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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식을 줄 모르는 로또 열풍

대한민국에서 LOTTO 모르면 ‘바보’아니면‘간첩’?

■ 글·최미선 기자(tiger@donga.com)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2003. 03. 17

지금 대한민국 전역은 로또 열풍으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45개의 숫자 중 6개를 맞히면 1등에 당첨되는 로또복권.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1등 당첨 확률은 귀신도 알 수 없다는 8백14만분의 1. 벼락맞아 죽는 것(50만분의 1)보다 훨씬 어렵다. 말하자면 1등에 당첨되는 것은 벼락을 16번 맞거나 빙하시대부터 매주 복권을 살 경우 한번 당첨되는 것과 같은 어마어마하게 확률낮은 게임이다. 그런데도 예상 당첨금이 수백억원을 넘나들면서 ‘단 한순간에 팔자를 고칠 수 있다’는 기대감에 로또복권은 열풍을 넘어 광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또에 얽힌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대한민국에서 LOTTO 모르면 ‘바보’아니면‘간첩’?

로또 모델 송강호도 “로또 복권 열풍이 이렇게 강하게 불줄 몰랐다”며 놀라워 했다고.


지난해 12월 첫 발매된 로또복권은 불과 두달 만에 총 판매액이 1천5백억원에 이르러 우리나라 성인(3천만명) 한명당 평균 5천여원어치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로또’는 그동안 시종일관 인터넷 검색어 1위를 달리던 ‘섹스’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아울러 당첨번호를 점쳐준다는 사이트에 방문자들이 몰리고 있으며 나름대로 과학적인 규칙에 따라 6개의 숫자를 생성해주는 소프트웨어가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로또와 관련된 정보를 교환하는 커뮤니티도 2개월 만에 2백여개가 결성됐고 지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로또(lotto)는 이탈리아어로 ‘행운’이라는 뜻을 지닌 말. 1530년 이탈리아 도시국가 피렌체가 공공사업을 위해 발행한 ‘피렌체 로또’는 최초로 당첨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번호 추첨식 복권으로 현대 복권의 시초로 인정되고 있다. 이 복권이 성공을 거두면서 로또라는 단어가 복권의 보통명사로 사용된 것.
그 이전에 로마시대에는 황제가 연회에 참여한 귀족들에게 참가비를 걷은 후 그 영수증을 복권삼아 추첨해 상품을 주는 행사가 있었다. 중국에서는 진나라 때 만리장성 건립 등 국방비 마련을 위해 복권게임을 시행하기도 했다.
현재 전세계에서 복권을 발행하는 나라는 1백여개 국가로 추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방 직전인 45년 7월 일본이 군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 ‘승찰’이 최초의 복권으로 기록되어 있다. 1장에 10원인 복권의 당첨금은 10만원. 이후 56년 6·25전쟁 복구비를 충당하기 위해 발행한 ‘애국복권’에서부터 ‘복을 주는 증서’라는 의미의 복권이란 말이 처음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 복권의 당첨금은 1백환으로 당시 쌀 7백 가마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그러나 현대 복권의 역사에서 아무래도 미국을 빼놓을 수 없다. 1776년 독립전쟁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복권을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자금을 손쉽게 마련하는 수단으로 여겨져왔다. 하버드, 예일 등 대표적인 명문대학들이 이 복권사업을 기반으로 설립되었다는 것 또한 이색적이다.
복권 열기면에서는 영국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영국 정부의 공식 자료에 의하면 정기적으로 복권을 사는 사람이 영국 전체 성인의 70%에 달한다고 한다. 영국은 ‘국가복권’이라는 이름으로 정부가 복권을 판매하는데 수익금 대부분을 문화, 예술활동 민간지원금으로 사용한다. 영국 정부는 특히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지난 2000년을 맞아 치른 축하행사 비용을 모두 복권기금을 통해 조달했다고 한다.
로또 신드롬으로 일반 복권은 하나같이 찬밥신세
지난 1월 중순 65억원의 당첨자가 나온 이후 일반 복권 판매율은 평소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한다. 이후 로또 1등 당첨액이 무려 7백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사람들이 일반 복권은 아예 거들떠보지 않는다고. 하긴 수십억, 수백억원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1억~2억원이 눈에 들어올 리 없을 터.
