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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또다른 출발

첫아이 잃은 아픔 딛고 골프의류 사업 시작하는 개그맨 김국진

“결혼했어도 나는 개그맨, 아내는 탤런트라 부부 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게 돼요”

■ 글·이영래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입력 2003.07.01 19:05:00

최근 부인인 탤런트 이윤성의 유산, 아홉번째 세미프로골퍼 테스트 탈락 등 시련을 겪은 김국진이 자신의 일상에 대해 속시원히 털어놓았다. 자살 소동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던 김국진의 솔직 토크.
첫아이 잃은 아픔 딛고 골프의류 사업 시작하는 개그맨 김국진

개그맨 김국진(37)을 만나기로 한 곳은 강남 논현동의 골프 연습장이었다. 오후 3시,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나타난 그는 “잠시 여행을 다녀왔다”며 웃었다. “골프 연습 때문에 (얼굴이) 탄 건 아니에요. 요즘은 연습장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밖에 안 와요. 프로골퍼 도전을 포기한 건 아니고, 이번에 하게 되면 열번째 도전이 되잖아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데 이제는 되겠지’ 하고 믿는 거죠(웃음).”
지난 3월 김국진은 봄철 세미프로골퍼 테스트 1차 대회에서 78타를 기록, 커트라인 77타에서 1타차로 떨어졌다. 이로써 그의 세미프로 테스트 도전은 10수째를 맞이하게 된 것. 열번째 도전마저 실패하면 이제 프로골퍼를 향한 꿈을 포기하는 것이냐고 묻자 그는 잠시 뜸을 들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부터는 10단위로 가는 거죠. 20번, 30번, 100번 채울 때까지(웃음)” 하고 대답했다. 호흡을 끊고 잠시 시선을 모은 뒤 터뜨리는 반격, 김국진 특유의 개그 스타일이다.
그는 91년 KBS ‘대학개그제’에서 동상을 받으며 방송에 입문했다. 대학을 삼수 만에 들어갔고, 군대를 갔다온 이후 대학 4학년 때 개그계에 입문했으니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한 셈이다. 그러나 늦은 데뷔치고 그의 스타트는 너무나 순조로웠다. KBS ‘한바탕 웃음으로’에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시작한 그는 그해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연일 이어지는 겹치기 출연. 출발이 너무 좋았던 탓일까, 그는 93년 6월, “소재에 고갈을 느껴 더는 버틸 수 없다. 공부하고 오겠다”며 돌연 미국행을 선언했다. 김수용, 김용만 등 당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던 ‘감자골 4인방’이 단체로 결행한 선택이었기에 당시 그 파장은 대단했다.
당시 방송가 분위기는 험악했다. 의외로 사태가 복잡하게 전개되자 그는 미국에 있으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배우게 된 골프는 그에게 어찌 보면 하나의 탈출구이기도 했고, 사색의 창이기도 했다.
94년 6월, 그는 1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와 KBS에 복귀했다. 그러나 돌아오자마자 맡은 ‘토요일 7시가 좋다’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으며 참담하게 실패하고 말았다. 고교 시절 부친의 사업 실패로 시작된 가세의 몰락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재기 실패는 그에게 커다란 상처로 남았다.
그를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MBC ‘테마게임’이었다. 처음 출연섭외를 받았을 당시, 연기엔 자신없다며 고사했던 그는 “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연출자의 거듭된 설득에 출연 결심을 할 수 있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테마 게임’ 같은 형태를 좋아하고, 참 기억에 남지만 제가 나왔던 모든 프로그램들이 다 그만큼 애착이 가요. 사실 저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요. 그래서 드라마 ‘반달곰 내사랑’도 했고, 영화 더빙도 했고 이것저것 했죠. 지금은 영화를 해보고 싶은데, 마땅한 배역이 안 나오네요. 사람들이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 같은 역할을 한번 해보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하는데, 그런 영화라면 저도 꼭 해보고 싶어요.”

“아내가 임신 5주 만에 유산해 가슴이 많이 아팠어요”
만일 영화처럼 유태인 수용소에 아들과 함께 수용된다면 로베르토 베니니처럼 유쾌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냐고 묻자 그는 한참 고민하더니 “그 영화의 포인트는 결국 아들이 겁에 질리지 않게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 아닙니까? 아버지라면 가능한 일이죠. 영화 속 주인공 성격하고 제 성격하고 비슷하기는 해요” 하고 답했다.
자연스럽게 화제가 부인 이윤성의 유산 이야기로 넘어갔다. 지난해 10월17일 그는 MBC 시트콤 ‘연인들’에 극중 연인 사이로 출연하며 남몰래 연정을 키워왔던 탤런트 이윤성과 결혼해 화제를 모았다. 결혼 6개월 만인 지난 4월, 첫아기의 임신 사실을 확인하고는 뛸 듯이 기뻐했으나 임신 5주째에 접어든 이윤성이 배가 아파 병원을 찾았다가 ‘이미 유산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SBS ‘야인시대’ 촬영을 소화하며 감기몸살까지 겹쳐 피로가 누적된 게 원인. 이윤성은 유산이란 이야기를 듣자마자 통곡을 터뜨려 주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고 한다.

