥 즐겁다고 한다.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모습이 젊은 시절의 김수미와 많이 닮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며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김수미 선생님이 존경스럽고,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주는 문소리 선배의 모습도 닮고 싶다”며 까르르 웃었다.

여성동아 2004년 3월 4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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