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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프라이버시 인터뷰

이별의 아픔 딛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탤런트 한고은

“그가 좋은 사람 만나기 바라며 이제는 진정한 연기자로 인정받고 싶어요”

■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1.09 10:32:00

KBS 주말드라마 ‘보디가드’ 이후 한동안 볼 수 없었던 한고은이 차기작을 선택했다.
1월1일부터 방영하는 노희경 작가의 신작, KBS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가 그것. 이전의 중성적인 이미지를 벗고 지적인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 한고은의 일과 사랑, 남자친구 박준형과의 안타까운 이별에 관한 진솔한 고백.
이별의 아픔 딛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탤런트 한고은

순백의 상태에서 연기를 해나가는 배우를 좋아한다는 노희경 작가가 첫눈에 반한 연기자가 있다. KBS 주말드라마 ‘보디가드’에서 중성적인 매력으로 인기를 모은 탤런트 한고은(27). 노희경 작가의 신작인 KBS 수목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에 캐스팅된 한고은은 노희경 작가와의 첫만남을 떠올리며 배시시 웃었다.
“‘보디가드’를 찍을 때였어요. 방송국 휴게실에서 매니저와 잡담을 나누며 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뚫어져라 저를 쳐다보는 거예요. 그때는 그저 팬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제쪽으로 다가오시며 ‘한고은씨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건네시더라고요. 무심코 ‘예’ 하고 대답했는데 옆에 있던 사람이 노희경 작가님이라고 알려주더군요. 미처 알아보지 못한 게 죄송해서 몸둘 바를 모르고 있는데 ‘요즘 드라마 잘 보고 있다. 끝나면 작품 같이 하자’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예’ 했는데 정말 불러주셨어요.”
극중에서 그는 고두심의 둘째딸이자 샤프하고 지적인 이미지의 캐피털리스트 김지수 역할을 맡았다.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준 그에게는 다소 식상한 캐릭터일 듯했다. 하지만 “포장지만 비슷할 뿐 내용물은 전혀 다르다”고 그는 말한다.
“저의 개성보다는 가족의 모습이 중심축을 이루는 드라마라서 연기하는 느낌이 틀려요. 드라마를 보면 시청자들이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거예요. 어머니, 아버지 얘기가 나오면 눈물을 머금게 되듯이 연기자들도 대본 연습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굉장히 감동적이고, 된장국이나 곰국처럼 진한 맛이 우러나는 드라마거든요.”
콩가루 집안이나 다름없는 가정에서 ‘둘째딸’ 한고은은 비교적 반듯하고 모범적인 삶을 산다. 대학에 다니는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언니가 죽어라 말리는 유학도 다녀왔다. 가족들과 떨어져 강남에 있는 회사 근처의 오피스텔에서 지내는 그는 고모부로부터 “인정머리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년”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자신이 가족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돈뿐이라고 단단히 못을 박는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어긋난 삶으로 인해 더욱 단단하고 독해진 그는, 그러나 오빠를 죽인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기막힌 운명을 맞는다.
“유부남이라도 아내가 바람나 이혼해달라는 상황이니 두 사람의 사랑을 너그럽게 봐주는 시청자들도 계실 거라 믿어요. 운명적인 사랑은 막을 수가 없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라면 그렇게 하지 못할 거예요. 사랑의 감정은 버리지 못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 같아요. 사람이 모두 본능적으로만 행동하고,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요. 사랑도 좋지만 주변 사람이 받을 고통을 먼저 헤아려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눈물이 절로 나는 애잔한 드라마지만 촬영장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하다. 서로 가족처럼 지내다 보니 선배 연기자 고두심과 배종옥이 이제는 친엄마, 친언니 같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평소 존경하는 선배들을 만난 것이 가장 큰 기쁨이자 소득이라는 그는 배운다는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다.

이별의 아픔 딛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탤런트 한고은

극중 한고은은 유부남 재력가로 등장하는 상대역 김명민과 사랑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노희경 작가는 이런 주문을 했다. “밖에서는 세련되고 당찬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주되 집에서는 평소 엄마에게 하듯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딸의 모습을 보여주라”고. 그런데 막상 자신을 돌아보니 극중의 인물과는 거리가 먼, 무뚝뚝하고 재미없는 딸이었다고 한다.
“저는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에게 ‘다녀왔습니다’ ‘밥 먹고 들어왔어요’ 정도의 말밖에 하지 않아요. 나름대로는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어머니에게 풀게 될까봐 조심하는 것이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참 섭섭했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에는 어머니한테 말을 많이 걸어요. ‘엄마 오늘 뭐하셨어요? 식사는 하셨어요? 뭐 드셨어요?’ 하면서요. 그랬더니 저한테 착해졌다고 하시더라고요.”

