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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체험 고백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3년째 외도중인 남자와 남편 외도로 고통의 시간 보낸 주부

■ 글 & 사진·박진숙, 김순희

입력 2003.10.02 15:41:00

아내를 사랑하지만 섹스 불만족을 해결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다른 여자와 외도를 하고 있다는 이명훈씨(가명·39)로부터 외도를 하게 된 이유와 과정, 지금의 솔직한 심경을, ‘다른 남자는 몰라도 내 남편만은…’ 하고 믿고 살다가 남편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 후 생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는 이현영씨(가명·36)로부터 배우자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과정과 마음고생, 극복법을 들어보았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내가 외도를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직장동료나 친구들은 가정에 충실하고 성실한 사람으로 나를 알고 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농담으로도 여자 이야기를 한 적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한번 외도를 시작하자 마치 마약처럼 끊을 수가 없다.
결혼생활 8년째인 내가 아내 이외에 다른 여자를 만나온 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간다. 떳떳한 일도, 자랑할 일도 아니라서 3년 동안 꼭꼭 숨겨왔던 외도였기에 스스로 말한다는 것 자체가 두렵기만 하다.
사실 나는 섹스 경험이 적은 편이다. 신혼 첫날밤 아내와 가진 게 첫 경험이었을 정도로 성에 대해 눈뜨지 못했었다. 더구나 아내와 1년 가까이 연애를 하면서도 아내의 순결을 지키려고 무던히 노력했을 정도로 성에 대해 보수적이었다. 그랬던 내가 아내 아닌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둘째아이를 낳은 직후부터다.
아내와 섹스트러블은 전혀 없었다. 신혼 초에는 거의 매일 섹스를 할 정도로 두 사람 모두 즐기는 편이었다. 아내가 임신 8개월이었을 때까지 부부생활을 했으니까. 출산을 전후해서 3개월 정도 섹스를 할 수 없는 기간에는 혼자 자위행위를 하면서 해결했다. 그런데 둘째를 출산한 뒤 아내와 다시 섹스를 하려니까 감각이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더구나 아내가 육아에 시달려 피곤해하면서 자주 할 수도 없었다. 자연히 횟수도 한달에 한두 번으로 줄어들었다.
점차 섹스에 대한 갈증을 느끼기 시작한 나는 성을 주제로 대화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자주 둘러보았고, 그곳에서 한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나보다 연상인 그 여자는 40대 초반의 평범한 전업주부다. 어디서나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 옆집 아줌마 이미지였다. 아내보다 젊지도, 예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 끌렸다.
가끔 젊은 여자들에게 눈길이 가기도 하지만 난 결혼한 여자들이 더 편했다. 결혼한 여자를 보면 남편과 어떻게 섹스를 할까 궁금하고, 부부생활을 해봤으니까 잘 통할 것도 같았다. 이 여자도 외도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여자의 남편은 자기 아내의 남자친구를 인정해주고 있었기 때문에 더 편하게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은 여자에게서 온 이메일로 이루어졌다. 만나자마자 느낌이 좋았던 우리는 서로 연락처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내가 먼저 전화를 해 두번째 만남이 이루어졌고 나는 준비해간 속옷을 선물했다. 그리고 2차로 간 노래방에서 그녀를 애무했다. 여자의 가슴을 만지거나 여자의 손을 끌어다 내 성기를 만져보게 하는 정도였다. 그날 당장 모텔로 향하진 않았다. 우리들의 첫관계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이루어졌다.
다시 만났을 때 여자에게 모텔로 가자고 말했다. 처음에 여자는 싫다고 했다. 그래서 남편도 나의 존재를 아는데 죄책감을 가지지 말라고 달랬다. 처음이라 여자도 망설여졌나보다. 나도 쑥스럽긴 했다. 하지만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두번째부터는 쉬운 법이지 않은가. 그 뒤로는 그녀를 만나면 으레 모텔로 갔고, 그때마다 섹스를 했다.
섹스는 평범했다. 여자가 특별히 테크닉이 뛰어나다거나 아내하고 하지 못했던 특이한 체위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섹스는 아내가 적극적으로 더 잘했다. 다만 아내가 아닌 다른 사람, 새로운 사람과 하는 섹스라 더 흥분이 됐다.
모든 면에서 아내와 성생활을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성감대도 아내와 비슷했고, 나를 만족시켜주는 방법도 같았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내와 달리 그 여자와 섹스를 할 때면 농도 짙은 말도 서슴없이 할 수 있었다. 섹스를 하는 도중에 어디를 어떻게 해달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었고, 섹스가 끝난 후에도 기분이 어땠는지, 만족했는지, 어느 점이 좋았는지 서로 대화를 나누었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3년째 외도를 한다는 이씨는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아내에게 성에 대해 말할 때는 늘 농담처럼 건네곤 했었다. 그러나 그 여자와 이야기할 때는 진지하게 말할 수 있었고, 직접적인 표현도 마다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성기를 좀더 노골적인 단어로 부른다든지, 남편의 성기는 가늘고 긴데 내 것은 굵고 단단하다든지 하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했다. 그리고 자기 남편과 할 때는 그냥 침대에 누워만 있는 편인데 나와 할 때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고 했다. 관계가 끝나면 여자는 늘 좋다고 했고, 100% 만족한다고 했다. 나도 매번 오르가슴을 느꼈다.
처음엔 일주일에 서너 번도 만났지만 지금은 서로 바빠져서 한달에 두세 번 정도 만난다. 그러나 전화통화는 매일 하는 편이다. 가끔 여자 쪽에서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여자는 자신의 가정 이야기, 집안일, 아이들 교육문제 등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나에게 다 털어놓았다. 하지만 내 입장은 그렇지 못했다.
여자가 나에 대해 아는 거라곤 휴대전화 번호와 이메일 주소뿐이었다. 그러니까 내가 연락을 끊으면 다신 만날 수 없다. 여자도 내 처지를 아니까 이해해주고 개인적인 질문은 일체 하지 않았다. 가끔 여자가 내게 많이 의지할 때면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러나 그 여자 가정도 원만하게 부부생활을 하면서 평탄하게 지내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진 않았다.

