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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황주리의 그림 에세이

십 만원의 행복

2004. 01. 05

십 만원의 행복

그대안의 풍경, 2003, 캔버스에 아크릴, 38×45.5cm


거짓말처럼 또 새해가 왔다. 나이가 들수록 세월이 빨리 간다더니, 10년 전의 하루와 지금의 하루는 그 속도가 다른 것 같다. 통장 속의 귀한 돈을 써버리듯, 지난 1년도 탕진해버린 기분으로 또 한해를 맞는다.
통장에 남아 있는 돈이 얼마인지, 앞으로 살아갈 날이 며칠 남아 있는지, 그런 생각도 잠시뿐, 우리는 또 오는 세월에 정신없이 떠밀리며 살아갈 것이다. 돈도 희망도 자동차의 기름처럼 떨어져가는 사람들이여. 새해는 더욱 더 기운을 내고 행복해지자.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행복주식회사>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급하게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10만원을 빌려주어 돈을 빌려간 사람이 그 다음주에 돈을 돌려주러 올 것인지를 시청자와 함께 지켜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카드 빚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많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신용을 회복하자는 캠페인의 일환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10만원이 필요한 사연은 다양했다. 생각보다 10만원의 위력은 클 수도 있다. 어린 아들에게 자전거를 사주기 위해서, 장사에 완전히 실패하고 빚만 남은 사람이 막노동을 하기 위한 보증금으로, 10만원의 가치는 1월에 내리는 눈처럼 환하게 빛날 수 있다. 그 10만원이 백만원이 되고 천만원이 되어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꿈자락에 날개를 달아주기를. 무지하게 운이 좋아 그 10만원이 셀 수도 없는 큰돈이 되었다 해도 가난했던 시절 10만원이 주었던 행복을 잃지 않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새해도 또 이렇게 야무진 꿈을 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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