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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색다른 재미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 원본내용 공개

드라마보다 더 유쾌한 재미가 있다! ‘주인님’과 ‘야옹이’의 엽기적인 만남에서 옥탑방살이까지

■ 정리·조득진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박해윤 기자, MBC 홍보실 제공

2003. 08. 08

대단한 인기를 누린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 최고의 시청률은 물론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혼전 동거’에 대한 논쟁으로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옥탑방 고양이’의 ‘원조’는 바로 인터넷 소설.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새롭게 조명받고 있는 이 소설의 재미있는 부분을 뽑아보았다. 작가 김유리씨의 생생한 감정을 담기 위해 맞춤법과 이모티콘을 그대로 살렸다.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 원본내용 공개

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의 촬영무대. 김래원, 정다빈 두 주인공이 마늘을 까던 평상엔 동네 아이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전겜방 알바를 하는 슴다섯살입니다. 깐딴한 소개를 드리자면~~~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죠. 한 마리는 몸무게가 한 3㎏의 흰색과 황색 얼룩이구요, 이름은 미야예요. 나머지 한 마리는 몸무게가 한 70㎏ 되죠!!! 하하핫!!! 밥도 무쟈게 많이 먹는답니다!!!
…--;;; 썰렁하군요… 그래요… 그 녀석은 함께 살고 있는 제 남자친구랍니다… 별명이 ‘야옹이’거든요. 아직 학생이라 제가 먹여 살리구 있죠(에구… 이걸 언제 키워서 시집을 가낭…).
사랑하면 같이 있고 싶고 매일 보고 싶고… 더 열심히 살고 싶고, 그런 게 우리에겐 아주 당연한 일들이었어요. 청소는 거의 제가 하고, 빨래는 같이 널고, 요리와 설거지는 교대로 하고, 쓰레기는 꼭!!! 야옹이가 비워요.^^ 전 귀족 출신이라… 썩어가는 걸 보면 어지러움이… 아아…--;;; 내가 봐도 짜증나는군…
저희는 햇살이 바로 비추는 4층 옥탑방에 살아요.(생각해보니 하니가 살던 집 같군요) 손바닥만한 마당에는 일순이, 이순이, 삼식이, 사식이가 있죠.(순서대로-노란 국화, 자주색 국화, 허브 화분 두개) 야옹이(남자친구)와 처음 방을 보러 다닐 때… 우린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죠.
나 : 난 있잖아~~~ 아침에 간지러운 햇살을 받으며 깨어나고 싶어~ *^^*
야옹 : 난 프렌치 토스트를 구워 줄께~~~ ^^
나 : 후훗… 커퓌도 부탁해…^^ 아참~~~ 티테이블도 만들어 줘야 대~.
정말 닭 쌈싸먹는 소리 아닙니까? 하,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듯이… T_T… 순수의 시절이었습니다. 우어어어~~~.
그렇게 처음 구한 방은 반지하였습니다. 햇살? 개뿔이 햇살입니까? 프렌치 토스트? 커피? 모두… 모두… 흐흐흑… 일주일에 5일은 라면을 먹고 살았고 이틀은 3분카레 먹고 살았습니다. 그 3분카레마저 먹지 않는 야옹이는 이프로에 밥을 말아먹는 희한한 짓을 벌여 나를 토하게 했습니다.(물론 야옹이가 토할 때도 있습니다. 내가 부비또에 밥 비벼 물 말아먹을 때… 저… 그거 맛있는뎅…--;;;) 그 반지하방이 경매로 넘어가고(집주인 파산함. 보증금 겨우 건졌음) 우리는 옥탑방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손바닥만한 마당도 있고, 햇살도 들어오더군요! 아~~~~주 쨍쨍… 그 집에서 여름을 나며 우리는 하루에 몇번씩 지글지글 굽혔습니다. 옥탑방의 비극을 그때 알았습니다. 직사광선으로 내부가 전자렌지처럼 된다는 거… 골고루 익혀야 한다며 우리 둘은 방 가운데에서 진짜 전자레인지처럼 빙글빙글 돌기도 했답니다. 죄수들은 감옥에 보내지 말고 한여름에 옥탑방에 넣고 문을 잠가야 합니다. 흐흐흑… 하지만 여름이 가고 나니 아주 살만 하더군요. 손바닥만한 마당에 사과박스 엎어서 진짜 티테이블도 만들었거든요.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 원본내용 공개

정다빈이 종종 아이스크림을 사는 ‘삼거리마트’. 드라마의 인기 덕분에 매상이 ‘쪼금’ 늘었다고.