지난 구정 때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도 최고의 화젯거리는 단연 로또였다. 구정 연휴에 화투나 카드놀이에서 딴 돈을 모두 로또에 투자하겠다는 경우가 많았고 세뱃돈을 주는 어른들이 한 말 중 가장 많았던 것은 ‘이 돈으로 로또 사서 부자되거라’였다는 것. 또 지난해 최고 유행어였던 ‘부자되세요’가 올해는 ‘로또 당첨되세요’로 바뀌었다.
로또복권을 판매하는 국민은행을 비롯해 로또발매기는 전국적으로 5천여개. 그러나 로또발매기가 없는 ‘사각지대’인 군, 면 단위 사람들은 로또를 구입하려면 대도시로 원정을 가야 한다. 당첨되면 팔자가 바뀌는데 그 정도 고생은 별거 아니라는 게 시골 사람들의 생각이라는 것.
이 정도라면 그래도 애교로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그 도가 지나쳐 자칫 ‘로또 중독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다. 꿈에 숫자가 보이고 구슬만 보면 흥분하고 책상에는 숫자를 조합한 종이가 여기저기 나도는 등 중독증상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것.
지난 구정 때 고향에 내려가는 것도 포기하고 여비에 해당하는 돈을 모두 로또 구입에 썼다는 사람도 있고, 한 치과의사는 밤마다 방문을 걸어잠그고 책상 위에 동전을 던지며 숫자와 씨름하는 바람에 아내와 크게 다투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아이디가 ‘yahanyujin’인 네티즌은 ‘한 걸인은 이틀 동안 굶으면서도 사람들이 적선해준 돈을 모두 로또복권 사는 데 썼다고 한다. 7백억원을 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굶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는 글을 올려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인터넷에는 로또 중독 여부를 스스로 진단하는 방법들이 떠돌고 있기도 하다. 그 몇가지 내용을 보면 이렇다.
‘토요일 저녁은 무조건 약속을 취소한다(오후 8시45분 로또 당첨 방송을 봐야 하니까)’ ‘애완견 이름을 로또라고 짓는다(로또야 너만 믿는다)’ ‘포카 고스톱도 6장으로 친다(무조건 6장이 최고라니까)’ ‘로또천사 송강호 나오는 영화만 본다(공동복권구역JLA, 대박은 나의 것, 당첨왕)’ ‘1억원은 돈으로 안 보인다(카지노에서 2억5천만원 잭팟이 터졌다고? 애걔걔…)’ ‘남들이 쓴 숫자를 몰래 커닝한다(겹치면 당첨금이 줄어드니까)’ ‘당첨자가 없으면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다음주에는 내가 되겠지)’
이같은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중독자라고 한다. 물론 이 내용은 로또 열풍에 따른 우스갯소리이지만 그만큼 로또에 빠져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가정문화시민단체인 ‘하이패밀리’에서는 실제 로또 중독 예방을 위한 자가진단표(뒷 페이지 박스 기사 참고)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복권은 재수인가 확률인가? 복권을 사는 사람 중 ‘꿈이 예사롭지가 않아서’ 구입했다는 사람도 많다. 국민은행의 최근 통계에 의하면 1억원 이상의 고액 당첨자 중 41.3%가 좋은 꿈을 꿔서 복권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첨자들의 꿈을 종류별로 분석해보면 ‘우리에서 놀던 돼지가 품안으로 안겨들어왔다’는 돼지꿈, ‘하얀 옷을 입은 신령님의 계시가 있었다’는 도사꿈, ‘몸에 붙은 인분을 털었으나 떨어지지 않았다’는 변꿈 등이 근소한 차이로 1위 그룹을 차지했다. 이어 불꿈, 대통령꿈, 용꿈, 뱀꿈 등이 2위 그룹을 형성했고, ‘특정 복권 번호를 맞춰 구입해야 한다는 꿈을 3일간 꿨다’ ‘특정 장소에서 복권을 구입하라’는 등 다양한 꿈을 꾼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일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로또복권 당첨확률을 높일 수 있는 속칭 ‘당첨족보’가 나돌고 있고, 인터넷에서도 각종 비법들이 소개돼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당첨족보는 복권이 숫자놀음인 만큼 반드시 확률이 있게 마련이라는 상식적인 판단에 근거하고 있다. 즉 지금까지의 로또복권 추첨에서 당첨번호를 분석해 빈도가 높게 나타난 숫자를 선택하면 당첨될 확률이 높다는 것.
