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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튀는 남자

직접 여장한 채 포르노급 셀프사진 찍어 전시하고 사진집 낸 미술가 이혁발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성기 가진 ‘얌자’와 결혼하고 싶다”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12.10 15:20:00

성을 주제로 한 파격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미술가 이혁발씨가 최근 ‘얌자’와 ‘여장남자’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사진집을 발간해 화제다. 스스로 여장을 하고 그 모습을 셀프사진으로 찍은 것.
트렌스젠더와는 또다른 ‘성’인 얌자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고 싶었다는 그를 만났다.
직접 여장한 채 포르노급 셀프사진 찍어 전시하고 사진집 낸 미술가 이혁발

지난 10월 충무로에 있는 그린포토갤러리에서는 ‘섹시 미미’라는 제목의 이색 전시회가 열렸다. 섹시하게 화장한 여성이 포르노에서나 봄직한 각종 요염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 20여 점이 전시되었는데, 사진 속의 모델이 왠지 낯익다. 가만 생각해보니 이 전시회의 작가 이혁발씨(41)와 닮았다. 그런데 이씨는 분명 콧수염이 인상적인 남자가 아닌가.
알고 보니 이씨가 여장을 하고 기기묘묘한 포즈를 취한 채 그 모습을 셀프카메라로 찍은 것이다. 포즈도 충격적이다. 노팬티 차림으로 망사스타킹만 신은 채 다리를 요염하게 꼬고 앉아 있거나,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상의만 입고 카메라를 향해 엉덩이를 높이 치켜올리는 등 노골적이다. 일반인들에겐 충격적일 정도로 ‘음란스럽고’ ‘외설적인’ 사진들이다.
특히 치마를 들춰 남성 성기를 노출한 ‘너의 영혼을 훔쳐보다’는 사진 속 인물이 여자인 줄로만 알았던 관람자를 순간 당황하게 만든다. 여성인 줄 알고 그 성적 매력에 빠져 있다가 나중에 남자가 변장한 것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의 반전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다. 이씨는 이런 사진들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같은 제목의 책으로 출간하기까지 했다. 책에 실린 사진들은 더욱 뇌쇄적이다.
그렇다고 이씨를 상업적으로 ‘튀어보려는’ 치기어린 작가로 치부하는 건 곤란하다. 그는 91년부터 지금까지 6차례의 개인전과 6차례의 퍼포먼스를 통해 ‘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터부를 과감하게 깨뜨려온 미술 게릴라로 미술평론가들에게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성’을 작품의 주제로 삼고 있다. 유별나다 싶을 정도로 ‘성’에 집착을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표현을 많이 하느냐, 안하느냐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남자는 드물다. 내가 천착하는 주제는 인간이다. 그런데 인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게 성이었다. 성에는 성스러움과 천박함, 인간의 욕망과 심리가 다 망라되어 있다. 인생의 최종 목적인 행복한 삶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에도 성이 가장 기본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작업을 하면 내가 즐겁다. 창작의 즐거움이 있다고 할까.”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성’을 적나라하게 다루면 예술적 완성도와는 상관없이 색안경을 끼고 본다. 그런 시선이 부담스럽지 않은가?
“91년 처음 전시회를 열었을 때 잘 아는 선배조차 ‘유명해지기 위해서 그런 편법을 쓰는 것이 아니냐’고 했다. 그렇지만 이런 전시회를 꾸준히 하니까 ‘이젠 너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물론 지금도 전시회를 하면 ‘그게 그림이냐’ 하는 비난도 많고, 전시회장에 와서 괜히 시비를 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겪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기획하고, 연출하고, 모델이 되고, 직접 사진까지 찍었으니 1인 종합예술을 한 셈이다. 모델을 쓰든지 아니면 사진작가에게 찍게 할 수도 있는데, 꼭 혼자 다 해야 했던 이유가 있나?
“돈도 없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표현할 모델을 찾기도 힘들었다. 진짜 여장남자면 모델로 좋겠지만 그런 사람은 얼굴을 드러내기 싫어하기 때문에 섭외가 불가능했다. 내가 의도한 대로 사진을 찍어줄 사람을 구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불가능했다. 내가 표현하려는 의도를 정확히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그리고 예술은 자기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껍데기 예술밖에 안 된다.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고 관객에게 ‘당신도 당신의 내면을 보라’고 제안해야 한다. 결국 나부터 먼저 솔직해지기 위해서 여장을 한 거다.”

직접 여장한 채 포르노급 셀프사진 찍어 전시하고 사진집 낸 미술가 이혁발

이혁발씨가 직접 모델이 되어 찍은 셀프사진들.


-이번 작품들을 찍는데 얼마나 걸렸나?
“5년 정도 준비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에 필요한 소품을 하나하나 직접 마련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여장을 하는 데 옷값이 만만치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움도 많았다(웃음). 몸을 만드는 데도 3년이 걸렸다. 피부야 분장을 하면 되고, 가슴은 ‘뽕’을 넣으면 되지만 허리는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헬스클럽에 가서 허리를 줄이는데 주력을 했고 31인치에서 27인치까지 줄였다.”

