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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오랜만이에요

다이어트 파문 이후 2년 만에 TV 컴백한 개그우먼 이영자

■ 글·최숙영 기자 (ary95@donga.com) ■ 사진·정경진

2003. 04. 15

여전하다. 그 순발력과 재치, “와하하~”하고 터뜨리는 호탕한 웃음까지 변한 게 없다. 개그우먼 이영자가 돌아왔다. 남편의 폭행사건 이후 집에서 요양중인 이경실을 대신해 SBS '콜럼버스 대발견'의 ‘일일 MC’를 맡으며 TV에 복귀한 그를 만났다.

다이어트 파문 이후 2년 만에 TV 컴백한 개그우먼 이영자

그의 눈시울이 자꾸만 붉어진다. 연신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참아보려고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모양이다. 말하다 말고 또 금세 눈시울이 붉어진다.개그우먼 이영자(35)가 지난 2월10일 SBS ‘콜럼버스 대발견‘의 ‘일일 MC’를 맡으며 TV에 복귀했다. 2001년 다이어트 파문 이후 2년 만이다. 그래서일까. 이날 오후 5시30분 녹화장에 도착한 그는 감회에 젖은 듯했다. “(신)동엽씨랑 SBS ‘기쁜 우리 토요일‘을 여기서 녹화한 게 엊그제 같다”며 말끝을 흐린다.
“어젯밤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슨 말을 할까. 어떤 옷을 입을까. 또 굴곡진 살들은 어떻게 가리나…(웃음). 오랜만에 방송을 하려니까 떨리고요, 아직도 믿겨지지가 않아요. 방송국에 오니까 새삼스런 기분도 들고 옛날 생각도 나고 정겹고 좋네요.”
다이어트 파문으로 방송을 중단한 이후 지난 2년간은 그에게 ‘인고의 세월’이었다. 자기와의 싸움이었다고 할까.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 진지하게 생각도 해보고 스스로 반성도 많이 했다. 그러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다이어트 파문은 저한테 많은 걸 가르쳐주었어요. 인생을 배우게 하고 삶의 깊이를 알게 해주었죠.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정신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할까요.”
그의 말이 왠지 쓸쓸하게 들린다. 인생을 다 알아버린 것 같은 허탈함, 그의 표정도 만감이 교차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영자는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발휘해서 말투나 표정 속에 깃든 우울함을 단숨에 가볍게 날려버린다.
“이번에는 진짜 지방제거수술을 안했어요. 땡김이도 안했어요. 그때에 비하면 살이 좀 찐 것 같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는데 그건 피부가 뽀얘졌기 때문일 거예요. 당시 몸무게가 62kg(170cm)이었는데 지금도 비슷하거든요. 저는 그 일이 있고 나서 방송을 중단한 후에도 체중 관리는 꾸준히 해왔어요. 매일 집에서 50분간 러닝머신을 하고 30분간 스트레칭을 했죠. 방송도 안 하는데 살을 빼서 뭐하나,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잖아요.”
다이어트 파문 이후 행동 반경이 더 좁아진 것이 사실이다. 전에는 집-방송국, 집-방송국이었다면 그 뒤로는 집집집-어쩌다 동네시장, 집집집-슈퍼마켓으로 바뀌었다. 그것이 예전과 다른 점이기도 하다.
게다가 그나마 있던 집마저 팔고 말았다. 빚이 있었는데 방송을 중단한 이후로 수입이 끊겨 집까지 팔았다는 얘기다. 그간 마음 고생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이처럼 힘든 시간을 겪었기 때문일까. 이영자는 다이어트 파문 이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심경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게 됐다. 이번에 SBS ‘콜럼버스 대발견‘의 ‘일일 MC’를 맡게 된 것도 남편으로부터 야구방망이로 폭행당한 이경실을 돕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다이어트 파문 이후 2년 만에 TV 컴백한 개그우먼 이영자

쉬는 동안에도 체중 관리를 꾸준히 해왔다는 이영자.