지난 1~9회차 추첨에서 추첨관을 가장 많이 통과한 공은 ‘16’ ‘4’ ‘42’ 등 3개로 각각 다섯 차례씩 나왔다. 최근 당첨 결과로는 ‘39’가 선두주자. 지난 4회부터 7회차까지는 ‘40’이 4회 연속 추첨돼 각광을 받았지만 8~9회차에선 ‘39’가 2회 연속 추첨돼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어떤 근거로 어떤 숫자를 선택하든 8백14만여 조합 중 하나일 뿐으로 머리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차라리 단순하게 뽑아내는 것이 속 편하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 유형을 살펴보면 이렇다.
강아지에 의존하는 형-지금까지 로또에 1백만원 넘게 투자한 직장인 K씨는 매번 나름대로 머리를 써서 분석한 숫자를 골랐지만 한번도 맞힌 경우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자신이 키우는 애완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45번까지 번호를 적은 탁구공을 물어오게 한 다음 이를 토대로 숫자를 조합한다는 것.
지하철 배차시간표를 이용한다-상계동에 사는 P씨는 출퇴근 때마다 무심코 지나쳤던 지하철 배차시간표가 어느날 문득 눈에 들어오면서 그 숫자를 적어놓기로 했다. 그는 어느 역이건 지하철을 탈 때마다 배차시간표를 유심히 보는 게 습관이 되었고 버스를 탈 때도 버스의 번호를 입력해두는 게 일이라고 한다.
엘리베이터를 활용한다-20층짜리 빌딩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B씨는 엘리베이터에 행운을 맡겼다. 이전까지만 해도 수시로 서는 엘리베이터에 짜증을 내곤 했지만 서는 층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기로 한 이후부터는 오히려 즐거워졌다는 것. 특히 올라가거나 내려올 때 여섯번을 서는 경우는 드물어 만일 6회에 걸쳐 설 경우 ‘대박’이 터질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고 한다.
돼지저금통을 이용한다-연희동에 사는 S씨는 좀처럼 꿈에 나타나지 않은 돼지꿈을 바라며 돼지저금통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동네 문구점에서 돼지저금통과 45개의 구슬을 산 그는 돼지저금통 밑에 구멍을 낸 후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구멍 안으로 구슬을 넣었다 빼는 추첨 방식을 통해 숫자를 조합하고 있다고.
오로지 한우물만 판다-직장인 J씨는 매번 새로운 번호를 만들기보다는 고정 번호로 승부를 건다. 그는 자신과 부인의 주민등록번호를 조합해 숫자를 만들었는데 1회차에서는 하나도 못 맞혔지만 2회차에서도 같은 번호로 뚝심있게 밀고 나가 결국 당첨됐다는 것.
이것저것 필요없이 번호추출기 ‘토이볼’에 맡긴다-‘토이볼’이라는 이름을 지닌 이 번호추출기는 로또 기계를 축소한 듯한 모습이다. 진짜 로또 기계가 공기를 이용한다면 토이볼은 전기로 투명한 통 안의 공을 굴린다. 번호를 조합하기 귀찮거나 고민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찍기’ 위한 도구로 그만이라고. 토이볼을 만든 KLS컨소시엄의 관계자는 “처음에 길거리에서 홍보용으로 나눠줄 때는 별관심이 없다가 최근 들어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토이볼을 도둑맞은 로또 판매점도 많다고 한다. 이와 함께 경매 사이트인 ‘옥션’ 등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이와 비슷한 소형 번호 추출기가 8천원선에서 만만치 않게 팔리고 있다고.
혼자서 안되면 로또계로!-직장인 Y씨는 최근 직장동료 5명과 함께 로또계를 만들어 매주 1만원씩 투자해 로또를 산다고. 이처럼 ‘함께 사서 함께 나누는’ 복권동호회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혼자 사는 것보다 당첨 확률이 높아질 거라는 기대감과 행여 대박의 주인공이 돼 주변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부담감을 미리 줄이자는 심리로 확률도 극히 떨어지고 부담도 큰 ‘대박’ 대신 ‘중박’을 노리는 현실파들에게 많다고.
