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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남편 VS 아내

점괘에만 의존하는 아내, 대박만 꿈꾸는 남편

“어찌해야 하나요?”

■글·최희정 ■ 일러스트·정지연

입력 2003.04.10 13:45:00

재미삼아 점을 보거나 복권 한두 장쯤 사는 일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처음에는 재미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던 것이 결국 푹 빠져들게 되면서 자신의 생활은 물론 가정까지 파탄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신에 의존해 사사건건 남편의 발목을 잡는 아내, 일은 하지 않고 대박을 꿈꾸며 복권이나 주식, 경마 등과 같은 한탕주의 도박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남편의 안타까운 사연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해결점을 알아본다.
점괘에만 의존하는 아내, 대박만 꿈꾸는 남편

내겐 너무 소중한 점괘?
내가 처음으로 점을 본 것은 대학 2학년 때였다. 친구와 종로에 있는 카페에 갔는데 그곳은 바로 사주로 운명을 풀이해주는 사주카페였다. 호기심도 생기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점을 보았는데 정말이지 나의 성격이며, 덤벙거리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지난 일까지 귀신같이 맞추었다.
그전에는 친정어머니가 점을 본다고 하면 “돈이 아깝지도 않아요? 그 사람들이 남의 미래를 어떻게 알아요? 점볼 돈 있으면 불우이웃이나 도와줘요” 하면서 무시했는데, 내가 막상 점을 보니 신기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그때부터 나는 심심찮게 점집을 찾아다녔다. 남자친구 몰래 둘의 궁합을 봤을 때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을 듣고 혼자 끙끙거리며 앓다가 이별을 선언했고, 졸업 후에 진로를 정할 때도 점쟁이가 일러준 대로 직업을 선택했다.
한달이 멀다하고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다니는 나를 보고 친구들은 빈정거리듯 “정신차려라”고 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점쟁이가 말한대로 해야 일이 잘 풀리는 것 같았고 마음도 편했다.
남편과는 중매로 만나 결혼을 했는데, 사실 남편에게 별로 호감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남편과 내가 궁합이 좋고, 지금 남편을 놓치면 평생 결혼하기 힘들 거라는 점쟁이의 말에 앞뒤 가리지도 않고 서둘러 결혼을 결정했다.
남편과 나는 그럭저럭 달콤한 신혼기를 가졌고 1년 동안은 별탈없이 살았다. 그러던 중 사건이 하나 터졌다. 내가 남편 몰래 낙태수술을 한 것을 남편이 알아차린 것이다.
내가 임신소식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은 남편이 아니라 단골 점쟁이였다. “지금 뱃속에 있는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지, 아들인지 딸인지 알고 싶다”고 하자, 점쟁이는 쌀알을 놓고 점을 치더니 낳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남편은 아들을 기다리는데, 뱃속의 아이는 딸이고, 용띠라서 팔자도 셀 것이라고 했다. 평생 부모 속만 썩일 아이니 애당초 낳지 말라는 거다.
그 말을 듣고 며칠을 끙끙거리며 고민하다가 결국 남편 몰래 낙태수술을 받았다. 남편은 내가 낙태한 일을 모르고 있다가, 내가 다시 임신했을 때 산부인과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그때 자기 몰래 아이를 낙태시킨 일을 두고 남편은 내가 너무 무섭고 정이 뚝 떨어진다며 한동안 나에게 가까이 오려 하지 않았다.
아이 이름을 지을 때도 남편과 나는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나는 점쟁이가 지어준 이름으로 하고 싶은데, 남편은 시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으로 해야 한다는 거다. 무조건 안된다고 우겨 결국 점쟁이가 지어준 이름으로 결정했다. 이런 나의 모습에 남편은 점점 실망하는 것 같은 눈치다. 그러나 나도 어쩔 수가 없다. 점쟁이 말을 안 들으면 큰일을 당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에 한달에 한두 번은 점집에 가서 상담을 받고 온다. 그래야 마음이 놓인다.(경기도 의정부시 가능동 주부 K씨, 34세)