모텔비 지불할 때 지갑에 든 아이 사진 보며 죄책감 갖기도
여자와의 만남은 전화통화를 하다가 문득 만나고 싶거나 시간이 둘 다 맞아떨어지면 약속을 잡는 식이었다. 주로 퇴근 후 저녁시간이나 회사업무 중 간간이 짬이 나는 낮에 만남을 가졌다. 주말에는 각자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서 약속을 잡지 않았다. 만나면 식사를 하거나 차를 마셨고, 어김없이 서울 근교 모텔로 향했다.
그렇다고 늘 마음이 편하고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 모텔에 갈 때마다 행여 누가 볼까 무서워 전전긍긍했고, 모텔 방에서도 혹시 몰래카메라라도 있을까봐 불도 켜지 않은 채 섹스를 했다. 모텔 엘리베이터에서 다른 커플과 부딪치면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모텔료를 지불할 때도 지갑에 끼어있는 아이 사진을 가리기 위해 애쓰며 돈을 꺼냈다. 그때마다 아내와 아이들이 떠올랐지만 나의 행보를 멈출 수 없었다.
그래서 더더욱 아내가 눈치챌까봐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 여자에게서 온 문자메시지는 받는 즉시 삭제했고, 여자의 전화번호도 다른 남자 이름으로 입력해두었다. 그리고 평소 여자를 만나도 여자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다. 혹시 아내와 성관계를 할 때 실수로 여자 이름을 부르게 될까 싶어서다.
아내에게 정말 미안하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고.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지금도 아내를 사랑한다. 아내가 싫었던 적은 없었다. 그래서 집에 매일 전화해 안부를 묻고, 자주 꽃 선물과 편지도 하고, 키스 같은 애정표현도 한다. 지금도 아내와 한달에 두세 번씩 섹스를 하며 아내와의 섹스가 싫은 건 아니다. 다만 아내가 성적 대상으로 보이지 않을 뿐이다. 욕구가 안 생길 때가 많다. 가끔 아내와 섹스를 할 때 사정이 안되거나 발기가 되지 않곤 한다. 그래서 욕구가 생기면 차라리 늦은 밤 회사에서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서 자위행위를 해버린다. 손쉽게 해결하려고.
그렇다고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여자를 급히 불러낸 적은 없었다.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여자가 단지 성적 욕구를 충족시켜주기 위한 섹스파트너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랑과는 또 다른 남다른 정이 생겼다고나 할까.
우리 관계가 뭔지 잘 모르겠다. 친구도 아니고, 여자가 날 많이 의지하니까 단순한 섹스 파트너도 아니고, 그렇다고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 애인 사이도 아니고…. 언젠가 여자에게 물으니 여자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오랫동안 만나서 그런지 솔직히 우리 관계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의문스러울 때가 많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삐삐, 삐삐’남편의 휴대전화에 문자메시지가 도착했음을 알리는 짧은 신호음이 울렸다. 술에 취해 집에 오자마자 침대에 쓰러져 코를 골기 시작한 남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몇달 전부터 집에 들어오면 휴대전화의 전원을 꺼놓기 일쑤였고 벨소리만 울려도 놀란 토끼마냥 전화를 받던 남편의 모습이 떠올랐다. 순간 좋지 않은 예감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문자메시지를 확인했다. ‘자기야. 집에 잘 들어가고 있어? 오늘 행복했어. 사랑해^^’.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가 싶더니 현기증이 일었다. 잘못 배달된 ‘문자’이기를 바랐지만 그것은 ‘바람’일 뿐이었다. 수신자 번호는 ‘두 사람’ 사이에서 통용되는 숫자인 듯한 ‘1004’가 찍혀 있었다.