로또 숫자 조합 가이드북까지 합세한다-로또 숫자 조합법을 다룬 가이드북이 광고 한번 안하고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지난해 11월말 출간된 (한국스마트럭 발행)는 미국에서 주식중개인으로 활동하는 게일 하워드라는 여성이 당첨 결과가 누적된 자료를 수학적으로 분석해 만든 미국의 스테디셀러. 운과 기술을 조합하는 카드 게임과 마찬가지로 로또에도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에 따르면 로또 숫자의 합이 138일 때 당첨 확률이 가장 높다며 가급적 합이 106~170 사이에 들어가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1백63억원만 투자하면 무조건 로또 1등에 당첨된다?-로또에서 나올 수 있는 당첨 경우의 수는 8백14만5천60개. 이 경우의 수를 모두 적는다면 당연히 1등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때 소요되는 자금은 1백63억원 정도. 누군가 마음을 먹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1인당 구입하는 금액이 한정되어 있으므로 쉽지는 않지만) 시도한다면? 비밀유지를 위해 혼자 이 일을 처리한다면 1게임(6개 숫자 선택) 표기하는 데 1초씩만 잡아도 8백14만개를 표기하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2천2백63시간, 잠 한 숨 안 자고 기입해도 94일이 걸린다.
그렇다면 8백14만개가 넘는 숫자를 일일이 슬립에 적는 건 무리이고 로또 운영기관인 국민은행에 찾아가 1백63억원을 내고 모든 경우의 수를 산다고 한다면? 돌아오는 답은 ‘NO!’ 로또에도 게임의 룰이 있기 때문에 무조건 슬립에 적어와야 한다.
(여기서 잠깐! 로또 게임의 기본적인 룰 몇가지를 소개한다. 로또에 당첨된 주인이 자신의 영수증에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적어놓았다 하더라도 영수증을 잃어버리면 소용없다. 무조건 영수증을 들고 온 사람이 당첨자로 인정받는다. 또 친구와 공동 구입한 후 영수증을 공정하게 찢어서 나눠가지고 있다 당첨된 후 다시 붙여서 오는 경우 당첨이 취소된다. 영수증에 인위적인 훼손을 가하면 당첨이 취소된다는 규정에 의해서다. 아울러 외국인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복권을 구입할 수 있고, 당첨금도 지급된다. 단 미성년자에게는 로또를 판매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하지만 당첨 영수증을 가져온 사람이 미성년자라면 성년 대리인을 내세워 받을 수 있지만 미성년자에게 로또를 판 판매상은 판매 자격을 상실하고 국민은행 지점이 판매했다면 판매 지점에서 제외된다.)

대한민국에서 LOTTO 모르면 ‘바보’아니면‘간첩’?

로또복권은 발매후 두달 만에 3천만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성인 한명당 5천원어치를 산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당첨의 ‘묘수’를 찾아내려는 사람들도 막상 1등에 당첨되는 것은 너무 부담스럽다며 ‘2등 선호 신드롬’이 일고 있는 것도 로또만의 새로운 풍토다. 직장인인 K씨는 “1등에 당첨되면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관리할지 평생 고민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라며 이는 “나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의 인생이 엉망이 될 게 뻔하다”며 1등은 반갑지 않다고.
‘다다익선’이라고 당첨금이 많으면 좋은 것 아닌가. 언뜻 이해하기 힘든 이같은 심리는 지난 1월 65억원에 당첨된 사람이 갖은 협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과 어우러져 돈도 좋지만 돈 때문에 고통받는 것도 싫다는 얘기.
65억원의 주인공인 J씨 또한 자신이 언론에 노출된 것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예전에 방송을 탄 후 약간의 경제적인 도움을 얻었다가 강도에게 아버지가 살해당하기까지 한 ‘산골소녀 영자’처럼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을 많이 했다는 것. 그는 “빠듯하게 살 땐 돈이 생기면 걱정이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돈이 생기니까 이것저것 생각도 많아지고 걱정도 많아 3주 만에 5kg이나 빠졌다”고 한다.