모든 남자에게 여성성이, 여자에겐 남성성이 있어
그는 ‘완전한 남자’ ‘완전한 여자’는 없다고 했다. 모든 남자 안에는 여성성이 있고 여자 안에는 남성성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얌자’와 ‘여장남자’를 작품의 주제로 잡았다는 것. 얌자는 쉽게 말해 여성의 가슴과 남성의 성기를 한 몸에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sheMale’, 태국에서는 ‘Ladyboy’, 일본에서는 ‘NewHalf’로 불리는데, ‘얌자’라는 말은 이씨가 만들어낸 신조어다. 그리고 여장남자는 이성의 옷을 입으면서 성적 만족을 얻는 페티시즘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트랜스젠더들은 흔히 가슴 성형수술을 먼저 하고, 나중에 성기 전환수술을 한다. 결국 ‘얌자’는 성기 전환수술을 하기 전의 트랜스젠더가 아닌가?
“아니다. 트랜스젠더와는 전혀 다른 존재다. 완전한 여성이 되기 위한 과도기가 아니라 그 모습 자체에 만족을 하는 거다. 사실 봉긋 솟은 젖가슴이 있으면서 남성의 성기가 발기해 있는 모습은 조형적으로 무척 아름답다. 이젠 성 정체성의 시대가 아니라 성 스타일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지구에 60억 인구가 있다면 60억개의 성 스타일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얌자도 그중 하나라고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잘 드러나고 있지 않지만 앞으로 동성애만큼 많이 등장할 것이고, 미래 사회에서는 하나의 성으로 충분한 역할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트랜스젠더를 제3의 성이라고 한다면 얌자는 제4의 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젠 남성, 여성뿐 아니라 중성, 양성의 정체성을 가진 소수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얌자뿐 아니라 더 다양한 성이 나올 수 있다. 한 의사가 자기가 지금까지 했던 성전환수술을 조사해봤더니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트랜스젠더가 3백80명인데, 반대로 여성에서 남성으로 바꾼 경우도 1백여명이나 됐다고 한다. 예상보다 많은 숫자다. 그렇다면 가슴 성형수술을 하지 않고 성기만 여자로 바꾸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런 모든 게 인정되어야 한다.”
-얌자가 가장 완전한 인간이라면 그와 결혼할 생각도 있나?
“난 지금까지 동성애 경험이 한번도 없을 뿐 아니라 여성을 좋아하고 여성과 섹스하기를 즐기는 남성일 뿐이다. 하지만 그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그들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결혼상대로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나에게 충분히 성적 끌림을 주었다. 그래서 전시회 때 ‘고추 달린 여자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기사를 보고 두명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그래서 전시장으로 오라고 했는데 안와 아쉬웠다.”
-얌자는 아니더라도 여장을 하는 것으로 성적 만족을 느끼는 페티시즘 남자들도 많다고 들었다. 그런 사람들이 모이는 여장카페에도 가보았나?
“신촌에 있는 여장카페도 여러 번 가보았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에게도 페티시즘적인 성향이 있다는 걸 알았다. 여성의 옷을 입는 데서 오는 성적 자극이 있다. 여장남자들은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성상을 자기 몸에 실현함으로써 자웅동체적인 양면성에 만족을 느낀다. 여장을 하고 외출하는 용감한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나는 그 정도까지 중증은 아니고, 그냥 좋아하는 편이다.”

직접 여장한 채 포르노급 셀프사진 찍어 전시하고 사진집 낸 미술가 이혁발

이씨는 이번 전시회와 사진집이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성정체성에 대해 솔직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피력했다.


-이번에 전시회와 책을 통해 얌자나 여장남자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성적으로 우리 사회의 상식을 뛰어넘는 주장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내 주장은 이제 ‘생식의 성’은 ‘아우성’ 강의로 끝내고, ‘놀이의 성’ ‘쾌락의 성’에 대해 열린 사고를 해야 한다는 거다. 난 두 사람이 동의한다면 변태란 없다고 생각한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가장 변태적인 사람은 정상체위만을 고집하는 도덕군자일 수 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다 인정해야 한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동성애나 트랜스젠더를 성도착증이라고 치부했지만 지금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페티시즘도, 얌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통념적으로 변태적인 섹스라고 하는 게 있지 않나?
“항문섹스 같은 경우 나도 경험을 했지만 여자랑 섹스를 하면서 그걸 하자고 말하기가 참 힘들다. 윤락녀들도 그걸 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펠라치오만 해도 부인들이 안 해주니까 남자들이 윤락녀를 찾는다. 특히 항문이나 회음부를 혀로 애무해줄 때의 짜릿한 쾌감은 해보지 않았을 땐 모른다. 하지만 한번 하고 나면 잊을 수가 없다. 그런 쾌감도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왜 그런 욕구를 스스로 억압하며 살아야 하나?”
-하고 싶다고 다 한다면 우리 사회가 문란해지지 않을까?
“난 폭력이나 살인을 미화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버젓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는 눈을 감으면서 인간의 본능인 성에 대해서만 이상한 잣대를 들이대는 건 납득할 수 없다. 증류수에는 고기가 살지 못한다. 난 스와핑도 부부가 합의만 한다면 괜찮다고 본다. 물론 도를 지나치지 않아야겠지만, 설령 스와핑으로 가정이 파탄났다 해도 당사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것이지 스와핑 자체를 못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런 기회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 가정도 있을 수 있다. 물론 강간처럼 동의되지 않은 행위나 유아성추행처럼 판단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행위는 분명한 범죄다.”
-앞으로도 계속 성문제에 주력할 것인가?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달라.
“다음엔 ‘욕망의 눈’이라 할 수 있는 ‘관음’을 주제로 회화 전시회를 할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얌자를 다룬 포르노도 한편 찍고 싶어요. 포르노가 아니더라도 그런 주제의 영화를 꼭 찍고 싶다.”
그는 마지막으로 ‘성’에 대한 관점을 조금만 바꿔 생각하면 새로운 세상, 행복한 세상이 보인다고 했다. 진정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자는 그의 말이 인상 깊게 다가왔다.

여성동아 2003년 12월 4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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