자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 다짜고짜 “어떤 여자냐”고 따져 물었다. 남편은 아무 대답도 없이 몸을 뒤척인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다른 남자는 바람을 피워도 내 남편만은…’ 하고 믿었는데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냉장고에서 캔맥주를 꺼내 목을 축이고 침대 밑에 이불을 깔고 누웠다. 새벽이 돼서야 겨우 잠이 들었는데 남편이 화장실 가는 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났다.
문자를 보여주며 “누구냐”고 묻자 남편은 당황하는 빛이 역력했지만 “어? 뭐. 뭐, 말이야” 하고 말을 더듬으며 문자를 확인하더니 “다른 사람한테 보낸 게 잘못 온 모양인데…” 하며 말끝을 흐렸다. 남편은 “세상 남자들이 다 바람을 피워도 나는 당신밖에 없다”면서 나를 안고 침대로 향했다. 평소와는 다른 행위가 오히려 의심을 부추겼다.
결혼 6년 만인 지난 2000년 여름에 벌어진 일이다. 결혼 적령기에 친지의 소개로 만나 6개월의 연애기간을 거쳐 결혼한 우리는 남부러울 것 없는 결혼생활을 했다. 시부모의 도움으로 작지만 내 집이 있었고 금융계에 종사하는 남편의 수입은 네 식구가 먹고살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문자사건’ 이후 남편은 ‘몸조심’을 하는지 귀가시간이 평소보다 빨라졌지만 일주일에 하루, 이틀은 회식과 친구들과의 만남을 핑계로 밤 12시가 다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것은 확실한데 물증이 없었다. 휴대전화의 통화목록을 살펴봐도 의심이 갈 만한 번호는 남아 있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날들이 계속됐다. 남편이 잠들면 습관처럼 휴대전화의 통화내역을 살폈고 벗어놓은 속옷을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오후, 두 아이를 남편에게 맡기고 할인점에 가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었다. 바지 뒷주머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떨어져 운전석 아래를 살피다 휴지뭉치를 발견했다. 성관계를 가진 후 정액을 닦은 휴지임이 분명했다. 여자의 생리혈이 함께 묻어 있는 휴지를 보는 순간 눈이 뒤집혔다. 쇼핑을 포기하고 집에 돌아가 구역질 나는 휴지뭉치를 남편 앞에 들이밀었다.
남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담배를 가지고 베란다로 향했다. ‘만약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이혼할 것이다’고 작정하고 있었지만 막상 맞닥뜨리고 나니 마음은 ‘지옥’ 그 자체였다.
“미안하다. 당신과 결혼하기 전에 사귀던 여자다. 나보다 먼저 결혼한 그 여자가 몇년 만에 전화를 걸어와 밥 한끼 먹으려고 만났다가 어떻게 하다 보니 거기까지 가게 됐다.”
유부녀인 ‘그 여자’ 또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 위기에 처해 있다고 했다. 남편의 고백을 듣는 순간 ‘차라리, 아무 일도 없었다고 거짓말이라도 늘어놓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남편의 가슴을 쥐어뜯으며 성난 짐승마냥 울부짖었다. 6개월 동안의 외도에 대해 남편은 용서를 빌었고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남편에 대한 증오심으로 불타오른 감정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남편의 외도를 안 후 깨진 신뢰가 쉽게 회복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현영 주부.