이같은 염려에서 인터넷에서는 1등 당첨시 행동수칙의 요령이 속속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유형을 보면 이렇다.
나의 당첨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지 말라(이순신 장군형)-일단 당첨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입을 다물어라. 가능하면 배우자에게도 말하지 말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관심사이므로 최소한 한달이 지난 다음에 당첨금을 받으러 가라. 직장도 평소와 다름없이 다녀라. 한달이면 아쉬운 대로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할 시간이 확보된다.
당첨자는 다만 사라질 뿐이다(맥아더 장군형)-한달이 지난 후 은행에 가서 당첨금을 수령해 즉시 은행에 예치한다. 이때 당신의 호주머니에는 가족수만큼의 국제항공편 티켓이 들어 있다. 그렇게 해외로 떠나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당첨금은 손해를 보더라도 인심은 잃지 마라(취미는 바꾸더라도 친구는 바꾸지 말라는 프랑스 계몽사상가 볼테르형)-당첨금을 너무 움켜쥐려고 하면 사람을 잃을 수 있다. 돈밖에 모르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지 않으려면 주위에 어느 정도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 숨기려 해도 당첨자의 정체는 어차피 밝혀지게 된다. 누가 찾아오기 전에 먼저 거액의 기탁금을 사회에 기부하라.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듣지 말고 돈도 주지 마라(공자형)-그래도 찾아오는 사람이 있다. 무조건 돈을 달라고 집요하게 협박하는 사람이 생기면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 이때 너무 강하게 대립하다 보면 불상사가 생길 수 있으니 관할 당국에 협조를 구하라.
아울러 ‘당첨금을 수령하러 갈 때 버스에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 45명을 함께 태워 누가 진짜 당첨자인지 아무도 모르게 하라’는 등 기발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아이디어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렇듯 대박 행렬에 참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결혼정보업체에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등에 당첨된다면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서 남성은 주택마련(23.2%), 세계여행(20%), 불우이웃돕기(15.3%), 사업(13.6%) 순으로 답했고 여성은 세계여행(23.5%), 주택마련(23%), 저축·주식투자(16.2%) 순으로 나타났다.
또다른 결혼정보업체에서도 직장인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58%가 고액복권에 당첨되면 사직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응답자는 평균 9억7천만원, 여성 응답자는 평균 6억여원이 당첨되면 직장을 그만둘 의사가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지난 2월8일 10회 로또복권 추첨에서 2등에 당첨된 40대 회사원이 당첨금 일부를 병을 앓고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해달라며 방송국에 맡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울산방송에 의하면 이 남자는 2등 당첨금 3천1백84만4천9백원 가운데 정확히 1천만원을 뺀 나머지 금액이 든 통장과 도장을 뇌척수염을 앓고 있는 김모양(11·울산시 동구 화정동)에게 전달해달라며 방송국에 놓고 간 것. 김양은 고령인 외할머니와 몸져 누운 엄마, 동생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하고 있던 중 지난 2001년 말, 뇌척수염을 앓은 뒤 지금까지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누워있는 상태에서 영양제 구입비용이 없어 애를 태우고 있던 중이었다.
이 남자는 또한 직장동료에게 당첨되면 1천만원을 주기로 약속한 대로 나머지 금액은 동료에게 주었다고 한다.

경기도에 사는 P씨(24)는 당첨금 73억원이 걸린 지난 8회차 로또복권의 1등 당첨 숫자 6개를 모두 맞혔으나 당첨금은 한푼도 받지 못했다. 그는 로또 마케팅 전문업체인 엔트로 E&M이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www.lotto645.com)에서 회원들에게 제공하는 ‘로또 645 사이버머니’ 게임에서 8회차 행운번호 6개 모두 맞혔으나 사이버 게임에만 응모하곤 실제로 로또를 구입하지 않아 73억원의 호박 넝쿨을 놓쳤다.
