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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사건 속으로

우리 사회 중산층의 충격적 성문화 드러낸 스와핑 사건의 전말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10.31 16:35:00

98년 처음으로 적발돼 큰 충격을 주었던 스와핑이 그후에도 독버섯처럼 퍼져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게 확인되었다.
강남의 한 노래방과 경기도의 한 펜션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스와핑 현장과 사건의 전말 & “우리를 파렴치범으로 모는 것은 억울하다”는 40대 스와핑 체험자의 항변.
우리 사회 중산층의 충격적 성문화 드러낸 스와핑 사건의 전말

부부끼리 배우자를 바꿔가며 성관계를 갖는 이른바 ‘스와핑’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0월14일 인터넷을 통해 부부 스와핑을 알선한 혐의로 이모씨(35)를, 스와핑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노래방 업주 김모씨(38)를 붙잡았다고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월부터 한 인터넷 사이트에서 스와핑을 원하는 부부들을 위한 소모임을 만들어 70쌍에게 노래방이나 술집, 경기도 지역 펜션 등에서 스와핑을 주선했다고 한다.
경찰에서는 오래 전부터 회원제로 비밀리에 운영중인 스와핑 전문 사이트가 최소 10여개,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운영중인 소규모 스와핑 사이트가 수십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그동안 추적을 계속해왔다. 여성청소년계 박정훈 형사(37) 역시 지난 5월부터 ‘로즈가든’ 등 스와핑 전문 사이트로 추정되는 2∼3개의 사이트에 가입, 추적을 벌였다.
“이들 사이트에 가입하는 것도 까다로웠어요. 진짜 부부들만 가입을 받기 위해 호적등본과 결혼식 사진까지 제출해야 했으니까요. 할 수 없이 회원가입을 위해 여경과 부부로 위장했어요. 사이트에 여형사와 다정하게 찍은 사진도 올렸죠. 글도 열심히 올리고 채팅도 열심히 하면서 신뢰를 쌓았어요.”
정회원이 되자 여러 소모임에서 참석을 권유하는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는 모임에 적극 참여하면서 스와핑 현장을 잡을 기회를 엿보았다. 마침내 지난 10월초, 스와핑 전문 사이트에서 소모임을 운영하는 이씨로부터 서초동에 있는 한 노래방에서 스와핑 모임이 열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형사는 부인으로 가장한 여경과 함께 이곳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노래방 주인 김씨의 안내로 구석에 있는 방에 들어서자 이미 3쌍의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술이 들어왔고, 네쌍의 부부는 노래를 부르고 술을 돌려 마시며 유흥을 즐기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고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자 이내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상대편 배우자들과 농도 짙은 행위가 이어졌다. 박형사와 여경이 적극성을 보이지 않자 일행들이 “이런 데서는 점잖을 빼면 안된다”며 함께 어울릴 것을 부추기기도 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즈음 노래방 주인이 다시 나타나 이들을 다른 구석진 방으로 안내했다. 그러자 일행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배우자를 교환해가며 한방에서 집단 성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이른바 ‘부부 스와핑’이 시작된 것이다. 박형사와 여경은 이 즈음에서 “처음이라 참여하기가 뭐하다”는 이유로 슬쩍 빠져나왔다. 조사 결과 노래방 주인 김씨도 스와핑 회원이며, 스와핑 장소를 제공하는 대가로 시간당 15만원 정도를 받아온 것으로 밝혀졌다.

한방에서 배우자 바꿔가며 집단 성관계 맺기도
며칠 후 이번엔 경기도 여주에 있는 한 펜션에서 모임을 갖는다는 연락이 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요. 부부로 위장한 여경이 때마침 지방출장을 간 거예요. 결국 모임장소엔 들어가지 못했지만 대신 한 방송국팀과 함께 밖에서 잠복을 하며 창문 틈을 이용해 6㎜ 카메라로 촬영해 현장을 생생하게 목격할 수 있었어요.”
펜션에서의 스와핑은 오후 8시경 서울과 경기, 인천 등의 번호판이 달린 중형 승용차들이 속속 도착하며 시작되었다. 차에서 내린 10여쌍의 30, 40대 부부들은 잠시후 정원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일 때까지는 여느 평범한 부부동반 모임 같았다. 하지만 밤 10시쯤 거실에서 본격적인 술자리가 시작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 여성이 일어나 옷을 벗어던지며 춤을 추자 다른 사람들도 노래방 기계의 반주에 맞춰 야한 춤을 추는 등 술을 마시며 여흥을 즐겼다. 새벽 1시가 되자 샤워를 하고 다시 거실에 모인 사람들은 속옷만 걸친 채 자기 남편, 부인이 아닌 다른 사람 배우자의 몸을 더듬거나 껴안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눈이 맞은 사람들끼리 쌍쌍이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 사회 중산층의 충격적 성문화 드러낸 스와핑 사건의 전말

