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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극 무대 서는 탤런트 송채환

두살 연하 영화감독 남편과의 부부사랑법 & 행복한 태교이야기

■ 글·김지영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4.01.09 10:20:00

송채환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결혼 5년 만에 첫아이를 가진 데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남편
박진오 감독에게 경사가 잇따르고 있는 것. 연극 ‘오르곤’의 여주인공을 맡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가운데 뱃속의 아이, 남편과 함께 꿀맛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채환을 만났다.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극 무대 서는 탤런트 송채환

탤런트 송채환(36)이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극 ‘오르곤’에 출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행복한 극장의 개관 기념 공연작인 ‘오르곤’은 한 마을에 살았던 두 남녀가 어릴 적부터 주고받은 편지를 낭독하는 형식으로 엮어가는 애틋하고 잔잔한 연극. 극중에서 그는 도회적이고 이지적인 외모를 지녔지만 선머슴처럼 털털한 성격의 여주인공 이정 역할을 맡았다.
임신 후 KBS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외에는 어떤 출연 섭외도 마다했던 그가 ‘오르곤’을 통해 7년 만에 연극 나들이에 나선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3년 전에 고두심 선생님의 연극 공연을 보러 갔다가 아이를 갖고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때는 무심코 넘겼는데 지난 11월 ‘오르곤’ 출연 제의가 들어왔어요. 이전에도 연극 출연 제의를 많이 받았지만 너무 바빠서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이번에는 하나님이 날 너무 사랑하셔서 스치는 말 하나까지 기억해주셨구나 하는 생각에 왠지 끌렸어요. 더욱이 남편도 움직임이 많지 않은 연극이고, 내용도 예뻐서 아이도 좋아할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받아주었고요. 그런데 임신한 후 기억력이 감퇴된 데다 편지를 몽땅 외우려다 보니 대사 암기가 보통 힘든 게 아니에요. 소리를 빽빽 지르는 부분이나 눈물을 뿌리는 대목에서는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봐 은근히 걱정도 되고요. 그럴 땐 아이가 안심하도록 배를 쓰다듬으면서 연기해요.”

‘여보’‘당신’이라고 부르며 남편과 서로 높임말 사용
송채환은 지난해 여름, 신예감독들의 장편 데뷔 작품을 지원해주는 칸 영화제의 ‘레지던시’ 과정을 마친 남편 박진오 감독(34)의 수료식에 참석하기 위해 KBS 아침드라마 ‘당신 곁으로’ 팀에게 4박5일 일정의 특별 휴가를 얻어 프랑스 파리에 갔을 때 아이를 가졌다고 한다. 프랑스로 가기 전 “이번 여행에서는 꼭 2세를 만들 것”이라고 농담처럼 했던 말이 현실이 된 것이다.
“무계획이 계획이었던 거죠. 저희 부부는 그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아도 조급해한 적이 없어요. 때가 되면 알아서 생기겠지 하면서 편하게 지냈는데 정말 아이가 생겼어요. 아이는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를 가진 뒤 남편한테 계속 좋은 일이 생기는 걸 보면요.”
현재 장편 데뷔작으로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예측불가능한 무언가에 쫓기는 목사의 이야기 ‘죄와벌 : 기이한 길’을 준비중인 박진오 감독은 3년 연속으로 선댄스 영화제에 초청되는 영광을 안았다. 2002, 2003년에 이어 1월15일 미국 유타주 파크시티에서 개막되는 2004 선댄스 영화제의 단편 경쟁부분에 그가 뉴욕대 대학원 졸업작품으로 만든 ‘천천히 조용히’가 초청된 것.
요즘 그는 프랑스에서 돌아온 남편과 모처럼 오붓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루 8시간씩 밤늦게까지 연극 연습을 하는 그에게 그런 시간이 있을까 싶지만, 다 방법이 있다. 바쁜 그를 위해 박진오 감독이 연습장까지 바래다주고, 종종 연습장을 찾아 리허설을 지켜보고 나서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는 것. 또 집에서는 서로 밀린 대화를 나누느라 새벽 서너시가 되어서야 잠자리에 든다고 한다.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극 무대 서는 탤런트 송채환

