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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이 남자의 삶

제2의 전성기 누리는 유동근이 털어놓은 ‘인기보다 더 소중한 나의 가족 이야기’

■ 글·이영래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입력 2003.07.01 17:30:00

최근 유동근의 활약이 눈부시다. KBS 드라마 ‘아내’에서 두 여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상진으로,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에서 첫사랑이 남기고 간 딸을 고이 기르며 살아가는 홀아비 선생 역으로 열연을 펼친 그를 만났다. 40대 후반의 유동근이 털어놓는 이 시대 남편, 아버지의 이야기.
제2의 전성기 누리는 유동근이 털어놓은 ‘인기보다 더 소중한 나의 가족 이야기’

김희애, 엄정화의 브라운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KBS 월화드라마 ‘아내’가 6월24일 종방을 맞았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두 아내를 갖게 된 한 남자의 비운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는 지난 1월6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평균 시청률 20% 이상을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누렸다. 무엇보다 종방을 앞두고 관심의 초점이 됐던 것은 주인공 한상진(유동근)이 김나영(김희애)과 윤현자(엄정화) 중 어느 부인을 찾아갈지에 관한 것. 지난 82년 방영된 동명의 드라마에선 남편이 첫부인에게 돌아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논란을 거듭한 끝에 2003년판 ‘아내’는 주인공 한상진이 죽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를 놓고 출연진과 제작진 모두 논란이 많았어요. 남자들은 대개 현자 편이었고, 여자들은 조강지처라는 생각 때문인지 나영의 편을 많이 들었죠. 남자들이 현자 편을 많이 든 건 현자가 섹시했기 때문 아닐까요?(웃음) 저라면 나영을 선택했을 거예요. 좋잖아요? 돈많고 능력 있고(웃음). 나영은 상진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강한 존재지만 현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아 연민이 느껴지긴 하죠. 하지만 조강지처는 결코 버릴 수 없는 거예요.”
드라마 종영을 앞두고 KBS 수원제작센터에서 만난 유동근(47)은 “나영, 현자 편으로 갈라진 시청자들의 압력 때문에 결국 나만 죽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 89년 전인화(38)와 결혼해 서현(12), 지상(10) 남매를 두고 있는데, 같이 드라마를 본 가족들은 누구 편을 들었냐고 물었다. 그는 “같이 연기를 하는 입장이다 보니까 집사람하고는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집 아이들은 그 시간까지 TV를 보지 못합니다. 그러니 뭘 말할 게 없죠” 하며 웃었다.
“습관을 들이려고 그러는 면도 있지만 일찍 재우지 않으면 안돼요. 우리 아이들은 아침 6시에 일어나 7시면 등교하거든요. 왜 그렇게 학교에서 일찍 오라는지 모르겠어요. 아침에 가서 보충수업도 받고 그러는 것 같아요. 영어, 수학, 국어, 피아노 등 방과 후에도 너무 많은 공부에 시달리길래 글짓기를 제외한 다른 과외는 모두 못하게 했어요. 공부 잘하고 못하는 게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감성적이고 눈물 많은 나와 달리 집사람은 터프해요”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가족 이야기로 넘어갔다. 최근 그는 가족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 연예계의 잉꼬 부부로 워낙 유명한데다 최근 잇따라 인자하고 자상한 아버지 역을 주로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첫사랑 사수궐기대회’에서도 그는 아내를 잃고 홀로 어린 딸을 키우는 우직한 교사 아버지 역을 맡았다. 실제 그는 어떤 아빠이고 남편일까?
“외면적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아빠입니다. 가끔 아이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하는데, 가령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엄하게 일침을 가해야 할 때가 있잖아요? 그러고 나면 아이들에게 말로 전할 수 없는 어려운 감정들이 가슴 속에 남아요. 그럴 때 아이들 베갯밑에 편지를 넣어둡니다. 어떤 아버지가 좋은 아버지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버지의 실패, 아픔까지도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그는 이제껏 해왔던 역할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인물로 지난 96년 방영된 MBC 드라마 ‘애인’의 황신혜 남편 역을 꼽았다. 이 시대 아버지, 남편의 모습이 고스란히 그속에 녹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애인’의 황신혜씨 남편 역이 바로 우리 시대 남자들의 모습이에요. 그 남자는 가장으로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을 합니다. 하지만 그 헌신이 아내와 아이들의 허한 마음을 채워주지는 못하죠. 생활에 쫓기다보니 생일이나 기념일도 잘 챙겨주지 못해요. 어느 순간 성실하게 살아온 우리의 가장들은 그렇게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가 되는 겁니다. 흔히 아이들에게 엄마는 좋은 사람, 아빠는 나쁜 사람으로 각인되지 않습니까? 아빠는 필요할 때 아이들 옆에 있지 않거든요. 그러다 나이 마흔이 넘어가고 직장에서 퇴출당하고 아버지란 존재는 그렇게 점점 나약해지고 위축되는 거죠. 물론 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 연기자고 일반 직장인들과는 좀 경우가 다르죠. 하지만 주변을 통해 그런 모습들을 많이 봐왔어요. 그러다 보니 그 역할에 애착이 많이 갔어요. 또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제2의 전성기 누리는 유동근이 털어놓은 ‘인기보다 더 소중한 나의 가족 이야기’