이사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나 : 엄마~~~ 이사 다 햇쪄~~~
엄마 : 그래? 신평이랬지?
나 : 응! 엄마 울 집에 놀러와~~~
엄마 : 괭이 새끼 버리기 전엔 안 간다.--+(저희 엄마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있으십니다) 그리고 내가 그 동네 살아봐서 아는데, 아마 넌 그런 데 사는 게 처음일 꺼다…(딸칵… 뚜… 뚜… 뚜…)
‘그런 데’라니… 그게 무슨 말인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그 의문은 참으로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바로 그날 밤 저는… 칼부림을 봤습니다… 흐흐흑~~~
이사를 끝낸 야옹이와 저는 새집에서 행복하게 잠들기 위해 T.T 자리에 누웠습니다. 이사 오기 전에 이불도 빨아놨던 거라서 뽀송뽀송하구… 요도 새로 산 거라서 폭신폭신하구… 하하하!!! 행복이란 이런 것일까!!!(머쓱…) 그때였습니다. 4층인 울집까지 찬란하게 울려 퍼지는 여자의 비명소리---
여자 : 꺄아아아아아아악~~~!!!
물론 동네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목소리라 봐도 무방했을 것입니다. 가끔 애들은 꺄아아아악~~~하는 소리도 잘 내며 놀지 않습니까? 그러나 그때는 밤 11시. 가출한 어린이가 아니라면 도저히 낼 수 없는 소리인 것입니다.
저와 야옹이는 서둘러 그 여자를 구하기 위해…가 아니라 싸움구경 하려고… 츄리닝 바람으로 마당으로 달려가 난간에 매달렸습니다. 정말 대단하더군요… 동네사람들의 기동성은… 비명소리 들린 지 한 삼분 지난 거 같은데 벌써 골목에 다 뛰어나와 있더군요. 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의복을 갖춘 사람은 옆의 옆 건물에 있는 ‘야화’란 술집(빨간등 켜놓고 장사하는 곳) 마담 아줌마뿐이었습니다. 오오~~~ 그녀는 잠옷 바람의 아줌마 아저씨들 가운데서 진정 빛나고 있었습니다.
참, 그,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그렇게 ‘무슨 일이고?’를 외치며 뛰어나온 동네사람들 사이로 성화봉송처럼 한 젊은 여자가 뛰어 지나갔습니다. 아까의 그 비명을 또 지르며…
여자 : 꺄아아아아아아악~~~!!!
그 여자 뒤에는 한 키 작은 남자가 양아치칼(그거… 용 그려져 있고 꺼내면 찰칵찰칵 소리나는 칼 이짜나요…)을 들고 쫓아가고 있었습니다. 급박한 상황이었습니다. 그 남자의 무모함에 동네사람들은 모두 어, 어, 소리만 낼 뿐 손도 못 대고 있었습니다. 슈퍼집 아저씨는 모든 일을 다 예상했다는 듯 챙겨 나온 핸드폰으로 어디엔가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아마 파출소인 듯 …) 야옹이와 저는 휘리릭~~~ 나는 듯이 아래로 뛰어내려갔습니다. 사람들이 족발집 앞에 우우 몰려 서있는 걸로 봐서 아까 그 여자가 족발집으로 뛰어든 것 같았습니다. 잠깐 사이에 족발집 내부는 정말 머어찌게 되어 있었습니다. 구석에 숨어서 오돌오돌 떨고 있는 쥔 아줌마… 벌써 작살이 난 유리문… 여기저기 정답게 굴러다니는 족발들… 그리고… 칼 든 남자… 한눈에도 그 자식은 사람을 찌를 밸도 없는 놈이었습니다. 여자 멱살 쥐고 위협한답시고 양아치칼은 짤깍거리고 있는 꼴이란.
남자 : (칼 들고) 정아 어데있노?!!!