첫아이 잃은 아픔 딛고 골프의류 사업 시작하는 개그맨 김국진

세미프로골퍼 테스트에 열번째 도전하는 김국진. 요즘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골프 연습장을 찾아 맹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유산 이야기가 나오자 김국진의 표정은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유산하고 나니까(그는 잠시 숨을 끊고 뜸을 들였다) 마음이 무척 안좋아요.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아프다’는 이야기를 거듭하다가 그는 손을 가슴에 갖다댔다. 동어반복을 거듭할 뿐 특별히 표현할 어떤 말을 찾아내지 못한 듯, 그는 동의를 구하는 눈빛으로 기자를 쳐다보다 입을 다물었다.
지난해, 결혼 당시 이미 36세, 만만찮은 나이였다. 늦은 나이에 결혼한 터라 내놓고 서두르지는 않았지만 속으로 아이를 기다렸던 마음은 감출 수 없었다. 이윤성은 “몸이 차서 임신이 안된다”며 한약까지 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유산을 하게 되자 부부 둘다 상심이 컸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몸부터 챙겨야 하니까 그런 점에 신경을 쓰고 있죠. 부부 금실이 뭐 별거 있나요? 좋을 땐 한없이 좋고 싸울 땐 또 많이 싸워요. 연애는 정말 ‘연인들’ 하고 똑같이 했어요. 신기하게도 둘이 가까워진 게 드라마 속 스토리하고 거의 비슷했어요. 극중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으며 둘이 가까워졌는데, 사실 저희도 그 신을 찍으면서 연인관계가 됐거든요. 처음에 저한테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문자 메시지를 받긴 받았는데 어떻게 보내는지 몰랐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가면서 답장을 보냈죠(웃음).”
그는 연애 과정이나 부부 생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결혼했어도 자신은 개그맨 김국진이고 아내는 탤런트 이윤성이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결혼 이후 이들은 구설수에 휘말린 적이 있었다. 그가 복통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놓고 ‘음독자살기도’설이 터져나왔던 것. 이 일의 진위를 묻자 그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살 소동 후에 웬만큼 아픈 거 가지고는 병원에 안 가요”
“사생활 이야기 같은 게 와전되면 참 듣기 싫더라고요. 내 의도와 상관없이, 정확한 근거없이 말이 와전되잖아요? 물을 먹는 걸 보고 약을 먹었다고 하고, 그냥 그런 게 싫어서 사생활은 사생활대로 내버려두고 싶어요. 자살 소동 있고 나서는 웬만큼 아픈 거 가지고는 병원에 안 가요. 죽을 거 같으면 그때는 가야죠(웃음).”
가장이 된 그는 이제 돈벌이에도 적극 나설 참이다. 개그계의 톱스타로 10여년을 군림해오는 동안 그가 벌어들인 소득은 남부럽지 않은 수준. 김용만이 “적어도 빵 CF만큼은 내가 따내지 않을까 했는데, ‘국진이 빵’이 나와버렸다”며 한탄했을 정도로 CF에서도 주가를 올린 그다. CF를 통해 “밤새지 말란 말이야!” 등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모은 재산은 별로 없다.
첫아이 잃은 아픔 딛고 골프의류 사업 시작하는 개그맨 김국진

“(돈은) 많이 벌었어요. 근데 제가 남의 부탁을 잘 거절 못해요. 그러다보니 모아놓은 재산이 별로 없어요. 사업을 해보려고 해도 뭐 해본 게 없으니 쉽지가 않았고. 근데 제가 잘 아는 게 두가지 있어요. 방송하고 골프인데, 이거라면 잘 할 수 있겠다 싶어서 골프의류 사업을 시작하기로 했어요. 제가 골프를 치면서 느끼는 건데 젊은 사람 취향에 맞는 골프의류를 찾아보기 힘들더라고요.”
김국진 주변의 지인들은 그를 보고 “사제 같다”는 말을 자주 하곤 한다. 그의 선량한 표정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그 말에 당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밤무대는 왜 안 나가느냐?”고 물으면 “저하고 안 맞아서요” 하고 태평스럽게 대답하는 그가 사업을 한다고 하니 의외다. 하지만 그는 “딴 거 하면 분명 망하는데 골프와 관련된 것이라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올여름 출시를 목표로 준비중인 김국진표 골프웨어 브랜드명은 ‘도베르만’. 충직하고 용맹하기로 유명한 경비견 도베르만을 상표로 20∼30대를 겨냥한 젊은 골프웨어를 출시하겠다고 한다. 큰형이 디자인과 사업 실무를 맡아 일종의 가족 사업이 되는 셈인데, 런칭은 오는 7월경 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사업을 하더라도 연예계 활동을 게을리 하지는 않겠다고 한다. 30대 후반인 그이지만 ‘깜찍발랄’한 재치는 여전하다. 앞으로도 그의 ‘사람 좋아 보이는’ 밝은 웃음을 기대하는 것은 기자만의 바람이 아닐 것이다.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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