이 게임은 회원간의 로또머니를 이용하여 실제 로또 645 게임과 똑같은 방식으로 진행되며 누적된 사이버머니를 이용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교환할 수 있는 일종의 이벤트 게임이다. 실제 로또를 구입하지 않은 P씨는 “행운번호 생성기를 통해 선택한 번호들이 실제 행운의 숫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그러나 엔트로측은 1등 당첨자를 기념하기 위해 그에게 마티즈 승용차를 특별 증정키로 해 그의 불운을 다소나마 위로해주었다고 한다.
그런 반면 경북 영주에 사는 K씨(50)는 폭설이 내리던 지난 1월27일 잭팟을 터뜨렸다. 이날 오후 8시40분경 내국인 출입 카지노인 강원랜드에서 2억4천9백만원짜리 대박이 터진 것. 2000년 10월28일 개장 이후 강원랜드 최고 액수의 잭팟은 2001년 10월29일, 대구에서 온 50대 서모씨가 터뜨린 1억8천8백만원짜리. K씨는 이날 게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다 폭설로 인해 발이 묶여 강원랜드로 다시 돌아와 20만원을 투입한 끝에 2억5천만원에 가까운 돈방석에 앉게 된 것.
그러나 예전 같으면 세인들의 눈길을 충분히 끌고도 남을 그의 잭팟도 수백억원을 넘나드는 로또 당첨금에 밀려 별관심을 얻지 못했다.
이런 풍토를 두고 ‘인생역전’을 외치며 로또복권의 상징이 된 로또복권 모델 송강호는 “로또가 이렇듯 폭발적인 반응을 얻을 줄은 몰랐다”며 스스로 “겁이 난다”고 할 정도. 그는 로또복권 수익금이 사회적으로 좋은 일에 사용된다는 말을 듣고 모델에 응한 후 그동안 복권과 거리가 멀었던 자신도 로또복권만큼은 1회 때부터 매주 4만~5만원어치씩 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1만~2만원 정도 투자해 일주일이 즐겁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 아니냐고 하는 그 역시 “재미삼아 사는 것이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내심 기대가 되더라”며 그동안 숫자를 세개 맞힌 것이 최고의 전적이지만 “만약 1등에 당첨되면 번듯한 영화사를 차리고 스크린쿼터 기금 등 한국영화 발전에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LOTTO 모르면 ‘바보’아니면‘간첩’?

로또복권을 홍보하는 모습.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관심사가 된 ‘로또’는 그동안 인터넷 검색어 1위를 달리던 ‘섹스’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캐나다
가장 대중적인 상품으로 ‘6/49 로또’와 ‘로또 슈퍼 7’이 있다. ‘6/49 로또’는 1~49중에서 6개의 숫자를 맞히는 표준형 로또 게임. 선택한 6개의 숫자들 중 3개 이상이 추첨된 6개의 숫자들과 한개의 보너스 숫자와 일치하면 당첨된다. 1등 당첨 확률은 1천3백98만분의 1로 1등 최소 기본 당첨금은 1백만달러. 당첨자가 나오지 않으면 다음 추첨으로 이월된다.
‘로또 슈퍼 7’은 1~47 사이의 숫자들 중에서 7개를 선택해 그중 3개 이상이 추첨된 숫자들과 일치하면 당첨된다. 1등 당첨 확률은 6천2백89만분의 1. 1등 최소 당첨금은 2백50만달러.
미국
‘콜로라도 로또’는 1~42 가운데 6개의 숫자를 선택해 맞히는 개수(3~6)에 따라 상금이 지급된다. 1등 당첨 확률은 5백24만분의 1로 최소 당첨금은 1백만달러.
펜실베이니아주의 ‘슈퍼식스 로또’는 1~69 중 여섯개의 숫자를 골라 맞혀야 한다. 1등 기본 당첨금이 3백만달러로 다른 주보다 높은 편으로 당첨 확률은 3천9백95만분의 1.