여자 : 꺄아아아아아악~~~!!!
남자 : (주먹으로 치고) 정아 어데있노 말이다!!!
여자 : 꺄아아아아아아악~~~!!!
남자 : 말해라~~~ 정아 어데있노~~~
여자 : 꺄아아아아아아악~~~!!!
도저히 대화가 되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그 남자는 ‘정아 어데있노’를 정확히 8번 물었습니다. 다행히 두 번째 여자를 때리면서 그 놈은 칼을 떨어뜨렸고 떨어뜨리자마자 아저씨들은 마치 럭비처럼…(정말 럭비 같았음) 그 놈을 깔아뭉갰습니다. 아저씨 배 밑에 깔려서도 그 넘은 포기하지 않고 외쳤습니다.
남자 : 정아 어데있노~~~
도대체 정아가 누군지… 그리고 저 맞고 있는 여자는 누군지… 아직도 판단이 잘 안 되는데 아마 도망간 아내의 친구인 것 같은… 그리고 한 10분이 더 지나자 경찰차가 왔습니다. 역시 경찰은 경찰이더군요. 그 펄떡거리는 남자를 휙~~~ 잡더니 딱 한마디했습니다.
경찰 : 때?습니까, 안때?습니까?
남자 : 안때?어요!!!
동네사람들 : (이구동성으로) 때렸어요~~~
경찰 : 때렸다하구마!!!
남자 : 안때?다니까요!!!
그때 군중을 가르는 야옹이의 목소리…
야옹이 : 에라히 색히야~~~ 남자새끼가 여자나 때리고 안때?다고 구라나 치나~~~
사람들이 그 용감한 목소리를 돌아보았을 때 야옹이는… 이미 없었습니다. 덴당… 나보다 전체적으로 얇은 야옹이… 그 말을 남기고 내 몸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입니다. 아 쪽팔려… 상황이 종결되고 저는 엄마가 낮에 했던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습니다. 다시 4층으로 올라간 야옹이와 저는 자물쇠를 더욱 튼튼히 꼬옥~~~ 닫고 오돌오돌 떨며 잠이 들었답니다…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 원본내용 공개

계단이 낯익다. 옥탑방은 4층 다세대 주택의 맨 꼭대기. 시세는 보증금 3백만원에 월세 20만원이라고.


야옹이 주인은 2년째 드라마 작가를 ‘준비만’ 하고 있는 작가 지망소녀입니다.(소, 소녀 마, 맞아요!!!) 아직 등단도… 입상도… 푸후… 암것도 못했지만…T_T 언젠가는 옥탑방 고양이가 용으로 승천할 날이 있겠죠. -o-/오오~
그래서 야옹이 주인은 드라마를 아주 삐딱하게 보는 나쁜 습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이 백혈병으로 죽는다든가 하는 아주 평범한 상황이 드라마에 나와도(수많은 드라마들 가운데선 백번도 더 일어난 상황이니 평범하죠…) 속으론 무지하게 슬프지만 겉으론 “에~~~이~~~ 저게 뭐어~~~야아~~~ 내가 발로 써도 저거보단~~~ 에에~~~이~~~” 따위의 시건방진 말만 하면서 끝까지 안 운다는 거죠… 그러면 야옹이는 말없이 제 발가락에 볼펜을 꽂아줍니다.-_-;;;
사실 저도 감동 받았습니다. 우리 엄마처럼 땅을 치고 울고 싶습니다. 하지만 왠지… 드라마 보고 운다는 게 쪽팔려서… -_-;;; 드라마를 쓰겠다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참 희한하죠? 어쨌든 그런 저의 영향도 받고 선천적으로 드라마는 아줌마나 보는 거라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는 야옹이도 드라마를 보고 감동 받는다든지 재미있어 한다든지 하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음… 거의 없는 게 아니라 아예 없었군요. 저도 <모래시계> 볼 때말고는 울어본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 그런 야옹이 두 마리의 인생을 목조른 드라마가 나타났습니다. 사실… 별로… 머찌다거나… 훌륭하다거나… 참신하다거나… 그런 생각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은서가 울 때 저도 같이 울었습니다.T_T 원빈이 전화기로 눈물 닦을 때 저도 핸드폰으로 콧물 닦으며 울었습니다. 송승헌이 ‘나무’ 할 때 저는 가슴을 치고 통곡했습니다… 이씨… 내가 이딴 걸 보고 울다니… 하면서… 그런 저를 보며 야옹이는 마음껏 비웃었지요.
