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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궁금했습니다

논현동에 레스토랑 개업하며 5년만에 사회활동 시작한 배인순

■ 글·이영래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9. 04

지난 98년 전 동아그룹 회장 최원석씨와 협의이혼한 후, 전혀 소식을 들을 수 없었던 배인순씨가 최근 논현동에 3층짜리 건물을 짓고 레스토랑을 개업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톱스타에서 재벌가 안주인, 그리고 다시 여류 사업가로 거듭난 그의 근황을 취재해보았다.

논현동에 레스토랑 개업하며 5년만에 사회활동 시작한 배인순

월남 파병문제로 온 나라가 우울했던 60년대말, 166cm가 넘는 늘씬한 키와 균형잡힌 몸매, 예쁜 용모와 호소력 짙은 가창력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듀엣 ‘펄 시스터즈’. 실제 자매 지간인 배인순, 배인숙 자매가 결성한 듀엣 펄 시스터즈의 데뷔 앨범 <님아>는 오디오도 드물던 그 시절에 1백만장이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판매 기록을 남겼다. 판매 기록 뿐만이 아니다. 펄 시스터즈가 남긴 기록들은 지금 되새겨봐도 놀라운 것들이 많다. 지난 68년 동양 TV의 <쇼쇼쇼>로 데뷔한 이들은 데뷔 1년만에 가수왕에 등극하는 진기록을 낳기도 했다. 당시 중앙대 도서관학과에 재학중이던 이 두 자매는 대학생 가수라는 점 때문에 더욱 화제가 되었다. 당시 이 두 자매에 대한 짝사랑으로 밤잠을 설쳐야만 했던 청년들이 한둘이 아니었을 터.
8년여 동안 톱가수로 국내외 무대를 휩쓸던 이들은 지난 76년 언니 배인순씨(56)가 동아그룹 전 회장이었던 최원석씨(61)와 결혼하면서 해체를 맞게 된다. 당시 배인순씨와 최씨의 결혼은 세간의 숱한 화제를 낳았다. 재벌사장과 톱스타의 결합이란 점에서도 그랬지만 두 사람이 만난 지 한달만에 전격 결혼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뉴욕, 그리고 캐나다 등지로의 진출을 시도하며 미국에 머물고 있던 배인순씨는 미국 출장중이던 최회장과 우연히 만나 결혼에 이르게 된 것. 이후 사람들은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으로서보다 한때 국내 재계서열 10위안에 들기도 했던 굴지의 대기업 동아 그룹 안주인 배인순으로 그를 기억하기 시작했다.
배씨는 최 전회장과 23년간 결혼생활을 하면서 슬하에 은혁(27), 용혁(26), 재혁(24) 등 3형제를 두는 등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 98년 지리한 법정싸움 끝에 협의이혼하고 말았다. 당시 두 사람은 이혼을 앞두고 여러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세간의 화제가 된 게 ‘대낮 음주 교통사고’로 알려진 사건. 당시 배씨는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진다. 모든 일은 사필귀정”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리고 사건 발생 3년 후인, 지난해 11월 검찰조사에서 이 사건이 전남편 계열사 직원의 사주를 받은 사람의 무고에서 비롯됐음이 밝혀졌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 밝혀진다”는 그의 말은 이렇게 증명됐다. 하지만 배인순씨는 자신이 당한 억울함을 세상에 하소연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며 지내고 있다. 이는 굳이 나서서 모든 것을 해명하기보다는 진실이 드러나길 묵묵히 기다리는 그의 성격 때문이다.

논현동에 레스토랑 개업하며 5년만에 사회활동 시작한 배인순

68년 ‘펄 시스터즈’시절의 모습. 당시 펄 시스터즈는 월남전 파병 등으로 우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음악으로 젊음의 분출구를 열었다.


그는 자신과 이혼한 후 최원석 전회장이 열애설의 주인공이었던 장은영씨와 실제 결혼에 골인했을 때도 “나도 여자고 사람인데 하고 싶은 말이 왜 없겠는가. 할 말 다하면 책 몇권을 써도 모자란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해 말못하는 벙어리, 못듣는 귀머거리 심정으로 모든 걸 묻어두고 싶다. 내가 살아온 세월은 세상 사람들이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하며 모든 감정을 가슴 속에 묻었다.
이혼 후 그의 생활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는 이혼 직후인 99년 2월말 어머니를 여의었다. 일찍 아버지를 여읜 배인순씨의 여섯 형제는 어머니에 대한 정이 각별했다고 한다. 이혼과 어머니의 죽음이 연달아 이어진 그때를 그는 “정신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시기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지난 6월1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자신의 친아들 은혁씨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원두커피 전문점인 (주)쟈뎅 윤영로 사장의 딸인 정은씨(26)와 결혼한 은혁씨는 배씨 소생으로는 큰 아들이다. 물론 최 전회장과 이혼한 사이라곤 하지만 자신의 큰아들 결혼식에 배씨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다소 의외였다. 배씨의 한 측근에 따르면 이는 최 전회장이 배씨의 참석을 만류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배씨는 지난해 가을 서울 근교에 있는 68평형 주상복합 아파트로 이사해 현재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까지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 그는 여류사업가로 거듭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첫걸음으로 그는 지난 7월 논현동에 3층짜리 건물을 짓고 ‘데이트’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결혼 생활 중 동아그룹 직원, 대한통운 이사로 적을 두어온 그가 마지막 맡았던 직책은 동아 갤러리 관장이었다. 최 전회장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갑자기 해임된 이후엔 별다른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때문에 그가 올해 7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사람들은 이제 그가 상처를 딛고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논현동 레스토랑으로 그를 여러 번 찾아갔지만, 그는 그간의 살아온 이야기를 꺼내는데는 시간이 좀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 너무 잘 지내고 있어요. 하지만 6년만에 처음 사람들 앞에 나가는 건데 나름대로 준비가 필요하지 않겠어요? 준비가 되면 제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말씀 드릴게요.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게 되면 이런저런 할 이야기도 많을 거고, 그때쯤 이야기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싶네요.”
배씨는 이혼을 하면서 위자료 30억원과 재산분할 명목으로 3백20억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협의이혼한 터라 실제 그가 어느 정도의 돈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그의 한 측근에 따르면 부동산 등 상당한 규모의 재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톱가수, 그리고 재벌가의 안주인, 그는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삶을 살아왔다. 그가 여류 사업가로서도 어떤 수완을 보일지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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