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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승엽 과거 폭로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채씨

■ 글·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김미선 ■ 사진·동아일보 출판사진팀

입력 2003.03.06 11:08:00

편승엽·길은정 폭로공방이 결국 법원까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길은정과 함께 기자회견을 통해 편승엽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던 채씨가 경찰 대질신문에서 말을 바꾼 것으로 알려져 사건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채씨가 털어놓은 사건의 진상과 심경 토로.
편승엽 과거 폭로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채씨

지난해 10월2일 기자회견을 하는 채씨(사진 왼쪽).


지난해 9월 가수 길은정(42)이 전남편 편승엽(39)과의 결혼생활 뒷이야기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리면서 시작된 양쪽의 진실 공방이 결국 법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10월2일 길은정과 채씨(43), 김씨(44)가 편승엽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 폭로하자 10월9일 편승엽이 세 여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것. 그후 경찰조사를 거쳐 지난 1월29일 마포경찰서에서 길은정, 채모씨와 편승엽 간의 대질신문이 이루어졌다.
이날 대질신문에서 길은정과 편승엽은 각각 자신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해서 주장했다.
“편승엽과의 관계 폭로 후회는 없어”
그런데 길은정은 “암이 재발한 것 같다”고 말해 기자들을 안타깝게 하기도 했다. 96년 직장암 수술을 한 그는 그동안 강한 정신력으로 가수활동과 방송활동을 하며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최근 그동안 진행하던 불교방송 ‘백팔번뇌’를 중단할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좀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그와 전화통화를 했다. 그는 “2년 전부터 암이 재발한 것 같다”고 했다. 어느 병원에서 암 재발진단을 받았느냐고 묻자 “왜 그게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며 “지금은 특별히 할말이 없다. 사건이 마무리되면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악화된 몸 상태와 이번 사건으로 인한 마음의 고통, 착잡한 심경을 길게 토로했다.
그런데 이날 길은정과 함께 출석했던 편승엽 동거녀 채씨가 편승엽과의 대질신문에서 뜻밖의 진술을 한 것이 뒤늦게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편승엽이 채씨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혐의 사항이 자신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진술이었다. 채씨의 혐의사항은 크게 세가지. 첫째 편승엽이 1억원을 갈취,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고, 둘째 편승엽이 호스트바에서 일했다고 주장했으며, 셋째 그의 이름으로 “편승엽 아내가 ‘편승엽은 사기꾼이다. 나는 속았다’고 말했다”고 인터넷에 올렸다는 것이다.
만약 채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건의 최대 피해자는 채씨일지도 모른다. 길은정의 일기 파문 기사를 보고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연락을 했다가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일로 고소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평택에 살고 있는 채씨를 만나보았다. 기자회견 때 모자와 굵직한 테두리의 선글라스를 낀채 나타나 얼굴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던 것과 달리 맨얼굴을 드러낸 채씨는 나이에 비해 훨씬 젊어보였다.
“기자회견을 한 후 마음이 후련했어요. 그런데 그후 정신적 고통이 너무 커서 지금 아무 일도 못하고 있어요. 전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참아왔던 고통을 터뜨리는 것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답답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고….”
그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심경을 토로한 후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대한 진실을 털어놓았다.
“제가 공개적으로 ‘편승엽은 일본 호스트바 출신’이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친구로부터 ‘일본의 한 클럽에 갔는데 편승엽이 그곳에서 노래를 부르고 자기 테이블로 와서 술을 따라주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길은정에게 말해주었는데, 이것이 와전돼 인터넷에 오른 거예요.”

편승엽 과거 폭로했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당한 채씨

기자와 만나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밝히는 채씨. 사진·정병철(굿데이 기자)