점괘에 의지해 사사건건 내 발목을 잡는 아내
아내는 모든 일을 점괘에 의존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인터넷 사주 사이트나 꿈해몽 사이트에 들어가 지난밤 꾸었던 꿈을 해몽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고 나선 아내는 아침부터 내 기를 팍팍 떨어뜨리는 말만 늘어놓는다.
“당신 오늘은 재수가 사나우니 조심하고, 어디어디는 차라리 안 가는 게 좋아. 오늘은 어딜 가도 득될 일이 하나도 없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일일 운세에 나와 있어” 하면서 초를 친다.
사실, 운세나 점을 보면서 안 좋은 일은 미리 피해갈 수도 있다. 그리고 가끔 재미삼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내의 경우는 너무 지나치다.
아내는 지나치게 점괘에 의존해 점쟁이가 하라는 것은 돈을 꾸어서라도 다 한다. 몇해 전에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 올 때도 아내는 집에 있는 잡신을 쫓아야 한다며 무당을 불러 굿을 했고, 부적도 만들어 놓았다. 굿 비용과 부적 값만 해도 3백만원이 넘었다. 얼마전에는 나에게 좋은 기회가 생겨 직장을 옮겨보려고 했는데 결국 아내의 방해공작(?)으로 옮기지 못했다.
아내는 직장을 옮길 것 같다는 내 말을 들은 즉시 점쟁이를 찾아가 미주알고주알 내 얘기를 늘어놓았고, 이에 질세라 점쟁이는 내가 직장을 옮길 운은 작년에 이미 지나갔다고 절대로 옮기면 안된다고 당부했다. 이 말을 듣고 아내는 나에게 직장을 옮기지 말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얘기했지만 나는 어이가 없어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러자 아내는 밥도 먹지 않고 앓아누워 버렸고, 내가 직장을 옮긴 후 점쟁이 말대로 일이 잘 안 풀리면 이혼할 거라고 협박도 했다. 결국 아내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하고 직장을 옮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그때 직장을 옮겼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은 대우를 받으면서 일도 즐겁게 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듯 아내는 늘 점괘가 좋으네 안 좋으네 하면서 내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아내가 못 배운 사람도 아니다.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 출신이고 엘리트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렇지만 점괘 앞에서는 모든 이성이 마비된 듯하다.
신년이 되면 토정비결 본다며 전국에서 용하다는 점집을 돌아다니느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오고, 지금도 한달에 한번은 꼭 점집에 간다. 내 월급으로는 아이 키우고 대출금 갚기도 벅찬데 아내는 한번 가면 몇십만원짜리 부적을 해온다. 그런 아내의 모습을 보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해서는 안될 일이지만 몇번 손찌검도 했다.
요즘 들어 나도 자꾸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아내가 점괘만 믿고 내 발목을 잡는다면 나라도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나도 점점 아내를 따라가는 것 같다. 지난달에는 아내가 어느 산에 가서 굿을 해야 남편이 건강하다고 했다며 이틀 동안 산속에 들어앉아 굿을 하느라 집에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때는 정말 아내가 나보다는 미신에 더 의존하는 것 같아 섭섭한 마음도 든다. 아내는 우리 가족의 미래를 위해 점을 보고 굿을 한다고 하지만 그 점 때문에 나와 아내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은평구 수색동 J씨 36세 회사원)

점괘에만 의존하는 아내, 대박만 꿈꾸는 남편

복권만 당첨되면 한순간에 인생역전인데…
나는 로또복권을 일주일에 10만원어치는 사야 하고, 주택복권도 10장 정도는 사야 직성이 풀린다. 복권으로 대박을 터뜨리기 전에, 나 같은 월급쟁이가 언제 저축해서 집 사고, 애들 공부 제대로 시키고 번듯한 해외여행을 다녀올 수 있겠는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집값,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절대로 명문대학에 갈 수 없는 우리나라 풍토에서 하루하루 아끼며 저축한다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 한푼 두푼 아낀다 하더라도 아주 큰맘을 먹지 않으면 해외여행은 꿈도 꾸지 못하는 현실이 무척 답답했다.
그래서 한장 한장 사게 된 것이 복권이다. 물론 처음에는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인 마음으로 즉석복권을 샀다. 두근거리며 긁는 재미도 스릴 있고, 어쩌다 5천원짜리라도 당첨되면 너무 흥분됐다. ‘아! 공돈이라는 것이 이렇게 좋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후 매일 편의점에 가서 즉석복권을 사서 긁는 것이 어느새 나의 일상이 되었다.
로또복권은 ‘도박이네, 사행심 조성이네’ 하면서 말들도 많지만 사실, 난 로또복권에 내 인생을 걸고 싶다. 당첨 금액도 누진되면 몇십억, 몇백억원이 된다고 하니, 정말 당첨만 되면 그야말로 인생이 역전되는 것이다. 로또복권이 나오면서 그동안 줄곧 사왔던 1억원짜리 주택복권이나 기타 다른 복권 금액이 우습게 여겨지기도 했고, 당첨금 1억원은 돈같이 여겨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자꾸 복권에 매이다 보니 일도 하기 싫고 오로지 복권 생각만 났다. 상사에게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면 속으로 ‘그래, 내가 복권만 당첨돼봐라. 보란 듯이 사표 던진다’ 하면서 이를 갈았다.
로또복권을 사고 나면 목요일까지는 괜찮은데, 금요일부터 추첨일인 토요일까지는 ‘과연 내 번호가 당첨될까’ 하는 생각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또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로또복권에 대한 정보를 얻느라 밤을 꼬박 지새운 적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회사에서는 졸기 일쑤였다.
일주일에 10여만원어치 복권을 사느라 동료들에게 돈을 빌리기까지 했고, 얼마전부터는 아예 신용카드로 현금서비스를 받아 로또복권을 사고 있다.
이런 나의 모습에 아내는 기가 막힌지 으름장을 놓다가도, “내가 언제 큰돈 벌어 오라고 했느냐. 내가 더 아껴 쓸 테니 복권 사지 말라”고 애원한다. 내가 현금서비스를 받아 복권을 1백만원어치 넘게 산 일을 알고는 짐을 싸서 아이와 함께 집을 나가기도 했다.
아내가 울면서 애원하고 가출하면서 협박을 하면 ‘다시는 복권을 사지 않겠다’고 굳은 결심을 하지만, 이틀만 지나면 모든 게 물거품이다. 점심은 굶더라도 로또복권을 사야 배가 불렀다. 옷 사 입고 술 사먹는 돈은 아까워도 복권 사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복권만 당첨돼 일확천금을 잡으면 분명 내 인생도 달라질 것이다. 복권을 사다보면 그런 날이 꼭 올 것 같다. (성북구 길음동 C씨, 37세 회사원)

