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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 부부 살아가는 이야기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조민기·김선진 부부

“돈관리, 육아, 권태기 극복까지 처음 공개하는 결혼생활 11년”

■ 글·최숙영 기자 ■ 사진·최문갑 기자

2003. 05. 07

KBS '노란손수건'과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로 상한가를 올리고 있는 탤런트 조민기. 결혼 11년차, 소문난 잉꼬부부로, 두 아이의 자상한 아빠 엄마로 살아가는 조민기 부부를 만났다.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조민기·김선진 부부

조민기 부부를 만나기에 앞서 그에게 휴대전화를 걸었을 때 조민기(38)는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잠깐 얘기하는 동안에도 그는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숨을 헐떡였다.하긴 KBS 일일연속극 ‘노란손수건‘과 MBC 아침드라마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 출연하고, 경남 양산에 위치한 영산대학교에서 연기 강의까지 하니 오죽 바쁘겠는가. “일주일 중에 단 하루 수요일만 쉬고 나머지 6일은 스케줄이 빡빡하게 차 있다”고 했다.
조민기는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하아…” 하고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었다. 마음이 여려서 거절하지는 못하고 한참을 괴로워하더니 “그럼 수요일에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는 빠른 어조로 전화번호를 불러주었다. 알고보니 아내 김선진씨(37)의 휴대전화 번호였다.
하지만 그녀도 바쁜 것 같았다. 전화를 걸었더니 역시 숨 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거절은 못하고 마지못한 듯이 “지난해 헤어숍을 오픈해서 바쁘긴 하지만 남편이 약속을 했다니까 시간을 내보겠다”고 했다. 살다보면 부부는 닮아가는 걸까. 어쩌면 이처럼 똑같은 반응을 보이며 똑같은 말을 할까.
기자는 지난 4월16일 아내 김씨가 운영하는 청담동의 ‘끌로에’ 헤어숍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그날도 조민기 김선진 부부는 꽤나 바빠 보였다. 만나자마자 연달아 휴대전화가 울리는 바람에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조차 힘들었다.
“올해로 결혼 11년차인데 저희는 서로 바쁜 부부예요. 남편은 촬영하느라 바쁘고 저는 헤어숍을 운영하느라 바쁘고, 한집에 살면서도 얼굴을 못 볼 때가 많아요. 어제도 남편이 밤새 촬영하고 새벽에 들어왔는데 아침에 보니까 정신없이 자더라고요. 제가 남편의 자는 얼굴에다 클렌징과 마사지를 해주었는데 그것조차 모르고 계속 자는 걸 보니까 안쓰러운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를 쳐다보며) 당신 그거 몰랐지?”
그 말에 조민기가 약간 놀란다. 표정을 보니 ‘어? 그랬나?’하는 표정이다. 아닌 게 아니라 밤샘한 얼굴치고 그의 얼굴은 상태가 좋아 보였다.
“저는 조민기씨가 제 남편이지만 남편이기 전에 배우라고 생각해요. 또 배우는 배우다워야 한다는 게 제 지론이에요. 남편이 어디 가서 결혼한 남자로 보이기보단 결혼을 안 한 총각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친구들은 저보고 ‘남편이 탤런트인데다 나이에 비해 젊어 보여서 불안하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안 그래요. 오히려 사람들이 남편 보고 ‘어머, 조민기씨 결혼했어요? 난 총각인 줄 알았는데…’라는 말을 할 때가 가장 기뻐요.”
헤어숍을 운영하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진씨. 영화 ‘이중간첩‘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 등에서 분장을 담당할 정도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그는 남편의 얼굴도 주기적으로 관리를 해주고 있다고 한다. 이런 아내의 내조 덕분일까.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조민기·김선진 부부

결혼 초기에는 인생의 파트너가 와이프 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인생의 파트너가 많아져 흐뭇하다는 조민기.


