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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과 함께 미국 초등학교 체험한 심양섭씨의 조기유학기

“책임감과 독립심 중시하는 교육, 반면 기계적이고 냉정한 면도 있어요”

■ 기획·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 글·박진숙 ■ 사진·홍상표

입력 2003.02.28 16:26:00

미국 등으로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는 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조기유학을 보내는 방법에 대한 정보만 많을 뿐 실제 그곳에서 어떻게 가르치는가에 대한 정보를 얻기 힘들어 답답하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1년 동안 아들을 미국의 초등학교에 보내면서 겪은 체험을 담은 심양섭씨의 <미국 초등학교 확실하게 알고 가자>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해준다.
심씨가 말하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국 초등학교의 실상.
아들과 함께 미국 초등학교 체험한 심양섭씨의 조기유학기

“아주대 교수인 아내가 1년 동안 미국 시애틀 대학교의 방문교수로 초청을 받았어요. ‘좋은 기회다’ 싶어 가족이 모두 따라나섰죠. 그런데 떠나기 전, 아이의 미국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기 위해 서점에 갔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군요. 해마다 수많은 아이들이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가는데 아직까지 변변한 현장 체험서 한권 없다는 게 놀라웠어요. 그래서 저라도 초등학교에 대한 실제적인 정보가 담긴 현장보고서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죠. 엄청난 문화차이 때문에 알고 가도 당황하기 쉬운데 모르고 가면 훨씬 더 하잖아요.”
인터넷 어린이신문 발행인인 심양섭씨(43)는 2000년 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꼬박 1년간 미국에서 살면서 당시 아홉살이던 아들 재현이와 함께 미국의 공립 초등학교 생활을 몸으로 체득했다. 교육청, 학교, 학부모회에서 주최한 각종 회의와 행사, 소풍, 현장학습 등에 모두 참석했고, 기회가 닿는 대로 학부모 자원봉사를 마다하지 않았다. 덕분에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과 우리나라 초등학교와의 다른 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정리해 최근 를 펴냈다.
그의 책에는 재현이의 신통치 않은 성적표 공개부터 부모가 할 일, 아이의 수업 과정과 내용, 반 편성과 좌석 배치, 미국 공립학교 진단, 학교생활에 필요한 자잘한 준비물까지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이 총망라되어 있다.
“재현이는 선셋 초등학교 1학년 3학기 중간에 입학했어요. 영어를 잘하지 못해 ESL 과정도 들었죠. 미국의 학교 분위기는 틀에 얽매이지 않아 자유분방했어요. 수업시간에 아이들은 교실 바닥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 때가 많고, 2학년까지는 교과서도 없어요. 만들기와 그리기 활동이 유난히 많죠. 그리고 권위적인 면도 없었어요. 학교 행사 때 내빈석도, 교장의 인사말도, 단상도 없더라고요. 스쿨버스 옆에서 타고 내리는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교장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 정도였으니까요.”
이런 미국의 ‘열린 교육’은 처음 영어가 서툴러 “미국학교에 가기 싫다”던 재현이를 한달 만에 “한국에 돌아가기 싫다”로 바꾸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수업방식 자체가 한국과 판이하게 달라 아이가 덜 부담스럽고 덜 지루하게 받아들였다. 아이의 말대로 한마디로 ‘놀자판’이었다.
재미있는 수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미국은 다양한 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영어뿐 아니라 수학, 사회, 과학도 게임과 만들기로 수업을 진행했다. 그리고 교사가 정답을 바로 말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토론을 통해 아이들이 정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방식을 취했다. 기초를 튼튼히 하면서 실용적인 내용으로 진도를 천천히 나가는 것도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를 하는 요소가 되었다.
“무엇보다 미국 학교가 한국 학교와 다른 점은 부모가 참여할 길이 많다는 거였어요. 대부분 학교행사를 밤에 진행해 직장을 가진 부모도 참석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학부모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봉사를 할 수 있어요. 저도 청소를 하거나 현장학습 때 자원봉사를 해서 ‘이달의 자원봉사자’로 뽑히기도 했어요. 이런 봉사활동을 통해 아이의 학교생활을 잘 알게 되고, 학교가 가깝게 느껴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한국 부모들은 영어를 못한다며 자원봉사를 꺼리는데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요. 한복을 보여준다든지, 젓가락 사용법을 알려주는 등 우리 문화를 소개하면 무척 좋아해요.”
심씨는 아이를 미국 초등학교에 유학 보냈다면 ‘오픈 하우스’와 ‘커리큘럼 나이트’엔 부모가 꼭 참석하라고 당부했다. 1년에 두 차례 있는 ‘오픈 하우스’는 말 그대로 학교를 개방하는 날로 담임교사에게 아이의 특성을 설명하고 교사로부터 부모가 자녀를 위해 챙겨주어야 할 사항을 들을 수 있어 학교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한다. 또한 ‘커리큘럼 나이트’는 교과과정 설명회로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 성적평가기준은 무엇인지, 시간표는 어떤지 알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라는 것.

