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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 정복 나선 톱스타 권상우

“제 첫사랑 경험이 영화와 비슷해 학창시절 추억이 떠오르네요”

■ 글·구미화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4.02.03 17:30:00

‘얼짱’과 ‘몸짱’의 요건을 고루 갖춘 권상우의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시청률 40%를 넘나들고 있는 가운데 최근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가 개봉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동갑내기 과외하기’에 이어 또다시 흥행몰이에 나선 권상우를 만났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 정복 나선 톱스타 권상우

지난 12월 방송을 시작한 SBS ‘천국의 계단’에 재벌 2세 ‘송주’ 역으로 출연하고 있는 권상우(28)의 인기가 가히 폭발적이다. ‘천국의 계단’의 시청률이 40%를 넘나드는 데다, 그가 출연하는 토크쇼마다 시청률이 급상승해 ‘걸어다니는 시청률’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날개를 단 듯 급상승중인 그의 인기 비결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깨물어주고 싶다가도 안기고 싶어지는’ 이중적 매력이다. 선이 고운 얼굴과 애교 섞인 말투에서 보여지는 미소년다운 모습과 ‘왕(王)’자가 뚜렷한 단단한 역삼각형 몸매가 언뜻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남성성과 여성성을 넘나들며 강한 매력을 발산하는 것. 이 때문에 권상우는 남녀의 전통적인 성역할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나타난 새로운 인간형, ‘메트로 섹슈얼’의 전형으로 꼽히기도 한다.
자신을 놓고 이렇듯 야단법석이지만 권상우 본인은 정작 “CF도 안 들어오는데요 뭐” 하며 가볍게 웃어넘기고 만다. 짧은 순간이지만 심각하지 않은 솔직한 말투, 장난기 가득한 눈웃음이 시청자들을 녹이는 그의 매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권상우는 브라운관의 폭발적인 인기를 스크린으로 넓혀갈 태세다. 새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를 내놓고, 지난해 자신을 스타덤에 올려놓은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흥행 돌풍을 재연할 조짐인 것. 2002년 ‘결혼은, 미친 짓이다’로 화제를 일으킨 유하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에서 권상우는 유신 말기인 1978년 학교 폭력으로 악명이 높은 강남의 한 남자고등학교로 전학 온 ‘현수’ 역을 맡았다. 모범생 현수가 ‘학교짱’인 우식(이정진)과 어울려 ‘고고장’에 드나들며 일탈을 경험하고, 이룰 수 없는 첫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흐름이다.
권상우는 1월6일 시사회장에서 “극장을 나서는 순간 달라진 권상우를 느낄 겁니다” 하고 영화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는데 시사회가 끝나자마자 관객들로부터 그의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다.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나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보여줬던 철부지 색깔이나 바람기 있는 부잣집 아들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도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는 수줍음 많은 고등학생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것. 권상우도 스스로 “앞으로 어떤 영화를 하게 될지 모르지만 ‘말죽거리 잔혹사’는 내가 가장 아끼는 영화가 될 것 같다”며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고장 장면에서 춤추고 싶어 혼났어요”
2001년 ‘화산고’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고, ‘일단 뛰어’ ‘동갑내기 과외하기’까지 줄곧 고등학생을 연기한 그는 ‘동갑내기 과외하기’ 이후 “다시는 교복을 입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또 한번 고등학생 역을 맡았으니 자신의 말을 번복한 셈.
“더는 교복을 입고 싶지 않았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욕심이 나서 어쩔 수 없었어요. 학교라는 공간이 인간이 살아가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그 안엔 약자를 괴롭히는 나쁜 사람도 있고, 강자에 빌붙어 사는 비열한 인간도 있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애틋한 사랑도 있고요.”
더욱이 같은 고등학생이지만 그가 연기한 ‘현수’는 기존에 자신이 연기했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연기 변신의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는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 정복 나선 톱스타 권상우

