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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여인의 향기

향기와 사랑에 관한 느낌 담은 ‘서갑숙의 추파’ 펴낸 서갑숙

“그 남자 M은 보석상자에 담은 지 오래. 새로운 사랑을 꿈꾼다”

■ 글·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11.10 11:06:00

지난 99년 성체험 고백서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로 사회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던 서갑숙이 11월 초 새로운 책을 선보인다.
향기를 찾아 떠난 유럽 여행과 사랑했던 남자들에 대한 느낌들이 담긴 이 책에서 그는 외로웠던 지난 4년과 현재의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향기와 사랑에 관한 느낌 담은 ‘서갑숙의 추파’ 펴낸 서갑숙

낙엽이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서울 삼청동 길목. 회백색 돌담에 기댄 그가 가을볕에 눈이 부신지 미간을 찡그리고 서 있었다. 짧게 자른 머리에 통이 넓은 청바지, 선머슴 같은 모습 어디에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던 ‘성체험’과 ‘솔직함’이 있을까 의아했다.
서갑숙(42). 지난 99년 그가 펴낸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파격적인 내용으로 음란성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검찰 수사의 표적이 됐다. 그러나 그의 책은 이후 개인의 욕망과 성체험을 다룬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나오게 된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당시 책은 1백만부 가까이 팔릴 정도로 화제가 되었지만 ‘성’을 터부시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그는 방송국에서 ‘퇴출’당해야만 했다.
“요즘도 ‘그때 책을 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전 한번도 후회해본 적 없어요. ‘내가 말하고자 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할 뿐이죠.”
지난해 갑상선을 심하게 앓은 이후 흰 머리카락이 하나둘 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검게 염색을 할까 생각해봤지만 ‘이 또한 내 머리카락’이라는 생각에 그냥 두기로 했다고. 대신 지난 3월과 여름, 삭발을 감행했다.
오는 11월초 그가 펴낼 책 ‘서갑숙의 추파’는 향기에 관한 기억들을 담았다. 지난 2000년 여름 두달간 프랑스와 그리스에 ‘향수 세미나 여행’을 다녀오며 기획했던 책으로, 애초 향수에 대한 지침서 성격에서 향기에 어린 추억과 사람들의 이야기로 내용이 바뀌었다.
“향기는 기억이에요. 이끼향을 맡으면 시골 간이역과 들판 서리, 그 서리의 입자들, 돌 틈에 젖은 이끼에서 나는 신선함과 촉촉함이 느껴지거든요. 사람도 마찬가지죠. 어머니를 생각하면 된장찌개 냄새가 나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그만의 독특한 체취가 느껴지잖아요. 그렇게 향기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이젠 창가에 서서 사랑을 기다린다
그가 향기의 세계에 입문한 것은 M이 선물한 향수를 통해서라고 한다. 그와의 만남과 사랑 속에서 향기가 주는 감각과 아늑함을 알게 됐다고. 가까운 남자친구들을 모두 용의선상(?)에 올려놓게 한 그 ‘M’은 요즘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향수 여행에서 독일인 친구를 만나 금방 사랑에 빠졌어요. 저보다 한참 어린 74년생 범띠로 그에게서도 독특한 향기가 났죠. 그때 M에게 전화를 걸어 사랑에 빠졌음을 고백했어요. 사랑은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고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고, 새로운 사랑이 나타나면 서로 편한 존재가 되자고 약속했는데 M은 그렇게 하지 못하더군요. 이후 독일인 친구와 만남이 잦아지면서 M과는 멀어졌어요. 이제 M은 제 보석상자에 넣어두었다가 그리울 때 가끔 꺼내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M에게서 받은 사랑만은 상자에 담아두지 않겠다고 한다. 그가 체험한 완전한 사랑, 그 달콤함과 짜릿함을 자신처럼 외로운 사람에게 돌려주고 싶다고.

향기와 사랑에 관한 느낌 담은 ‘서갑숙의 추파’ 펴낸 서갑숙

4년 전 자신을 세상에 ‘오픈’시킨 그. 그러나 사회는 지금껏 문을 꼭꼭 닫은 채 그를 문밖에 세워두고 있다.


“M은 제게 아버지와도 같은 존재였어요.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었죠. 나이가 들면서 애정관도 변하잖아요. 지난해 아프면서 제 애정관도 바뀐 것 같아요. 지난 몇년간 ‘외롭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다녔는데 요즘은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라는 생각이 들어요. 밤거리에 늘어선 가로수의 간격마저 외롭게 느껴지니….”
‘죽음의 바다’ 같은 사랑을 꿈꾸었지만 그 안엔 생활이 보이지 않았고, 현실을 인정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는 그. 그래서 사랑을 받지 못해 외로워하고 힘겨워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사랑을 쏟아붓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예전엔 사랑을 찾아 헤맸죠. 그러나 요즘은 살다보면 ‘그 사람’이 찾아오리라 생각해요. 길 닦아놓고 창가에서 기다려야죠, (웃음).”
이번 책에는 미래의 연인에게 보내는 연서도 담겨 있다. “내게 꽃 한 송이 달라”로 시작하는 그 글에는 ‘단호박에 녹차를 마시며, 신작 비디오에 키득거리다가 그대와 함께 같은 꿈을 꾸고 싶다’는 그의 작은 소망이 담겨 있다.
“책을 쓴다는 것은 제게 빨래집게에 집힌 빨래와도 같아요. 자국이 남더라도 단단하게 붙어 있는 그 모습. 전 그렇게 상처를 입더라도 제 자리에 당당하게 서 있고 싶어요.”
올해 남은 기간 가장 큰 목표는 하루 빨리 건강을 회복하는 것. 내년초 연극무대에 오를 계획인 그는 두 딸과 이집트, 그리스, 로마, 인도 등 문명이 발생한 곳으로의 향기여행을 준비중이다.
※ 추파(秋波)〔명사〕1. 가을철의 잔잔하고 맑은 물결.2. 은근한 정을 나타내는 여자의 아름다운 눈짓.3. 이성의 관심을 끌기 위하여 은근히 보내는 눈짓.4년 전 자신을 세상에 ‘오픈’시킨 그. 그러나 사회는 지금껏 문을 꼭꼭 닫은 채 그를 문밖에 세워두고 있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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