나 : 흐흑… ‘나무’래 ‘나무’…
야옹이 : 치…
나 : 흐흑… 송혜교 저 또르르 흐르는 눈물 좀 봐…
야옹이 : 쳇…
나 : 으허헝… 저 나쁜 놈… 저 나쁜 은서 오빠… 주길 넘… 엉엉…
야옹이 : 못 봐 주겠네 진짜…
이런 광경이었지요. 그럴 때마다 저는 야옹이에게 피도 눈물도 없는 고양이라고 마구 욕했습니다. 하지만 야옹이도 부동심을 연마했더군요. 내가 울거나 말거나 옆에서 만화를 보며 자지러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통곡하던 저도 은서가 불치병으로 의심되는 징후를 보이면서 재미가 좀 뜸해졌습니다. 또 죽이냐? 그냥 지진이나 화산폭발로 다 죽이지 그래?라는 삐딱선을 또 탄 것이죠. 그리고 한 한 주쯤 <가을동화>를 안 봤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가을동화>를 방영하는 시간, 저는 테레비를 틀 생각도 안하고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야옹이는 방안에서 중간고사 공부한답시고 뒹굴거리는 중이었구요… 그러다가 야옹이가 슬슬 놀 시간이 되었는지 10분 휴식은 더 효과적인 두뇌사용을 하게 한다며 테레비를 켰습니다. 우연히도 볼 게 <가을동화>밖에 없었는지 테레비에선 또 은서가 우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여전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죠… 그날따라 설거지 거리도 많고… 손빨래 할 것도 있고… 한참 하다가 생각해보니 야옹이가 <가을동화>를 30분째 보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야~~~ 너 공부 안해?!!!”하고 소리를 질렀는데 야옹이는 등 돌린 채 아무 대답이 없었습니다. 대답 대신 그의 어깨는 파르르 떨리고 있더군여…T.T
나 : (고무장갑 끼고 어이없어서) 너, 너 뭐해?
야옹이 : (등 돌린 채)… 흑… 흑…
나 : 너, 우, 우는 거얏?!!!
야옹이 : (베개에 얼굴을 묻으며) 은서가 불쌍해~~~
그날 야옹이는 베개가 다 젖도록 울었습니다. 야옹이는 예상치도 못하게 ‘주인공이 죽는 영화’에 약했던 것입니다. 그게 뭐… 추하진 않더군요. 드라마나 영화 보면서 우는 남자는 의외로 꽤 귀엽습니다. 하지만 우는 거말고 다른 행동이 더 추하더군요…
씬1 / 밥 먹을 때
야옹이 : (밥 먹다가 눈물 글썽하며) 주인아, 넌 은서처럼 죽으면 안돼…
나 : 그래… 안 죽는다…
씬2 / 양치질하다가
야옹이 : (갑자기 칫솔 빼고) 야오아 너 은서커럼 주으면 안대…(거품을 입에 물고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나 : 그애~~~ 안 주어~~~(저도 양치질 중이었습니다)
씬3 / 화장실에서
야옹이 : (화장실 문 앞에 서서 노크한다)
나 : (안에서) 왜? 쉬 할꺼야?
야옹이 : 아니… 할 말이 있어.
나 : 뭔데?
야옹이 : 있잖아 넌 은서처럼 죽으면 안…
나 : 꺼져!!!
