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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전원주의 음식 에세이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내 평생 잊지 못할 음식

■ 정리·최숙영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10.31 14:02:00

탤런트 전원주는 음식에 관한 한 추억이 너무도 많다.
특히 어릴 적, 친정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준 음식의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손맛 좋기로 유명한 전원주가 털어놓은 나의 친정어머니와 음식 이야기.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내 평생 잊지 못할 음식

돌아가신 친정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육모초즙이 그립게 떠오른다. 친정어머니는 “여자는 자고로 몸이 따뜻해야 한다”며 해마다 여름이면 육모초즙을 만들어주셨다. 어린 시절,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서면 장독대 위에 시퍼런 육모초들이 밤새 이슬을 맞고 있는 게 보였다.
친정어머니는 그것을 절구에 넣고 쿵쿵 찧었다. 그러면 시퍼런 물이 나왔고, 이것을 다시 짜서 즙으로 만들어 아침마다 내게 한사발씩 들이키게 했다. 입안이 아릿할 정도로 쌉쌀한 맛이 났지만, 얼굴을 찡그리며 후딱 마시고 나면 속이 개운했다. 여태껏 감기 한번 앓아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건강한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닌가 싶다. 육모초즙이 몸에 좋은 것도 있겠지만, 그속에는 친정어머니의 정성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이름도 우스꽝스러운 ‘장땡’이란 콩요리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내 평생 잊지 못할 음식

그 기억이 사무치게 떠오를 때면 나는 친정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애틋한 마음을 달랬다. 그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할 음식은 ‘장땡’이라고 하는 콩요리였다. 메주를 재료로 해서 동그랑땡처럼 모양을 빚기 때문에, 그런 우스꽝스러운 이름이 붙여진 것인데 만드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 기억에 따르면 친정어머니는 간장에 띄운 메주를 건져내서 잘게 으깬 다음 찹쌀가루와 통깨를 넣고 밀가루를 살짝 묻힌 후 동글동글하게 빚었다. 그리고 햇볕에 말려 쪼글쪼글해진 그것을 석쇠에 구워서 참기름을 발라 먹으면 맛이 고소한 게 그만이었다.

보약 한번 먹지 않아도 건강한 이유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준 내 평생 잊지 못할 음식

그 때문일까. 어릴 적에 맛있게 먹었던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결혼한 후에도 나는 콩요리를 자주 해먹었다. 된장찌개, 청국장은 물론이고 콩물을 만들어서 물 대신 먹기도 했다. 콩물은 약간 삶은 콩에다 물을 섞어서 믹서에 간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마시면 되는데, 콩은 워낙 영양이 풍부하다 보니 피곤할 때 콩물을 먹으면 피곤한 기운이 금세 사라졌다.
게다가 밥을 할 때도 그냥 흰쌀만 넣어서 짓지 않고 콩과 함께 온갖 잡곡을 넣어서 지었다. 그러면 밥의 색깔이 약식처럼 거무죽죽한 빛을 띠는데 맛이 구수하니 좋았다.
솔직히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약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이렇게 건강한 것은 어릴 적부터 친정어머니가 정성스럽게 만들어준 음식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남들은 나보고 음식솜씨가 좋다고 하는데 그것도 따지고 보면 친정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어릴 적에 먹었던 음식 생각만 하면 친정어머니가 더욱 더 보고 싶어진다.

여성동아 2003년 11월 4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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