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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2년 만에 전시회 열며 화가의 꿈 이룬 심은하

■ 글·이영래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입력 2003.05.07 11:52:00

심은하가 화가가 되어 돌아온다. 2년전 갑작스런 은퇴선언 이후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함께 그림을 배워온 동호회 회원들과 전시회를 열고 화가로 데뷔하는 것.
화가의 꿈을 버리지 않았던 그는 그간 두 동생을 프랑스로 미술 유학을 보내놓고, 혼자 국내에 남아 그림을 배워왔다.
은퇴 2년 만에 전시회 열며 화가의 꿈 이룬 심은하

톱스타 심은하(31)가 드디어 화가로 데뷔한다. 심은하는 그동안 함께 그림을 배워온 창매회(蒼梅會) 회원들과 함께 4월2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태평로 조선일보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지난 2001년, 갑작스런 은퇴선언 이후 모든 연예계 활동을 접고 칩거해온 심은하는 지난 2년여 동안 서울 청담동의 매정화실에 다니며 동양화를 배웠다. 그의 스승은 중국에서 동양화단의 대가들인 주창곡, 황빈홍, 반천수 등을 사사해 30대에 이미 중견 화가라는 명성을 얻은 노대가 매정 민경찬 화백. 40여년간의 중국 생활을 접고 83년 귀국, 일련의 소나무 그림들로 한국적 산수화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얻은 인물이다.
심은하가 민경찬 화백을 찾은 것은 2년전. 한 중견 화가로부터 사군자를 배우던 심은하는 은퇴선언 뒤, 본격적으로 그림 공부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 스승에게 전했고 이에 매정화실을 소개받았다.
“참 열심히 그렸어요. 지난 2년 동안 일주일에 3∼4일씩 꼬박꼬박 나왔는데, 아침부터 저녁까지 묵묵히 앉아서 그림에만 전념했어요. 배운 기간은 길지 않지만, 열심히 했고 소질도 있어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창매회 회원들과 함께 전시회를 하는 김에 작품을 내게 한 거죠.”
매정 민경찬 화백은 이번 전시회에 출품하는 심은하의 해송 그림에 대해 “화폭 전면에 늙은 소나무의 뒤틀린 형상을 과감하게 배치하고 뒤 바다를 시원하게 공백으로 둔 점 등은 초보자로서 빠른 진전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기자는 지난해 12월 중순, 화실에서 심은하와 마주한 적이 있었다. 당시 심은하는 햇볕 가득한 화실 안쪽 끝자리에 앉아 홀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허리까지 길게 늘어뜨린 생머리, 베이지색 앞치마를 두르고 탁자에 앉아 화집을 들여다보고 있던 그의 모습은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당시 기자는 보통 40대 이상 연배인 화실 사람들이 심은하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다. 더욱이 중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민경찬 화백 가족들은 오히려 “심은하가 그렇게 유명한 사람이냐”며 되묻기까지 했다. 유명세에 시달리던 심은하가 “화실은 나의 유일한 안식처다. 이곳만큼은 제발 오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셈.
그와 한 약속을 지켜 그간 기자는 화실을 다시 찾지 않았다. 그러던 중 창매회가 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을 다시 찾았다. 웬일인지 화실 구조는 크게 변해 있었다. 창문은 모두 창호지벽으로 덮였고, 작업 테이블 또한 긴 일직선 구조에서 넓은 평상구조로 바뀌어 있었다.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심은하의 화가 데뷔 소식이 전해진 후 화실 이름이 공개되자 매정화실은 찾아오는 취재진의 발길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평화롭게 그림을 그리던 화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난리냐”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은퇴 2년 만에 전시회 열며 화가의 꿈 이룬 심은하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심은하의 그림. 낙관은 없고 옆에 연필로 ‘심은하’라는 사인을 했다.


취재진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몸이 안 좋은 것인지 심은하는 지난 두세달 동안 화실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림을 그리고 있던 중년의 회원들에게 심은하의 화실 생활에 대해 물었지만 다들 웃음으로만 화답할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한 회원이 “그 아이는 말수가 적었어요. 와서 그저 조용히 그림만 그리다 갔지, 우리하고 수다 떨고 그런 적은 없었어요” 하며 그가 화실 막내로서 조용히 지내왔음을 알려줬을 뿐이다.
심은하가 이번에 출품한 그림은 모두 넉점. 처음엔 두점만 낼 생각이었으나 의욕을 보여 두점을 더 냈다. 이번 전시회에 출품된 심은하의 그림은 묵으로 은은히 배경을 우려낸 위에 소나무와 솔잎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수묵 채색화인데, 다른 창매회 회원들의 그림과는 눈에 띄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바로 낙관이 없다는 점. 화실 관계자는 그 이유를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아직 글씨를 배우지 않아서 낙관이 없는 거지요. 글씨는 따로 배워야 하거든요. 여기서 글씨까지 가르치진 않아요. 따로 서실을 찾아가 배워야지요. 어디서 배우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 지금 배우고 있을 거예요.”
심은하가 그림에 관심을 가진 것은 오래 전부터다. 심은하를 어릴 때부터 지켜봤다는 한 측근은 “은하도 그랬고, 밑에 두 동생들도 어린 시절부터 예능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왔어요. 엄마가 열심히 가르치기도 했죠. 아이들 셋을 다 피아노 학원에 보낼 수 없으니까, 자기가 배워서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했어요. 그렇게 해서 체르니까지 다 가르쳤으니 대단하죠. 그런데, 어릴 때부터 그 세자매가 특히 재능을 보인 분야가 그림이었어요”. 하며 미술에 대한 그의 관심이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것임을 알려줬다.
심은하는 SBS 드라마 ‘청춘의 덫‘, 영화 ‘인터뷰‘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지난 2000년, 실제 미술 유학을 떠날 계획을 세운 바 있었다. 성남 성일여고 때부터 미술에 관심을 두었던 그는 뉴욕에서 미술을 전공할 예정으로, 동생 반야양과 함께 뉴욕의 아트스쿨 입학허가를 받아놓기까지 했다. 그러나 심은하는 결국 국내에 남았고, 동생 반야양은 유학지를 바꿔 프랑스로 떠났다. 이어 막내 보리양까지 프랑스로 출국, 현재 두 동생은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측근은 “은하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나 열정은 일시적인 것이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어하던 아이거든요. 만일 연예계에 컴백하더라도 그림만큼은 계속 그리겠다고 해요. 그런 탓에 이번 일로 은하가 많이 부담스러워해요. 이번 전시회는 사실 화가 데뷔라고 할 만한 건 아니거든요. 그냥 제자들끼리 하는 전시회니까 출품한 건데, 언론에 알려지고 ‘화가데뷔’ 운운하니까 부담스러운 거죠. 은하가 창피해서 숨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하며 전시회를 앞둔 심은하의 심경을 전했다.
한편, 은퇴선언 이후 칩거하다시피 지내온 그인지라, 이번 전시회 이후 연예계 컴백도 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과연 그가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동아 2003년 5월 4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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