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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특별한 체험

틱낫한 스님과 함께한 3일간의 명상수행 체험기

“걷기명상·호흡명상·식사명상 통해 화를 제거하니 몸과 마음이 가벼워져요”

■ 기획·최호열 기자 ■ 글·박윤희 ■ 사진·명진출판 제공

입력 2003.05.07 15:50:00

우리나라에 명상 신드롬을 불러온 '화' '힘'의 저자 틱낫한 스님이 최근 한국을 방문, 독자들과 함께 3일 동안 명상수행의 시간을 가졌다.
한국판 플럼빌리지에서의 이색 체험기.
틱낫한 스님과 함께한 3일간의  명상수행  체험기

프랑스 보르도 지방에 있는 ‘플럼빌리지(자두 마을)’. 이곳은 세계평화운동가이자 ‘살아 있는 부처’로 추앙받고 있는 베트남 출신 틱낫한 스님(77)이 지난 82년에 세운 수행공동체다. 틱낫한 스님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플럼빌리지 생활을 한번쯤 꿈꾸어봤을 법한데, 기자 역시 ‘화‘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 등 국내에 출간된 그의 책을 읽고 오래 전부터 플럼빌리지 방문을 소망하고 있었다.
틱낫한 스님이 한국을 방문했던 지난 3월 말, 마침 ‘틱낫한 스님과 함께하는 3일간의 수행’이란 이름으로 플럼빌리지의 생활을 한국에서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행사는 지난 3월28∼30일 2박3일에 걸쳐 충남 천안에 있는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약 3백명의 인원이 참여했는데 주로 주부들이 눈에 많이 띄었고 일가족이 참여하거나 부부, 자매, 모녀끼리 짝을 이루어 찾아온 경우도 많았다. 특이한 것은 국내 비구, 비구니, 불교 신자는 물론이고 천주교 신자라고 밝힌 회사원, 주부, 대학생들도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로 내력을 모르는 일행들에 섞여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 첫발을 디딘 시각은 3월28일 오후 2시. 3일 동안 머물 방을 배정받고 혼자 숙소에 있으면서 이번 수행기간 동안 무엇을 얻어갈 것인가 잠시 생각해봤다. 사흘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서울에 갈 때는 좀더 ‘건강한 사람’ ‘화를 덜 내는 사람’ ‘아름다운 사람’으로 변해 있길 기원했다.
오후 5시30분. 틱낫한 스님의 법문이 있기 전 오리엔테이션의 성격을 띤 ‘온전한 휴식’ 시간이 체육관에서 있었다. 한 스님이 ‘3일간의 수행 동안 온전히 순간순간을 느껴보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걷기명상’ ‘호흡명상’ ‘식사명상’ 방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3일 내내 ‘고귀한 침묵’을 지켜줄 것을 당부했다. 고귀한 침묵은 단지 말만 안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마음이 쉬고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것이 지켜져야만 우리의 마음속을 지나가는 모든 종류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고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녁 7시30분, 체육관에서 가부좌를 틀고 방석 위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선다. 틱낫한 스님이 제자들을 이끌고 들어오는 순간, 그의 발걸음에 시선이 쏠린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내딛는 발걸음이 가볍고 달팽이처럼 느리다.
“여러분이 거리에 버린 ‘아이’가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거리에는 차가 마구 지나다닙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그 차에 쉽게 치일 수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만일 여러분이 아이에게 1분이라도 관심을 두지 않으면 사고가 일어납니다. 사고를 막으려면 여러분은 항상 그 아이와 같이 있어야 합니다.”

틱낫한 스님과 함께한 3일간의  명상수행  체험기

지난 3월28일부터 30일까지 열린 명상수행체험 행사 모습.