아직은 남자친구와의 이별에 대해 말하는 게 조심스러워
‘보디가드’가 끝나면 잠깐 쉬고 싶었지만 그는 지금껏 쉴 새가 없었다. 바로 뉴질랜드로 날아가 화보 촬영을 하고, 집안일로 급하게 미국에 다녀온 것.
“그렇게 강행군을 하다 보니 건강이 많이 상해서 무척 고생했어요. 다행히 지금은 보약 먹으며 건강을 챙겼더니 많이 좋아졌어요.”
그의 건강이 나빠진 데는 남자친구 박준형과의 결별도 원인이 되었다. 인기그룹 god의 박준형과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3년여 동안 변함없는 사랑을 나눠왔던 그이기에 이별의 후유증이 컸을 터. 애써 웃음 짓는 그의 얼굴에는 아직 아픔이 남아 있는 듯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말하는 게 좀 조심스러워요. 저뿐 아니라 그 사람의 사생활도 포함된 문제니까요. 다만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저희는 이미 7개월 전에 헤어졌다는 사실이에요. 좀더 일찍 밝히지 못한 것은 딱 부러지게 헤어진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에요. ‘보디가드’ 촬영에 들어가면서 바빠져 거의 만나지 못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어요. 하지만 그 사람이 앞으로 좋은 사람 만나길 바래요. 얼굴 붉히면서 헤어지지 않은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고요. 아직은 이렇다, 저렇다 모든 걸 말하기에는 약간 이른 감이 있어요. 마음의 정리를 하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아픈 경험이 연기로 승화되지는 않았을까.
이별의 아픔 딛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탤런트 한고은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가 꼭 아픔이나 한이 있냐, 없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나이가 얼마든 간에 누구에게나 아픔은 있어요. 누구의 아픔이 더 크고, 더 아프냐는 아무도 단정할 수 없어요. 당사자에게는 그 아픔이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니까요. 열여덟살 때 저는 사춘기를 겪으며 한참 방황했어요. 그때는 세상에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없는 것 같았어요. 그럴 때 어른들은 ‘살아봐라, 학교 졸업해봐라,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씀하시잖아요. 세월과 더불어 아픔과 상처는 희석되게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아픈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아픔이 연기로 묻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 한고은이 자연인으로서 느끼는 아픔과 극중의 인물이 겪는 아픔에는 차이가 있거든요. 상황도, 표현의 방법도 달라요. 그 아픔이 저라는 사람에 의해 걸러져서 나오는 것과 극중 인물을 통해 나오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더욱이 같은 상황이라도 실생활과 극중 설정은 많이 다르잖아요. 황혼으로 접어든 할머니들은 감정이 닳고 닳아 메말라서 겉울음을 우시잖아요. 하지만 연기할 때는 그렇게 하지 않죠.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내야 하니까요. 다만 많이 겪으면 겪을수록 연기의 폭이 넓어지고, 내면의 깊이가 깊어지는 것은 맞더라고요. 한과 아픔을 가진 배우가 연기를 잘한다는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닌가 싶어요.”

이별의 아픔 딛고 안방극장으로 돌아온 탤런트 한고은

어느덧 연기생활을 한 지도 6년째. 지난 98년 CF스타로 주목을 받으며 영화 ‘태양은 없다’로 연기에 입문한 그는 이후 안방극장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꾸준한 인기를 누려왔다. 하지만 오랜 미국생활로 한국의 정서가 맞지 않아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욱이 ‘발음이 부정확하고, 연기력이 떨어진다’는 질타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럼에도 늘 배운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고 꿋꿋하게 버텨온 그는 요즘 들어 연기가 점점 재미있어진다고 한다. 연기보다는 외모가 돋보였던 그간의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평소처럼 털털하고 소탈한 모습으로 다가가 호평을 받은 ‘보디가드’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다. 더욱이 좋아하는 선배 연기자들과 연기를 하다 보니 흥이 난다고 한다.
“저는 아직 연기를 배우는 입장이에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것이 아닌가 싶어요. 잘하고 싶은 욕심에 비해 해놓은 것도 없어서 좀 아쉬워요. 그동안 너무 틀에 박힌 연기를 해왔기 때문에 어떤 역할, 어떤 작품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으면 할 말이 없어요. 그런 질문에 진지한 답을 드리려면 좀더 열심히 배우고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문득 그와 인터뷰 직전에 만난 노희경 작가의 말이 떠올랐다. 노희경 작가는 “왕자병, 공주병환자들이 난무하는 시대인데, 한고은은 요즘 사람 같지 않게 참으로 겸손하고 되바라지지 않은 연기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은씨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배우예요. 연기를 잘한다고 자부하는 배우들은 작품 앞에서 오만해지지만 고은씨처럼 겸손한 연기자는 마음을 비우고 순백의 상태에서 연기를 담아내기 때문에 다양한 색깔의 연기를 할 수 있죠. 이번 작품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 참 매력적인 배우예요.”
지난날의 아픔은 밝은 내일을 맞기 위한 액땜이라고 생각하기에 새해가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된다는 한고은. 그에게는 올 한해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네 가지 소망이 있다. 연기상을 받는 것, 영화에 출연하는 것, 오토바이를 몰고 달리는 것, 혼자 여행을 떠나는 것 등이다. 성실해서 더욱 아름다운 여자 한고은. 그가 모든 꿈을 이루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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