“SBS로부터 일일 MC 제의를 받고 응한 이유도 경실이 언니한테 힘이 되어주고 싶어서였어요. 저는 먼저 경실이 언니한테 전화를 걸어서 의향을 물어보았어요. 경실이 언니도 흔쾌히 ‘네가 나 대신 해주면 고맙지’라고 하더라고요. 경실이 언니는 평소 제가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조언을 해주고 용기를 북돋워주었던 분이에요. 그랬던 경실이 언니한테 이런 일이 일어나 더욱 가슴이 아프고 안타깝죠. 사실 연예인들은 이런 일을 당하게 되면 두번 마음의 상처를 받아요. 한번은 언론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또 한번은 개인적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게 돼요. 많은 사람들이 경실이 언니를 이번 폭행 사건과는 상관없는 모습 그대로 봐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역시 다이어트 파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경실의 ‘폭행 사건’이 남의 일 같지가 않은 모양이다. 미간을 찌푸리며 안타까운 빛을 나타냈다.
이영자는 얼마전에 또 남편 조성민과 파경 위기 속에서 비밀리에 아이를 출산한 최진실의 집에도 찾아간 적이 있다. 위로해주기 위해서다. 그런데 막상 최진실의 얼굴을 보자 더 마음이 아팠다고.
“진실이가 그날 참 가슴 아픈 얘기를 하더라고요. 꿈을 꿨는데 꿈속에서 사람들이 몰려와서는 ‘지금까지 몰래카메라였습니다’라고 말하고 조성민도 ‘자기야, 나 연기 잘했지’하며 웃더래요. 눈을 떠보니 꿈이었고 옆에서는 갓 태어난 딸아이가 울고 있더라는 거예요. 순간 ‘아, 이게 현실이구나, 꿈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데 그 얘기를 듣는 저도 가슴이 미어지더라고요.”
최진실하고는 절친한 친구 사이이기 때문에 안타까움이 더한 모양이다. 연거푸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했다. 그는 “진실이가 결혼할 때 많이 부러웠는데, 이런 일을 당하는 걸 보니까 나도 결혼에 대해 더 신중해졌다”고 덧붙인다. 예전에는 결혼할 남자에 대해 나름대로 기준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준마저 없어지고, 어쨌건 지금은 결혼보다 일이 더 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저희 어머니도 결혼하라고 재촉을 안 하시는 편이에요. 제가 집안의 가장이기 때문에 오빠도 결혼을 안했으면 하고 바라는 눈치더라고요. 하하하~.”
역시 그의 유머와 재치는 알아줘야 한다. 우울한 분위기였다가도 그가 한마디 하면 금세 유쾌, 통쾌, 상쾌 분위기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이날 녹화장에서도 이영자는 스스로 긴장을 풀려는 듯 방청객의 흥을 돋우는 FD 역할을 자청했다. 방청객을 향해 “여러분은 사람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다”며 “나를 살려주면 여러분이 좋아하는 남자배우와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며 농을 쳤다. 그 말에 방청석은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다이어트 파문 이후 2년 만의 TV 복귀였지만 그의 일일 MC는 ‘성공작’으로 보인다. 방송을 끝내고 녹화장을 빠져나오는 그의 표정도 한결 밝고 홀가분해 보였다.
“제가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말 한마디라도 따뜻하게 해주신 분들의 고마움을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 그 일(다이어트 파문)은 불미스러운 사건이었지만 너그럽게 용서를 해주시고 개그우먼 이영자의 모습만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여러분께 한바탕 큰 웃음으로 다가갈게요.”
4월초부터 본격적으로 방송 활동을 시작할 예정인 이영자. 아직 방송국이며 출연할 프로그램에 대해선 ‘노코멘트’라고 했지만 “자신의 변신을 기대해달라”면서 모처럼 환한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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