아들과 함께 미국 초등학교 체험한 심양섭씨의 조기유학기

심양섭씨는 아이를 미국학교에 보내려면 부모가 먼저 미국학교에 적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고 미국 초등학교가 마냥 좋고 편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이야기다.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교육 이면에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엄격한 책임교육과 규율, 질서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미국 학교 현실에 적응하는 데 꽤 시간이 필요했어요. 정말 당황했던 순간은 입학하고 한달쯤 지나 교사와 면담할 때였어요. 무척 직설적으로 아이의 문제점을 말하더군요. 재현이가 학교 복도에서 뛰어다닌다, 수업시간에 집중을 안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어리고 영어를 잘 못해 그런 것 아니냐고 변명을 했는데 교사가 정색을 하면서 아이의 태도를 바꾸게 지도하라고 하더군요. 뒤통수를 한방 맞은 기분이었어요.”
학부모와 면담을 할 때 교사들이 아이의 생활태도에 관해 비교적 후하게 말하는 편인 우리나라와는 너무나 다른 모습을 심씨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미국은 학교에서의 생활태도 성적이 우리네 형식적인 점수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냉정하고 가차없이 적용된다. 결국 재현이는 생활태도 성적을 4점 만점 중 2점을 받았다.
“미국에선 학생들에게 책임감을 길러주고 독립심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교육을 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규칙을 잘 지키고 자기 책임을 다하도록 가르치는데, 특히 집중력을 무척 강조해요. 우리는 아이가 다소 산만해도 크면 집중력이 생긴다고 믿는데 비해 미국인들은 산만한 증세가 보이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미국인 엄마도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집중을 잘 하지 못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였더니 좋아졌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끝내 울먹이기는 했지만.”
심씨는 미국 학교는 기계적이고 비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학생들에 대해 책임을 지는 시간과 장소를 엄격하게 구분한다고 했다. 학교 개방시간(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외에는 학생들이 학교에 남아있어서는 안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책임지기로 계약한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와 함께 있는 경우를 빼고는 쉬는 시간에 교실에 남아서도 안된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운동장에 직원이 있어 아이들을 보호하고 관리한다. 이처럼 매우 사무적인 태도는 한국의 문화와 교육 철학과는 사뭇 달라 그의 눈엔 생경하게만 보였다고 한다.
문화적인 차이는 그뿐이 아니었다. 심씨는 미국 학교의 벌 주는 방식을 보고 그 차이를 더욱 실감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매를 들지 않는 대신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못하게 하는 식으로 권리를 박탈한다. 재현이가 다닌 선셋 초등학교는 36가지 교칙(복도에서 우측 통행하기, 복도에서 뛰지 않기,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버리기, 싸움·난폭한 행위하지 않기, 욕설이나 침 뱉기 등을 하지 않기,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등)이 있는데 경미한 위반이면 교실 밖에 서 있는 벌을 받거나 경고장이 발부된다. 해당 학생과 학부모는 경고장을 받은 다음날까지 사인을 해서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위반’이면 사건 경위서가 발부되고, 교장이 정한 벌을 받는데 이것이 반복되면 정학처분까지 받는다. 무엇보다 미국의 벌이 무서운 점은 생활태도 성적에 반영되어 평생 아이를 따라다닌다는 점이다.

아들과 함께 미국 초등학교 체험한 심양섭씨의 조기유학기

처음 미국 초등학교에 갔을 때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는 심양섭씨와 재현군.


“재현이도 사건 경위서와 경고장을 한번씩 받았어요. 한번은 친구와 몸싸움을 해서 ‘사건 경위서’를 받고 그 벌로 사흘간 쉬는 시간을 박탈당했죠. 이 벌은 쉬는 시간에 밖에 나가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기만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일주일 뒤에 ‘경고장’이 날아왔는데, 이번엔 친구에게 욕을 했다는 거였어요. 사건 정황을 읽어보니 부당한 면이 있어 항의편지를 보냈죠. 우리는 대개 손해를 보더라도 학교의 조치를 수용하지만 미국에서는 조금이라도 미진한 면이 보이면 반론을 제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도 몇 번의 편지를 교환하면서 갈등을 해소하고 문제를 해결했어요.”
이처럼 미국 교육의 이면을 두루 체험한 심씨는 미국 사람들의 미소와 친절을 보고 ‘조금 잘못해도 용서하겠구나’ ‘점수도 후하게 주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친절과 규칙은 완전히 별개이므로 미국 사람들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심씨는 자신의 경험이 미국으로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는 학부모들에게 미국 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여성동아 2003년 3월 4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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