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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바보 연기로 시선 끄는 김유곤 PD

■ 글·구미화 기자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4.02.03 17:19:00

개그맨 정준하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MBC ‘코미디 하우스’.
이 프로그램에 조연출 김유곤 PD가 출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재수 끝에 MBC PD로 입사해 ‘음악캠프’ ‘일요일 일요일밤에’ 등 굵직굵직한 연예 오락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해온 그가 코미디 연기에 도전한 이유를 들어봤다.
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바보 연기로 시선 끄는 김유곤 PD

정준하 문천식 김학도 등을 앞세워 전성기를 맞고 있는 MBC ‘코미디 하우스’에 현직 PD가 직접 출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코미디 하우스’ 조연출을 맡고 있는 김유곤 PD(30)가 지난 12월 중순부터 ‘코미디 하우스’의 간판 코너 ‘노브레인 서바이벌’에 출연해 바보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것. 문천식, 정준하와 나란히 앉아 문천식의 트레이드마크인 “맞춘 걸로 해주세요 제발∼”을 흉내내며 귀여운 척 ‘오버’ 하는 사람이 바로 김PD다.
첫 방송이 나가고 2주 만에 만난 김PD는 방송국 안에서도 스타가 돼 있었다. 그와 마주치는 동료들마다 “어, 연예인 PD 아냐” “사인 좀 해주지” “(CF)계약은 언제 해?” 하는 농담을 건넸다. 방송에서 능청스럽게 바보 연기를 해내는 그는 인터뷰하는 게 무척 쑥스러운지 방송국에서 멀리 떨어진 커피숍을 향해 앞장섰다. “인터뷰하는 걸 사람들이 보면 또 놀림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PD는 2000년 MBC에 입사해 ‘음악캠프’ ‘일요일 일요일밤에’ ‘섹션TV 연예통신’ ‘논스톱3’ 등 굵직굵직한 프로그램들의 제작에 참여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코미디 하우스’ 조연출로 편집과 자막 처리를 전담하고 있는 그가 ‘코미디 하우스’에 직접 얼굴을 내밀게 된 건 지난 연말 MBC 예능국 송년회에서 보여준 ‘끼’ 때문이다.
“12월15일에 예능국 송년회를 했는데 팀별 장기자랑 순서가 있었어요. 저희 ‘코미디 하우스’팀은 팀원이래야 담당 PD인 조희진 PD와 저, 단둘인데 그날 1등 상금이 1백만원이었거든요. 조희진 PD가 꼭 1등을 해서 1백만원의 상금을 받아야 한다며 먼저 망가지더라고요. 그런 상황에서 후배인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결국 김PD는 개그맨 문천식이 녹화 때 사용하는 가발을 쓰고 바보연기를 선보였다. 평소 말이 없고 조용한 그가 돌변하는 모습에 예능국 선후배들이 자지러진 것은 물론이고, 상금 1백만원도 그의 차지가 됐다.

예능국 송년회 때 장기자랑에서 우승한 뒤 출연 통보 받아
그 다음날 조희진 PD로부터 여느때처럼 ‘코미디 하우스’ 대본을 받아든 그는 깜짝 놀랐다.
“이틀 후에 녹화하기로 돼 있는데 대본에 떡 하니 제 이름이 들어 있는 거예요. 대사량도 적지 않고요. 다른 출연자들과 대사가 맞물려 있어서 무작정 빼달라고 떼를 쓸 수도 없고….”
그는 결국 출연자들 앞에서 ‘오버’하다 끌려나가는 설정으로 개그맨 신고식을 치렀다. 김PD는 “입사 동기들이 ‘입봉(연출 데뷔)’할 때 전 개그맨 데뷔한 셈이죠” 하며 웃었다.
그는 연세대 재학시절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외국인 강사가 진행하는 ‘중급 회화’ 시간에 장기를 보여주면 점수를 잘 주겠다는 말을 듣고 재주를 부려 ‘A’ 학점을 받았다는 것. 카투사(KATUSA)로 군 복무할 때는 웅변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 포상 휴가를 받기도 했다.
“제가 영어를 잘 못하거든요. 더군다나 전라도 사투리 억양이 그대로 남아 있고요. 대신에 제스처와 표정을 적극적으로 했더니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그때 처음 내게도 남을 즐겁게 하는 재주가 있구나 하고 실감했죠.”

MBC ‘코미디 하우스’에서 바보 연기로 시선 끄는 김유곤 PD

김유곤 PD는 ‘노브레인 서바이벌’을 편집할 때마다 망가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 민망하다고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MBC PD를 지원했다가 낙방한 경험이 있는 그는 재미있게 생긴 얼굴 덕에 이듬해 방송국 입사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다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제가 기억에 오래 남는 얼굴인가 봐요. 한번 실패하고, MBC 입사 시험을 다시 보러왔을 때 면접관이 ‘가제트 왔네’ 하더라고요. 어렸을 적 제 별명이 가제트였거든요(웃음).”
첫 방송이 나간 뒤 그에게는 ‘오버PD, 김PD’라는 별명이 생겼다. 출퇴근길에 지하철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생겨났다고 한다. ‘노브레인 서바이벌’에 함께 출연하는 정준하는 연습할 때나 녹화할 때는 “신인 개그맨이 커피 타와야지 뭐하는 거야” 하며 선배 노릇을 하고, 녹화가 끝나면 “감독님 편집 좀 잘 해주세요” 하며 장난을 친다고. 또한 개그맨 김현철은 “개그맨도 아닌 사람이 개그맨보다 더 웃기면 개그맨은 어떻게 먹고살라는 거냐”며 투정을 부렸다고 한다.
평소 연기자들이 NG를 낼 때마다 화를 내곤 했던 그는 이제야 연기자들의 고초를 알겠다고 털어놓았다. 더욱이 매주 출연하다 보니 늘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맞춰야 한다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그는 그야말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며 웃었다.
“몸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연기를 하지만 사실 많이 떨어요. 배짱도 있어야 하고, 즉흥적으로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는데…, 정말 코미디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고요. 제 맘대로 출연했다 안했다 할 수 없는 일이라 언제까지 연기를 할지는 알 수 없어요. 그렇다고 개그맨들의 위상을 침범할 생각은 추호도 없고요.”
올해는 재미있고 유익한 작품으로 ‘입봉’하고 싶은 게 그의 소망이다. 무슨 일이든 웃음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김PD는 히트작보다 웃음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일요일 일요일밤에’의 ‘러브하우스’ 같은 ‘예능화된 다큐멘터리’, ‘논스톱’ 같은 ‘예능화된 드라마’가 그가 선호하는 장르다.
“기본적으로 웃음이 있는 걸 좋아해요. 돈을 많이 벌 생각이었다면 컨설턴트가 됐겠죠.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시각화해서 사람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이야말로 PD의 보람 아니겠어요.”
김PD는 “남을 웃기는 일은 보람되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코미디 프로그램을 저질이라고 비난하지 말고 너그럽게 봐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여성동아 2004년 2월 48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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