저로부터 일침을 받은 야옹이는 다시는 저에게 은서 타령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날 아침, 잠결에 저는 야옹이가 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하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_-
야옹이 : 미야(고양이 이름)… 넌 은서처럼 죽으면 안돼…
저 녀석… 전생에 아줌마였나…-_-

대학생들은 흔히 이런 말을 합니다. “야~ 초등학교 때 부장 한번 안 해 본 사람이 어디 있냐?” 하지만… 바로 여기 있습니다. 초등 6년, 중등 3년, 고등 3년을 다니며 저는 주번말고는 공직을 맡아본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에잇. 그렇습니다.ㅜ.ㅜ 저는 공부를 못했습니다. 하다 못해 날라리라도 되어 놀이문화에 열중했더라면 교우관계라도 원만했을 텐데… 저는 공부를 못했습니다. 체육도 못했습니다. 선생님하고 친하지도 않았습니다. 날씬하지도 않았습니다. 할 줄 아는 게 정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가운데 유일하게 좋아했던 것은 바로 로맨스 소설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도.. 쉬는 시간에도… 야자시간에도ㅡ.ㅡ 공부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습니까? 하지만 저를 불쌍히 여기신 고3때 담임 선생님은 논술 공부를 해보라고 권하셨고, 다행히 좋은 성적이 나올…수밖에 없었죠. 맨날 했던 게 그건데…
어쨌든 그렇게 들어간 대학에서… 저는 학과 공부는 한 개도 안하고, 문학 동아리 방에서 죽만 때렸습니다. 그때 그 동아리에서 전 애인과 야옹이 등등을 ‘선배’로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전 애인의 별명은 ‘깜장토끼’였으니 ‘토끼’라고 부르기로 하지요… 어이… 뭐 생각하십니까? 그런 의미의 토끼 아닙니다.
토끼는 전형적인 문학 청년이었습니다. 하루종일 책만 읽는 그 모습에 반해서 제가 먼저 사귀자고 했지요.(연애를 하며 다짐하고 또 다짐했습니다. 이 다음에 내 딸내미가 하루종일 책만 읽는 청년과 결혼하겠다고 데리고 오면, 그 청년을 몰래 암매장 시켜버리겠다고…) 경제학과였던 토끼는 아침에 눈뜨면 책을 읽었습니다. 버스 타고 학교 오면서도 책을 읽었습니다. 밥 먹으면서도 책을 읽었습니다. 화장실 갈 때도.. 저랑 같이 길을 걸어가면서도… 버스 기다리면서도… 그럼 전 그 동안 옆에서 춤을 추고 있을 수도 없고, 자연히 같이 책을 볼 수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원래 그런 체질이 아니니 회로에 이상이 오더군요.
많이 삐걱거리고 많이 싸웠죠.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그대로의 토끼를 이해해주지 못한 제가 참 밉습니다. 야옹이에게도 제가 바라는 모습을 종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말이죠. 어쨌든 그런 토끼가 3년쯤 사귀었을 때 서울에 있는 D대학으로 편입해서 휙~ 가버렸습니다. 토끼는 몸이 멀리 있다고 마음이 변할 사람이 아니었지만 저는 꽤 속물이었답니다. 이제 만화방도 혼자 가야 되고…-_- 비디오방도 갈 일이 없고…^^;;;;;; 허전하더군요.
그런데 만화방에 같이 갈 사람이 생겼습니다. 토끼의 사라짐과 동시에 군에서 제대한 선배였죠. 아~주 썰렁한 유머로 좌중을 얼리고 화를 내는 일이 아예 없고, 동시에 존재감도 별로 없으면서 각별히 친한 사람도 없고… 문학 동아리에 있으면서 글 한 줄 안 쓰는 이상한 선배였죠… 그렇습니다. 야옹이였습니다.(냐오~~)
정확히 말하면 제가 1학년 때 신입생 환영회에서 봤겠지만 군대에 가버리고 제대 후에도 동아리 방에 그리 자주 오지 않던 선배여서 언제 처음 봤는지 기억이 거의 안 납니다. 근데 토끼의 부재가 시작된 그 즈음에 동아리에 유난히 자주 오더군요. 그리고…
야옹이와 제대로 된 대화를 좀 나눠 본 건 야옹이가 복학한 첫 날이었습니다. 동아리방에서 야옹이는 열심히 공부 계획표를 세우고 있더군요.
야옹이 : (연습장에 쓴다) <학교>↔<집>
나 : (슬쩍 보며) 우~와~~선배 진짜요?
야옹이 : 그럼! 이제 학교랑 집만 오고 갈 거다.
나 : 음. 그럼 도서관은 안가요?
