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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직격 인터뷰

‘완전한 사랑’ 쫑파티 현장에서 만난 인기 작가 김수현

■ 글·김지영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4.01.05 11:41:00

인기작가 김수현씨가 SBS 특별기획드라마 ‘완전한 사랑’을 통해 ‘언어의 마술사’ ‘홈드라마의 귀재’ ‘히트 제조기’ 등 그간 자신을 따라다녔던 타이틀을 되찾았다. 그의 마니아들에 의해 인터넷 홈페이지도 생겨났다. 30년 넘게 극작가로서 최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온 그의 인기비결과 ‘완전한 사랑’ 뒷얘기.
‘완전한 사랑’  쫑파티 현장에서 만난  인기 작가 김수현

지난 12월18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SBS 특별기획드라마 ‘완전한 사랑’의 쫑파티 현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동그란 안경에 굽슬굽슬한 퍼머 머리, 하얀 피부의 그는 바로 김수현(62) 작가였다. 공식 석상에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그가 모처럼 어려운 발걸음을 한 데는 그동안 고생한 ‘완전한 사랑’ 식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본래 이런 데 나오는 사람이 아닌데, 인사말을 하려니 거북하네요(웃음). 그동안 ‘완전한 사랑’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 감독 이하 스태프들과 연기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개인적으로 ‘완전한 사랑’은 만족한 작품이었습니다.”
쉴새없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그는 애써 외면하지 않았다. 어느새 그의 주위를 빙 둘러싼 기자들의 질문도 기분 좋은 관심에 보답을 하듯 편하게 받아주었다.
“‘완전한 사랑’을 집필하게 된 동기는 왜곡된 사랑, 가벼운 사랑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는 동안 완전하고 죽고 난 뒤에도 완전한, 그런 사랑이요. 결혼생활이라는 게 재미없잖아요. 그래서 예쁜 결혼생활을 통해 완전한 사랑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시우와 영애의 결혼생활은 무척 예쁘고 이상적이잖아요. 서로 좋아서 결혼하면 그 친구들처럼 살 수 있어요. 근데 그 친구들처럼 안 살죠. 태만하기 때문에 노력도 안하고, 되는 대로 사는 거지요. 그래서 아름답게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완전한 사랑을 만들기 위해 그는 영애에 이어 시우도 죽음을 맞게 했다. 부모의 죽음으로 고아가 된 두 아이는 불임으로 고통 받는 형과 형수에게 맡겨졌다. 시청자들의 반응에 따라 내용을 수정하는 요즘 드라마들의 추세와 달리, 그는 처음 의도했던 그 설정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나는 그거 할 사람 아니죠(웃음). 다만 결말이 미리 알려져서 좀 김이 샜죠. 병명을 독특하게 쓴 이유는 암은 너무 흔한 병이 됐잖아요. 암이 아닌 다른 병 중에 특별한 게 없을까 하는 생각으로 건강한 젊은 남자가 극도의 스트레스나 극도의 슬픔으로 돌연사할 수 있는 병이 뭐가 있나 알아봤죠. 한 의학박사는 ‘판막증후군’이라는 병을 추천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드문 병이었어요. 그래서 ‘뇌저 동맥류 파열’을 선택했죠.”
지난 1968년 ‘저 눈밭에 사슴이’로 라디오 드라마극본 현상공모에 당선된 후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사람들’ ‘청춘의 덫’ ‘불꽃’ 등 숱한 히트작을 내는 동안 그는 한번도 시청률을 의식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이번 드라마도 마찬가지.
“작가가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에요. 자기 작업을 열심히 하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는 거지, 그걸 왜 의식해? 난 그러고 싶지 않아요. 단지 시청률이 30%를 넘냐, 못 넘냐 하는 문제는 죽음에 대한 생각에 달렸어요.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사람은 안 보려고 해, 피하는 거지. 그런데도 우리는 시청률에 상관없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어요.”
이번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아무런 애로사항도 없었고, 그 어느 때보다 순조로웠다고 한다. 팀워크가 좋고, 연기자들이 최선을 다해준 덕분이라고. 그는 특히 ‘완전한 사랑’으로 처음 인연을 맺은 연기자 김희애에 대해 ‘베스트 오브 베스트’의 연기를 보여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완전한 사랑’  쫑파티 현장에서 만난  인기 작가 김수현

김수현 작가와 김희애는 약속이나 한 듯 서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고 평했다.


