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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이렇게 키운답니다

첫딸 보령의 돌잔치 치른 개그맨 남희석·이경민 부부의 육아법

■글·최숙영 기자(ary95@donga.com) ■ 사진·최문갑 기자, 정경진

2003. 04. 04

남희석의 입이 함지박만해졌다. 지난 3월14일 첫딸 보령의 돌잔치를 연 남희석은 “한눈에 봐도 미스코리아감이 아니냐”며 익살을 떨었다. 곧 개업하는 치과의사 아내 이경민씨와 함께 털어놓은 아기 자랑, 육아법 공개.

첫딸 보령의 돌잔치 치른 개그맨 남희석·이경민 부부의 육아법

보령이가 사인펜 두개를 잡자 남희석이 흐뭇해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짝짝짝!”
3월14일 오후 여의도 63빌딩 체리홀에서 난데없이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알고 보니 남희석(32)의 첫딸 보령이가 재롱을 떨고 있었다. 남희석이 “대∼한민국”을 외칠 때마다 보령이가 조막만한 손으로 박수를 쳐댔다. 그때마다 남희석은 예뻐죽겠다는 표정이다.
“미스코리아감이에요. 한 세기에 나올까 말까 한 완벽한 미인이죠. 낯도 안 가리고 카메라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줄 아는 걸 보면 연예인 시켜도 좋을 것 같아요. (이윽고 목소리를 낮춰서) 보령아∼ 반지는 몇 개나 받았니?”
남희석의 익살에 한순간에 웃음바다가 됐다. 축하객으로 참석한 이혁재는 “보령이를 며느리로 삼고 싶다”면서 보령의 손에 만원짜리 지폐를 쥐어주고 “옷이나 두어벌 사 입으라”고 농을 쳤다.
“기분이 최고로 좋습니다. 아주 좋아요. 보령이가 애교를 부릴 때면 거의 죽지요. 2∼3주 전부터 걷기 시작하는데 발도 크고요, 뭐든 잘 먹고, 잘 울지도 않아요. 이따가 돌잔치 행사 때 마음 같아서는 보령이가 실, 화살, 쌀, 연필, 사인펜, 돈 모두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글쎄요, 뭘 잡을지 궁금하네요.”
사회는 이혁재가 보았다. 마이크를 잡자마자 그의 너스레가 시작됐다. “보령이가 만원짜리 지폐를 손에 쥐고 있다”면서 “자, 만원짜리 지폐를 잡고 시작합니다”라고 분위기를 돋궜다.
“지금 막 연필을 잡으려다 말았죠. 서울대는 물 건너 갔고요, 사인펜을 보고 웃기만 하는데 과연 사인펜을 잡고 다시 서울대에 도전할지, 아니면 화살을 잡고 여군에 입대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아, 제가 말하는 순간 보영이가 사인펜 두 개를 잡았습니다. 장차 부와 명예를 누리는 직업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이네요.”
축구 해설자의 말투로 사회를 보는 이혁재의 유머에 축하객들이 자지러지게 웃어댔다.
이날 돌잔치에는 강병규 주영훈 유진 정선희 임하룡 김용만 손지창 이휘재 유재석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남희석은 “원래는 아무도 안 부르고 조용히 넘어가려고 했는데 첫돌 때 안 부르면 서운하다고 해서 자리를 마련하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첫딸 보령의 돌잔치 치른 개그맨 남희석·이경민 부부의 육아법

보령이 돌자치에는 이혁재 송은이 정선희 주영훈 유진 손지창 김용만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했다.


“아이 교육은 집사람이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어요. 제가 아파서 방송을 잠깐 쉰 적이 있잖아요. 스트레스와 피로 누적으로 안면근육마비 증세가 왔을 때 솔직히 아이한테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그때 집사람이 혼자서 아이를 다 키웠는데 미안했죠. 아빠 역할까지 해주니까 고맙기도 하고요.”
“보령이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아내처럼만 자라줬으면 좋겠다”는 남희석, 소문난 애처가에 자상한 아빠임이 틀림없다. “아이는 집사람이 키우기 때문에 육아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아이가 아빠인 그를 더 잘 따르는 걸 보면 집에서 얼마나 자상한 아빠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보령이는 5개월까지 모유를 먹고 현재 이유식을 먹고 있는 상태, 얼굴은 엄마보다 아빠 남희석을 더 많이 닮았다.
“다행히 아직까진 아이가 저를 힘들게 한 적이 없어요. 아파서 병원에 간 적도 없었고 자다가 갑자기 열이 올라서 놀래킨 적도 없었죠. 다른 애들에 비해서 순한 편이에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낯을 가릴만도 한데 보령이는 이 사람한테 안기고 저 사람한테 안겨도 울지 않고 벙긋벙긋 잘도 웃었다. 초보엄마라서 모든 게 서툴지만 힘든 점은 특별히 없다고 이경민씨가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지 싶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저는 아이를 키우는데 유난을 떨고 싶지 않아요. 사립학교에도 안 보낼 거고 유학도 안 보낼 생각이에요. 그야말로 평범하게 키우고 싶은데 보령이가 태어난 후로 불편한 게 있다면 DVD를 못 본다는 거예요. 아이 생각해서 정서교육에 안 좋을 것 같아서 안 보는 건데 그게 좀 불편하더라고요.”
그럴 때 보면 영락없는 철없는 아빠다. 남희석은 “보령이가 빨리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인다. “장차 크면 어련히 안 할까봐 그러냐?”고 기자가 눈치를 주었더니 “그래도 말을 못하니까 답답할 때가 많다”며 또 익살을 떨었다.
“바람이 있다면 보령이가 도도하게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도도하게요. 커서도 자신의 주장을 당당하게 펼칠 줄 아는 그런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물론 먼훗날의 일이겠지만요.”
둘째 아이도 곧 가질 생각이라고 한다. 이어서 남희석은 “둘째는 오늘밤에 꼭 가졌으면 좋겠다”고 하자 아내 이경민씨가 쑥스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웃는다. 언제 봐도 말이 없는 그녀, 육아법에 대해서 물었더니 “잘 키우고 있어요”라고만 간단하게 대답한다.
“사람들이 보령이를 보고 하는 말이 모두들 저를 닮았대요. 그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좋네요. 하긴 어느 아빠가, 아이가 자기를 닮았다고 하는데 안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어요.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예뻐보인다는 말처럼, 제 눈에는 보령이가 제일 예쁜 것 같아요. 정말 괜한 농담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 미스코리아감이예요. 미스코리아감…(웃음).”
동시에 보령이를 번쩍 안아올렸다. 까르르 웃는 보령이,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처럼 웃는 두 사람, 이들 모습이 행복하게 보였다. 남희석은 ‘대∼한민국, 대∼한민국, 짝짝짝!’을 다시금 연발하며 아이를 얼러댔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아이와 잘 놀아주고 아이의 정서교육을 위해 DVD도 안 본다는 남희석, 그 역시 자식이라면 끔찍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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