처음에는 이혼 생각했지만 먹고살 걱정에 포기
다른 여자와 함께 모텔을 드나들고 카섹스를 하고…. 남자들이라면 한번쯤 겪고 지나가는 ‘바람’을 내 남편도 겪었을 뿐이라고 이해하면서 살겠노라는 다짐은 다짐일 뿐이었다.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남편은 눈에 띄게 나와 아이들에게 잘하려고 노력했지만 그 자체가 가증스럽게 보였다. 외도 사실이 발각된 이후부터 남편은 성관계를 할 때 정성을 기울였지만 ‘더럽다’는 생각에 남편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두 사람의 성관계 장면이 자꾸 떠올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이혼을 하겠다고 결심했다. 가장 먼저 두 아이가 눈에 밟혔다. 그러나 현실적인 문제는 ‘무슨 일을 해서 돈을 벌어 먹고살 것인가’였다. 첫아이를 낳은 직후 직장을 그만둔 이후 전업주부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불러줄 직장은 없었다. 아니, 돈을 벌면서 살 자신이 없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대끼고 싶지 않았다. 설령 직장을 구해 다닌다 해도 당시 다섯살과 갓 두돌 지난 아이를 맡아서 키워 줄 사람도 없었다.
이렇듯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자 이혼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돈을 잘 벌어다줘 생활에 불편함 없이 살아온 여자일수록 남편의 바람에 관대하다”는 친구의 말이 생각났다. 설령 이혼을 한다고 한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아이들 때문에 당신을 용서하고 이혼하지 않겠다”고 남편에게 말했지만 그 말 속에는 ‘돈 벌고 살 자신도 없고 지금보다 편안한 생활이 보장되지 않아 그냥 산다’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
남편은 모든 행동에 대해 조심하고 나를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밖에 나가면 분명히 나 몰래 연락하고 만나겠지’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고통스런 나날이었다. 가슴은 답답했고 울화통이 터져 미칠 것만 같았다. 남편이 조금만 늦어도 닦달하고 불안했다. “회식을 하고 온다”고 해도 ‘밥만 먹은 후 그 여자를 만나러 가겠지’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야말로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남편은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가는 나에게 “깨끗하게 정리됐으니 더는 고통받지 말라”고 마음을 다독였지만 한번 상처받은 마음은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은 “네가 어떻게 했기에 남편이 바람을 피웠냐”고 비아냥거릴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를 만나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친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면서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준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남편을 몰아붙이지 말고 그냥 내버려 둬. 남편이 너에겐 ‘끝냈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아마 지금도 연락하고 있을 거야. 남녀관계가 하루아침에 무 자르듯 싹둑 자를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남자들이 가정을 깰 작정을 하고 바람을 피우는 사람은 극히 드문 것 같아. 여자들이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이후 이혼을 하겠다고 앞장서는 경우가 많지, 남편쪽에서 ‘나는 이 여자와 살겠다’면서 이혼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 가정적이고 퇴근해서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남자라고 바람 안 피우는 줄 아니? 요즘에는 낮에 만난대. 월급 제때 갖다주고 가정에 충실한 것 같으면 그냥 내버려둬. 대신 네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을 하면서 즐기면서 살아.”
“나중에 늙어서 힘 빠지면 남자들 별거 아니다”는 친구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마음은 여전히 울고 있었다. 나보다 앞서 남편의 외도를 경험한 친구의 조언이 마음을 추스르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시집과 친정식구에게 알리지 않는 것도 현명했다는 친구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이유 & 아내로서 겪어야 했던 마음 고생