“본래는 ‘모래성’이라는 드라마를 리메이크하기로 했어요. 그때 차인표씨, 홍석천씨 등 몇 사람은 이미 섭외가 된 상태였죠. 그러다 ‘완전한 사랑’으로 바꾸면서 김희애씨를 섭외했어요. 원래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고, 연령대가 딱 맞았어요. 그런데 아주 잘해줬어요. 그 인물에 푹 빠져줬잖아요. 드라마가 잘되려면 모두 거기에 빠져야 돼요. 겉돌면 재미없어요. 그런데 우리는 운좋게 아역들까지도 어디서 맞춰온 것처럼 아주 리얼하게 잘해줬잖아요. 차인표씨도 이제는 디테일이 나오더라고요. 좋은 연기자들을 만난 것이 저한테는 행운이었어요. 제 작품에 들어오면 연기자들이 정말 열심히 해요. 그게 다 복이죠.”

“시우와 영애의 죽음 위해 희귀병 찾느라 애 먹었어요”
그동안 그는 이승연, 이태란, 홍석천 등 아픔을 겪은 배우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깐깐하고 냉정해 보여도 그만큼 따뜻하고 속정이 많은 사람인 것이다. 홍석천은 그런 그를 은인으로 생각하고 있다. 커밍아웃 이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과감히 기용해준 데 대한 고마움 때문이다.
“저는 그저 누군가가 물꼬를 터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동안 너무 힘들었잖아요. 홍석천씨가 정말 잘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직접 캐스팅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전 직접은 안해요. 감독에게 누가 누가 괜찮겠네요 할 뿐이지, 캐스팅은 감독이 해요.”
이번 드라마로 팬들에 의해 인터넷 홈페이지(www.ksh drama.com)도 생기고, ‘히트 제조기’라는 명예를 회복한 그는 요즘 새로운 일에 취미를 붙였다. 바로 홈페이지에 들어가 팬들이 내준 숙제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갑이 넘은 그에게 막말을 하는 10대, 20대의 몰지각한 안티팬들로 인해 인터넷에 대한 반감은 여전했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저는 ‘로즈마리’의 송지나 작가한테 ‘같은 소재면 어때. 쓰는 사람이 다른 걸’ 하고 말한 적이 없어요. 확인하지도 않고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문제지만, 할머니뻘 되는 사람을 두고 친구 대하듯 함부로 말하는 네티즌들도 반성을 해야 해요. 하지만 그런 말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한창 때는 PD하고 ‘울컥띨꺽’ 하곤 했어요. PD도 젊고, 저도 젊고, 거기다 제 성격이 좀 이상하잖아요. 하하하. 근데 이제는 나이를 먹고, 내 개성이 다 드러나 있어서 불편할 일도 없고, 귀도 순해졌어요.”
30년 이상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그의 인기 비결에 대해 사람들은 ‘맛있는’ 대사와 치밀하게 얽히고 설키는 가족 중심의 스토리라인을 꼽는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언어의 마술사’ ‘홈드라마의 귀재’가 아닌가.
“저는 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써왔어요. 그속에는 무궁무진한 소재가 들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소재를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요. 대사를 어떻게 만들까 연구해본 적도 없고요. 캐릭터에 따라 조금씩 맛을 다르게 할 뿐이지요. 대신 심심한 대사는 싫어요. 내가 재미없어요.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사도, 캐릭터도 아니에요. 드라마가 드라마로 보이지 않는 것, 실제 상황으로 보이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바로 ‘완전한 사랑’처럼요.”
드라마가 끝나면 당분간 “아무 생각 없이 놀고 싶다”는 김수현 작가. 그의 차기작은 올가을에나 윤곽이 드러날 듯하다.

여성동아 2004년 1월 4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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