주식에 중독돼 모든 것을 잃어가는 남편
남편과 10년 동안 같이 살면서 늘 마음 졸이고 살았던 것 같다. 우선 남편과 나는 성격부터가 너무나 달랐다. 매사 꼼꼼하고 알뜰하게 챙기는 나와 그저 편안하게만 살려는 남편과의 사이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갈등이 빚어졌다.
남편은 직장에 들어가기를 꺼려해 신혼 초에는 내가 번 돈으로 살았지만 첫아이가 생기자 어쩔 수 없이 직장에 들어갔다. 다행히 명문대 출신이어서 생각보다 쉽게 일자리를 구했다.
그러나 남편은 3년을 채 버티지 못했다. 당시 남편의 머릿속엔 온통 주식투자에 대한 궁리만 들어있었다. 친구들은 주식으로 떼돈을 벌었는데, 자기만 월급쟁이로 있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직장을 그만둔 남편은 저축한 돈과 쥐꼬리만한 퇴직금을 모두 주식에 밀어넣었다. 그러나 남편 생각처럼 대박이 터지질 않았다. 오히려 하루하루 원금만 까먹었다. 그러나 남편은 돈이 없어도 습관처럼 객장에 나가 살았다.
그런 남편을 믿고 도저히 아이와 살 수 없어 남편에게 이혼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더니, 남편은 자기가 아이들을 포기할 테니 돈을 달라는 거였다. 그 말을 들으니 기가 막혔다. 마음 같아선 정말 이혼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아이들을 생각해서 이혼만은 접어두고 ‘마지막’이라는 남편의 말을 믿고 얼마간의 돈을 주었다.
그러나 말뿐이었다. 다시 돈이 궁해진 남편은 얼마 되지 않는 아이 학원비에도 손을 댔고,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생활비는 주지도 않으면서 나한테 생활비 아껴 쓰라고 닦달했다.
남편이 친구들한테 돈을 빌리기까지 한다는 사실을 알고 정말 ‘이젠 희망이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남편은 버스비가 없을 때 걸으면 걸었지 남한테 돈을 빌리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주식투자한답시고 저축한 돈 다 까먹고, 친구들이나 친척들한테 빌린 돈만 해도 4천만원이 넘는다. 빚이 쌓여가고 생활비도 바닥이 나면서 우리 부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싸웠고 부부 싸움에 지친 남편은 결국 직장을 다시 구했다. 그러나 1년도 채 못 다니고 다시 사표를 냈다. 모든 생각이 온통 주식투자로 차 있는데 직장일이 손에 잡히겠는가?
남편은 주식으로 돈을 잃고 재미를 못 보자 이제는 주말만 되면 경마장으로 간다. 경마로 한탕 잡겠다는 거다.
결혼 전 남편을 봤을 때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인 사람이라서 직장 생활을 하기 힘들 거라는 생각은 했다. 그러나 이렇듯 한탕주의에 젖어 일은 안하고 주식이나 경마에 빠질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남편에게 신경 쓰느라 아이들은 늘 뒷전이다. 요즘 들어 심각하게 이혼을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혀 속만 끓이고 있는 상태다.(서대문구 홍은동 주부 S씨, 39세)