이 모임을 주선한 이씨는 레크리에이션 강사로 한때 방송활동을 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2년 전부터 여러 스와핑 사이트를 넘나들며 활동을 해왔는데, 이 모임에서만 최소 10여건을 알선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는 경찰에 잡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울에만 5백여쌍, 전국적으로 6천쌍 정도의 부부가 스와핑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스와핑에 참여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씨에 따르면 주로 20∼50대의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로 법관, 목사, 기자, 사업가, 교수, 고급 공무원, 대기업 임원, 의사, 학원강사 등이라고 한다. 그가 ‘법관’을 거론하는 바람에 한때 큰 화제를 낳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스와핑 참가자들이 자신의 직업을 그렇게 소개했을 뿐이기 때문이다. 경찰에서도 확보한 스와핑 명단을 통해 조사를 했지만 법관이나 고급 공무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들은 왜 스와핑을 하는 것일까? 이씨는 “대부분 권태로움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이거나 일회성 호기심 때문에 시작을 한다”고 했다. 이번에 조사를 받은 부부들은 대부분 두 차례 정도 스와핑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일부 중독현상을 보이는 부부도 있다는 게 이씨의 이야기다.
김영애 가족치료연구소 소장은 “유교적 도덕관념이 기초가 되었던 우리나라의 가족제도가 무너지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가족제도가 만들어지지 못했다. 따라서 그동안 유교적 가치에 억눌렸던 성이 유교관이 무너지면서 문란해진 것”이라며 “새로운 가족제도가 정착되면 스와핑은 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찰, 스와핑 처벌 규정 없어 난감
경찰은 스와핑 조직을 적발했지만 이들을 처벌할 근거가 없어 처리에 난감해하고 있다. 오히려 스와핑 당사자들로부터 “왜 사생활을 침해하느냐”는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사건을 수사한 강남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유양연 계장은 “수사 초기 스와핑 부부를 참고인 자격으로 부르자 ‘사생활 침해다’ ‘내가 좋아서 했는데 무슨 문제냐’며 출석을 거부해 조사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스와핑 부부들은 화대를 주고받은 게 아니기 때문에 성매매도 아니고, 서로 합의한 가운데 관계를 가졌기 때문에 간통도 될 수 없다. 도덕적 비난은 받을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경찰은 스와핑 장소를 제공한 노래방 업주 김씨에게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입건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나마 스와핑 모임을 주선해온 이씨는 마땅한 처벌 근거가 없어 기소조차 하지 못한 채 고심하고 있다.



우리 사회 중산층의 충격적 성문화 드러낸 스와핑 사건의 전말

경찰에서 수사한 펜션에서 있었던 스와핑 추정 현장 사진.



이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도 양분되어 있다. ‘법을 만들어서라도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과 ‘사생활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하지만 대체적인 여론은 ‘스와핑이 결혼의 순결성을 해치고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는데도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법체계 정비를 촉구하자는 쪽이 강하다.
우리나라에 스와핑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은 지난 98년. 스와핑을 즐긴 대학교수, PD, 여행사 가이드, 프리랜서, 유치원 교사 등 60여쌍의 부부가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되었다. 이들은 대부분 20, 30대 젊은층으로 특히 전문직종의 부부가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외국의 경우 스와핑은 개인의 성적 취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스와핑 사이트는 물론 스와핑 부부들이 모이는 ‘스와핑 바’도 있고, 심지어 스와핑 잡지까지 있다. 독일에서도 한때 스와핑이 문제가 되기도 했지만 법원에서 개인의 취향이므로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와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음지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10년 후쯤이면 지금의 일본 정도가 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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