SBS 사극 ‘여인천하’ 이후 전인화는 휴식을 취하며 충실한 가정주부로 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최근 부인 전인화와 미국 뉴욕 한국전통문화박물관 건립을 위한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디자이너 이영희씨가 만든 한국 왕과 왕비 의상을 입고 패션쇼 무대에 서기도 했는데, 두 사람이 입었던 의상은 2005년 스미소니언 박물관 한국관 오픈때도 전시될 예정이다.
“모처럼 미국 가서 집사람하고 잘 쉬다 왔습니다. 사실 이번에 영화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 찍으면서 끊임없이 첫사랑에 대한 질문을 계속 받았는데 제 첫사랑은 정말 집사람입니다. 저는 대학 시절 학교(서울예대 연극과)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어요. 수업은 안 들어가면서 괜히 빈 강의실에서 도시락 까먹고 있는 과 커플들이나 쫓아가서 혼내고 그랬어요. 교무행정 보던 양반이 그걸 보더니 ‘너 공부 안해도 졸업시켜줄 테니까 학교 규율반장이나 해라’ 그러더라고요. 진짜 수업 빼먹고 그짓을 하고 다녔으니 오죽했겠습니까? 친구도 없고, 여자도 없었어요. 미팅은 더 싫어했고…(웃음).”
연극 수업을 끔찍이 싫어했던 그는 학교 규율반장 노릇을 하며 연극실습 시간까지 빠졌다고 한다. 그토록 연기를 싫어하던 그가 탤런트가 돼 연기대상까지 받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한 데가 있다.
“탤런트가 되고 나서 연극 공부가 필요한 걸 알았죠. 그래서 그때부터 연극을 한 거예요. 그때 집사람을 만났는데 느낌이 참 깨끗했어요. 자기보다 비중이 약한 역을 맡은 친구들과 시간과 자리를 나눌 줄 아는 마음씀씀이도 보기 좋았고…. 그렇게 2년 6개월 연애하다 결혼한 거예요. 그리고 그냥 담담하게 살아왔죠. 저는 좀 감성적이고 눈물도 많은 편인데, 우리 집사람은 보기보다 터프해요. 여느 여자들과는 달리 생일이나 기념일 같은 것에 의미를 두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래도 제가 그런 날을 잊고 지나쳐본 적은 없습니다.”
SBS 인기 대하사극 ‘여인천하’를 끝으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전인화는 현재 충실한 주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학원 등에 보내지 않게 된 것도 그가 활동을 쉬면서 숙제 및 예습·복습지도를 직접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여성동아 2003년 7월 4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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