야옹이 : -_- 그렇군. (써넣는다) <학교>↔<집>↔<도서관>
나 : 그럼 인제 만화방도 안 갈꺼에요?(야옹이는 휴가 나올 때마다 만화책을 한아름 들고 동아리방에 들르곤 했습니다. 만화방에 갖다 주러 가는 길이라며…)
야옹이 : -_- 그렇군. (써넣는다) <학교>↔<집>↔<도서관>↔<만화방>
나 : -_- (이미 그의 결심의 깊이를 파악하고…) …오락실은요…?
야옹이 : -_- 글치, 그것도… (써넣는다) <학교>↔<집>↔<도서관>↔<만화방>↔<오락실>
나 : 그냥 살던대로 사시죠.--
실제로 나눈 대화에서 하나도 안 뺀 것이랍니다. 그 후로 왠지 좀 친해져서 종종 버스 타는 데까지 같이 가곤 했습니다. 물론 학교 정문에서 버스정류장까지 곧바로 가진 못했습니다. 그의 계획표에 나와 있는 대로, 이미 나의 삶 그 자체인대로 만화방에 ‘아주 잠깐’ 들렀지요. 한 세 번짼가 만화방에 같이 갔을 때 이미 우리의 위험한 사랑은 싹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날 하필 그 만화방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들을 우루루~~~~~ 낳았더라구요! 얼마나 귀여운지… 흘흘…
야옹이와 저는 만화도 안보고 정신 없이 그 고양이들을 갖고 놀았습니다. 그때 문득 야옹이가 시를 읊었습니다.
펄펄 뛰는 저 고양이
암수 서로 정답구나
외로울사 이내 몸은
뉘와 함께 돌아갈꼬
-____________-… 지금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하군요. 하지만 그땐 뭉클하겠습니까?
야옹이 : …돌아갈꼬…
나 : 꺄하하하!!!
저 따위 시를 듣고 남자에게 반하는 여자가 어디 있겠습니까? 여기 있습니다.ㅜ.ㅜ 그때 문득 이 선배가 참 귀엽구나 하는 생각을 했더랬죠.


인터넷 소설 ‘옥탑방 고양이’ 원본내용 공개

‘옥탑방 고양이’의 실제 주인공인 안동열·김유리씨. 4년의 동거 끝에 지난 3월 결혼했다.


그러다가 운명의 그날이 왔습니다. 1998년 11월21일! 11월20일에 울집 컴터는 싸운드가 나갔습니다. 오오~~ 그렇습니다. 바로 그 싸운드 나간 컴터 때문에…
윈도우 시작음도 나지 않았습니다. 종료음도 나지 않았습니다. 음악 CD를 돌려도 컴퓨터는 당연한 듯 끝끝내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지시하셨습니다.
아버지 : 학교에 가서 컴터를 고칠 사람을 구해와라.
나 : 어디서요?
아버지 : 너네 선배 아무나 하나 데리구 와.
나 : 아버지… 저는 국문과랍니다…T.T
아버지 : 그럼 동아리 선배를…
나 : 아버지… 저는 문학 동아립니다…T.T
결국 데리고 올 사람이 야옹이밖에 없었습니다. 야옹이는 컴퓨터 공학과 과사무실 옆에 있는 전기공학과라(흠… 큰 상관이 있군요…-_-) 야옹이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저에게 잘 보이려 하는 눈치였으므로 다음날 수화기를 든 지 30분 만에 수정동에서 다대포까지 날아왔습니다. 도대체 뭘 타고 왔길래…-_-a?
우리 집에 온 야옹이는 냉면 그릇에 부은 라면 두 개를 대접받은 후, 컴퓨터를 고치기 시작했습니다. 1시간이 지났습니다. 사운드는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2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래도 사운드는 안 나왔습니다. 야옹이는 ‘포맷’이란 걸 하자고 했습니다. 그때 전 컴맹이어서 포맷이 바이러스 치료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바보! 그건 ‘백신’인데?