“처음엔 우식 역할이 멋있어 보였어요. 전에 했던 역할들에 비춰봐도 우식 역할을 했더라면 좀더 편하게 연기했을 거예요. 그런데 연기 변신에 대한 욕구가 강했어요. 현수가 영화를 끌어가는 인물이기도 하고요. 잘 하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연말에 영화 시상식에서 연기상도 타고 싶고요(웃음).”
그러나 촬영기간 내내 소심하고 예민한 ‘현수’가 되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현수는 절대 튀어서는 안되는 역할이에요. 그래서 애드리브조차 허용되지 않았어요. 현수가 우식을 따라 고등학생에겐 출입이 금지된 ‘고고장’을 처음 경험하는 장면을 찍을 땐 정말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요. 춤추고 싶어서(웃음).”
그러나 촬영이 진행될수록 현수라는 캐릭터에 매혹됐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매순간 스스로 ‘현수’라 세뇌시킨 건 물론이다. 그는 완벽하게 현수가 되기 위해 처음으로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도 했다. 짝사랑하는 여인(한가인)을 앞에 두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장면을 위해서다. 비열한 방법으로 단짝 친구인 우식을 밀어내고 학교짱이 된 선도부장과 맞붙기 위해 ‘이소룡 권법’으로 몸을 단련하는 장면을 위해선 촬영 틈틈이 역기를 들었다. 그리고 ‘말죽거리 잔혹사’의 명장면으로 꼽히는 옥상 혈투에선 스턴트맨들이 대기하고 있었으나 와이어도 없이 그가 직접 나섰다.
“액션 신에 대한 연습을 많이 했어요. 대역을 쓰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이 저를 대신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마지막 액션 신을 촬영하고 옥상에서 내려오는데 서운한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동안 자신의 생각을 안으로만 감추는 현수를 연기하며 억눌렀던 갖가지 감정들이 일순간 솟구치면서 눈물이 났어요.”
쌍절봉 하나에 의지해 선도부장 패거리와 1대 10으로 맞붙는 옥상 혈투는 그의 표현대로 “때린 만큼 맞는” 리얼한 액션이 압권이다. 촬영이 끝난 후 그는 유하 감독으로부터 “더 늦기 전에 액션 영화를 찍는 것도 좋겠다”는 칭찬을 들었지만 정작 가장 인상 깊은 장면으로 한가인과 애틋한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에게는 액션 신이 먼저 각인되겠지만 개인적으로 팝송 ‘Feelings’을 배경으로 한가인씨와 함께 나오는 버스 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실제 운동밖에 몰랐던 학창시절 연상의 누나 짝사랑
영화에서 고교 2년생인 현수는 어느 날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친 고3 여학생 은주(한가인)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러나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새도 없이 은주는 곧 우식의 여자친구가 되고, 우식의 방탕함에 상처 받은 은주를 위로하는 것만이 그의 몫이다. 그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은 버스 신은 비 오는 날, 은주가 다니는 학원 앞에서 기다리다 우연히 만난 듯 은주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장면이다. 현수는 이날 처음으로 은주와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에 젖는다.
권상우는 실제 자신의 첫사랑이 영화와 비슷하다고 털어놨다.

‘말죽거리 잔혹사’로 스크린 정복 나선 톱스타 권상우

‘깨물어주고 싶다가도 안기고 싶어지는’ 이중적 매력이 권상우의 인기 비결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화실에 다니던 누나를 좋아했어요. 그런데 정말 영화에서처럼 좋아한다고 말하지 못했어요. 이번 영화가 첫사랑을 다시 추억하게 해줘서 참 고마웠어요.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니 연기에도 도움이 됐고요.”
그는 영화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첫사랑을 한 사람이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통과의례 같은 것으로 해석했다.
“너무 보고 싶지만 막상 나타나면 말도 걸지 못하는 게 첫사랑 아니겠어요. 그래서 한 사람이 성장하는 거고요. 만약 보고 싶어했던 사람을 만났을 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다 한다면 그 사람은 성장하지 못하겠죠.”
그는 학창시절, 운동밖에 몰랐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다니며 여자친구를 사귀어야겠다는 생각조차 안해봤다고. 그는 “무도회장(?)이라는 데를 군대 제대하고 처음 가봤다”며 자신은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영화에서 권상우는 ‘이소룡 키드’다. 그러나 실제 그의 학창시절 우상은 ‘뉴키즈 온 더 블록’과 서태지. 영화에서는 서금옥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애청자로 나오지만 그는 학창시절,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 ‘반에서 5등 안에 들면 미니 카세트를 사주겠다’는 어머니의 말에 바짝 공부해 반에서 5등을 한 적이 있을 정도라고. 마이클 조던 역시 그의 우상 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수업이 끝나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NBA를 보고, 친구들과 어울려 3대3 농구대회에 나갈 만큼 농구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봄, 학창시절을 잠시 추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 한남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기 전 형이 영어 교사로 재직중인 중학교로 교생실습을 나간 것. 마침 ‘말죽거리 잔혹사’ 출연을 결정해놓은 터라 배울 점이 많았다고 한다.
일주일에 하루 짬을 내기도 힘들 만큼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그는 바쁜 일정이 끝나면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극장에서 일반인들과 함께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고. 그러나 당분간은 이 작은 바람도 이뤄지기 힘들 듯 보인다. 오는 3월 영화배우 하지원과 함께 새 영화 ‘신부수업’ 촬영에 들어가는 것. 그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성직자 역할이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가수 등 다른 분야로 진출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그는 “전혀 없다”고 했다. 영화 ‘화산고’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다른 어떤 말보다 자신의 이름 앞에 ‘영화배우’라는 호칭이 붙을 때가 가장 좋다고 했다. 거침없이 “한창 인기 있을 때 연예계에서 떠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그 절정의 순간을 위해 영화에 전념할 계획이다.

여성동아 2004년 2월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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