이 시간 법문 주제는 ‘깨어 있음과 집중의 힘’으로 요약되었는데, 스님은 이것을 아이에 비유하면서 불교명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교명상이란 자기 자신과 함께하는 행위이고, 따라서 자신을 항상 바라보고 있지 않으면 몸뿐만 아니라 ‘감정’ ‘인식’에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몸, 감정, 인식을 다치지 않게 하려면 스스로 ‘수호천사’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도구’를 이용해 자신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인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가 바로 여러분의 수호천사입니다.”
틱낫한 스님의 저서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는 걷기명상, 호흡명상, 식사명상 등의 수행 방법은 모두 ‘마인드풀니스’를 얻기 위함이다. 마인드풀니스 사상은 틱낫한 스님의 핵심사상으로 우리말로 옮기기엔 상당히 까다로운 개념인데, 이날 틱낫한 스님의 통역을 맡은 현경 교수(뉴욕 유니언신학대학)는 ‘깨어 있음’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깨어 있음이란 바로 지금 이 순간 일어나고 있는 일을 완전히 느끼는 것입니다. 깨어 있음과 집중의 힘이 강해질 때 ‘지혜’가 생기는데 이 지혜가 여러분에게 ‘자유로움’과 ‘치유’를 줄 것입니다.”
스님은 단상에 놓여 있는 하얀 칠판 쪽으로 걸어가 한자로 ‘염(念)’이란 글자를 쓰면서 걷기명상 시범을 보여주었다.
“정념은 우리를 지금 이 순간으로 돌아오게 하는, 충분히 깨어 있게 하는 힘입니다. 제가 걸을 때, 발걸음 하나 하나를 느끼고 바로 이 순간에 완전히 서 있을 뿐이지 나의 마음은 과거나 미래에 있지 않습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삶의 경이란 바로 이 순간에만 가능합니다. 이 순간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삶의 약속을 잊어버리는 것이고 ‘정토’를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스님은 ‘깨어 있음’을 위해 걷기명상과 호흡명상을 일상화할 것을 제안했다. 들숨 날숨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면서 고요함의 깊이를 관찰해보라고 하는데 다른 잡념을 버리고 오로지 숨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동안 ‘불안’ ‘걱정’ ‘과거’ ‘미래’에 마음을 도둑맞고 있었기 때문인가 보다. 어렵지만 10분 정도 숨쉬기를 따라 해보니 왠지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고 앞으로 수행을 계속 쌓아가면 ‘마음의 주인’ 노릇을 톡톡히 할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이 스친다.
이날 법문 시간이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 걷기명상을 하고 있는 스님의 뒷모습이 보인다. 뒤에서 살금살금 따라가면서 스님의 고요하고 깊은 걸음걸이를 따라 해보지만 자꾸 걸음걸이 동작이 엉켜 웃음이 나왔다. 아직 마음의 고향, 정토에 도달하려면 멀었나 보다. 지척에서 보는 스님의 뒷모습은 마치 보름달을 스쳐가는 구름처럼 조용하고도 평화롭다. 전세계 사람들이 왜 스님을 일컬어 ‘소요(逍遙) 하는 평화’라고 하는지 이제 알 것 같다. 그의 평화로운 에너지가 동심원처럼 전달되어서일까. 밤새 마음속에서 무엇인가 묘하게 일렁거린다. 긴 일기를 쓰다가 늦게 잠이 들었다.

틱낫한 스님과 함께한 3일간의  명상수행  체험기

참석자들은 3일 동안 명상을 통해 ‘화’를 푸는 방법을 체험했다.