조민기는 최근 연기자로서 상한가를 올리고 있다. KBS 일일연속극 ‘노란손수건‘과 MBC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에서 정반대되는 두 인물을 연기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는 비열한 남자로, 저녁에는 자상한 남자로 TV에 얼굴을 비추지만 사람들은 ‘노란손수건‘의 자상한 남자 영준 역에 더 점수를 주고 있다. 그렇다면 집에서는 어떤 남편일까.
“집에서는 더 자상해요. 아이들한테 아빠는 그야말로 ‘놀이터’예요. 아이들하고 어찌나 잘 놀아주는지 딸 윤경이(9)와 아들 경현이(8)가 아빠 배 위에 올라타고 장난을 쳐도 짜증을 내는 법이 없어요. 아이들 입학식 때도 예비소집일 날 저 대신 학교에 가서 선생님들한테 일일이 인사드리고 학부모회에도 참석할 정도예요. 정말 자상한 남자죠.”
그 말에 조민기가 끼여든다.
“촬영 일정이 빡빡하니까 술 마실 시간도 없고 사람들하고 어울릴 시간도 없어요. 제 직업이 배우이긴 하지만 집에서는 한 여자의 남편이고 아이들 아빠잖아요. 가정에 충실해야죠.”
좀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보기에는 깐깐하고 권위적일 것 같은데 얘기를 들어보니 더할 나위 없이 가정적이고 자상한 남편이 아닌가.
그는 결혼기념일도 잘 챙기는 편이다. 결혼기념일을 깜빡 잊고 그냥 넘어간 적은 없다. 촬영 때문에 바쁠 때는 며칠 뒤로 미루더라도 꼭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아내 김씨가 그에게 받은 결혼기념일 선물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나는 것이 있다면 결혼 1주년 때 받은, 알이 아주 작은 반지라고 한다. 당시 그는 김씨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면서 “10년 뒤에는 더 값비싼 걸로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지만 남편의 본분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는 그녀다.
“결혼해서 살다보면 어느 부부나 그렇듯이, 싸울 때가 있잖아요. 대개 사소한 것 가지고 부부싸움을 하게 되는데 저희는 적절하게 조율을 해요. 나도 내 자신이 마음에 안 들 때가 많은데 서로 왜 마음에 안 들 때가 없겠어요. 결혼 전 20여년을 떨어져서 살았는데요. 그래도 서로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내가 확고한 부분은 와이프가 받아주고 와이프가 확고한 부분은 내가 받아주면서 말이죠. 결혼 초기에는 몰랐는데 살아가면서 그런 점을 터득하게 된 것 같아요.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경제권은 아내 김씨가 쥐고 있고 조민기는 “앵벌이처럼 용돈을 타서 쓴다”고 말한다. 이에 김선진씨가 귀엽게 눈에 쌍심지를 켜며 “당연히 경제권은 여자가 쥐고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그러자 “하하핫” 웃음을 터뜨리는 조민기. 이 부부가 금실이 좋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서로 영역을 인정해주는 것. 결혼 11년차에 깨달은 삶의 지혜다.
“저희 부부는 자녀교육에 대해서도 생각이 같아요. 와이프나 저나 미친 듯이 매달려서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키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가 욕심이 많은 탓에 피아노, 영어, 한문 등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억지로 시키는 것은 없어요. 아이들이 학교에서 빵점을 맞아가지고 와도 야단을 안 칠 생각이에요. 빵점 맞았다고 야단을 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이 스스로 왜 빵점을 맞았나, 생각하고 반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죠.”
아이들 숙제도 그가 직접 봐준다고 한다. 딸 윤경이의 경우 가르쳐야 할 내용이 만만치 않아 먼저 교재를 보고 공부를 한 후에 가르친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도 많은 걸 배우는 게 사실이다.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좋을지, 딸아이를 가르치면서 은연중에 깨닫는다고 할까.
“저는 아이들이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어요. 하지만 연예인은 시키고 싶지 않아요. 아이들이 하고 싶어한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지만 제 자신이 애써 연예인을 시키려고 나서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대해 누구보다도 잘 아니까요.”
딸 윤경이와 아들 경현이는 아빠인 그가 연예인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극중에서 다른 여자 배우들과 포옹하거나 키스하는 신이 나오면 무지 싫어한다고 한다. 윤경이는 그나마 거부감이 없는데 경현이는 노골적으로 “우리 아빠는 부인이 많아요” 하면서 싫은 기색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저는 아이들이 빨리빨리 자랐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크면 지금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으니까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는 건 그만큼 제가 늙는다는 걸 의미하지만, 상관없어요. 아이들이 빨리 자라서 맛있는 음식도 같이 먹으러 다니고 여행도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결혼 초기에는 제 인생의 파트너가 와이프밖에 없었는데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제 인생의 파트너가 많아진다는 것이 흐뭇하게 느껴져요. ‘조민기파’의 무리가 많아진 셈이죠.”

요즘 주부들 사이에서 최고 인기! 조민기·김선진 부부

남편이 본분을 잊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움을 느낀다는 아내 김선진씨.


이런 그를 보고 아내 김씨가 한마디 거든다. “남편하고 살아보니, 살면 살수록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이다.
이들 부부는 서로 바쁘기 때문에 외식은 자주 못해도 일년에 한번씩은 꼭 해외여행을 간다. 남들이 들으면 사치스럽다고 비난할지 모르겠지만, 그가 연예인이다 보니 가족끼리 어디를 가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럴 때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참 피곤한 직업이라는 걸 새삼 실감하지만, 연기자로 사는 이상은 어쩔 수가 없기 때문에 여행만큼은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부부가 행복하게 살려면 서로 배려해줘야 해요. 배려가 없으면 피곤하죠. 자기애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되지만 필요 이상으로 헌신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남편이건 아내건 서로 배려해주면서 적당히 긴장하면서 사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행복한 결혼생활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그의 대답이다. 조민기는 명쾌하게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긴장하면서 스스로 처지지 않게 자신을 추스리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의미에서 배려와 긴장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위한 ‘보약’과 같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 부부도 다른 부부들과 마찬가지로 권태기가 있었어요. 다행히 잘 넘겼지만 그때 제가 얻은 결론은 어느 부부나 권태기가 올 때 잘 넘겨야 한다는 거예요. 결국엔 참고 사느냐, 헤어지느냐 둘 중 하나인데 요즘엔 이혼한다고 해서 다 불행해지는 것만도 아닌 것 같아요. 이혼하지 않아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면 불행한 삶이겠죠. 행복의 잣대를 어디에다 두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김선진씨는 요즘도 남편 조민기를 볼 때마다 신혼 때처럼 마음이 설렌다고 털어놓는다. 마음이 설렌다는 의미가 꼭 설레서 설렌다기보다는 설레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그녀가 사랑스러운지 조민기가 그녀를 감싸안는다. 결혼 11년차인데도 다정하게 살아가는 이 부부, 먼 훗날 나이 들어서 70세가 되고 80세가 돼도 이 두사람은 재미나게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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