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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사람의 주장

‘자연과 벗삼은 매너 교육’강조하는 미국 유치원 교사 출신 박미영 원장의 자연주의 교육법

■ 글·구미화 기자 ■ 사진·홍중식 기자

입력 2003.11.10 14:35:00

요즘은 취학 전 아이들도 유치원만으로는 부족해 각종 학습지, 영어학원 등으로 하루 일정이 빡빡하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유치원 교사로 활동하고 돌아와 강남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미영 원장. 그는 6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알파벳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건 자연을 알고, 매너를 익히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박원장의 주장을 들어보았다.
‘자연과 벗삼은 매너 교육’강조하는 미국 유치원 교사 출신 박미영 원장의 자연주의 교육법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가 골목에 자리잡은 ‘POCO LOCO(포코로코)’는 넓은 마당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을 개조한 유치원이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대문을 열고 들어가 돌계단을 오르니 아이들이 흙 마당에서 뛰어노느라 정신이 없다.
포코로코 원장 박미영씨(43)는 한국에서 4년째 유치원을 운영하는 동안 줄곧 가정집을 개조해 유치원으로 사용했다. 유아교육에 가장 적합한 환경은 집과 같이 편안한 공간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너른 마당이 있는 곳을 선호했는데 아이들에게 흙놀이할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옷이 더러워질까 주저하는 아이들보다 마당에 철퍼덕 주저앉아 흙을 가지고 놀아본 아이들이 다른 일을 할 때도 그만큼 적극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미국의 유치원들은 서울시내의 유치원처럼 건물이 화려하거나 고급스럽지 않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자연과 더불어 뛰어놀 수 있는 마당이나 흙을 만질 수 있는 공간은 반드시 갖추고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물과 흙이에요. 자연만큼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을 주는 게 있나요? 어른들 기준으로만 생각해 아이들에게 ‘이것 하지 마라’ ‘저것은 안된다’ 하며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자라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박미영 원장은 80년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고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다. 그곳에서 막연하게 공부할 분야를 찾던 중 우리나라의 ‘어린이 집’ 정도의 시설인 ‘day care center’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 본격적으로 그 길로 나서게 됐다. 그는 대학(Florida Santafe College)에 들어가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졸업한 뒤에는 몬테소리와 가톨릭 학교, 그리고 일반 유치원 등에서 교사로 일했다.
이처럼 외국에서 유치원 교사로 활동해온 그가 운영하는 유치원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의 기대는 남다를 듯하다. 그 또한 한국에 돌아와 유치원을 열면서 아이들에게 영어권 문화를 경험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유치원이 영어유치원으로 알려지길 바라거나 영어수업을 고집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이러한 생각은 아이들을 가르칠수록 더욱 확고해진다고.
“글로벌 시대에 맞춰 외국어 교육은 중요하죠. 하지만 어려서부터 외국어가 학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영어교육이 중요하긴 하지만 영어를 고집하고 싶진 않아요. 자유롭게 경험하고, 느끼게 하고 싶어요. 더욱이 6세 이전의 아이들에겐 영어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요. 오히려 이중언어가 부담이 될 수 있죠.”
한국엔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불어닥친 지 이미 오래다. 박원장 역시 한국에 돌아와 어린 아이들이 ‘과잉 학습장애’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눈을 지나치게 자주 깜박이거나 말을 더듬고, 질문한 것과 전혀 상관없는 대답을 하는 아이들이 있어요. 그런 아이들의 90% 이상이 유치원 외에 여러 학원을 다니고 있더라고요. 부모의 과도한 욕심이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망치는 거죠. 교육은 절대 유행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요.”

‘자연과 벗삼은 매너 교육’강조하는 미국 유치원 교사 출신 박미영 원장의 자연주의 교육법

박미영 원장은 아이들이 흙놀이를 하면서 적극성을 키울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에 따르면 6세 이전엔 뇌에서 종합적 사고 기능과 인간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발달하는 시기인데 이때 지나친 학습을 강요하면 뇌세포가 떨어져나가 뇌의 기능이 축소돼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한편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이 발달하는 시기는 7∼12세까지. 따라서 6세 이전엔 자유롭게 뛰어놀고, 자연과 접할 기회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요즘도 1년에 한번은 미국에 나가서 교육현장을 둘러보는데 그가 처음 유치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한다. 교육방식이 유행 따라 변하는 일은 없다는 것. 예나 지금이나 스스로 통제하는 법(self-control)과 예의(manners)를 몸에 배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목표라고 전한다.
“좋은 유치원으로 소문난 곳일수록 교사가 아이에게 뭘 가르치겠다는 생각보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려고 해요. 놀이를 통한 학습을 유도하고, 간식이나 먹을거리도 아이들이 직접 챙기도록 하지요.”
부모들이 아이를 과잉보호해 자기만 알고 버릇이 없게 자란 아이들이 많은 요즘 같은 시대에 ‘스스로 절제할 줄 알고, 예의바른 사람’이야말로 꼭 필요한 인간형이 아닐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아이를 ‘혼자서도 잘하고, 예의 바르게’ 키울 수 있을까? 박원장은 이를 위해서는 엄마와 교사들의 인내심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자연과 벗삼은 매너 교육’강조하는 미국 유치원 교사 출신 박미영 원장의 자연주의 교육법

“아이들이 떠들면 ‘조용히 못해!’가 아니라 ‘조용하게 얘기할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조용해지도록 기다려야죠. 그래도 떠들면요? 알아듣도록 반복해서 이야기해요. 장난감을 정리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빨리 끝내고 말겠다는 생각에 어른들이 도와줄 게 아니라 혼자서 마무리하도록 기다려줘야 해요. 만약 아이가 하기 싫어하면 ‘아냐, 넌 혼자 할 수 있어’라고 하면서 기다려주고, 마침내 아이가 정리를 끝내면 칭찬해줘요. 그럼 아이도 자신감이 생겨서 다음에는 더 잘하게 되죠.”
그는 자신이 운영하는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쓰는데 한번은 유치원생 한명이 부모를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고.
“부모가 아이를 데리고 식당에 갔던 모양이에요. 그 또래 아이가 식당을 휘젓고 다니며 떠드니까 저희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가만히 의자에서 일어나 그 아이에게 다가가더래요. 같이 뛰어놀려나 보다 했더니 글쎄 ‘너 여기서 이렇게 뛰어놀면 안되는데 내가 놀아줄까’ 하더래요. 그 아이의 부모는 물론 이야기를 들은 저도 깜짝 놀랐어요.”
유아기의 아이들에게 한 가지를 가르치려면 만번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한다. 어른들 욕심에 하루라도 빨리,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주입시키려 하기보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스스로 찾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르쳐야 한다고.
그는 인터뷰 말미에 다시 한번 ‘교육은 절대 유행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이를 둔 부모에게 당부하는 말이면서 동시에 유치원을 운영하는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다. 그는 낯선 땅 미국에서 언어도 통하지 않던 시절, 그저 아이가 좋아서 시작했던 처음 마음이 주변환경에 흔들리지 않고 그대로 이어져 맑고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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