결혼생활도 어느덧 5년이 넘었건만 이들 부부는 주위에서 ‘닭살 커플’이라고 부를 정도로 변함없는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98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1년7개월 동안 남편과 서로 의지하며 살다 보니 사랑도 깊어지고, 가정의 소중함도 깨달은 덕분이다.
“남편이 두살 연하지만 저보다 어른스럽고 생각이 깊어요. 남편은 ‘나이를 생각하지 말아라. 항상 열심히 생활하고 젊다는 느낌으로 살라’고 해요. 제가 주름이 보인다, 늙은 것 같다고 하면 오히려 옛날보다 더 어려 보인다며 자신감을 심어줘요.”
박진오 감독은 일이든, 가정생활이든 흠 잡을 데가 없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가 모르는 것을 시시콜콜 물을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로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고, 지금껏 상처 주는 말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고. 또 그를 무조건적으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준다고 한다.
“남편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겸손함이에요. 저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은 그래서 남편을 무척 존경해요. 남편도 자신보다 저를 더 사랑하고 존경한다고 말하고요.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부터 ‘여보’ ‘당신’이라는 호칭을 썼어요. 그래서인지 꼭 높임말을 하게 돼요. 남편이 나를 함부로 대하지 않으니까 저도 남편을 따라가는 것 같아요.”
그동안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던 두 사람은 편지를 자주 주고받으며 사랑을 나눠왔다. 편지쓰기를 즐기는 남편은 생일이나 기념일이 돌아오면 마음을 담은 편지를 그에게 띄워 화려하고 값비싼 그 어떤 선물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저는 크리스마스 카드도 이미 11월 중순에 받았어요. 남편이 저한테 가장 먼저 주고 싶어서 일부러 일찍 보낸 거예요. 멜로디가 나오는 카드인데 아침마다 남편이 틀어줘요. 그럼 전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춰요(웃음). 남편은 저의 첫 공연을 보고 나서 선댄스 영화제 때문에 다시 미국으로 들어갔다가 출산할 무렵 다시 귀국할 거예요. 아기의 탄생을 지켜봐야 하니까요.”
아내 송채환을 향한 지극한 사랑 때문일까. 태몽도 그가 아니라 남편이 꾸었다고 한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두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사도가 바울인데, 하나님이 나타나 ‘바울아’ 하고 세번 부르자 하얀 빛이 나타나는 꿈이었다고.
“성경에 ‘빛 대신 그리스도’라는 구절이 있는데 아무튼 무척 좋은 태몽이라고 해요. 근데 저의 이모도 아주 예쁜 무 세 개를 갖고 오는 태몽을 꾸셨대요. 재미있는 것은 ‘하나님’이나 ‘무’나 아들을 상징한다는데, 우리 아이는 딸이에요. 떡두꺼비 같은 딸이 나오려나 봐요(웃음).”
그는 태교를 위한 태교는 하지 않는다. 똑똑하고 건강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태교를 하면 오히려 아이한테 스트레스를 줄까봐서다. 대신 엄마가 즐거워야 아이도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면서 편하게 지낸다.
“가장 좋은 태교는 아기에게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전달하고, 도덕과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편하게 행동하고 좋은 마음을 갖는 게 아닌가 싶어요. 남편도 같은 생각이고요. 남편은 아기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아가야 건강하게 잘 지내라. 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도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 마음 아프지 않게 건강하게 잘 지내줬으면 한다’고요.”

부모 사랑 듬뿍 주고, 마음 편히 갖는 게 태교
그동안 그는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았다. 덕분에 입에 맞는 음식은 뭐든 먹었더니 벌써 10kg이 불었다.
“과일과 야채가 많이 당기고, 고기는 거의 안 먹혀요. 딸이라서 그런가 봐요. 예정일이 4월15일인데, 지금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그리고 긍정적으로 살아주기를, 세상에 잘 적응하기를, 평범하게 살되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를 어루만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고요. 무엇보다 아빠를 닮았으면 해요. 그래서 저는 남편 얼굴만 봐요. 남편의 열정, 연대감, 사랑, 책임감을 닮는다면 정말 법 없이도 살 거예요. 거기에 나쁜 일은 빨리 잊고 미래지향적으로 사는 저의 장점까지 닮는다면 금상첨화겠죠(웃음).”

임신 6개월의 몸으로 연극 무대 서는 탤런트 송채환

남편 박진오 감독의 눈에 비친 그는 착하고 완벽한, ‘세상에 둘도 없는 여자’라고 한다. 외모가 아니라 내조하는 부분에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데, 그가 자신의 단점을 알려주어도 남편은 그의 좋은 점만을 보고, 그에 대해서만큼은 언제나 관대하다고.
“남편은 지금껏 저를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어요. 대학원 내내 장학금을 받았고, 수석졸업하겠다는 저와의 약속도 지켜주었어요. 남편에 대한 바람은 돈 잘 버는 아빠, 남편이 되기보다 비록 외로운 길을 갈지라도 자신이 원하고 좋아하는 영화의 세계로 꿋꿋하게 나아갔으면 하는 거예요.”
부나 인기를 좇기보다는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 행복을 키워가는 송채환 박진오 부부. 이들의 가정에 ‘행복’이 넘쳐나는 데는 뭔가 특별한 비결이 있을 듯했다.
“자기에게 무엇이 진정 소중한지를 생각하면서 산다면 행복은 따라오게 돼 있어요. 서로 배려하고 재미있게 살려는 노력도 중요하고요. 대접받고 싶다면 먼저 상대를 배려하고 이해해야 해요. 고맙게도 우리 부부는 그런 면에서 잘 통해요. 같이 있을 때는 대화로, 떨어져서 지낼 때는 편지로 마음을 주고받다 보니 늘 옆에 있는 느낌이죠.”
남편과 아이, 가족들 모두 건강하기를, 12월23일부터 2월15일까지 공연될 연극 ‘오르곤’이 성황을 이루기를 기원하고 있는 그는 요즘 MBC 특별기획드라마 ‘대장금’의 ‘한상궁’ 양미경이 스타로 떠오르면서 곤욕 아닌 곤욕을 치렀다. 한상궁 역을 본래 그가 맡기로 돼 있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양미경이 부럽지 않냐” “후회하지 않냐”는 질문이 쏟아진 것.
“한동안 대본 연습에도 참여했지만 아이가 생기려고 그랬는지 너무 힘들어서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병훈 감독님에게 사정을 얘기했더니 흔쾌히 받아주셨어요. 임신 3개월이라는 것을 얼마 후에 알게 됐죠. 참 다행이더라고요. 양미경 선배가 20년 만에 지금의 인기를 얻은 것은 그동안 연기자로서 최선을 다하며 성실하게 살아온 데 대한 보상을 받은 거라 생각해요. 내 일처럼 기쁘고, 양미경 선배를 진심으로 축복해주고 있어요.”
연기생활이든, 가정생활이든 ‘무계획이 계획’이라는 송채환. 그는 “엄마가 되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이 넉넉해진다는데 그때는 배우로서 어떤 연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말했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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