야옹이는 컴퓨터를 포맷해서 내가 통신으로 모아놓은 마릴린 먼로 사진 45장과 서태지 사진 2백장과 시나리오 받아놓은 거 10개를 다 날렸습니다. 3시간 걸려 윈도우를 다시 깔았습니다. 그래도 사운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요?-- 훗날 야옹이는 이 사건을 계기로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컴퓨터의 사운드가 맛 갔을 때는 가장 먼저… 전선이 똑바로 꽂혀있나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야옹이는 역시 전기공학과였습니다. 스피커의 파워 전선을 멀티탭에 꽂는 순간 아아… 그 버라이어티 써라운드 음향이라니… 그때 아버지가 퇴근하셨습니다. 울 아버지는 아주 무섭게 생기셨습니다.
아버지 : (들어오시며) 밥도…(아시죠? 경상도 남자^^;;;)
나 : 아빠~~ 이 선배가 야옹이야~~
아버지 : 오오~~ 그런가? 컴퓨터는?
야옹이 : 넵, 다, 다 고쳤습니닷…(뻘뻘…)
아버지 : 어디가 고장났던가?
야옹이 : 네, 시스템 과부화로 메모리에 오류가 생김으로 인해 일어난 전산 착오로 하드웨어가 사운드를 인식하지 못해…(야옹이는 그때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을까요? -_-)
아버지 : …음… 수고했네. (나에게) 옛다~~~ (만원을 주!셨!다!)
야옹이와 저는 만원을 팔랑거리며 96번을 타고 신나게 충무동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라디오’에서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셨습니다.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본 야옹이가 커피를 마시는 모습이었습니다. 야옹이는 커피가 체질적으로 안 맞아 마시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꾸역꾸역 한잔을 다 마셨습니다. 멋있게 보이려고 그랬다고 합니다. 그 때 창 밖으로 계란빵을 파는 아저씨가 보였습니다.
나 : 선배…
야옹이 : (분위기 잡고 커피를 마시며) 응?
나 : *^^* 나 계란빵 사줘.
야옹이 : 그래, 계란 빵을 사주마~~휘리릭~~(어느새 계란빵 곁으로 사라짐)
잠바를 커피숍 안에 두고 나와 후드티 바람으로 계란빵을 사려고 줄을 서 있는 야옹이는 참 귀여웠습니다. 창으로 살짝 손을 흔들었더니 야옹이는 활짝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었던 게 아니라 ‘망치춤’을 추었습니다. 이, 이 녀석… 왠지 엽기적인데?




계란빵을 다 먹고 오다리 한 컵 먹고 나니 만원을 다 썼더군요. 뭐 달리 갈 곳도 없어서(아직 우린 둘다 포켓볼을 치거나 무슨 텍을 가거나 하지 않습니다) 용두산 공원에 올라갔습니다. 어떤 장발 남자가 이승철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면서 맥주병을 들고 지나가고 있더군요. 비둘기도 다 자러 가구요. 그야말로 을씨년스럽더군요… 춥고.. 해는 지고… 그 때가 9시20분이었습니다.
나 : 추워요~~~ 에치~~~
야옹이 : 그래? 그럼 우리 저기 올라갈까? (용두산 타워를 가리킨다)
남들은 여자가 추워 그러면 남자가 러브호텔 이런 데를 가리키면서 ‘우리 따뜻한 데서 쉬어갈까?’ 그러구 여자는 ‘아이~~몰라~~’ 그러구… 그래야 하는 건데 흑 우리는 흑- 돈이 없었지여…-_-
용두산 타워에서 본 부산은 정말 멋졌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네요. 음… 엠비씨 <뉴스데스크> 배경화면 같더군요…-_-;;;;
야옹이 : 주인아 저거 봐, (네온싸인들을 보고) 딸기 젤리, 바나나 젤리, 유과 젤리… 그치?
나 : 진짜 젤리 같네요~~~
야옹이, 나 : (동시에) 흑… 맛있겠다…
(이 낭만적인 순간에도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다니… 이후 항시 먹을 것에 굶주린 우리의 인생에 대한 복선이 아녔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3류 영화처럼 전망대 안을 뛰어다니며 별짓을 다했습니다.
