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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시련을 딛고

임대료 체납 소송·악성 루머 속에서도 SF영화 제작의 꿈 포기하지 않는 심형래

■ 글·최호열 기자 ■ 사진·박해윤 기자

2003. 06. 10

코미디언 출신의 SF영화감독 심형래에게 최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연이어 일어났다. 현재 제작중인 영화 ‘디 워’가 정보통신부 디지털콘텐츠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반면, (주)쌍방울로부터 임대료 체납 소송을 당한 것. 그를 만나 자세한 내막을 들어보았다.

임대료 체납 소송·악성 루머 속에서도 SF영화 제작의 꿈 포기하지 않는 심형래

99년 SF영화 ‘용가리’로 화제를 모았던 코미디언 출신의 영화감독 심형래(45)가 현재 제작중인 영화 ‘디 워’(D-WAR, 용들의 전쟁) 견본품으로 지난 5월1일 정보통신부에서 수여하는 디지털영상 부문 디지털콘텐츠 대상을 수상했다. 세간의 삐딱한 시선과 비웃음 속에서도 10년 넘게 한국SF영화 제작의 외길을 걸어오며 축적한 영구문화아트의 컴퓨터그래픽 수준을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호사다마랄까, 그는 현재 (주)쌍방울로부터 임대료 등 10억여원을 체납했다며 고발을 당한 상태다. 또한 돈 때문에 아내와 불화를 겪고 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그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양평동에 있는 그의 영화사 영구문화아트를 찾았다.
영구문화아트는 정말 허름했다. 98년 당시 부도가 난 (주)쌍방울의 창고 부지를 임대한 것이었는데, 몇몇 건물은 반쯤 부서져 있는 등 최첨단 SF영화 제작 스튜디오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선입견은 오래 가지 않았다. 건물 1층과 간이 창고, 마당 곳곳에 널려 있는 미니어처(축소 모형)들은 섬세하고 정교했고, 심형래가 현재 작업중이라며 보여준 ‘디 워’의 컴퓨터 그래픽 화면들은 마치 실물을 찍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작년에 개봉한 ‘반지의 제왕’ 컴퓨터 그래픽 화면과 비교해 손색이 없어 보였다.
“내년 6월 미국과 일본 등 전세계에서 동시 개봉할 것”이라는 심형래의 얼굴엔 자신감이 가득했다. 그는 총 제작비를 1백50억원으로 잡고 있는데, 영화매출 수익이 그 100배인 10억달러는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현재 ‘디 워’에 80억원 정도를 투자한 상태”라는 그의 말을 들으며 최근 신문기사를 화제로 떠올렸다. 그가 (주)쌍방울로부터 지난 1월 소송을 당했다는 내용이다. 영구문화아트가 지난 98년부터 쌍방울의 창고 부지를 임대해 사용했는데, 지난해 7월 임대차 계약이 종결된 후에도 이주하지 않고 현재까지 무단으로 점유하고 있다는 것. 쌍방울은 올해 5월까지 연체된 총 임대료가 10억원을 상회한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야기가 나오자 심형래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지금 한창 영화를 제작중인데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영화 제작을 포기하라는 말밖에 더 되냐는 항변이었다.
“보셔서 알겠지만 이곳엔 우리가 수개월에 걸쳐 수십억원을 투자해 만들어놓은 거대한 미니어처들이 여러 개 있어요. 그것들은 옮길 수도 없어요. 옮기다가 조그만 달라져도 처음부터 촬영을 다시 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만 기다려달라고 사정을 했는데도, 무조건 안된다는 거예요.”
그는 임대료도 밀린 게 아니라 재계약을 협상하기 위해 주지 않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또한 연체된 금액도 계약금 2억원과 영구문화아트의 주식을 준 것이 있기 때문에 쌍방울이 주장하는 10억원이 아니라 5∼6억원 정도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자기가 가는 길을 막고 있다고 밀어 넘어뜨릴 수는 없는 거 아닌가요? 쌍방울에서도 제 입장을 좀 이해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아무튼 최종결정은 법원에서 내릴 테니까 그때까지 기다려야죠.”

아내는 PC방 운영하며 집안 살림 꾸려
그는 97년 이후 ‘용가리’를 제작하는 데에만 1백50억원, 그리고 지금 ‘디 워’를 제작하는 데 1백50억원, 그리고 직원이 90명이 넘는 영구아트무비를 운영하느라 매달 수억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가 아무리 연예인 생활과 어린이 영화를 통해 많은 돈을 벌었다고 해도 재산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가 지금까지 SF영화에 투자한 돈을 다 합치면 6백억원은 족히 될 겁니다. ‘영구와 아기공룡 쭈쭈’ ‘티라노의 발톱’ ‘파워 킹’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전액 다음 영화에 재투자되었어요. 그리고 부족한 돈은 형님과 처가, 뜻을 같이하는 분들이 도와주었죠. 형님이 김치냉장고와 에어컨을 생산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거든요.”

임대료 체납 소송·악성 루머 속에서도 SF영화 제작의 꿈 포기하지 않는 심형래

또한 처가에 손을 벌릴 때도 많았다며 “처가가 아니었으면 망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처가는 종로 2가에 큰 빌딩을 소유하고 있는 재력가로 알려져 있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심형래가 돈에 쪼들리면서 아내와 갈등이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런 소문이 돈 것을 아느냐고 묻자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결혼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아직까지 부부싸움 한번 한 적이 없어요. 바가지를 긁기는커녕 제가 힘들어할 때면 누구보다 먼저 걱정하지 말라며 격려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아내예요. 아내는 나이는 저보다 훨씬 어리지만 당차고 자립심이 강한 사람이에요.”
“그런 악성루머가 나는 게 부인이 너무 언론에 안 나와서 그런 것 아니냐”고 하자 “아내는 앞으로도 언론에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방송 출연 섭외가 들어오면 아내는 항상 자기가 심형래 부인이란 게 알려지면 시장에서 물건값도 못 깎을 거 아니냐며 거절해요. 아내의 입장을 전 충분히 이해해요. 더구나 요즘은 연예인 부부가 방송에 나와 ‘우리 사랑해요’ 하고는 며칠 있다 이혼하는 일이 흔하잖아요(웃음).”
그는 자신의 불화설을 일축하듯 아내가 현재 운영하고 있다는 PC방 위치까지 일러주었다.
“저는 지금까지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인 딸아이의 손을 잡고 수영장 한번 가본 적이 없어요. 그 정도로 SF영화에 매달렸어요. 아내에게도 할리우드 기술을 따라잡을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했어요. 아내도 저를 적극 내조하고 있고요. 솔직히 아내는 자기가 일하는 게 좋아서 PC방을 한다고 하지만 제가 집에 가져다주는 돈이 없으니까 집안 살림을 꾸리려고 직접 생활전선에 뛰어든 거예요. 그렇게 저를 이해해주고 챙겨주는데, 나쁜 소문이 들리면 황당하죠.”
그는 ‘디 워’의 제작이 아직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컴퓨터 그래픽을 활용한 만화영화 ‘보물섬’과 ‘피시 워’(물고기들의 전쟁) 등 다음 작품의 구상까지 마쳤다고 한다.
“만약 제 한몸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했다면 그동안 벌어놓은 돈과 방송활동만 해도 충분해요. 하지만 전 어린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그래서 영화를 통해 아이들의 마음에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것으로 그 사랑에 보답하고 싶어요. 그게 제가 그 많은 비난을 받으면서도 영화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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