3월29일 둘쨋날 아침, 지난 밤 늦게 잔 탓에 새벽 6시에 마련된 ‘좌선과 예불’ 시간에 지각을 하고 말았다. 아침부터 허둥지둥 뛰어다녔더니 전날 도통한 듯한 기분으로 새롭게 얻은 평화가 다 깨지는 것 같다. ‘누구나 깨달음을 얻는 것은 쉽지만 그 깨달음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는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스님은 법문 시간에 우리가 ‘깨어 있음’을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수행방법을 아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었다. 전화벨이 울릴 때, 컴퓨터 작업을 할 때, 설거지를 할 때, 밥을 먹을 때, 아침에 이를 닦을 때 마치 이 모든 것을 정토에서 하는 기분으로 충분히 집중해서 하라는 것이었다. 불안, 근심, 걱정 등으로 자신의 영혼을 시든 꽃으로 만들지 말고 스스로 인류의 정원에 피어 있는 ‘아름다운 꽃’임을 자각하고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라고 말이다.
“좋은 수행자가 되기 위해 굳이 명상센터로 갈 필요가 없습니다. 운전할 때, 식사준비할 때 모든 일상 행동을 여러분이 깨어있는 마음으로 하면 언제 어디서든지 명상할 수 있습니다.”
법문 시간이 끝난 후 틱낫한 스님과 함께하는 걷기명상이 이어졌다. 걷기명상은 플럼빌리지에서 하는 대표적인 수행방법이다.
숨을 깊게 그리고 천천히 들이마시면서 마음을 발에다 두고 한걸음 한걸음 정성을 다해 걸어보았다. 마음속에 목적지를 두고 걷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몸과 마음을 하나로 합쳐 걷기에만 몰입한다.
스님은 데카르트가 한 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명제를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뒤집어 말씀하시는데 여기에는 잡념을 끊고 현재에 집중해야 온전히 자신의 본성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스님을 따라 1시간 남짓 걸었을까. 숨쉬기, 걷기에만 집중해보니 몸이 가벼워진다. 잡념을 없애는 데 이런 방법들이 조금씩 효과를 보이는 것 같다. 사람들도 어제와 다르게 훨씬 가벼워 보인다.
몸을 좀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다.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갔다. 밥을 보고 있자니 ‘음식을 먹으며 음식에 깃들어 있는 사랑과 자비를 느껴보라’는 스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밥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좀 쑥스럽긴 하지만 스님이 알려주신 방법대로 식사명상에 도전해 보았다.

밥을 먹을 때도 음식과 대화를
식사명상 방법은 간단하다. 입안의 음식을 30번 이상 씹으며 내 앞에 놓여 있는 음식물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식사시간 사이사이 한 스님이 종을 울리면 모두 동작을 멈추고 명상을 시작한다.
‘밥아 안녕! 반갑다. 나한테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쳤니? 네가 이렇게 자라려면 정말 많은 햇빛과 바람, 물,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땀이 필요했겠구나. 나한테 너의 생명을 나눠줘서 미안한 마음이야. 오늘 난 너의 조건 없는 사랑과 자비를 충분히 느꼈어. 틱낫한 스님의 말처럼 내가 숨을 내쉴 때마다 네 몸에 담긴 태양과 달, 별들이 흘러나오는 것 같구나. 매일매일 온 우주의 힘으로 날 사랑해주는 널 느껴. 정말 고마워!”
잠시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사람과 자연의 관계를 생각해보니 밥 한 그릇, 김치 한 조각도 소홀히 할 일이 아니다. 음식물을 버리는 것은 한 생명이 다른 생명에게 기꺼이 바친 ‘헌신’과 ‘사랑’을 저버리는 일이다.
이런 식사명상을 하루도 빼놓지 않아서일까. 그간 스님이 일생을 통해 몸으로 보여준 ‘참여불교사상’과 ‘반전평화운동’도 그 출발은 생명에 대한 사랑, 자비로운 마음에서 출발했다. 스님은 60년대 베트남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했고, 이후에도 전쟁반대와 세계평화를 외치며 전세계를 ‘도량’삼아 뛰어다녔다. 미국에서 9·11 테러가 일어났을 당시 부시 정부가 악의 축 운운하며 선포한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이것 역시 ‘역테러’라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틱낫한 스님과 함께한 3일간의  명상수행  체험기

명상수행에 참가한 어린 아이를 보는 틱낫한 스님의 표정이 해맑다.