순간순간 ‘그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고 그 여자의 남편에게 ‘외도사실’에 대해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남편에게 그 여자를 만나야겠다고 말했지만 남편은 “그럴 필요가 있겠냐”면서 나를 설득했다.
외도가 발각된 지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아이들이 잠들자 남편이 밖에 나가서 맥주를 마시자면서 손목을 잡아당겼다.
“오늘은 그 여자가 퇴근 무렵에 회사 근처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에게 들통난 이후 ‘만나서는 안될 것 같다’면서 ‘잘 살라’고 헤어졌는데 그 이후에도 가끔씩 업무 시간에 전화를 걸어오곤 했지만 그때마다 ‘바쁘다’고 끊어버렸어. 그 여자에게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가정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했어. 그러니 더는 연락하지 말라고…. 난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해. 그러니까 이전 일은 용서하고 깨끗이 잊어줘.”
남편의 말속에 진심이 묻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용서하자. 그리고 새롭게 출발하자.’ 마음을 굳게 먹었지만 불쑥불쑥 명치 끝이 아릴 만큼 가슴이 답답한 현상은 가시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돼 더부룩했고 머리는 심한 빈혈을 앓고 있는 사람마냥 늘 어지러웠다.

퀼트 배우며 고통 삭혀

육아에 지친 심신을 달래고 남편에게 상처받은 영혼을 다독일 만한 돌파구가 필요했다. 어린 아이들을 놔두고 바깥으로 나돌아다닐 수도 없었고 짬을 내서 운동을 하러 다니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퀼트였다.
천 조각을 모아 예쁘고 앙증맞은 작품을 만드는 데 빠져들었고 쓸데없는 잡념에서 헤어날 수 있었다. 퀼트 가게에서 만나는 아줌마들과 바느질을 하면서 나누는 수다도 고통을 잊고 살아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주부들이 나와 같은 경험을 한 ‘동지’임을 알게 된 이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결혼 15년차를 넘긴 한 주부가 바느질을 하다 말고 마치 남자들에 대해 ‘통달’한 사람마냥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남편에 대한 기대감과 환상을 버리고 보통 남자들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가져라.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남편의 정신세계까지 지배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남의 남자려니’하고 생각해라. 그래야 속이 편하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술문화를 봐라. 바람을 피우지 않는다 해도 단란주점이나 룸살롱 등에서 여자들을 ‘끼고’ 노는 것은 또 다른 외도가 아니냐. 술집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신경 곤두세우고 살면 제명에 죽을 여자 하나도 없을 것이다.”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지 3년. 처음에는 세상을 등지고 싶을 만큼 고통스런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고통의 깊이가 조금씩 낮아졌다. 당시 충동적으로 이혼했더라면 지금쯤 후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당시 받은 마음의 상처는 죽을 때까지 ‘완벽하게’ 치유되지 않고 가슴 한 구석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후 남편과 사소한 일로 말다툼을 할 때 ‘외도사건’을 들먹이는 것이 부부관계에 찬물을 끼얹는 언행임을 알면서도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
얼마전 사촌 시숙이 마흔 중반에 암으로 세상을 달리했다. 그분의 죽음은 남편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웠고 우리 부부에게 많은 교훈을 남겨줬다. “남편이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살아 있을 때는 몰랐다”는 사촌 형님의 고백을, 남편과의 관계가 힘들 때마다 곱씹어보면서 살 작정이다.

여성동아 2003년 10월 4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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