점괘에만 의존하는 아내, 대박만 꿈꾸는 남편

역술을 배우니 점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져
솔직히 나만큼 한동안 점에 푹 빠져서 산 사람도 없을 것이다. 마치 나는 점을 내 인생의 교주처럼 생각해 늘 점쟁이가 하라는 대로 했고, 어디어디에 용한 점쟁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지역을 불문하고 한밤중에도 달려갔다.
결혼 후에 남편 승진에 좋다는 이유로 50만원짜리 부적을 사와 남편 베개 속에 숨겨놓기도 하고, 어느어느 산에 가서 굿을 하면 아들을 낳는다는 소리에 6백만원을 들여 굿을 하기도 했다.
그때는 점을 보거나 부적을 사고, 굿을 하는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런 것이 다 액운을 피하는 일이고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사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왕십리에 있는 한 점집에 다녀온 이후 내 태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무리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가도 속시원히 말을 해주는 곳은 없었다.
내가 궁금해하는 사항을 물어보면 점쟁이는 말을 빙빙 돌려 얼버무리거나 얼렁뚱땅 넘기려고 했다. 하도 점을 많이 보고 다녀서인지 나 또한 반은 점쟁이가 다 된 것 같아 점쟁이가 말을 하면 속으로 ‘그 정도는 나도 할 줄 안다’는 생각도 들었다.
나는 이런 기회에 한번 역술이나 주역에 대해 배워보고 싶었다. 점쟁이마다 하는 말이 제각각 다르고 얼렁뚱땅 넘어가는데 차라리 내가 배워 내 사주를 정확히 풀면 되겠구나 싶었다.
내친 김에 역술강좌를 진행하는 문화센터에 등록해 역술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1년 동안 체계적으로 배우다보니 점도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문으로 제대로 공부하니 그동안 내가 막연히 품었던 점괘나 미신에 대한 환상도 깨져버렸다.
옛말에 ‘호랑이와 싸우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내 경우 그 말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다. 점이나 역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는 이 점쟁이 저 점쟁이 찾아다니며 그들이 하는 말을 모두 믿었는데, 공부를 하고 나니 우선 신비한 마음이 사라졌다. 그러다 보니 점을 보고 싶은 마음도 점점 없어졌다.
점을 보지 않으니 내 생활이 좀더 자유로워졌다. 그전에는 ‘이런 건 하지 말랬지? 저쪽 방향으로 가야 귀인을 만난다고 했지’ 하면서 점괘에 내 행동이나 생각을 꿰맞췄는데, 요즘에는 그런 것 없이 내 생각대로 하니 참 편해졌다.(구로구 구로동 맞벌이주부 H씨, 35세)



한탕주의에 빠졌던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나는 내성적이고 소심해서 남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남들 앞에 서면 늘 주눅이 들었는데, 특히 돈 많은 사람 앞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내 아랫동서가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집도 장만하고 사업을 시작했을 때 내 마음속에는 부러움과 함께 질투심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래, 나라고 못할 거야 없지. 나도 주식으로 한 밑천 잡는다’고 생각하고 하던 옷가게를 정리했다. 난데없이 가게를 정리하려는 나를 보고 울다시피하며 말리는 아내를 떠밀고 가게를 정리한 돈으로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결과는 암담했다.
나는 주식에서 잃은 돈을 만회해보고자 경마나 슬롯머신에 손을 댔고 그럴수록 돈은 점점 더 내손에서 빠져나갔다. 나 스스로도 ‘이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본전 생각에 자꾸 경마장이나 주식 객장으로 발길이 돌려졌다.

참다못한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고, 아이들까지 아빠를 불신하기 시작했다. 가족들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대박을 터뜨리면 모든 게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는 나에게 이혼을 하든가, 아니면 ‘斷(단)도박 모임’에 나가자고 했다. 혼자 만의 의지로는 한탕주의에 젖은 마음을 버리기 힘드니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보자는 거였다.
처음에는 완강히 거부했지만, 아내도 만만치 않아 결국 단도박 모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내가 그동안 도박중독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도박을 카지노나 카드게임, 화투 같은 것으로만 생각했는데, 정도가 심하면 경마나 주식 등도 헤어나지 못하는 도박중독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모임에서 나와 같은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점차 내 생활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노력보다는 한탕주의에 빠져 허우적거렸던 내 자신이 너무나 부끄럽게도 여겨졌다. 대박에 대한 미련도 사라지고 잃은 돈을 다시 찾고 싶다는 마음도 없어졌다. 대박을 좇아 살 때에는 늘 생활에 불만이 많고 우울했는데 이런 마음이 없어지자 너무 행복하다.(광진구 자양동 M씨, 40세)


여성동아 2003년 4월 4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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