점심식사 후 찬콩 스님이 이끄는 온전한 휴식시간이 이어졌다. 찬콩 스님은 40여년 넘게 틱낫한 스님의 제자로 혹은 수행 동반자로 늘 함께하는 비구니 스님이다. 찬콩 스님이 이끄는 대로 모두 체육관 바닥에 팔과 다리를 쭉 뻗고 드러누웠다. 모두 눈을 감고 찬콩 스님이 불러주는 ‘자장가’를 듣는다. 코코넛처럼 부드러운 스님의 목소리에 이끌려 호흡명상을 하다보니 마치 갓난아기로 되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 훨씬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듯한 나른한 기분이 든다.
“여러분은 폭풍이 불어올 때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면 ‘저 나무가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두려운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나무 둥치를 보면 나뭇잎과 달리 단단하게 서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을 합니다. 굳건한 뿌리를 보면 더 안심이 됩니다. 언제나 여러분의 마음이 이 뿌리에 있으면 여러분은 평화로울 수 있습니다.”
뎅~.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종소리에 깨어나 보니 옆에 있는 아저씨는 아예 코를 골면서 잔다. 찬콩 스님이 “잘 잤냐?”면서 다음 수행으로 사람들을 이끈다.
이번 수행기간 내내 서로 ‘고귀한 침묵’의 약속을 지키느라 참가자들끼리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잠깐의 개인 휴식시간에도 혼자 걷기명상을 하면서 침묵을 실천해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조별 토론’ 시간에는 ‘우주’ ‘호두’ ‘사과’라 이름붙인 각 조별로 15∼20명씩 나누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각 조마다 플럼빌리지에서 오신 스님 두분이 참여해 토론을 거들어주며 참가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조별 토론에 허락된 시간은 1시간. 기자의 경우 ‘우주’팀에 속해 있었는데 토론이라기보다는 간단한 자기소개와 소감을 주고받는 시간이었다. 틱낫한 스님의 ‘화‘를 읽고 이곳에 오게 된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집안 살림하느라 얻은 ‘화병’을 풀어볼까 해서 찾아온 주부들도 있었다. 모두들 ‘생로병사’와 ‘관계’ 속에서 얻은 크고 작은 상처를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었고 이를 치유하고자 하는 소망이 간절해 보였다. 틱낫한 스님을 ‘생불’로 평가하며 정신적으로 의지하는 태도가 역력했다고 할까.



바로 지금 여기’에 정토의 평화가 있어
수행 마지막날인 3월30일, 일문일답식으로 진행한 법문 시간에 누군가 틱낫한 스님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은 스님을 ‘살아 있는 부처’라고 하는데 이에 대해 스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에 스님은 ‘우문현답’을 내놓으시며 치유를 바라고 이곳을 찾은 많은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명쾌한 치유책을 던져주었다.
“틱낫한이나 달라이 라마에게서 부처를 찾지 마십시오. 틱낫한은 하나의 이미지일 뿐, 밖에서 부처를 찾으면 그 끝은 실망입니다. 자기 안에 부처가 있습니다. 자기 안의 부처를 깨달으십시오. 우리는 늘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데 익숙해 있습니다. 그렇게 인생 내내 헤매면서 우리가 도착하는 곳은 어디일까요? 나는 바로 지금 ‘여기’에 도착해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 삶이 있습니다. 정토는 바로 지금 있거나, 그 어느 때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여러분 마음의 고향이 바로 정토이고 하나님의 왕국입니다.”
‘틱낫한 스님과 함께하는 3일간의 수행’에 다녀온 지 한달 남짓 된 지금, 기자는 “순간이 영원이다”라는 틱낫한 스님의 말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도 깊은숨을 내쉬어보고, 친구를 만나러 나갈 때도 약속시간보다 일찍 나가 느린 걸음으로 산책을 한다. 아직 ‘정토’에 도착하지는 못 했다. 다만, 몸이 조금 가벼워지고 화를 조금 덜 내려고 노력하는 ‘또 다른 나’와 만나면서 일상에 찾아온 변화를 기분좋게 즐기고 있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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