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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화제

SK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서 보낸 선물 받고 노소영씨가 눈물 흘린 사연

‘남편이 옥중에서 보낸 생일선물 마흔 두 송이 장미 받고 눈물 보여’

■ 글·이영래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굿데이 제공

2003. 05. 07

지난 2월22일 SK(주) 최태원 회장이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전격 구속되었다. 재산을 다 잃고, 경영권마저 빼앗길 수 있는 상황 속에서 부인 노소영씨가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SK 사태와 두 사람 사이를 둘러싼 소문의 진상을 추적해보았다.

SK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서 보낸 선물 받고 노소영씨가 눈물 흘린 사연

4월7일, 자신의 생일날 열린 남편 최태원 회장의 2차 공판에 참석한 노소영씨. 그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 직전인 지난 2월17일,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에 대한 검찰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이 단행됐다. ‘새 정부 재벌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과 함께 각 언론은 이를 톱뉴스로 보도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설마 그룹 오너인 최태원 회장(43)을 구속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일단 수사 대상이 시민단체에서 고소한 JP모건 옵션 이면거래, 워커힐 주식 부당거래 등 주식 거래상의 문제였고, 수사 상황 자체가 정권 초기의 ‘재벌 길들이기’일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던 탓이다.
하지만 압수수색 이틀 후인 2월19일 최태원 회장 등 SK 경영진에게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평소 연수원 겸 회의 장소로 쓰던 서울 삼청동 ‘선혜원’. 빼돌린 수많은 회계 장부들(라면 상자 1백개 분)이 파쇄기에 들어가려던 찰나, 검찰이 들이닥쳤고 숨겨놓은 회계 장부까지 모두 압수당한 것. SK글로벌 분식회계의 전모는 이렇게 드러나고 말았다. 분식회계 액수는 무려 1조5천억원에 달했고 SK(주) 최태원 회장은 결국 구속을 면치 못했다.
‘SK 사태’라 명명된 이 사건은 간단하지 않다. SK글로벌의 해외 법인, 그리고 SK해운의 2천4백억원 증발까지 SK그룹 관련 뉴스는 최근까지 신문 경제면을 달구며 끝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세간의 관심을 끄는 것은 ‘서울구치소 독방에 갇혀있는 최태원 회장이 과연 어떻게 될 것이냐’는 부분이다. 그는 실형을 받을 것인가? 또 앞으로 SK그룹 내에서 그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인가? 그는 지난 3월 약 3천억원에 이르는 본인 소유의 SK그룹 계열사 주식 전부를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했다. 만일 SK글로벌이 공중 분해된다면 그는 자신의 전재산을 날리게 되는 셈이다. 더욱이 채권단은 최근, 그가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사외 벤처기업 보유지분 4백억원까지 담보로 요구했다. 만일 이 사태가 원만히 풀리지 않는다면 재계 서열 3위의 재벌그룹 후계자 최태원 회장은 순식간에 빈털터리가 될 형편이다.
여기에 한층 더 충격을 준 것이 적대적 M&A 논란이다. 독일계 크레스트 증권이 지난 3월말부터 SK(주)의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입, 무려 14.99%의 지분을 차지해 제1대 주주로 떠오르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현 사태를 풀기도 전에 적대적 M&A를 당해 경영권을 뺏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는, 크레스트측이 그럴 의사가 없음을 밝혀 일단락됐지만 최태원 회장이 얼마나 궁지에 내몰렸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부인 노소영씨(42) 근황에 대한 관심도 커져가고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씨는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미국 유학을 떠나 시카고 대학 재학중 최태원 회장과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88년 9월 결혼했는데, 당시 두 사람의 결혼은 대통령의 딸과 재벌 총수 장남의 혼사로 대단한 화제가 됐었다. 노씨는 미국 유학중이던 91년 잠시 귀국해 대전 엑스포에서 미래 예술팀장을 맡기도 했지만, 한동안 가정생활에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다 97년 시어머니 박계희 여사가 타계하자 시어머니가 운영하던 워커힐미술관을 맡으며 사회 활동에 나섰다. 그리고 지난 2000년 말, SK본사 4층에 아트센터 ‘나비’를 개관, 지금까지 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노소영씨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커진 것은 ‘남편 최회장이 영어의 몸이 된 이상 부인인 노소영씨가 나름의 어떤 역할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 오래 이어져온 두 사람의 불화설 때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의 불화설, 이혼설은 1년여 전부터 떠돌았다. 최회장과 톱탤런트 A씨와의 염문설로 시작해, ‘불화가 심각해 노소영씨가 불참한 가운데 아이 생일파티를 열었다’ ‘노씨가 위자료 명목으로 워커힐호텔을 요구했다’ ‘노씨가 이미 강남의 외식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등등 정재계 톱클래스의 결합이었던 이 두사람의 결혼 생활에 대한 소문은 악의적인 것 일색이었다.