대만
대만 로또는 6/42 게임으로 42개의 숫자 중 선택한 6개의 숫자가 모두 맞으면 1등에 당첨된다. 지난해 1월부터 시작된 대만 로또는 당시 1등 최소 당첨금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 발매시 가능한 판매예상치를 감안해 4천만 대만달러(약 15억2천만원)으로 예측했으나 실제 판매액이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당첨금이 51억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
때문에 발매 초기부터 로또시장 과열열풍이 불어 복권 추첨시간에는 업무가 마비될 정도에 이르자 대만 정부에서 로또 광고를 잠정 중단시킨 적도 있다. 반면 대만에서는 로또가 긍정적인 효과를 낳기도 했다. 불법 도박이 특히 성행하고 있는 대만에서는 거액의 당첨자가 탄생하는 로또복권이 성행하자 불법 도박을 하는 고객들이 로또를 구입하기 위해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파산 상태에 이른 한 불법 도박시설 운영업자가 TV 추첨을 하는 방송사를 폭파하겠다는 위협을 가해 경찰들이 방송사 주위를 삼엄하게 경비하는 가운데 추첨이 진행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물렀거라~ 7백억원은 그야말로 껌값?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로또의 가장 큰 대박은 미국의 ‘메가 밀리언즈’에서 터진 3억2천5백만달러(약 3천9백억원). 상금이 9개월간 이월된 끝에 지난해 4월16일 추첨에서 터져나와 미국 전역을 떠들썩하게 했다. 행운의 주인공은 모두 3명으로 1억8백33만달러씩 나눠 가졌다. 미네소타와 델라웨어 등지에서도 2억9천만달러의 기록적인 잭팟이 터지기도 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큰 대박이 터지는 것은 인구가 적은 주가 연합, 공동 발행해 경비를 줄이는 대신 매출을 증대시켜 1등 당첨금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스페인의 가난한 축구클럽,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복권이 2천억원 당첨!
스페인의 한 가난한 축구클럽이 지난해 크리스마스 선물로 산 복권이 무려 2천억원에 달하는 금액에 당첨돼 화제가 되었다. 올리브 농사를 주업으로 삼고 있는 스페인 남부의 조그만 시골마을 벨레스-루비오 지역의 세미프로클럽이 크리스마스 대목을 보고 발행된 로또복권 ‘엘 고드로’에서 ‘08103’이라는 숫자가 당첨돼 총 17억유로의 상금 중 10%에 가까운 1억6천만유로(약1천9백20억원)을 받았다. 1억6천만유로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거대클럽 FC바르셀로나가 연간 사용하는 운영예산의 6배에 달하는 금액.
‘08103’이 적힌 복권 8백장을 구입했던 벨레스-루비오 클럽 선수들은 이중 일부를 추첨 직전 팀 관계자들과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아 인구가 고작 4천7백명인 마을 전체가 단체로 때아닌 횡재를 맞았다.
벨레스-루비오는 스페인축구협회에도 정식으로 등록되지 못한 영세 클럽으로 지역 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는 팀. 복권 추첨이 있던 날 마침 오리엔테 클럽과 경기를 치르고 있던 선수들은 당첨 사실을 전해 듣고는 하프타임에 샴페인 파티를 벌여 들뜬 기분으로 경기하는 바람에 2대0으로 패했다고.
복권 때문에 울고 웃던 사람들
83년 6월 남부 인도에서 한 처녀가 우물에 투신자살하자 그녀의 약혼자가 음독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처녀의 아버지가 1만달러에 달하는 복권에 당첨되자 공장노동자로 일하는 남자에게 딸을 줄 수 없다며 파혼을 선언해 벌어진 비극이었다.
86년 미국 시카고 부근 쿠크카운티에서는 복권당첨금을 둘러싸고 부자지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당첨금은 2백30만달러(27억6천만원). 복권 번호는 아들이 선택, 당첨되면 가족 모두 똑같이 나누기로 했지만 막상 당첨되고 난 후 당첨금을 아버지가 독차지해 아들이 법원에 당첨금 지급정지 신청을 했다. 이에 법원은 문제의 당첨금을 모두 포기하라고 권고했다는 것.
85년 미국 워싱턴에 사는 로마노 부부는 당시 워싱턴 사상 최대의 대박인 3백40만달러(40억8천만원)에 당첨됐다. 그러나 남편은 여전히 군부대 전기기술자로 일하고 있고, 부인은 여전히 날마다 눈에 띄는 대로 식품 할인쿠폰을 오리고 있다고. 그들의 집도 살던 그대로고 자동차도 값싼 소형차를 고집하고 있다고. 반면 이들 부부는 가난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교회에 꼬박꼬박 기부금을 내고 있어 주위 사람들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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