또한 “편승엽의 아내가 ‘편승엽은 사기꾼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인터넷에 올린 것도 자신이 직접 한 게 아니라고 했다. 인터넷에 오른 일기 중에서 다른 부분은 자신이 쓴 일기가 맞지만 문제의 부분은 그의 일기를 인터넷에 올린 사람이 임의로 덧붙여 올렸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그는 “편승엽이 1억원을 갈취했다”는 부분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편승엽이 차도 필요하고 큰집으로 이사를 가자고 해서 운영하던 옷가게를 1억원에 친척에게 넘기고 그 돈으로 차도 사주고 가구와 살림살이도 새것으로 바꾸고 나머지는 생활비로 모두 지출했다는 것.
“편승엽과 헤어진 후 다시 옷가게를 하려면 1억원을 돌려주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이미 그 돈은 다 써버린 상태였으니 빚을 질 수밖에 없었죠. 따라서 편승엽과의 동거로 인해 생겨난 빚인 건 분명하지만 ‘갈취’란 말은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었어요.”
그는 또한 기자회견 보도자료에 나온 “편승엽이 최근까지 (현 부인과 결혼한 상태에서도) 나를 찾아오거나 전화를 걸어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으며 ‘나는 너밖에 없다’고 꼬여 만남을 가졌다”는 부분은 자신의 말을 길은정이 정리하는 과정에서 잘못 알아듣고 쓴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경찰조사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모두 밝혔다고 말했다.
“애초 의도와 달리 본의 아니게 과격한 표현을 한 점에 대해서는 편승엽에게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채씨는 “일부 과격한 표현을 제외하고 내가 주장하는 편씨의 부도덕한 측면은 대부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채씨가 주장하는 편승엽과의 동거 전말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두 사람이 만난 건 92년 봄. 나이트클럽에서 노래하는 편승엽과 우연찮게 두 차례 정도 마주친 일이 있었는데, 편승엽이 전화번호를 적어주며 연락을 달라고 했다. 당시 남편과 별거중이던 채씨는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고, 만남을 지속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해주다 사랑으로 발전했다.
“92년 7월경 저에게 서로 평생 의지하며 살자고 하더군요. 당시 그는 무명가수였지만 연민의 정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남편에게 집과 제가 운영하던 매장까지 다 넘겨주고 이혼을 했어요. 93년 1월부터 편승엽과 저, 그리고 제 아이, 셋이서 동거를 시작했죠. 당시 전 편승엽 아이들까지 데려와 상처받은 사람들끼리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가 보기에 편승엽이 채씨 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던 것 같다. 사랑을 주기는커녕 윽박지르곤 해 가슴이 아팠다.
“일년 정도 살다가 도저히 아이에게 못할 짓인 것 같아 헤어지기로 결심했어요. 하지만 편승엽이 끈질기게 구애를 해 한달 만에 다시 재결합을 했어요. 그러다 결국 아이를 전 남편에게 보냈죠. 아이 아빠도 제가 재혼을 한다는 말을 듣고 자기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하고, 편승엽도 제가 아이가 있어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한다고 하고…. 아이를 보내고 무척 우울했어요. ‘자식을 버리면서까지 내 행복을 찾아야 하나’ 하는 생각과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에 견디기 힘들었어요.”
설상가상으로 편승엽이 외도를 하기 시작했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그 이야기를 듣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 여자를 사랑하냐고. 편승엽은 울면서 “사랑한다”고 했다. 아이까지 포기하고 이루려고 한 가정이었는데…. 그건 깊은 절망이었다. 그 일로 인해 부부싸움을 하던 중 구타를 당했다. 그는 전남편으로부터도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가정폭력에 시달린 아픔이 있었다. 또다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그런 상태에서 95년 3월경 편승엽의 아이들이 왔다.
“아이들에게 잘해주려고 노력했어요. 양심을 걸고 그애들을 미워하거나 구박한 적 없어요. 그저 이 아이들 속에 내 아이도 함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 뿐이에요. 우리끼리만 있었으면 행복했을 거예요. 그런데 아이들 할아버지 할머니가 끼면 꼭 일이 꼬여요. 예를 들어 아이들 의사를 존중해 아침에 빵을 먹을래 밥을 먹을래 물어봐요. 빵을 먹겠다고 해서 빵을 주면 할머니가 나중에 ‘왜 아이들에게 아침밥을 안 주고 빵조각이나 주냐’고 비난을 해요. 그것 때문에 많이 울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편승엽은 바깥으로만 돌았다. 짜증을 내고, 지방을 간다며 집을 비우기 일쑤였다. 자연히 채씨도 화를 내기 시작했고, 사실상 파경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96년 5월 부부싸움 끝에 편승엽이 집을 나가는 것으로 동거생활은 종지부를 찍었다.
“그런데 집을 나간 지 며칠 뒤 편승엽 사촌의 부인이 저에게 와서 편승엽이 결혼한다는 말을 하는 거예요. 그게 바로 길은정이었죠. 그때서야 알았어요. 편승엽은 이미 전부터 길은정과 결혼할 생각을 갖고 계획적으로 구실을 만들어 집을 나갔다는 걸.”
혼자 남은 채씨는 먹고 살기 위해 95년 가게를 넘기며 받았던 1억원을 빚을 얻어 다시 돌려주고 옷장사를 시작했다. 편승엽과의 동거생활로 남은 것은 결국 1억원의 빚뿐이었다. 96년 8월경 편승엽이 그에게 2천만원을 주기는 했다.
길은정과 결혼한 후에도 편승엽은 채씨의 호출기에 음성을 남기는가 하면 길은정이 하와이에 있던 97년 7월엔 채씨를 찾아와 새벽까지 같이 있다 돌아가기도 했다. 채씨에게 “길은정과 이혼하기 전에도 만나 성관계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았다.
“길은정과 헤어진 후 이유정과 결혼하기 전까진 우리집에 찾아오기도 했어요. 저에게 ‘집이 작으니 큰집을 알아보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미국에 갔다오면서 제 아이 선물도 사가지고 왔어요. 그게 뭘 의미하는 거겠어요. 전 당연히 다시 합칠 줄 알았죠. 그런데 이씨와 결혼을 하더군요. 그때서야 비로소 더 이상 인연이 아니구나 하는 걸 알았어요.”
그는 편승엽과의 관계를 폭로한 것에 대해 후회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마무리되면 “부모님이 계신 미국으로 건너갈 계획”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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