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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opping guide

이지현 기자의 동대문 쇼핑 노하우 : 제일평화시장 입문기

■ 사진·지재만 기자

2004. 01. 12

잘만 고르면 브랜드 못지않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제일평화시장. 하지만 워낙 넓고 물건도 많아 처음가는 사람들은 제대로 쇼핑하기 힘들다. 쇼핑 초보자들을 위해 기자가 직접 체험하면서 터득한 쇼핑 노하우를 공개한다.

이지현 기자의 동대문 쇼핑 노하우 : 제일평화시장 입문기

두툼한 아베크롬비 니트 카디건을 입고 회사에 출근한 날, 예상했던 선배의 질문 공세. “너, 이 옷 어디서 샀니?” “제일평화시장요…”. “얼마 줬는데?” “2만원요….” “정말?” 이쯤 되면 어깨가 으쓱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 구매대행 사이트에서 적어도 7만~8만원 하는 제품을 너무나 저렴한 ‘놀라운 가격’에 구입한 것도 그렇지만, 그곳이 바로 제일평화시장이니 말이다.
시끄럽고 혼잡하다는 이유로 시장을 기피했던 내가 동대문 제일평화시장에 푹 빠지게 된 건 대학 때. 잡지 기사에서 처음 접한 제일평화시장은 ‘고급스러운 옷이 무궁무진한 곳으로 웬만한 고급 보세의 옷은 다 이곳에서 나간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이끌려 밤 9시까지 기다리고 기다려 처음 찾아간 시장. 하지만 웬걸, 9시부터 한두 집 문을 열기 시작하더니 10시나 되어서야 쇼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게다가 1~2평 남짓한 가게들이 좁은 통로에 밀집해 있어 다니기 불편한데다 옷을 천천히 살펴볼 여유도 없었다. 게다가 옷이 너무 많아 마음에 드는 물건을 찾기힘들었고, 시간도 자정이 훌쩍 넘어 결국 아무것도 사지 못한 채 택시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이렇게 허탕을 친 후 ‘역시 백화점이 최고, 보세는 그냥 이대 앞이나 명동에 가서 사면 되지 뭐’ 하며 제일평화시장에 대한 환상을 접었다. 하지만 어느날 우연히 이대 뒷골목의 보세숍을 구경하다 그때 살까 말까 망설였던 그 옷을 발견, 그런데 두배나 비싼 가격에 팔고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두번째로 들르게 된 제일평화시장. 이번엔 철저히 계획을 세워 실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을 먹고 동대문에 도착하니 저녁 8시. 먼저 그 시간에도 영업을 하는 두타를 들렀다. 두타도 제일평화와 디자이너스클럽의 물건을 갖다 파는데 이곳은 옷을 입어볼 수 있게 탈의실이 마련되어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발견하면 입어보고 가격도 물어보고 하다가 9시30분에 제일평화시장으로 이동해 본격적인 쇼핑시작! 두타 대신 이대앞이나 명동의 보세숍에서 미리 시장조사 해도 좋다. 예쁜 보세숍에 걸려 있는 것과 제일평화시장에 정신없이 걸려 있는 옷은 똑 같은 제품이라도 달리 보이기 때문. 밤에 쇼핑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낮 시간을 이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낮에는 비교적 한산하고 옷을 입어보고 구입할 수도 있기 때문. 단, 밤에 비해 가격은 5천~1만원 비싼 편이다.
이지현 기자의 동대문 쇼핑 노하우 : 제일평화시장 입문기

지금은 동대문 제일평화 쇼핑에 도가 터 자칭 동대문 전문이가 되었는데, 누가 물어보면 “니트는 신관 지하 1층이 최고지, 직수입 브랜드는 3층 10호가 제일 많아요” 하며 콕콕 짚어낼 정도. 요즘엔 밤에 야근을 하다가도 가끔 동대문을 들르곤 하는데 새벽시장이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새롭게 터특한 또다른 노하우는 바로 세일 제품을 고르는 것. 숍마다 몇개 안 남은 제품은 균일가로 판매하는데, 2주 간격으로 제품이 바뀌는 도매 시장이라 어제 찜 해두었던 옷을 내일에는 반값에도 살 수 있다.
밤시간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질 좋은 제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동대문 제일평화시장. 가끔 대박 세일의 행운도 만끽할 수 있으니 준비를 철처히 한다면 만족스런 실속 쇼핑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촬영하면서 고른 실속 아이템
이지현 기자의 동대문 쇼핑 노하우 : 제일평화시장 입문기

