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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풍경화

행복을 약속하는 하얀 눈

2003. 12. 03

행복을 약속하는 하얀 눈

프리드리히, 겨울 풍경, 1811, 캔버스에 유채, 32x45cm, 런던, 내셔널 갤러리


겨울은 춥지만 눈 내리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프리드리히의 ‘겨울 풍경’은, 그러나 아름답기보다는 스산함과 쓸쓸함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그림은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앞부분과 전나무가 있는 중간부분, 저 멀리 교회가 어렴풋이 보이는 뒷부분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적막하고 황량하기 그지없지요.
그런데 이 쓸쓸한 풍경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전나무와 바위 사이에 사람이 하나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가슴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사람 앞에 기다란 십자가가 있고, 눈 위에는 흐트러진 목발이 있습니다.
몸이 불편한 이 사람은 밤새 추운 벌판을 헤맸나 봅니다.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싸여 있었겠지요. 그러다 동이 틀 무렵 마침내 십자가와 저 멀리 보이는 교회를 발견한 것입니다. 따뜻하게 쉴 곳을 찾았으니 얼마나 기뻤을까요.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이처럼 추운 겨울, 곧 어려운 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게 마련이듯 고난 뒤에는 꼭 행복한 시간이 뒤따라옵니다. 그림의 들판에서 하얀 눈을 뚫고 솟는 파릇파릇한 새싹이 이를 약속해주는군요. 눈은 물이 되어 이 싹을 키워주겠지요. 겨울의 하얀 눈은 행복을 향한 약속이기도 합니다.

한가지 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1774~1840)는 독일의 낭만주의 화가입니다. 그의 풍경화에는 특히 쓸쓸함, 비탄, 고독 같은 낭만주의적 감성이 잘 나타나 있습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풍경의 비극’을 그린 그림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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