나 : (도망가며) 호호호~~~ 나 잡으면 용~치~
야옹이 : (따라오며) 잡으면 때려줄꼬야~~~
…용두산 타워 매점 아줌마, 그 곁에서 고구마 구우시던 아저씨, 그 부부의 아들로 추정되는 어떤 총각, 내 중학교 동창임이 확실한 엘리베이터 아가씨1, 그리고 엘리베이터 아가씨2 등등 관계자 여러분, 그날 못 볼 걸 보여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흐흐흑~~T.T 그래요! 그러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그 순간 미쳤는지 그러고 싶은 걸 어떻게 합니까? 연애 해 보십쇼. 이보다 백배는 더한 짓도 하게 됩니다.. 어쨌든 그런 꼬라지로 아하하하~~~ 하고 야옹이를 돌아보며 사방에 꽃을 흩날리고 달려가던 저는… 뒤를 보면 당연히 정면시야가 확보 안되죠… 강철로 만든 전망대 망원경에 옆통수를 그대로 …박…았…습…니…다
나 : (도망가며) 아하하하~~~ 나 잡아 봐…
야옹이 : 안돼~~~!!!
나 : 응? 뭐가 안돼… (댕!!!)
정말로 별이 보이더군요. 만화에서 그렇게 넘어지면 머리 주위로 화성이랑 목성이 막 돌던데, 그게 허구가 아니란 걸 그때 첨 알았습니다. 디즈니 만화에서 넘어진 구피 머리에 화성이랑 목성 달아주신 분, 아아~~~ 당신은 진정한 리얼리티를 추구하고 계십니다. 저는 도너츠 모양으로 생긴 부산타워 전망대의 한 통로를 막으며 쓰러졌습니다.
야옹이 : 주인아~~~ 괜찮아?
나 : 으으…어어…
야옹이 : 어이구 이 옆통수 벌개진 것 좀 봐…
야옹이는 저를 부축해 일으켜 세워 전망대 턱에 앉힌 후 망원경을 살펴봤습니다.
나 : (울면서, 왜냐구? 아프니까!)우억우억우억~~~ (망원경을 왜 살펴보는 거야! 내가 뿌셨을까봐?)
야옹이 : 아니 그게 아니라… 사람 다친 것도 억울한데 뿌셨다구 물어주면 돈 더 들잖아…
나 : T_T 우어어어어…
저는 그렇게 옆통수가 아파서 20분간을 울었습니다. 야옹이는 병원 가서 엑스레이 찍자고 했지만 병원 가서 사고 경위를 설명하는 게 더 쪽 팔려서 그만뒀습니다. 닭 두 마리가 3류 영화 찍다가 망원경에 머리 박았다고 하기엔 제 감성은 너무 여려서…-_-iii
겨우 눈물 콧물 닦고 거울을 봤더니 마스카라가 뺨까지 범벅이 되어 있고, 립스틱은 다 뭉개지고 정말 가관이더군요. 물론 20분이 지나도 턱은 아팠습니다. 하지만 아파도 예쁘게 아프자는 생각에 계속 울면서 화장품을 주섬주섬 꺼냈습니다.
나 : 억억… (마스카라 닦고) 우어억…(립스틱 바르고)
야옹이 : (웃음을 참으며) 너, 뭐 하는 거야?
나 : 하장다시해아하꺼아내요…(화장 다시 해야 할 꺼 아녜요…)
그때 야옹이는 그런 제 엽기적인 꼴이 귀여웠답니다. 야옹이가 말했습니다.
야옹이 : 내가 너한테 잘못 하나 해도 되냐?
제가 다시 물었습니다.
나 : 무슨 잘못이요?
그 다음은… 음…*^^* 헤헤…
우린 서로 사귀자는 말도 없이, 좋아한다는 한마디 없이 그렇게 사랑을 시작했습니다. 내가 무슨 잘못이요? 하고 그를 본 순간 그도 저를 보고 있었거든요. 그의 입술이 내게로 올 때 저는 또 다른 세상과 조우하는 걸 느꼈습니다. 로맨스 소설에서나 봤던 일이 정말로 일어나더라구요. 이제껏 어느 누구에게서도 느껴보지 못했던 향기와, 떨리는 영혼, 머릿속에서 노틀담의 종이 울리고 누군가가 잠든 나를 힘차게 흔들어 깨우는 느낌. 저와 야옹이의 첫키스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짧은 순간 저는 다른 공간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야옹이를 사랑하기로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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