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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주부가요 스타’에서 3주 연속 우승한 ‘조선족 신부’ 오해자

■ 기획·이한경 기자(hklee9@donga.com) ■ 글·최숙영 ■ 사진·정경택 기자

입력 2003.03.05 18:17:00

또 한명의 주부스타가 탄생했다. KBS ‘도전! 주부가요 스타’에서 3주 연속 우승을 차지한 오해자씨. 그는 지난해 중국 선양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조선족 주부다. 중국에서의 힘겨웠던 생활과 결혼, 방송 후 고아인 남편이 아버지를 찾기까지 드라마틱한 사연 공개.
‘도전!주부가요 스타’에서 3주 연속 우승한 ‘조선족 신부’ 오해자

꿈이었을까. 지난해 중국 선양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오해자씨(26)는 KBS ‘도전! 주부가요 스타’에서 3주 우승을 차지한 것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 눈치다. “너무 기뻐서 꿈만 같다”는 말을 연달아 한다.
처음 1승을 했을 때는 사회자가 그의 이름을 호명하는 순간 너무 기뻐서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그때 가장 생각난 사람이 중국 옌벤에서 어렸을 때부터 키워준 할아버지(2001년 작고)와 할머니(72)다. ‘지금의 내 모습을 보셨다면 얼마나 좋아했을까…’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왔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하는 그의 눈가가 또 붉어졌다.
“3주 연속 우승을 한 후에 저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한마디로 스타가 된 거죠. 얼마 전에는 TV 토크쇼에도 출연했는데 어렸을 때 고생했던 얘기며, 힘들게 살아온 얘기를 다 했어요. 그랬더니 속이 후련하고 좋더라고요.”
중국 선양에서 태어난 그는 6세 때까지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다. 이후 형편이 어려워, 남의 집 ‘업둥이’로 보내졌고 갖은 구박과 설움을 당하다 12세 때 그 집에서 뛰쳐나왔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돈을 벌기 시작했다”는 그는 음식점, 신발 공장, 백화점에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20세가 되던 해에는 선양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손님들이 “노래 끝내준다”며 팁으로 달러를 던져주었지만 그는 15일 만에 그 일을 그만뒀다. 손님들이 막무가내로 건네주는 술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오씨가 남편 권영철씨(35)를 만난 것은 2001년 11월, 결혼정보회사를 통해서다. 친구 대신 맞선 장소에 나간 것이 인연이 됐고, 남편을 보는 순간 선해 보이는 인상에 호감을 느꼈다고 한다.
“제가 남편을 더 많이 좋아했어요. 남편은 조선족 여자 6명을 소개받았는데 본인이 고아로 자라서인지 결혼할 여자도 고생을 해본 사람이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6명 중에서 저를 선택했지요. 우리는 만난 다음날 약혼식을 하고 6개월 동안 결혼수속을 밟았어요. 결혼식은 두번 치렀는데 한번은 2002년 2월 중국에서 했고 또 한번은 같은해 5월 한국에서 했어요.”
한국에서의 신혼생활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귀국할 당시 임신 7개월이었던 그는 얼마 안돼 아들(권천성·5개월)을 낳았고,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남편과 지난해 11월 호프집을 열었다.
친구 대타로 나간 맞선에서 만난 남자와 결혼
그의 노래 실력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그 무렵이었다. 호프집 개업 기념으로 몇몇 아는 사람들과 같이 노래방에 갔다가 멋들어지게 노래 한곡을 불렀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란 사람들은 “‘도전! 주부가요 스타’에 나가보라”고 추천을 했다.
“연습은 별로 안했어요. 제가 주현미 노래를 워낙 좋아해서 하루에 30분씩 주현미 테이프를 듣고 따라 부른 게 전부였죠. 예심을 볼 때는 주현미의 노래를 부르지 않고 현숙의 ‘요즘 남자 요즘 여자’를 불렀는데 심사위원들이 저보고 ‘노래를 참 잘한다’고 하시더라고요.”

‘도전!주부가요 스타’에서 3주 연속 우승한 ‘조선족 신부’ 오해자

어릴 적부터 꿈이 가수였던 오해자씨는 아직도 그 꿈을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주현미의 ‘짝사랑’으로 1승을, ‘추억으로 가는 당신’으로 2승을, ‘신사동 그 사람’으로 연속해서 3승을 거뒀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녹화장에 나와서 응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2승을 거둔 날, TV에서 남편 권씨를 봤다는 한 할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내 사촌오빠가 30년 전 잃어버린 아들과 너무 똑같이 생겼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남편은 극적으로 30년 만에 아버지(62)와 재회를 했다. 그의 아버지는 “며느리 덕분에 아들도 만났다”며 눈물을 글썽거렸다고 한다.
“남편은 제 앞에서는 안 울었지만 제가 안 보는 사이에 밖에 나가서 울었나 봐요. 눈이 새빨갛더라고요. 남편에 의하면 한살 때인가, 두살 때 친엄마와 헤어지고 아버지하고 계속 살다가 여섯살 때 헤어졌대요. 그뒤 고아원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다 사회에 나와서 혼자 자립을 했는데 그러다가 이번에 아버지를 만났으니 얼마나 반가웠겠어요.”
그의 말에 남편 권씨는 “그 심정을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사실 그는 30년 만에 아버지를 찾은 것에 대해 호들갑을 떨거나 자신의 감정을 요란스럽게 표현하지 않았다. 그냥 “혈육을 찾았다는 게 기분이 좋지요”라고 말했을 뿐이다.
나중에 아버지를 만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의 아버지는 재혼을 했다고 한다. 권씨는 “현재 이복동생으로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이들도 조만간 만나게 될 것”이라며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오씨는 3주 연속 우승한 결과 상품으로 1승 때는 디지털 TV를, 2승 때는 노트북을, 3승 때는 하와이 여행티켓을 받았다. 이중 디지털 TV와 노트북은 팔아서 그 돈을 남편에게 선물로 주었다. 결혼할 당시 남편한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어서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또 하와이 여행티켓은 홍콩과 마카오 여행티켓으로 바꿔서 지난 1월말 4박5일 동안 여행을 다녀왔다. 입국한 지 얼마 안된 조선족이라 미국 비자를 얻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제 소원이 가수가 되는 거예요. 지금도 정식으로 가수 데뷔하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아직은 시간이 없어서 엄두를 못 내고 있어요. 호프집도 신경을 써야 되고 둘째도 임신을 했거든요. 만약 제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 아들은 의사나 한의사 시키고 둘째는 딸일 경우 가수를 시키고 싶어요. 저의 못다한 꿈을 딸이 대신해서 이루는 것도 좋겠지요.”
아내의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 권씨는 “이 참에 아내가 가수가 됐으면 좋겠지만 재능이 있다고 다 가수가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 누가 밀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냐”면서 안타까워 했다.
오해자씨는 인터뷰가 끝나자 3주 연속 우승하면서 받은 트로피를 꺼내서 보내주었다. 그리고 마른 수건으로 반짝반짝 윤이 나게 트로피를 닦으면서, 이렇게 수줍은 고백을 했다.
“솔직히 가수가 되면 좋겠지만 저는 이대로도 행복해요. 남편하고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행복하게 사는 제 자신이 자랑스럽거든요.”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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