SK 최태원 회장이 옥중에서 보낸 선물 받고 노소영씨가 눈물 흘린 사연

최태원 회장은 별무리 없이 수감생활을 잘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그는 현재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중이다.


“전혀 근거가 없는 소문들이긴 하지만, 왜 그런 소문이 났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아요. 불화설이 나오기 시작한 게 자녀분 생일 이후거든요. 생일날, 호텔 레스토랑에서 가족 모임을 가졌는데, 그때 노관장이 참석하지 못한 것은 사실입니다. 당시 외국에 계셨는데, 비행기 스케줄이 어긋나는 바람에 들어오지 못하셨다고 하더군요. 레스토랑에 있던 다른 손님들이 보고, 노관장이 없는 걸 의아해하셨던 거겠죠. 그게 와전되면서 그런 소문이 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날 장인, 장모(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가 동석했는데, 불화설이 말이 됩니까?”
SK그룹 관계자는 항간의 소문은 모두 근거가 없는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최회장은 구속되기 직전까지, 자주 아트센터 나비에 내려와 부인 노씨, 아트센터 직원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또 소문의 근거가 된 그 생일 파티 직후엔 가족동반 제주도 여행까지 갔었다고 한다.
“SK글로벌이 잘못되면 최회장의 개인재산 전체가 잘못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죠. 하지만 채권단이나 저희 그룹 전체가 그런 상황을 좌시하지는 않을 겁니다. 담보로 전재산을 내놓은 것은 배수진의 결의를 보여주자는 의미이지, 그저 내놓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룹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SK 글로벌인데, 채권단도 살리려 하고 있고 회사 측도 자구 노력을 계속하고 있어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우려했던 최회장의 위상 문제도 문제가 없을 것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선대 최종현 회장 때부터 SK 사람들은 ‘한솥밥 식구’라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왔던 터라 최회장이 좌초하는 것을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한다.
최태원 회장은 현재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독방에 수감중인데, 첫 수감 생활임에도 별무리 없이 잘 지내고 있다고 한다. 오히려 바깥에 있는 가족들 걱정에 힘들어한다고. 최회장은 노소영씨와의 사이에 각각 중학교 2학년, 초등학교 6학년인 두 딸과 초등학교 2학년인 막내아들을 두었다. 한편 처음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노소영씨도 이제 마음의 안정을 찾고, 남편의 공석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중이라고 한다.
“회사 문제나 법적인 문제는 다른 경영진이나 회사 변호사들이 처리하니까 (노소영씨는) 최회장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면회도 다니고, 아이들이 이런 일로 충격받지 않도록 잘 다독이고 있는 중이죠. 큰애는 벌써 사춘기 아닙니까? 특히 신경이 많이 쓰이죠. 오히려 이런 아픔을 겪으면서 가족들이 더 단결하고 있는 것 같아요.”
평소 공개된 장소에 나가길 꺼려하던 노씨는 남편 최회장의 공판 때면 공판정에 모습을 꼬박꼬박 보이고 있다. 3월31일 1차 공판에 이어 4월7일 2차 공판 때도 참석했는데, 그는 초췌한 모습으로 방청석 구석에 앉아 남편의 재판을 지켜봤다.
2차 공판날인 4월7일은 노소영씨의 생일이기도 했는데, 이날 최회장은 측근을 통해 노씨에게 장미 42송이를 선물로 보냈다고 한다. 결혼 후 최회장은 매년 아내의 생일 때 나이 수만큼 장미꽃을 선물로 보냈는데, 올해 생일선물은 두 사람에게 모두 평생 잊지 못할 것이 될 듯싶다. 노씨는 공판정에 오기 전 배달된 꽃다발을 받고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고 한다. 이 부부는 결혼 이후 가장 힘든 시기를 맞으며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새삼 되새기고 있다는 것이 측근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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