1 귀여운 A라인 반코트와 체크무늬 크롭트팬츠. 코트 12만원, 팬츠 5만원 2층 Je ffrey.
2 화이트 컬러에 심플한 디자인이 더 멋스러운 하프코트. 11만원 신관 지하 1층 d.o.t.
3 코트나 카디건에 두르는 귀여운 토끼털 머플러. 4만원 2층 67호 필.
4 로맨틱한 앞코 디자인이 눈길을 끄는 펌프스. 5만5천원 신관 지하 1층 끌레.
5 세탁이 용이한 수입사를 이용해 실용적인 옐로 카디건. 3만원 신관 지하 1층 Mir. 336.

이지현 기자의 동대문 쇼핑 노하우 : 제일평화시장 입문기

숍마다 바구니나 행어에 세일 상품을 준비해 놓는다.


1 반드시 현금을 준비하라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제일평화시장이나 디자이너스클럽의 최대 단점은 카드 결제가 안된다는 점. 가격은 코트류, 티셔츠류, 팬츠류 등 종류에 따라 거의 일정하므로 필요한 아이템이 있으면 예상 금액을 미리 준비해 가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2 환불은 NO! 교환은 YES!
도매 상인들과는 달리 소매로 판매한 물건은 절대 환불이 되지 않는다. 단, 사이즈와 제품 교환은 가능하므로 마음에 안 들면 일주일 내에 들를 것. 밤 9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2교대로 근무하므로, 본인이 제품을 구입했던 시간대에 가야 교환이 수월하다.
3 밤 10시부터 12시까지가 쇼핑 최적기
제일평화시장의 오픈 시간은 밤 9시. 하지만 대부분의 가게가 밤 9시30분부터 문을 열기 시작하므로 10시부터 쇼핑하는 것이 허탕치지 않는 방법. 밤 시간대는 도매 상인들이 많기 때문에 도매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자정이 넘으면 지방 상인들이 올라와 무척 혼잡하므로 12시는 넘기지 않는 것이 좋다.
4 입어보고 구입하려면 낮에 쇼핑해라
디자이너스클럽이나 제일평화시장은 입어보고 구입할 수 없기 때문에 거울이 없는 가게도 많다. 그나마 소매 고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낮 시간(오전 10시~오후 5시)에는 입어볼 수 있으니 꼭 입어보고 사야 하는 바지나 코트류는 낮에 구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 단, 밤보다 가격이 5천원~1만원 비싼 것을 염두에 둘 것.
5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제일평화시장을 비롯한 동대문시장을 처음 가보는 사람은 너무 많은 제품 때문에 오히려 물건을 쉽게 고를 수 없다. 이대 뒷골목이나 홍대, 압구정 등의 고급 보세 제품은 대부분 제일평화시장에서 나간 것. 하지만 가격은 1만원에서 많으면 5만원 이상 차이난다. 따라서 이대나 압구정 등지에서 미리 아이쇼핑을 한 후 마음에 드는 옷을 머릿속에 그리고 제일평화시장에서 똑같은 제품을 찾는다. 지하 1층과 2층, 3층에 볼거리가 많은데, 지하 1층에는 30~40대 연령층에 맞는 의상이 많고 2층은 젊은 감각의 여성 캐주얼 의상을 판매한다. 직수입 브랜드나 저렴한 가격의 독특한 구제 의상을 구입하려면 3층에 들르는 게 좋은데, 3층은 오후 4시면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으니 그 전에 쇼핑한다.
6 대박 세일 기회를 이용하라
소매와 다르게 도매시장은 빠르면 일주일, 적어도 보름에 한번씩 아이템이 완전히 바뀐다. 따라서 일주일 전에 보고 찜 해둔 옷을 다시 사러 갔을 땐 이미 다른 제품으로 교체되어 낭패를 보기 쉽다. 따라서 맘에 드는 옷은 바로 구입하고, 행어나 바구니 안에 둔 세일 제품(대부분 균일가로 이너류는 2만원, 팬츠는 3만원, 아우터는 5만원에 판매한다)을 이용한다. 도매가보다도 50%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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