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반가운 얼굴

라디오 진행자로 3년 만에 방송 복귀한 아나운서 한성주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7. 31

미스코리아 출신 아나운서 한성주가 방송계를 떠난 지 3년 만에 KBS 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진행자로 방송에 복귀했다. 2000년 초,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후 한번도 공식 인터뷰를 하지 않은 그를 단독으로 만나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심경과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다.

라디오 진행자로  3년 만에 방송 복귀한 아나운서 한성주

90년대 후반, 미스코리아 출신의 아나운서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한성주(29)가 99년 12월 방송계를 떠난 지 3년여 만인 최근 방송에 복귀했다. 7월20일 첫방송을 시작한 KBS 제1라디오 ‘생방송 일요일 3부’ 진행을 맡은 것. 그는 매주 일요일 저녁 6시5분부터 8시까지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한 주간의 국제정세와 국제경제의 흐름을 청취자들에게 알기 쉽게 전해준다.
2000년 초,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후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보이지 않던 그를 만나기 위해 7월10일 오후 KBS 본관을 찾았다. 새로 개편된 제1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담당 PD들이 처음으로 모두 모이는 상견례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생방송 일요일 3부’의 제작책임을 맡은 정태덕 PD와 먼저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한성주가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화장을 거의 안한 맨얼굴에 하이라이트를 넣은 밝은 갈색 머리 등은 과거 방송에서 보여주던 단정한 모습과는 달랐지만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미소만은 여전했다. 오랜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설렘 때문일까, 정PD와 인사를 나누는 그의 표정이 조금은 상기되어 있었다.
3년 만에 방송에 복귀하는 소감을 묻자 그는 “설렘과 두려움이 반반씩 공존하는 것 같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전에 방송활동을 할 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주로 했지만 라디오 진행도 했었어요. 그때 라디오의 매력을 느꼈죠. 그래서 이번에 제안을 받고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한편으로 ‘국제’라는 전문분야를 다루는 프로그램이라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지만 관심 분야라 더욱 하고 싶은 애착이 갔어요. 그래서 별다른 고민 없이 하겠다고 했죠(웃음).”
“전문성을 요하는 프로그램이라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국제전문가라 할 만한 이력을 쌓아왔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2001년 1년 동안 일민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한 데 이어, 지난해 7월부터는 한국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PD는 그의 발탁에 대해 이런 전문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요일 저녁에 국제문제를 다룬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전문가와 인터뷰할 때 막히지 않을 정도의 식견이 있어야 할 뿐 아니라 청취자들에게 어려운 내용을 쉽게 전할 수 있어야 하고, 또한 부드럽고 편안하게 진행해야 하거든요. 거기다 대중에게 친숙한 진행자여야 하는데, 많은 분들이 적임자로 한성주씨를 추천하더군요. 본인도 흔쾌히 승낙을 했고….”
고려대 정치학과 2학년 때인 94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한성주는 학업과 방송활동을 병행하다 96년 SBS 아나운서 공채로 들어가 99년말까지 교양과 오락 프로그램을 넘나들며 활발한 방송활동을 했다. 하지만 정치나 국제관계 등 자신의 전공을 살린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은 없었다. ‘생방송 일요일 3부’야말로 그동안 자신의 전공을 살리고 싶었던 마음의 갈증을 씻을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아직 이론만 공부한 입장이라 감히 전공을 살리겠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부끄러워요. 오히려 방송을 하면서 현장 취재,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제가 더 많은 부분을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커요.”
사실 그의 방송복귀는 예상보다 많이 늦은 편이다. 기자가 2001년 가을쯤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그는 지인을 통해 “연말 이후 방송복귀를 계획하고 있으니 그때 하자”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그의 방송복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동안 수차례 방송복귀 제안이 있었을 텐데 왜 복귀를 하지 않았냐”고 묻자 “마음의 준비가 덜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외국에서 공부를 하느라 할 수 없었고, 돌아와서는 섣불리 시작하기가 어렵더라고요. 제가 신인이 아니니까 잘해야 하는데, 그동안 공백이 있었으니까 좀더 준비를 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프로그램은 제가 꼭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라 용기를 냈죠.”

라디오 진행자로  3년 만에 방송 복귀한 아나운서 한성주

SBS 생방송 ‘출발! 모닝와이드’를 진행할 때의 한성주.


그에게 “많은 독자들이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해한다”고 하자 “특별한 일이 없어 정말 할 말이 없다”며 웃었다.
“방송을 그만둔 후 대학원 공부를 마치고 논문을 쓰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산림청에서 홍보대사를 해달라고 해서 틈틈이 그 활동을 했고요. 지난해엔 하와이에 갔다오고, 공부하고, 간간이 친구들 만나고…. 정말 특별히 이야기할 게 없어요.”
그는 2001년 8월 탤런트 김용건과 함께 산림청 홍보대사에 위촉되어 현재까지 활동중이다. 대개의 연예인 홍보대사들이 이름만 걸어놓는 것과 달리 그는 무척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게 산림청 관계자의 이야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2001년 9월경 하와이의 산림행정을 견학한 적이 있는데, 연예인이 감당하기 힘든 빡빡한 일정에 딱딱한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는데도 함께 간 산림청 관계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심을 쏟아 모두 놀랐을 정도라고 한다.
라디오 진행자로  3년 만에 방송 복귀한 아나운서 한성주

“지난해가 ‘세계 산의 해’였어요. 그래서 중요한 행사가 많았는데, 제가 유학을 가는 바람에 참석을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돌아와서는 다시 꾸준히 활동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산림청에서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평생 국민들에게 산림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싶어요.”
그는 지난해엔 6개월 동안 하와이로 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시아 각국에서 1∼2명씩 선발된 젊은 인재들이 모여 6개월 동안 공부를 하는 ‘아시아 리더십 프로그램’에 한국대표로 그가 선발된 것이다.
“대학 교수님이 추천을 해 원서를 냈는데 제가 뽑혔어요. 그곳에서 다른 나라 젊은이들과 함께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 국제정세, 환경문제, 사회문제 등에 대해 연구하고 토론하고 발표하고 시험 보고 하면서 지냈어요. 정말 사진 한장 찍을 시간도 없을 정도로 빡빡한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무척 값지고 소중한 경험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화제를 좀더 개인적인 부분으로 돌려보려 했지만 그는 “그런 이야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안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기자 역시 약속된 인터뷰가 아니었기에 그의 요청을 받아들여 더는 묻지 않았다. 앞으로 그의 활동이 더욱 왕성해지면 그때 못다 한 이야기들을 좀더 담담하고 솔직하게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가져본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